• [판타지]클로로마이세틴#16
  • 나는 여기에 서있다.
    그리고 나는 숨을 쉬고 있고.
    작은 꽃들도 숨을 쉬고 있고.
    갓 태어난 어린 동물들도 새근거리고 있다.

    하지만 왜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나에게는

    오로지 암흑뿐.




    "자자, 이 말은 다리가 아주 튼튼해서 장거리의 지역이라도 끈질기게 달릴 수 있답니다! 덧붙여 성질도 순하고 보시는 대로 균형이 잡힌 몸이지요!"

    작달막한 상인이 머리에 둥글고 작은 모자를 쓰고 그 작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갈색의 말을 이곳 저곳 만지며 침을 튀겨가며 자신들의 돈줄인 말들을 팔려고 안달이었다.

    그 작달막한 상인의 소란을 어느 정도 위험 수위를 넘기지 않고 잘 넘어가며 듣는 이들은 겉으로는 좋은 척 하고 있었으나 그 계속되는 장황한 설명과 가식에 속마음은 시커멓게 변하고 있었다.

    "흐음... 그런 데로 그럭저럭 훈련만 더 시키면 쓸 만 하겠군. 좋소. 이걸로 주시오."

    그중 붉은 머리카락의 장신의 남자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을 사겠다고 하자 상인은 금세 얼굴이 환해지더니 영업용 스마일을 지으며 말에 안장을 채우는 등의 손님에 대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하아!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손님!"

    [탁월같은 소리하고 있네.]

    혈화와 러버, 그리고 댄은 말 상회에서 말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사기치는 듯한 곳이 일쑤였고 겨우 찾아낸 곳에서 하나 하나 고르며 제대로 괸 말들을 겨우 고르고 골라 인원수를 다 채울 수 있었다.

    하도 돌아다니다 보니 러버와 혈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댄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그녀에게 이런 곳은 실질적으로 그녀의 몸에게는 낮선 곳이었고 그로 인해 몸에 부담이 많이 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발은 부어오르고 있었다.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만?"

    눈썰미 좋은 러버가 댄의 다리를 보더니 댄을 배려한 것인지 자신들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는 벤치에 앉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를 했다. 많은 수의 말들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다지 폐가 될 것도 없었기에 그들은 그 벤치에 앉기로 했다.


    "아야. 다리가...음."

    댄은 부어오른 다리를 주무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들이 10여분쯤 그곳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을 즈음 오렌지색 머리와 푸른빛의 머리칼을 가진 익숙한 인상의 사람들이 그들 곁으로 오고 있었다.

    "아!"

    "어서오세요오오!"

    "이제 오나."

    러버, 혈화, 댄 그들은 각자 한 마디씩 외쳤다.
    혈화의 말은 작아서 들리지 않았겠지만.


    "조금 늦었죠. 하기야 누.구.누.구 때문에 좀 늦었죠."

    푸른 머리칼의 소년은 누구를 강조하며 얼굴을 활짝 폈다.
    반면 오렌지 머리칼을 가진 소년은 얼굴을 있는 대로 구기며

    "그 누구누구가 누군지 몰라도 아주 성깔이 더러웠다는 것밖에 할 말이 없소."        

    "하! 오다가 누구 씨가 아~주 황당한 일을 저질러서 늦어버린 것은 부인하지 않겠지?"

    푸른 머리칼의 소년의 말을 시점으로 둘의 사이에선 알 수 없는 전기 스파크가 찌르르르 타오르고 있었다.
    눈싸움을 하며 오렌지 머리의 소년이 하는 말이,

    "..오호! 뜨자는 거냐?"                                                                                    

    "거 좋지! 바라던 바다!!"

    "역시 말로 안되면 무력으로 나가려고 하는 기색이 역력하군 단순무식."

    "뭬라!"

    그때 둘 사이를 갈라놓으며 말들의 고삐를 다잡은 이가 있었으니

    "그만 들 하시고 이제 갑시다아아~ 설마 자신의 본분을 한 순간의 혼란으로 잊을 정도로 바.보같은 이들은 여기에 없겠죠오오~?"

    러버였다.

    "그,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으려고..!!"

    "커흠흠."

    러버는 바보라는 말을 특히 강조하며 짜증난다는 표시를 은근히 주위에 뿌렸다.
    그러자 싸우던 자들은 뭔가 찔렸는지 투덜거리며 각자 두 마리씩 말을 몰았다.

