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타지]클로로마이세틴#30
  • 타오르는 의지는 싸늘한 냉기에도 빛을 발할지니.










    "자자. 이제-"




    푸드득


    새가 허공에 푸른 깃털을 흩날리며 날아올랐다.
    그러자 그 날아오르는 소리에 말을 중단한 남자는 허리까지 길게 들어 뜨려 머리카락의 반만 뒤로 묶어 땋아내리 있었다. 그 머리카락은 가늘고 결이 좋았던지 바람이 일어 흩날려도 다시 스르륵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검은 눈동자를 빛낸...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뵈는 눈과 한 쪽 손에는 투박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오래된 고서(古書) 한 권을 들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제자인지 같은 복장... 그러니까 교복을 입고 있는 17-20세 정도 되어 보이는 학생들이 여러 명 있었다. 그 새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는 그는 그 멍하던 눈을 잠시 날카롭게 빛내더니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그만 두고는 교탁 위에서 내려와 말했다.


    "여러분. 죄송하지만 오늘 이후로 이 수업은 막을 내립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모두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저마다 언성을 높여 그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선생님! 선생님 같이 조금은 멍하고 조금은 한심스럽게 겁 많고 세상에서 가장 연금술에 박식한 사람이 갑자기 저흴 두시고 어딜 가신다는 말씀이세요!!"


    새빨간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검은 방울로 묶어 귀엽게 보이는 소녀가 눈에 눈물을 그렁거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남자는 제자의 눈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조용한 미소로 일관 할 뿐. 어린 소녀인 제자는 스승의 그 미소를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는 듯이 허탈한 감을 지었다.


    "아-. 제가 예기했던 말이 있죠.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해 자신의 일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원스럽게 머리를 자른 검은 머리카락에 유쾌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남학생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그럼 당신은 여길 버리고 당신의 본 목적을 위해 간다는 말씀입니까."


    그러자 남자는 손에 어디서 난 건지 모를 커다란 배낭을 들어 어깨에 매달고는 이전 보다 더욱 진한 웃음을 보였다. 그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네. 타이덴 학생. 똑똑하군요. 역시 스승이 좋으니 제자도 똑똑한 거겠지요?"


    평소라면 비난의 소리가 여지없이 터져 나왔겠지만 주위는 조금씩 흐느끼는 소리만이 새어 나왔다. 그럴수록 제자들의 스승은 더욱더 웃음을 지었고 이내 경련이 일 정도가 되었다. 스승은 노력하고 있었다. 최고의 미소로 최고의 이별을 하기 위해. 물론- 그 어느 이별도 최고의 이별이 될 수는 없다.


    "이제.. 마지막 수업을 하겠어요. 모두 잘 들어요. 이건 여러분이- 아니 제가 가장 아껴두었던 가르침입니다. 모두들 열심히 듣고 적으세요. 이건 두고두고 생각해서 훗날의 밑거름이 되게 하십시오. 왜냐하면 오늘 수업으로 모두 이해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후.
    흐느끼는 제자들과 미소짓는 스승 사이에는 열띤 목소리와 사각거리는 펜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만이 들렸다.
    제자는 아무도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스승은 무거운 마음을 미소로 지워버린 채.
      

    리아 유시테스. 스물 일곱으로 보이는 그는 이제 막 자신의 꿈을 진행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키득...>



    출렁



    일렁이는 불빛들 아래 어둠에서도 빛을 발하는 순금빛의 사람과 그 밑에 쓰러져 있는 검은 물체가 있었다.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비릿한 향기가 고요한 공간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조용한. 하지만 소란스러운 그 공간엔 그 두 사람만이 존재했다.

    하지만 소리를 내는 것은 순금빛의 사람만이 아니었다. 미약하게 가느다란 숨소리가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하아...흑.."


    검은 물체는 전의 파공성과 함께 비명을 지르던 네코였다. 그의 눈은 초점이 없이 멍하니 풀려져 있었고 온 몸을 상처투성이였다. 하지만 그만이 상처를 입은 건 아니었던지 순금빛의 사람- 댄도 한 쪽 팔이 잘려진 상태였다. 댄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둥실 떠오른 자세로 네코에게 다가갔다.


