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放火 (방화)
  • 『후예』
    조회 수: 1203, 2008-02-06 04:16:53(2007-01-25)







  • ㅡ혹시, 자네. 기억하는가.



    ...........아니, 기억하지 못한다면, 됬네.

    딱히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단지...... 아쉬움이 조금 남는 것 뿐이네.






    나와 자네, 이렇게 둘이서

    ......그래, 마치 오늘과 같이

    눈이 시리도록 맑은 보름달이 떴던 밤에,

    그 광기에 가득 찬 달을 이따금 가려주던 구름이 걸려있던 밤에,





    자네와 나, 그렇게 둘이서

    베토벤의 광기를 안주삼아서





    마치, 베토벤이 그 자신의 광기를

    피아노에 대고 미친듯이 내뿜던 그 때처럼





    자네와 나, 우리 둘이서

    미친듯이 빨갛게, 뜨겁게 피어오르는 불을

    방방곳곳에 살포시 얹어놓고 미친듯이 웃던 날,



    ................혹시



    기억하나?










    =================放火(방화)=============================











    달칵 달칵...


    꼴꼴꼴꼴꼴ㅡ







    큰 드럼통이 휘발유를 미친듯이 토해낸다.

    위장.. 식도.. 큰 아가리..

    숙취중의 청년이 미친듯이 속을 개워내는 것처럼



    ㅡ속 시원하게



    토해낸다.













    달칵. 팅..팅...


    지포라이터에 불붙는 소리와 함께 옆에 있는 녀석의 담배에

    불이 옮겨붙는 것을 느낀다.





    빨리 일을 저지르고 싶어


    미친듯이 몸이 쑤신다.











    둘이서 그렇게 한껏 담배를 들이마시고는


    미친 것처럼


    씨익ㅡ 하고 웃는다.





    담배꽁초를


    드럼통이 토해놓은 잔해에 휙ㅡ 하고 던져버린다.







    타오른다. 타오른다.

    미친듯이.. 활활 타오른다.






    몸이 뜨거워진다.

    제길. 미칠거같다.






    뜨겁다. 뜨겁다.


    그리고 미친듯이,





    광기에 차서 소리지른다.




    「                       ~~!!」






    그리고, 미친듯이 달린다.

    몸에서 땀이 난다.









    한참을 달리고서


    뒤를 돌아본다.





    불길은 커다란 성당을 미친듯이 집어삼키고 있다.






    그리고 또,

    광기와, 환희에 차서






    미친 듯이 소리지른다.








    아마 성당 벽의 커다란 십자가에 대롱대롱 매달린


    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멍청한 조각상은


    미친듯이 타오르는 불 속에서도


    그 예의 엄숙한 표정을 잃지 않고 있겠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아이러니 아닌가!






    하며 또, 미친것처럼, 세상을 맘껏 비웃는다.


    세상은 미쳤다.







    그래, 세상은 미친거야


    미쳤다고.. 미쳤다고..

























    그렇게 미친 세상을 미친듯이 비웃던 나와, 자네였는데....







    미친듯이 세상을 비웃던 나와 자네인데























    정말로.. 자네가
























    미쳐버렸을 줄은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이거야말로 진짜로 아이러니 아닌가.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나? 자네?











    나와 자네, 둘이서



    그렇게 미친짓을 하며 돌아다녔는데












    이 미친 세상에서 별의별 미친짓을 다 하다가


    자네는 정말로 미쳐버렸는데,











    왜 나는


    미치지 않는 것인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아이러니 아닌가ㅡㅡ



                                       ----방화 end

































    =======================================================

    이번 글에선 일부러 [미친] 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해봤는데


    어떤가요...?







댓글 2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1.30 00:40

    와아, 왠지 멋있는 글인데요오??
    괜찮은 것 같아요오<<
  • Profile

    [레벨:3]id: 아츠키

    2007.01.30 14:42

    에... 엔터 때문에 휠을 많이 돌려 손이 아프다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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