    "갑시다아아~ 룰룰루~"

    러버는 노래를 흥얼거렸지만 전의 싸우던 소년들의 전기 스파크는 그들이 다른 일행들을 만나기까지 지속되었다.


    +++


    정말 싫다.
    대체 왜 오면서 자꾸 투덜대는 것이냐.......라고 하고 싶지만 내가 반문하는 것마다 마치 준비해 놓은 것처럼 대꾸를 해서 혹시 처음부터 나를 골탕먹이려고 미리 각본이라도 짜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체 왜 하필 나냐고!!


    "으아아아악!! 왜 나야!! 대체 왜?!"

    나는 절규를 하늘에 메아리로 흘려보냈다. 내가 양손을 머리에 올리고 마구 쥐어뜯자 옆에 있던 네코가 붕어눈을 하고 놀라서 말한다.

    "다, 다크?! 갑자기 왜 그래? 혹시 발작증이야?!"

    아니야!!
    아니야!!
    이건 엄연히 스트레스성 뇌 산소 공급 부족 증세란 거다!!

    "그어어어!!"

    "다크!! 미쳐 가면 안돼!! 아직 너는 창창한 앞길이 널리고 널린 십대 청년이란 말이다!!"

    네코와 나는 하나의 신파극을 연극하고 있었다.
    오, 좋지 신파극.

    그 오렌지 인간의 '대박이오태클!' 이란 무시무시한 필살기에 내 정신은 점점 붕괴되어 가고 있었다. 한 마디로 사람이 변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변할 수는 없었다. 히스테릭한 증상이 다분한 성격은!!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다 보니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법.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밤마다 '이래서는 안돼. 저래서는 안돼'병에 걸리고 말았다.

    눈을 감으면 '이래서는 망해.' 그리고 또 이래서의 생각이 지나가면 '저래서는 또 지고 말거야.'라는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무시무시한....................................................................................


    으아아!!! 이래서는 또!!!!!!! 아, 아니 또 저래서........!!!!!!!!!!!!!!!!!!!



    "다크?! 다, 다크?!"


    네코가 걱정스런 눈을 하고 나의 어깨를 잡는다. 아직도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나. 이러다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리지 않을까.


    "이래서는....................................우아아아아아아악!!!!!!!!!!!!!!미쳐버린다!!!"


    자, 이것을 그림으로 그리자면 다크의 '절규'다!!


    "박사님!!! 다, 다크가 미쳐버렸습니다!!"


    아득히 메아리가 들려온다.

    아아........................







    "신체에는 이상 없음. 약간의 호흡곤란 증세..이고.. 몸은 아프지 않은 것 같은데? 이거 스트레스성 병인지도."

    아쿠아씨가 보였다. 그녀는 내 몸 곳곳을 관찰하고 있었다. 무서운 여자. 어떻게 몇 번 만지고는 그대로 내가 왜 아픈지 알아내는 것이냐. 이건 아무리 명의라도 쉽사리 결정 할 수도 없는 것이니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내 앞의 이 여자는 그 일을 실천하고 있었다.

    "으음.."

    나는 일단 눈을 떳기에 살아있다는 증거로 신음 소리를 흘렸다.

    "아. 일어났니?"

    "예."

    왠지 목소리가 갈라진 것 같은데 말이야.

    "뭔가 스트레스가 있던 모양이로구나. 뭔데 그러니?"

    차마 입 밖으로 내어 말할 수가 없었다. 아, 그놈의 프라이버시가 문제로다. 나이가 좀더 어렸다면 서슴없이 어리광을 부렸을 텐데.

    "아무 것도 아닙니다."

    건성건성.
    나는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 보니 요즘 건강이 안 좋아 진 것 같기는 했습니다. 전 번에 많이 싸돌아 다녀서 그런 걸지도.."

    아쿠아씨는 당연히 내가 전에 겪었던 일들은 모르기 때문에 그런가 하고 넘어가 버렸지만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좋지 않으니 그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든 가 수면으로 풀든 가 독서 같은 것들로 풀라고 했다. 스트레스도 너무 쌓이면 안좋단다.

    터벅터벅

    "..."


    그러고 보니 여긴 산중이었다.