    "흐응... 그래, 네가 날려버린 팔에는 내 검이 있었지. 좋은 발상이었어.. 난 이제 검을 뽑을 수 없으니."



    댄은 잠시 비웃음을 띠다가 네코를 호위하듯 그의 주위에 머물고 있는 초록색의 구체들을 보자 대번에 인상이 구겨졌다. 그러고는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그 망할 것들이 너에게 건 축복인가 보군. 성가시게!"


    그녀는 나머지 한 쪽 팔을 내뻗어 초록색의 구체들을 파괴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발을 들어 네코를 짓밟으려 해도 그 구체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그를 감싸안았기에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이내 댄은 입술을 실룩이더니 허공에 네모난 화면을 만들어 냈다.


    "할 수 없군. 죄다 죽여야 하는 건가?"


    그녀는 손가락을 퉁기며 화면 속의 아쿠아, 혈, 혈화, 이루, 그리고 혼수상태인 네코를 바라보았다.


    "모조리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자꾸 성가시게 구는 군."



    댄은 차가운 시선을 화면에 보내다가 다시 손가락을 '딱'소리가 나게 퉁켜 화면을 사라지게 다음 스르륵 사라졌다.



    남겨진 네코는 힘겹게 눈을 돌리며 아까 전의 충돌로 인해 뚫린 배에서 비어져 나온 내장들을 떨리는 손으로 다시 집어넣으며 초록색의 구체 중 작은 것을 집어들어 그것을 상처에 대었다.


    "큭...후으."



    그러자 초록색의 구체는 점점 네코의 몸 속으로 스며들어 그의 상처를 서서히 아물게 했다. 하지만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닌지 커다랗게 피멍이 든 자국과 흉터가 배에 남아 있었다. 고통이 줄어서 인지 조금씩 제정신을 차려 눈의 초점을 맞춘 네코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 있는 것이라곤 댄이 사라진 직후 보이기 시작한 회로들과 오색의 구체들. 그리고 점점이 흩뿌려진 자신의 피와 전의 일격으로 완전히 짓이겨진 댄의 팔 한 쪽의 파편이 즐비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그는 이내 긴 붕대를 생성해서 아물지 않은 상처를 싸매었고 느릿느릿 무릎으로 몸을 움직였다.



    [아직.. 아냐, 나는 할 일이 있어.. 여기서 마냥 있을 수야...]



    쿠웅



    "헉..!"



    그는 갑자기 위에서부터 가해지는 중압감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 심력이 너무 많이 소모되었던 탓인지 그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더 이상의 진전은 그에게 무리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말할 기운은 남아있었던지 네코는 목청을 높여 욕을 해대었다.



    "제기랄...!!! 난 어서 심층 의식으로 가야한다고...!!"  




    네코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중층 의식에 울려 퍼졌다.






    +++





    "그 재미있는 일이 뭔지 말해보..."


    퍼어엉!


    "흐억!"


    갑자기 터지는 폭발에 나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뒤로 재빨리 물러나야 했다.
    재미있는 일을 말한다면서 갑자기 공격하다니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방심을 시킨 뒤 조용히 죽여버리기 위해서?


    <으음- 그 아이가 부르는 군.>


    "...부른다고요?"


    나는 잠시 얼얼해져서 거대한 주작(朱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어벙한 내 얼굴을 보고는 빙그레 웃.. 아니 웃음 짓는 것 같은 느낌으로 날 보며 입은 열지도 안았는데 들려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또 다른 이가 말하는 것 같아 섬뜩하기도 했다.


    <부르고 있어. 무척이나 노했군. 아마도 너희는 살아서 여길 나가기엔 글러먹은 것 같아.>


    흐읍. 정말 표정하나 짓지 못하는 얼굴이지만 그 거대한 몸에서는 살기와 함께 광기가 흘러나오니 사람의 얼굴이라면 공포에 질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날개를 푸드덕 거렷다. 그러자 사막의 모래가 순식간에 밀려나더니 이내 온통 하얀 공간이 생겨났다.


