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의 십자가-Frozen Cross 제1장.[알고 있던 것, 모르고 있던 것, 알아야 하는 것]1-5
  • 조회 수: 1903, 2008-02-06 04:16:58(2007-09-29)
  • 다른 부제를 붙이려고 했습니다만 전부 가르데일라 이야기라서 마땅치가 않네요. 가르데일라로 묶어버리겠습니다. 참, 덧글 좀 남겨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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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간, 교장실에서는 긴급히 회의가 소집되었다. 마차의 전복과 정문에서 벌어진 결투, 두 가지 커다란 사건에 대해 학교는 합격자 처리를 하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했다.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결론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건을 빨리 알리기라도 해야 해서 급히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가르데일라의 교장, 에갈리스가 첫 운을 뗐다. 그의 표정은 보기 드물게도 굳어 있었다.
    초승달 모양의 긴 탁자에 앉은 교수들은 심각한 얼굴로 에갈리스를 바라보았다. 에갈리스가 눈짓을 하자 리프렌이 보고를 시작했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로, 이번 입학시험을 위해 스덴보름으로 파견된 마차들 중 한 대가 징계의 계곡에서 전복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교수들 사이에서 금세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아니, 정말입니까?"
    "타고 있던 학생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왜 전복되었죠?"

    리프렌은 잠시 소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교장선생님이 직접 조사하신 결과, 누군가 바퀴 나사를 의도적으로 뽑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행히 절벽이 낮아 사상자는 한 명도 없었고, 대부분 학생들은 개인적인 탈것을 이용해 시험시간에 맞춰 도착했습니다.”

    “‘대부분’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죠?”
    백마법을 가르치는 플랑드르 교수가 말했다. 리프렌은 서류를 한 장 넘기며 질문에 답했다.

    “그건 다음 보고드릴 내용으로 답변해 드리죠. 입학시험 도중, 학교 밖을 순찰하던 2학년생 세츠나 이그니스와 스덴보름 아카데미에서 온 키이스 에반스라는 학생이 진검으로 결투를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순간 교장실에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리프렌은 다시 침착하게 보고를 이어갔다.

    “세츠나 이그니스와 키이스 에반스는 모두 상처를 입었으며, 키이스 군은 어깨에 심한 자상을 입어 현재 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흠, 역시 세츠나가 이겼군.”

    검술 담당인 클렌이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리프렌은 그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대꾸해 주었다.

    “클렌 선생님, 세츠나는 근력 구속을 해제하고서 겨우 키이스 군을 쓰러뜨렸습니다.”
    리프렌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클렌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리프렌의 말을 듣고 클렌을 비롯한 모든 교수들의 얼굴에 경악의 표정이 떠올랐다.

    “아...아니, 구속 해제 마법은 3학년들 중에서도 상급 학생들에게만 가르치는 고등 마법인데 그걸 2학년이 구사했다는 말씀이십니까? 학생은 무사합니까?”

    흑마법을 가르치는 소이폰 교수가 열을 올리며 말했다. 사실 구속 해제 마법은 검술 담당이나 흑마법 담당 교수 정도만 잘 알고 있는 고등 공격 마법이라, 다른 교수들은 별로 할 말이 없었다. 단지 책에서 읽어 효과와 영향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들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소이폰의 말을 듣고, 리프렌은 탁자 뒤쪽을 가리켰다.

    “저기 바로 그 주인공이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죠.”

    소이폰이 고개를 돌리자 짧은 금발의 남학생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소이폰은 윤기 흐르는 검은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곧바로 세츠나에게로 다가갔다.

    “음... 역시...”

    소이폰이 그의 몸 여기저기를 건드리자 세츠나는 고통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소이폰은 세츠나의 어깨에 치료 마법을 시전하며 교수들 쪽을 향해 말했다.

    “이 아이, 다행히도 1분 정도밖에 해제를 지속하지 못했군요. 더 했다가는 살아날 수 없었을 겁니다.”

    소이폰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함께 약간의 노여움도 섞여 있었다.

    “고작 1분 지속한 것으로 허벅지, 종아리 근육 일부가 파열되었고 팔꿈치 인대가 늘어났습니다. 마땅히 그런 마법을 사용한 이 아이를 처벌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치료가 더 급한 것 같군요.”

    교수들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단지 검술 담당 클렌만이 불만스럽게 턱을 괴고 툴툴거렸다.

    “이기면 된 거지, 처벌은 무슨...”

