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부서진다.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가 내 손안에서 부서져 간다.
가루가 되어 바람결에 날려갔다.
진득한 나비의 액체가 내 손에 묻는 것이 느껴진다.
나비가 떨고 있었다.
내 손안에서 그 아름답게 팔랑거리던 두 날개를 모두 잃은 후
애처롭게 움찔거리며 내 손위에서 떨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이봐- 조로 일어나!!”
“..으음..”
여느 때의 아침과 똑같이 병아리의 시끄러운 잔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진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항상 루피와 우솝 나미.. 그리고 그 녀석이 같이 자던
방 안이었다.
그럼 어제 일은 꿈이었나..?
꿈..? 그렇게 생생한 꿈이 있을 수 있나?
이 손에서 느껴지던 그 따스한 체온.. 끈적한 체액..
그 부드러운 피부를 만졌던 것이 모두 꿈이라고..?
“그나 저나… 상디 하고 너.. 어떻게 된 거야.
어제 창고 안에서 쓰러져있던데…. 넌 머리에 피를 잔뜩 흘린 채로..
상디는….. 아직도 의식불명이라고… 정말 무슨 짓 들을 한 거야..?”
“…..뭐?”
순간 머리 속이 아찔해졌다.
저런 질문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상처때문도 아니었다.
저 짧은 말 중에서 내 뇌리를 강하게 파고드는 한마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식불명’ ..
누가…?
대체 어떻게 굴러 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뇌가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회전도 아닌 뒤죽박죽으로 긴 머리카락을 헤어놓듯 그렇게 되었다.
순간 그런 날 일으킨 것은 작지만 또렷이 들리는 바다 소리..
항상 그 녀석을 잊지 못해 괴로워 하는 나를 진정시켜주었던 그 바다의 소리였다.
살짝 머리에 손을 대보니 짧디 짧은 머리카락 속안으로 기다란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더 만져보자 따가운 통증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곧 몇 초 되지 않아 머리의 통증보다 더 큰 고통이 내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바로 엊그제의 짧지만 한없이 길게만 느껴지는 고통 속의 기억.
울먹이며 날 원망의 눈길로 바라보던 그 녀석..
핏빛으로 물들어 감겨지는 눈망울 속에서 또렷이 보이던 그 녀석의 표정..
평생 지워지지 않을 고통을 난 나뿐만 아니라 그 녀석한테 까지 주고 말았다.
“..나미. 상디는..?”
항상 병아리라 부르고 그 녀석을 요리사라 부른 내가 처음으로 똑바로 이름을 부르자
녀석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잠시 바라보더니 곧 이어 입을 열었다.
“..넌 이틀째 의식 불명이었고.. 그리고.. 상디는 ..”
“………?”
“특별한 상처 같은 건 어디에도 없는데… 이상하게 깨어나질 못하고 있어..”
“………….”
또 다른 고통이 내 안을 꽤 뚫었다.
이런 고통 속에 사는 건 나 하나로 족했는데..
난 무엇 때문에 참아 온 것인가…그토록 이나 힘들어 하고 참아 왔으면서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그 녀석을 이 고통스런 감정 속에 묻으러 한 것인가..
가슴에 쇠 창을 여러 개 박아놓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아팠다.
격렬하게 아파왔다.
녀석의 거친 손길이 남아있는 내 머리에 상처보다도..
“…상디는 어디 있지?”
“아..?.. 상디라면 위쪽 의무실쪽에 있어..
루피하고 우솝은 서둘러 출항할 마을탐색하고 있고..
그런데 그건 왜..”
“…당연 하잖아..”
“..앗!! 무슨 짓이야!! 넌 아직 환자라고!! 아직 움직이면 안돼!!”
병아리는 필사적으로 날 막았다.
분명.. 침대에서 일어나려 허리를 일으켜보니 꽤 강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것 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 누구도 막지 못할 그런 것 말이다.
“..그럼 그 녀석이 그렇게 되 있는데 나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니가 상디의 뭔데 그래!! 애인이나 부모라도 되?!
잠자코 내 몸 걱정이나…!”
“..애인이다.”
“..뭐?”
병아리는 순간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내 눈을 피하더니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다시 내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뭐라고 했어..?”
“..애인..이라고..”
“……………….”
애인이라는 말 .. 분명 거짓말이었다. 당연했다.
아마 이 자리에 녀석이 있었다면 날 두들겨 패고 욕하고 .. 난리도 아니었겠지.
하지만.. 애인이라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천하라고 우기는 내가..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무척이나 잼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신경쓰였던건 병아리의 태도였다.
보통 루피나 우솝같으면 웃어 넘길 것을 왜 저런 표정을 하는 가 말이다.
병아리는 다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을 꾹 다물고 잠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잠이나 퍼자. 아직 환자라고.”
“..뭐?! ..”
차가운 표정으로 내게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침대에 기대 있던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다가갔다.
“..뭐야. 난 상디를 보러 가겠다고 했잖아!!”
“..만약..”
“….?”
“..만약 상디가 눈을 뜨는 순간 널 처음 본다면.. 그 땐 정말로 죽어버릴지도 몰라.”
“…………”
“..알아들었다고 믿고 가겠어.”
“……………”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리가 업잖아..
난 알아듣지 못했다고..
그렇게 반론을 하려던 찰나 병아리는 이 방을 나가버렸고
난 멍하니 문쪽을 쳐다보고 있다가 곧 ..
다시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널 처음 본다면.. 그 땐 정말로 죽어버릴지도 몰라.’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 땐 정말로..?
..그렇다면 이미 자살을 시도한적이 있다는 뜻인가..
“풋…”
실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하핫!!!!”
곧 커다란 웃음소리로 바 껴 갔고..
좁은 방안은 내 웃음소리로 가득차고 있었다.
그 소리는 웃음소리를 멈춰도 계속해서 메아리처럼 내 귓가를 강렬하게 찔러왔다.
“…후후후…”
난 그 녀석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겨우 한순간 욕망으로 그칠지도 모르는 것을 결국 녀석의 날개를 꺽어 버리고
..난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밤 안에 그 녀석에게 찾아갈 것이다.
정말 눈을 뜨고 날 처음 본 후 죽는다고 난리를 쳐도 상관없다.
칼을 들고 설치면 내 손으로 그 칼을 움켜쥐고 놔주지 않을 것이고..
혀를 깨문다고 하면 내 혀가 잘려지는 한이 있어도 녀석의 입술을 막고 놓아주지
않을 것 이다.
..나보고 죽으라고 하면…. 죽을 것이다.
그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녀석이 보고싶다.
붉은 심장이…. 뚜렷하게 한 사람만을 원하고 있다.
한 사람만을..
나비의 날개가 부서진 뒤는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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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면 5편끝이네요^^;하핫.
좀 늦었죠? 기다리신분들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빠르게 연재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또 몇일을 연장하다니-_-;;전 정말;
으음. 벚꽃이 지면… 왠지 갈수록 비극적인 스토리가 되간다고
생각하는 건 저뿐일까요^^..
아직 엔딩은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예측못하죠;
후훗. 하긴 미리 엔딩을 정해두면 작가라도 쓰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아. 아무튼 담편기대해주세요
즐거운하루되세요^-^;
P.S – 조로는 오늘 밤 상디를 보러 죽음을 무릅쓰고(?!) 쳐들어갑니다!!(어딜?)
자, 문제~조로는 죽을까요 안죽을까요 !! (하하..말도안되는 문제라는거 알아요ㅠ_-
아아..주변에서 오는 찌릿한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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