    어제 말을 사고 곧바로 도시를 떠나 다시 여행길에 오르고 보니 말싸움의 스트레스와 지친 몸의 스트레스가 겹쳐버린 것 같았다. 제기랄. 내 언젠가 통쾌하게 이겨주리라 오렌지!!-언젠가 나는 이루, 그를 오렌지라 줄여 부르고 있었다. 만약 들으면 그대로 태클 직행 이였겠지만.-


    "그건 그렇고 정말 고약한 성질이군."

    혈화씨가 내 앞에 그 은색의 스태프를 던졌다.
    나는 얼떨결에 그걸 받아들었고 그 스태프를 받아들자 갑자기 몸에서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저, 고약한...성질이라니요?"


    나는 그저 물어본 것뿐이었지만 그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양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모르나."


    "뭘 말하시는 겁니까?"


    "..그것도 모르는 자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그가 더 이상 대답할 의사를 보이지 않자 나는 내 손에 들린 기다란 스태프에게 눈길을 돌렸다.
    내가 뭘 모른다는 거지?
    고양한 성질이라. 스태프가 고약한 성질이란 말인가? 이건 무생............?!


    나는 갑자기 생각난 단어에 고개를 쳐들고 혈화씨에게 소리를 질렀다.


    "정(精)이 깃들은 스태프입니까?!"

    이번에는 꽤 좋은 반응이 나왔다. 평소의 표정이었으니 정답이라는 소릴 게다.

    "맞는 겁니까?"

    나는 재차 물었다.

    "맞다."

    역시!

    이 스태프는 정령(精靈)이 깃 든 스태프였다. 그렇지 않고 서야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스태프에는 4대 원소의 문양이 섬세하게 세공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레어 물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 아니, 이미 레어 아이템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이 스태프가 절 주인으로 정한 겁니까? 저 같은 자를?"

    나는 나를 비하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경우가 달랐다.

    "본 주인이었던 날 떠나버린 것을 나더러 말하란 말이냐?"


    그는 내게 이 스태프를 빼앗긴 것이 못마땅해 보였다.


    하기야 이런 물건은 쓰지는 않아도 팔기만 해도 몇 년은, 아니 몇십 년은 넉넉히 살 수 있는 금액의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물건을 나 같은 겨우 이제 5서클 마스터 단계에 올라서 있는 자가 쓴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거겠지. 나이는 상관없다. 이 스태프는 능력이 중요시된다. 나는 이 스태프의 정령(精靈)입장으로선 별로 취향이 맞지 않을 텐데?


    뭐 귀한 것 공짜로 꿀꺽 삼켜버리고 할 생각은 아니다만 짚고 넘어 가야할 문제였다.






    대체 왜?




    ==============================================================================

    자자, 점점 뭔가 드러나려 하고있........................

    아아;;내가 지금 무슨말을;
    켈록;
    아무튼 이번 글도 무사히 끝마쳤습니다아아!!!!!!

댓글 9

  • [레벨:8]미서년살앙

    2003.09.21 02:17

    ,....................저 앞에 붉은 머리는 나의?

    [베실]
  • [레벨:4]★스트로베리밀★

    2003.09.21 02:22

    으음?;;
  • [레벨:4]★스트로베리밀★

    2003.09.21 02:26

    맨 앞의 여는 글을 말씀하는 거라면 아니오만;;
    이번 것은 혈화씨 편이라네;
  • [레벨:8]미서년살앙

    2003.09.21 02:28

    그렇구나아-[버엉-]
    혈화라.혈화혈화........아-쿄우우-;;

    난 또~[심각한 건만증]
  • [레벨:24]id: KYO™

    2003.09.21 03:31

    멋지다아!!!!! +ㅁ+
    다음편 기대하고 있을께에!! >_<
  • [레벨:4]Burning

    2003.09.21 06:16

    멋지다..멋져..[쓰러진다.]
    다들 너무 길게 쓰고..너무 잘 쓰고..[중얼중얼]
    근데 소설을 보면서 자꾸 게임이 생각나는걸 보면..
    심각한 게임중..독...[쿨럭쿨럭;]
  • [레벨:9]id: 손고쿠

    2003.09.21 07:44

    멋져요^^
    다음편 기대할께요^^
  • 루넬

    2003.09.21 14:27

    멋쪄!>< 담표온!!!
  • [레벨:6]11.29[아쿠아]

    2003.09.21 17:06

    명의라...[중얼]...무서운여자...[중얼]..
    다음편...[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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