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월의 아름다웠던 벚꽃이 지고 학생들은 하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팔계와 오공, 오정과 삼장은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나한테 시집오라구!! 팔계. "
" 시끄러워요, 오정!!! "
이제 오정의 고백은 반 아이들에겐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고,
아이들도 별 거부감없이 그것을 받아 들이고 있었다.
팔계는 가뜩이나 더운 데다가 오정으로 인한 불쾌지수 증가에 얼굴을 찌푸리며
오공이 있는 자리에 앉아 기대었다.
" ...........과자! "
" 복숭아.....빙고☆ "
" 아앗! 이런!!!!! 이린! 벌써 빙고란 말야??!! "
" 어허~ 잔소리 말구, 500원 내놔.
이번에 지면 준다구 그랬잖아. "
" 씨이............ "
한참 내기빙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오공과 이린을 바라보며
팔계는 피식 웃었다.
" 저 바보 원숭이를 보고 있자면 지루하진 않지. "
" 아, 삼장. 오셨어요. "
삼장은 팔계 옆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팔계는 교실 한 구석 시끌벅적한 곳에 눈길을 돌렸다.
늘 그렇 듯, 소란의 원인은 오정.
이상하게도 그의 주위엔 사람이 늘 따라다니는 것처럼
사람들이 몰려 다녔고, 오정은 늘 그들을 즐겁게 해주곤 했다.
" 삼장....전 당신 친구 때문에 피곤하다구요,
어떻게 해 줄수 없어요?? "
" 오정에 대한 거라면...난 손 뗀다......... "
" 하긴......... "
삼장은 오공에게 고정되었던 눈을 돌려 창 밖을 내다보았다.
여름하늘이 눈부시게도 맑았다.
" 저 녀석..저래뵈도 머리는 좋아서
여기서도 수석으로 들어왔어. "
" 에에?? "
" 쿡........ "
" ..........저도...노력했어요.....
여기에 오기 위해서............ "
" 뭐라고?? "
팔계의 말은 조용해서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삼장은 그때의 팔계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어딘가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표정이라고 삼장은 결론을 내렸다.
" 이봐.....너..... 우왓!! "
" 삼장!! 매점에서 사먹으러 가자!! "
" 크..윽..바보 원숭이..뭐하는 짓이야.. "
" >.<가자가자가자가자가자. "
" 젠장. "
툴툴거리며 나가는 삼장과 오공을 보며 팔계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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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은 점심시간에 없어진 팔계를 찾아 옥상으로 올라갔다.
" 팔계. "
역시- 오정의 추측대로 누워있는 팔계의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자고 있군.
" 자는 모습은..더 예쁜데 말야.. "
오정은 씩 웃으며 팔계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처음에는 머리카락만 만져볼 생각이었는데,
" 화남.... "
팔계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황급히 손을 떼었다.
" 화남이...누구지?? "
오정은 팔계를 깨우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멍하니,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팔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1초..
....................2.....3초.
" 우와왓!!!/////////////// "
오정은 황급히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 무..무무무무..슨짓을 한거야!! 사오정!!////////////// "
오정은 붉어질 대로 붉어진 얼굴을 감싸고 뛰어가다 시피 옥상 입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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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계 >
" 화남?? "
< 뭐야?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야??? >
" 아아..아니예요... "
자신의 앞에 1년전과 같은 얼굴로 서있는 화남.
아아..지난 일은.... 모두 악몽이었던 건가...
< 팔계?? >
" 네? "
< 왜..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어?? >
" 네?? "
팔계는 물끄러미 교복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입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 교복.
화남이 입고 있는 것은 중학교 교복.
< 근데...왜.......팔계가 나보다 키가 크지?? >
"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깐...요.. "
< 그런데 .....왜........난 자라지 않지........????? >
" 아악!! "
팔계는 땀에 흠뻑 젖어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 장면-
화남의 얼굴이 썩어 들어가던 장면이 팔계의 머릿속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 하아...하아......... "
팔계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런, 점심시간이 끝나겠군.
" 아까까지 누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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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라도 오늘은 유난히 한산했다.
축구를 한다며 나간 남자애들과, 응원을 한다며 나가버린 여자애들.
사라진 팔계와 찾으러 간다며 나가버린 오정.
학생부 일로( 삼장은 학생부입니다 )가 버린 삼장.
그래서 오공은 점심시간에 텅 비어버린 교실안에 혼자 남아 있었다.
" 오공! 뭐하는 거야??!! "
" 이린? 응원 간다며?? "
" >.<너무 더워서 들어왔어!! "
" 하긴 오늘 너무 덥지. "
이린은 웃으며 오공 옆의 책상에 걸터앉았다.
오공은 팔계와 이린, 그리고 화남이 있었던 1년 전을 떠올렸다
그때는... 이렇게 4명이 함께였는데....화남만이 없다.
" 오정..말이야.. "
" 오정 말한거야? 이린?? "
" 응, 오정. "
이린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 오정 말이야...화남....과 닮지 않았어??
분위기라던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그런거.. "
" 아............ "
화남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같은 것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화남곁으로 몰려 들었다.
오정도- 그런 사람이었다.
눈을 뗄 수 없는 사람.
" 맞아..... "
" 그래서...안돼.. . "
" 뭐?? "
" 팔계는...오정이...화남과 닮았기 때문에,
절대 오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팔계는.... "
" 이린.......... "
그것을 말하는 이린의 표정이 너무나도 구슬퍼 보였기 때문에
오공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팔계는- 오정과 가까워지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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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오정///이건.. 무덤까지 가져가는 거야.."
오정은 붉어진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교실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았다.
" 오정 말이야...화남....과 닮지 않았어??
분위기라던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그런거.. "
에? 내 얘기 하는 거야?
오정은 자신 얘기를 하는것 같은 오공과 이린에
왠지 들어가지를 못하고 교실문 밖에서 서 있어야 했다.
화남......이라니...???
" 팔계는...오정이...화남과 닮았기 때문에,
절대 오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팔계는.... "
오정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 화남이 누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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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니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8-20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