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피스] 벚꽃이 지면... 5.
  • 조회 수: 730, 2008-02-10 14:49:28(2003-08-15)
  • 날개가 부서진다.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가 내 손안에서 부서져 간다.

    가루가 되어 바람결에 날려갔다.

    진득한 나비의 액체가 내 손에 묻는 것이 느껴진다.

    나비가 떨고 있었다.

    내 손안에서 그 아름답게 팔랑거리던 두 날개를 모두 잃은 후

    애처롭게 움찔거리며 내 손위에서 떨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이봐- 조로 일어나!!”

    “..으음..”

    여느 때의 아침과 똑같이 병아리의 시끄러운 잔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진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항상 루피와 우솝 나미.. 그리고 그 녀석이 같이 자던

    방 안이었다.

    그럼 어제 일은 꿈이었나..?

    꿈..? 그렇게 생생한 꿈이 있을 수 있나?

    이 손에서 느껴지던 그 따스한 체온.. 끈적한 체액..

    그 부드러운 피부를 만졌던 것이 모두 꿈이라고..?

    “그나 저나… 상디 하고 너.. 어떻게 된 거야.

    어제 창고 안에서 쓰러져있던데…. 넌 머리에 피를 잔뜩 흘린 채로..

    상디는….. 아직도 의식불명이라고… 정말 무슨 짓 들을 한 거야..?”

    “…..뭐?”

    순간 머리 속이 아찔해졌다.

    저런 질문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상처때문도 아니었다.

    저 짧은 말 중에서 내 뇌리를 강하게 파고드는 한마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식불명’ ..

    누가…?

    대체 어떻게 굴러 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뇌가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회전도 아닌 뒤죽박죽으로 긴 머리카락을 헤어놓듯 그렇게 되었다.

    순간 그런 날 일으킨 것은 작지만 또렷이 들리는 바다 소리..

    항상 그 녀석을 잊지 못해 괴로워 하는 나를 진정시켜주었던 그 바다의 소리였다.

    살짝 머리에 손을 대보니 짧디 짧은 머리카락 속안으로 기다란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더 만져보자 따가운 통증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곧 몇 초 되지 않아 머리의 통증보다 더 큰 고통이 내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바로 엊그제의 짧지만 한없이 길게만 느껴지는 고통 속의 기억.

    울먹이며 날 원망의 눈길로 바라보던 그 녀석..

    핏빛으로 물들어 감겨지는 눈망울 속에서 또렷이 보이던 그 녀석의 표정..

    평생 지워지지 않을 고통을 난 나뿐만 아니라 그 녀석한테 까지 주고 말았다.

    “..나미. 상디는..?”

    항상 병아리라 부르고 그 녀석을 요리사라 부른 내가 처음으로 똑바로 이름을 부르자

    녀석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잠시 바라보더니 곧 이어 입을 열었다.

    “..넌 이틀째 의식 불명이었고.. 그리고.. 상디는 ..”

    “………?”

    “특별한 상처 같은 건 어디에도 없는데… 이상하게 깨어나질 못하고 있어..”

    “………….”

    또 다른 고통이 내 안을 꽤 뚫었다.

    이런 고통 속에 사는 건 나 하나로 족했는데..

    난 무엇 때문에 참아 온 것인가…그토록 이나 힘들어 하고 참아 왔으면서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그 녀석을 이 고통스런 감정 속에 묻으러 한 것인가..

    가슴에 쇠 창을 여러 개 박아놓기라도 한 것처럼 심장이 아팠다.

    격렬하게 아파왔다.

    녀석의 거친 손길이 남아있는 내 머리에 상처보다도..

    “…상디는 어디 있지?”

    “아..?.. 상디라면 위쪽 의무실쪽에 있어..

    루피하고 우솝은 서둘러 출항할 마을탐색하고 있고..

    그런데 그건 왜..”

    “…당연 하잖아..”

    “..앗!! 무슨 짓이야!! 넌 아직 환자라고!! 아직 움직이면 안돼!!”

    병아리는 필사적으로 날 막았다.

    분명.. 침대에서 일어나려 허리를 일으켜보니 꽤 강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것 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 누구도 막지 못할 그런 것 말이다.

