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형용사가 싫었다
  • 『후예』
    조회 수: 1330, 2011-08-12 08:27:41(2007-07-03)




  • 우리는 항상       '열심히' 살아야 한다,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맛있게' 먹었다,      '엄청' 피곤하다,,

    등의 형용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물론, 나도 형용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ㅡㅡ


    난 형용사가


    싫었다.

















    [난 형용사가 싫었다]















    형용사가 싫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모호함』




    난 모호함같은 건 싫었다.

    특히 '열심히' 라는 형용사가.





    '열심히' 살아라,

    '열심히' 공부해라.

    '열심히'일해라 등..



    아무 생각 없이 흘러보낼 수 있는 문장들이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엄청난 모호성을 띠고 있었다.










    십원짜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백원짜리를 갖고 있는 사람을,

    백원짜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천원짜리를 갖고 있는 사람을,

    천원짜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만원짜리를 갖고 있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마찬가지로,






    십원짜리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있어서

    백원짜리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열심히>산 사람이 된다.


    백원짜리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있어서

    천원짜리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열심히>산 사람이 된다.


    천원짜리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있어서

    만원짜리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열심히>산 사림이 된다.













    언제나 형용사는 기준에 따라 변하므로

    그 모든 것도 결국은 모호해지기 마련이다.



    형용사에는 끝..    즉,'한계'라는 것이 없었다.

    마치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지식의 우물처럼 말이다.

    그 것은 너무나도 모호하고 심오했다.








    누군가가 내게

    "좀 열심히 좀 살아봐라, 응?"

    하면,

    밸이 뒤틀렸다.





    도대체, <열심히>라는 것의 기준은 어디에 있지?

    도대체 얼마나 해야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내 이러한 질문에 대해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고를 계속하다가

    결국은 자동차들의 시끄러운 경적소리에 생각을 접게 된다.

    그리고 한숨을 내쉰다.





    이딴 생각을 하는 것도 시간낭비.







    언제나 출근길은 붐볐다.

    주둥이가 꽉 막힌 차도. 북적대는 인파.

    조용해질 가능성, 제로.

    매일같은 모습이기에 아무렇지도 않지만




    역시, 싫증나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 조용히 있고 싶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이루어지기 힘든 '이상' 이기에

    역시 또, 입가에 씁쓸한 미소와 함께 한숨이 한 줄기 삐져나온다.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Marlboro..

    담배에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고, 뱉어냈다.

    폐 속의 찌꺼기들이 같이 묻어나오는 듯한 상쾌함이랄까..



    그러고 보니 담배 한 갑에 2500원.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무려 5개나 살 수 있는 가격이 나온다.

    아이스크림 5개는 무리야. 배탈나.

    이전에 딸아이가 계속 아이스크림을 내 입에 물려서

    어쩔 수 없이 먹다가 먹게 된 개수가 5개.

    그날 배탈이 나서 죽을 뻔했지.






    회사에 다다랐을 무렵 머릿속을 돌아다던

    호강에 겨운 아이스크림 추억은 쑥 들어가고

    또 다시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다.




    과장 말이 끝나면 오늘도 또 구호를 외치겠지.




    'ㅡ모든 일엔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한다!'













댓글 5

  • 세츠군z

    2007.07.03 23:47

    후예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왠지 마음에 와닿는 소설이군요(웃음)
    앞으로도 좋은 소설 기다리겟습니다 -
  • [레벨:3]id: 兩儀[りょうぎ]

    2007.07.09 22:23

    아악-
    형용사는 나쁘지않아요.!!!
    싫은게 아니라구요-!!!!
    흑흑.
  • 비비치

    2007.07.12 23:19

    잘 읽고갑니다. '열심', '최선'이란 단어들은 참 이기적인 단어들이죠...그건 물론 '좋다'와 '나쁘다'도 마찬가지구요...:)
  • [레벨:1]て은광つΣωτηρι

    2007.08.15 17:56

    싫어도,, 사라지지 않는///
    그것은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 [레벨:1]초록반유딩

    2011.08.12 08:27

    잘 읽고 가요^^
    (오늘 읽는 것들은 모두 제 취향이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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