    내 옆에 있었던 러버씨는 주작(朱雀)을 올려다보았다.


    "재미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그의 회청색 눈동자가 잠시 나마 일렁거렸다.
    그러자 주작(朱雀)은 잠시 날개로 부리를 쓰다듬다가 길게 음을 끌었다.


    <음......정정하지. 재미있는 일이 아니라 반가운 일이다.>


    "반가운 일이라 함은. 저흴 살려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러버는-이제 씨라는 호칭은 버리기로 했다.-믿어지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주작(朱雀)을 봤다. 세상에 이제 조금만 있으면 러버와 나를 죽인다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데에도 살려준다는 것은.. 하지만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일 수도 있었다.


    <살려주는 대신에 카티스가 모든 생명에게 부여한 어둠을 가져가지.>


    "..!!"


    어둠을 가져간다고?!
    그렇게 했다간 엘프도 아닌 주제에 난 평화와 조화를 상징하는 엘프꼴이 날 것이 분명하고 원래가 카티스의 어둠에 기인한 마신(魔神) 아린게쓰의 첫 번째 아이 다크 엘프는 거의 죽어나가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난 너흴 죽여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러두지.>


    양자택일.....하지만 그 어느 것도 좋은 것이 아니며 파멸의 길로 이끄는 것이라는 것을 주작(朱雀)은 '살려준다'라는 포장으로 그럴싸하게 속여먹었다. 하지만 어차피 어둠이 없는 존재는 없다. 그러므로 그냥 죽든 이곳에서 나가든 어둠을 빼앗기면 그것은 생명선의 연장일 뿐 죽는 거나 다름이 없다.





    제길....!!!





    =============================

    자자!!
    짜증나는 기분을 날려보세 날림작 여는 글과 함께 찿아온-온온-
    스트로입니다.

    우후후;;

    이벤트........................................[먼산]

    당첨자 실피르디아님-

    제가 잘 모시겠습...ㄴ...[퍼억!]


    흠흠;; 어찌 되었든 오늘 소설 올린 겝니다;
    [그것도 무지 오랜만에;]
    요즘 돈에 시달리는 스트로 입나다아..........;ㅁ;

댓글 10

  • [레벨:9]id: 손고쿠

    2003.10.19 17:15

    다음편 기대 할께요^^
  • [레벨:24]id: KYO™

    2003.10.19 17:47

    아아악!!! 너무해에!!!!!
    살려준다는 말로 포장한 저주라니!!! (여기서 저주가 어디서 나와!!)
  • 루넬

    2003.10.19 19:32

    얍삽하다....
  • ㄷИㄴ1얼♡

    2003.10.19 20:11

    멋져.
  • [레벨:8]미서년살앙

    2003.10.19 20:29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유쾌하군.....[피식]

    ...선역들 따윈 다 죽어버...[깡]
  • [레벨:9]id: 루키페로스★

    2003.10.19 23:09

    -_-;; 사악한 서년..-_-;;;
  • [레벨:6]11.29[아쿠아]

    2003.10.19 23:47

    ㅇㅁㅇ;
    미서년씨...;
    근데...그럼...아신위주작도 죽을수있지 않나?
    -_-a
    주작이라고해도 지금은 댄언니의 몸안에 깃들어있는거 아냐?a
  • [레벨:9]ねこ[네코]

    2003.10.20 10:16

    핫핫핫=ㅂ=/
    ......난 죽는게요;ㅂ;?!
    아아아악;ㅂ;!! 죽기싫어;ㅂ;!!
  • Goku[혈이]

    2003.10.20 20:10

    오랜만에 와서보니..네코..다 죽어가는군..-ㅅ-;;
  • [레벨:4]★스트로베리밀★

    2003.10.20 20:40

    움무핫핫핫!!!!!!!!!!!!!+ㅁ+
    [사악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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