    “클렌 선생님!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신 겁니까? 2학년생이 구속 해제 같은 위험한 마법까지 써 가면서 아직 입학도 못 한 학생을 쓰러뜨렸다는 게 승리의 의미입니까? 게다가 세츠나 군의 갑옷은 전부 완전히 박살나 있었습니다! 키이스 에반스는 천옷 외에 아무런 방어구도 걸치지 않았고요!”

    리프렌은 클렌의 얼굴에다 대고 날카롭게 쏘아붙여 버렸다. 그제서야 클렌은 풀이 죽은 얼굴을 해서 얌전히 탁상을 바라보았다.

    “제가 한 말씀 드리자면 말입니다,”

    가만히 있던 에갈리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키이스 군은 결국 시험을 치지 못했습니다. 조사해 보니 그는 지원자들 중 가장 가난했고, 마차를 빌릴 여력이 없었던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그는 빗길에 말을 타고 학교 앞까지 와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결투를 했습니다. 또한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보여주었죠. 저는 키이스의 결투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시험을 치렀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우리 학교는 그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했죠.”

    모든 교수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에갈리스가 할 말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단지 자신들의 예상이 빗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저는 키이스 에반스라는 학생을 이 학교에 특별 입학시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만.”

    교수들은 자신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교장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물론 제가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일 이 시간, 여기서 투표를 진행하죠. 그 동안 키이스 에반스 군을 만나보고, 신중히 생각하신 후에 결정을 내리시면 되겠습니다.”

    교수들이 다 빠져나가고 나자 교장실에는 에갈리스와 리프렌 단 둘만이 남았다.

    “현재 세컨드 레벨 학생들 중에 세츠나 군과 대련해서 이길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됩니까?”

    에갈리스가 탁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실력이 대등한 학생은 있어도, 이긴다고 할 정도의 학생은 없죠.”

    리프렌이 안경을 고쳐 쓰며 대꾸했다. 에갈리스는 희미한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미있군요. 한 번 만나 봐야겠습니다.”

    그러자 리프렌이 갈색 머리를 넘기며 말했다.

    “물론 가는 길에 차 한 잔 대접해 주시겠죠?”
    “어이쿠,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다니...”

    둘은 회색 돌문을 지나 나선 계단을 내려갔다. 텅 빈 교장실에는 오후의 황금색 햇빛이 서류들을 비추고 있었다.


    “밥... 은 언제 주죠?”

    키이스가 진땀을 흘리며 말하자, 마리엔은 웃음을 쿡 터뜨렸다.

    “푸훗... 아, 미안해. 그렇게 말할 법도 하지. 그런데 아직 저녁 식사시간은 아닌데...”“아무거나 요기가 될 만한 것 없을까요?”

    마리엔은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금세 구석의 창고에서 과일 몇 개를 꺼내 왔다.

    “자, 이거 깎아...”

    마리엔이 팔에 과일 몇 개를 안고 와서 침대 옆에 놓자, 키이스는 껍질도 깎지 않은 채로 와삭와삭 베어 먹기 시작했다. 큰 사과와 오렌지-아무리 급해도 오렌지 껍질은 까서 먹었다-를 하나씩 게걸스레 삼키고 나서야 그는 만족스런 표정이 되었다.

    “고마워요. 이제야 좀 살겠네.”

    마리엔은 키이스에게 살짝 웃어 주었다. 그녀에게 키이스는 아직 천진난만한 소년일 뿐이었다.

    그 때, 누가 치료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마리엔은 백마법(치료 마법이 포함된 과목이다) 교수님이거나 에갈리스 교수님일 거라고 짐작하고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널 만나러 온 첫 손님은 누굴까나?”

    키이스는 마리엔의 말을 듣고는 천장을 가만히 응시했다. 지금 누가 자신을 만나러 온다고 하더라도 좋은 소식을 전해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어쨌든 여기는 머나먼 타지. 머릿속이 마구 복잡해지려고 하자 키이스는 이불을 확 덮어 썼다.
    마리엔이 문을 열려고 다가가자 문이 저절로 열리며 조그마한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마리엔- 우리 왔어!”
    “너...너희들, 여긴 왜?”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우린 널 보러 온 게 아니고 그 키이스라는 애를 보러 온 거란 말야.”
    “지금은 안정을 취해야-”
    “잠깐 이야기하는 정도로 무슨 문제가 되려구.”