    “..그럼 그 녀석이 그렇게 되 있는데 나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니가 상디의 뭔데 그래!! 애인이나 부모라도 되?!

    잠자코 내 몸 걱정이나…!”

    “..애인이다.”

    “..뭐?”

    병아리는 순간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내 눈을 피하더니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다시 내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뭐라고 했어..?”

    “..애인..이라고..”

    “……………….”

    애인이라는 말 .. 분명 거짓말이었다. 당연했다.

    아마 이 자리에 녀석이 있었다면 날 두들겨 패고 욕하고 .. 난리도 아니었겠지.

    하지만.. 애인이라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천하라고 우기는 내가..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무척이나 잼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신경쓰였던건 병아리의 태도였다.

    보통 루피나 우솝같으면 웃어 넘길 것을 왜 저런 표정을 하는 가 말이다.

    병아리는 다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을 꾹 다물고 잠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잠이나 퍼자. 아직 환자라고.”

    “..뭐?! ..”

    차가운 표정으로 내게 그렇게 말하며 녀석은 침대에 기대 있던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다가갔다.

    “..뭐야. 난 상디를 보러 가겠다고 했잖아!!”

    “..만약..”

    “….?”

    “..만약 상디가 눈을 뜨는 순간 널 처음 본다면.. 그 땐 정말로 죽어버릴지도 몰라.”

    “…………”

    “..알아들었다고 믿고 가겠어.”

    “……………”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리가 업잖아..

    난 알아듣지 못했다고..

    그렇게 반론을 하려던 찰나 병아리는 이 방을 나가버렸고

    난 멍하니 문쪽을 쳐다보고 있다가 곧 ..

    다시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널 처음 본다면.. 그 땐 정말로 죽어버릴지도 몰라.’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 땐 정말로..?

    ..그렇다면 이미 자살을 시도한적이 있다는 뜻인가..

    “풋…”

    실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하핫!!!!”

    곧 커다란 웃음소리로 바 껴 갔고..

    좁은 방안은 내 웃음소리로 가득차고 있었다.

    그 소리는 웃음소리를 멈춰도 계속해서 메아리처럼 내 귓가를 강렬하게 찔러왔다.

    “…후후후…”

    난 그 녀석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겨우 한순간 욕망으로 그칠지도 모르는 것을 결국 녀석의 날개를 꺽어 버리고

    ..난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밤 안에 그 녀석에게 찾아갈 것이다.

    정말 눈을 뜨고 날 처음 본 후 죽는다고 난리를 쳐도 상관없다.

    칼을 들고 설치면 내 손으로 그 칼을 움켜쥐고 놔주지 않을 것이고..

    혀를 깨문다고 하면 내 혀가 잘려지는 한이 있어도 녀석의 입술을 막고 놓아주지

    않을 것 이다.

    ..나보고 죽으라고 하면…. 죽을 것이다.

    그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녀석이 보고싶다.

    붉은 심장이…. 뚜렷하게 한 사람만을 원하고 있다.

    한 사람만을..


    나비의 날개가 부서진 뒤는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

    벚꽃이 지면 5편끝이네요^^;하핫.
    좀 늦었죠? 기다리신분들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빠르게 연재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또 몇일을 연장하다니-_-;;전 정말;
    으음. 벚꽃이 지면… 왠지 갈수록 비극적인 스토리가 되간다고
    생각하는 건 저뿐일까요^^..
    아직 엔딩은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예측못하죠;
    후훗. 하긴 미리 엔딩을 정해두면 작가라도 쓰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아. 아무튼 담편기대해주세요
    즐거운하루되세요^-^;

    P.S – 조로는 오늘 밤 상디를 보러 죽음을 무릅쓰고(?!) 쳐들어갑니다!!(어딜?)
    자, 문제~조로는 죽을까요 안죽을까요 !! (하하..말도안되는 문제라는거 알아요ㅠ_-
    아아..주변에서 오는 찌릿한 시선들…)

    +++

댓글 1

  • [레벨:5]라퓨엘

    2003.08.16 11:50

    재밌어요 세비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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