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제
  • [레벨:24]id: Kyo™
    조회 수: 1070, 2008-02-06 04:16:52(2006-12-31)
  • " 안녕~ 좋은 아... "

    오늘도 아무 인사 없이 지나가 버린다.
    내 인사마저도 그의 침묵에 묻혀진다.
    마치 다시는, 영원히 인사하지 않을 사이처럼...





    " ...추워... "

    그 날은 내 생애 가장 추운 날이었고, 동시에 가장 따뜻한 날이었다.
    커다란 불길에게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모든 것을 빼앗긴 그 어느 추운 날.
    차디찬 바람부는 길가에서 사그러 들대로 사그러 든 목숨을 간신히 유지하던 나를 번쩍, 들어올린 것은 그였다.

    " 집에 안 가? 데려다 줘? "
    " ...흐아앙! "

    다짜고짜 눈물이 났던 것은, 그의 품이 너무나 따뜻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참을 울다가 남은 기운마저 다 써버리고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마치 미역같은, 너무 짙어 검은색이라 착각할 것 같은 초록색 머리칼을 가진 그였다.

    " 이제야 일어났어? 야! 꼬맹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해?! "
    " 알아서 해, 알아서!! 난 졸립다구!! "
    " 니네 집이냐!! "

    내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그의 얼굴이 분명 무서운 얼굴이었는데도, 나는 베시시, 웃음이 나왔다.

    " 어? 웃었다! "
    " (깜짝)...아... 아... "
    " 걱정마, 아무 짓도 안 해. "
    " 으응... "
    " 내 이름은 에르빈, 넌? "
    " 치바루... "
    " 귀여운 이름이구나, 치바루. "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그의 손은 너무나 따뜻하고, 정이 갔다.
    그리고 얼마 후에 같이 사는 사람이 있음을 알았고, 그 사람의 이름은 '로드'라는 것도 알았다.

    " 로드, 로드. "
    " 에르 찾는 거야, 치? "
    " 응, 에르빈 어딨어? "
    " 시장갔어, 금방 올테니까 기다려. "

    물론 로드도 나에게 잘 해주었지만, 역시 나는 에르빈을 더 따랐다.
    에르빈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했다.

    " 치바루~ 나 왔다~ "
    " 에르빈이다~ "
    " 또 치만 찾는 거냐, 너! "
    " 헹, 못생긴 형씨를 보느니 차라리 귀여운 치바루를 보겠어! "

    에르빈과 로드는 사이가 좋아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게 그들만의 표현법이라는 건,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어쨌든 에르빈과 나는 하루종일 붙어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이런 우리 둘 사이를 로드는 질투했다.



    행복한 순간은 금방 지나갔다.
    어느 날인가 에르빈이 엄청나게 많이 다쳐서 들어온 날.
    그리고 내 나이가 15살이 되던 날.

    " 치바루, 미안해. 이제... 이 집에서 나가줬으면 해... "
    " 그, 그것보다 얼른 치료를! "
    " 아니, 치료는 됬어. 그냥... 그냥 이 집에서 나가줘... 지금... "
    " 에르빈! 무슨 소리야! 이렇게 다쳤는데! "
    " 나가라는 말 안 들려! "

    나를 향해 소리치는 상처 가득한 에르빈의 얼굴에는...
    투명한 유리 구슬들이 가득히 맺혀 있었다...

    " 그동안 신세 많이 졌어... 에르빈... "

    나는 에르빈의 얼굴을 보고 알 수 없는 절망을 느꼈다.
    그리고 나의 짐을 싸들고, 그 집을 나왔다.
    에르빈과 로드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안식처를...
    내 손으로 버리고 나왔다...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털어 집을 한채 장만했다.
    에르빈의 집과 마주보고 있는 집인데, 조금 무리를 했지만 그래도 에르빈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그가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것이 서글플 뿐이었다.

    " 오늘은 일찍 가네, 에르빈? "
    " ...... "
    " 잘 다녀와~ "

    이제는 그 묵묵부답도 익숙해져서 그가 대답해주지 않아도, 나는 만날 때마다 그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눈물이 나서 집에 돌아오면 눈물이 계속 흐르기도 한다.
    언젠가는 인사를 받아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시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

    ───────────────────────────────

    .....뭔 내용인지 알게 뭐랍니까 =3=
    그냥 머릿속에서 빙빙 돌길래 써 봐요 =_=)

    그냥...
    요즘 심정일지도ㅡ?

    어쨌든,
    새벽 4시가 되가는 이 시점에서...
    배고파 죽겠습니다 (제길)

댓글 3

  • [레벨:3]六花

    2007.01.03 18:03

    미역같은 머리에서 순간 피식...그나저나 왜 나가라고한걸까요.밥만 축내는게 싫었던걸까요.ㄱ-
    p.s.음,잠수는 드디어 끝이십니까.일찍(?)오셨네요.왤컴 투 아니메피스.(영어를 못해요.피식.(퍼억!))
  • Profile

    [레벨:7]아이리스

    2007.01.27 00:54

    흐음.... 왜 나가라고 했을까?.. 나두 그게 궁금해..

    뭔가..사정이 있었을까?..
  • Profile

    [레벨:7]id: 라퀼

    2007.02.15 01:11

    데려올때는 언제고 저리 내치시다니... 에르빈씨 무슨일이셨을까...
    치바루 귀여웠는데.. 마치 어떤 친구님을 보는듯한...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notice [레벨:16]우니 14414 2011-02-24
notice 운영자 19951 2004-04-29
notice 우니 20994 2003-08-16
notice 버닝 19722 2003-07-16
3546 『후예』 2019 2007-02-05
3545 [레벨:1]リョ-マ♡ 1821 2007-01-31
3544 노윤정 1690 2007-01-27
3543 최정미 1189 2007-01-26
3542 『후예』 1203 2007-01-25
3541 toshiro 1088 2007-01-14
3540 [레벨:2]id: 야쿠모PSP 1283 2007-01-10
3539 [레벨:4]ㆀ마계천정ㆀ 928 2007-01-05
3538 [레벨:3]금선 1244 2007-01-01
무제 +3
[레벨:24]id: Kyo™ 1070 2006-12-31

SITE LO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