    키이스는 새하얀 이불 속에서 눈을 감았다. 단 이틀 동안 일어난 일들이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머니한테는 뭐라고 말하고 뮤리엘 선생님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되는 거지...?
    키이스는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아서 이불을 걷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가만히 있던 커튼이 확 걷어졌다.

    “안녕, 키이스! 잠시 이야기 좀 해도 되지?”
    “야, 그렇게 하면 애가 놀라잖아-”

    키이스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침대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전부 흰색 셔츠에 얇은 갈색 조끼를 걸치고 있었고, 주름진 짧은 갈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왼쪽 가슴에는 가르데일라의 문장이 화려하게 새겨져 있었다.

    “얘 왠지 멋있어 보이지 않아?”
    “얼굴도 꽤 봐줄 만한데~”

    키이스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저, 무슨 용건으로 오셨죠?”
    “정말 귀엽다~ 존댓말까지 하잖아?”

    여학생들은 자기네들끼리 깔깔 웃어댔다. 키이스는 점점 낯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침대에 바로 일어나 앉으려고 했다. 그러자 마리엔이 그의 어깨를 도로 눌렀다.

    “너희들, 할 말 있으면 빨리 하고 나가. 그리고 키이스, 넌 아직 일어나면 안 돼.”

    마리엔의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들어온 소녀가 사과를 하며 말을 꺼냈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 나는 마리엔이랑 같은 2학년 F반의 류지아 클로네. 잠깐 이야기할 게 있어.”

    키이스는 자신을 류지아라고 밝힌 소녀를 쳐다보았다. 연한 붉은색 머리카락이 새카만 눈동자 위로 몇 가닥 흘러내려 있었다. 젠장, 어째서 이 학교 여학생들은 하나같이 다 얼굴이 예쁜 거야.
    류지아는 키이스가 누워 있는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꺼냈다.

    “자, 단도직입적으로, 너 세츠나랑 대련해서 굉장히 잘 했다며?”

    키이스는 놀란 눈으로 류지아를 올려다보았다.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놀라는 걸 보고 싶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류지아는 당황해하는 키이스의 얼굴에 매우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이 그냥 묻힐 리가 있겠니?”

    류지아가 한심하다는 듯 키이스를 쳐다보며 혀를 찼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검푸른색 단발머리를 한 여학생이 키이스에게 바짝 다가가며 말했다.

    “그래서 우린 일단 그 대결이 어땠는지를 본인한테 직접 듣고 싶어.”

    갈색 눈동자가 바로 코앞에서 멈추자, 키이스는 당황해하며 뒤로 물러났다.

    “...좀 떨어져서 이야기하죠.”
    “아, 물론이지.”

    여학생은 가볍게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키이스는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며 자신을 집요하게 쳐다보는 여학생들을 둘러봤다. ‘이런 것은 물어보지 않는 게 예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대에 찬 눈동자들을 보니 회피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징계의 계곡에서 마차가 넘어진 것부터 시작해서 줄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학생들은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했는데, 대련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끝내자 거의 어색할 정도의 분위기가 되었다.

    “아니... 뭐 이상한 점이라도 있나요?”

    무거운 침묵을 참다못해 키이스가 한 마디 던졌다. 그러자 당장 류지아가 침대 모서리를 탁 치며 말했다.

    “당연히- 이상한 점 투성이잖아? 그 최고급 마차가 정체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아저씨 때문에 쓰러진 것 하며, 예의바르기로 소문난 세츠나가 시비를 걸지를 않나, 게다가...”
    “우리 학교 교문은 휴일이 아니면 늘 열려 있단 말이야.”

    마리엔이 강한 어조로 류지아의 말을 이었다. 키이스는 어안이 벙벙해져 마리엔을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세츠나에 대한 평가였다. 그 때 본 뱀 같은 눈초리는 예의바른 것 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었는데.
    류지아가 그의 표정을 보고는 다시 설명을 해 주었다.

    “세츠나는 꽤 힘있는 귀족 도련님이야. 우리 학교에 그런 학생들이 다수 있긴 하지만, 세츠나는 그 중에서도 어릴 때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아서 아주 매너가 좋다고들 하거든. 뭐, 솔직히 난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키이스도, 학생들도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만 늘어놓았으니 그럴 법도 했다.
    팔짱을 끼고 골똘히 머리를 굴리던 류지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음, 하여튼 고마웠어, 키이스 군. 이번 일은 꽤 좋은 기사거리가 될 거야.”

    그리고는 키이스의 어깨를 툭툭 쳤다. 키이스는 ‘기사거리’라는 단어가 굉장히 거슬렸지만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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