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타지]클로로마이세틴#29
  • 나는 여기에 있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공기가 있다.
    새로운 곳
    낯 설은 곳
    그 곳에서 검은 숲의 은자는 나에게 말한다.

    "너는 앞으로 억겁의 짐을 짊어져야 하되 100년도 안 되는 인생에서 그 일을 마치려무나."











    "...또 다른 사방신(四方神)의 기운이 느껴져."


    "실피. 대체 어딜 가는 거야?"


    "..넌 그 입 좀 다물어. 어린애가 어린애답게 꽥꽥거리기는."


    "....무슨 말이야?"


    "몰라. 흥."


    분홍색의 엄청나게 튀는 색깔의 머리카락을 한 소녀는 등에 매달은 은으로 도금이 되어 섬세하게 세공이 된 공격용이기보다는 장식용으로 보이는 롱 보우 long bow를 튼튼하고 질긴 검은색의 광택이 나는 가죽 벨트에 꽉 조여 단단히 매들고 있었다. 그 토끼처럼 새빨간 눈은 마치 화라도 난 듯이 노기를 띠고 있었고 그 뒤에는 은색의 머리카락을 층을 내어 잘라 옆머리는 내리고 뒷머리는 하나로 녹색 끈으로 모아 묶은 또 하나의 소녀가 안절부절 한 얼굴로 분홍머리 소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흐으응. 명이는 절대로 그런 적 없어!"


    은색머리의 소녀 명이는 붉은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며 볼을 부풀렸다. 그건 정말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실피라고 하는 그 온통 분홍빛 소녀에게는 눈엣가시처럼 보였는지 명이가 그렇게 해도 여전히 '흥'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러자 명이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더니 점점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실피를 붙잡았다.


    "...미안해. 명이는... 그 사람을 찾아야 한단 말이야."



    "...."



    실피는 명이를 슬며시 흘겨보았다. 아직 처녀티도 나지 않는 어린 계집애. 그 또래의 힘 센 사내애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할 쇠로 만든 진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허리에 달고 다니는 괴물 같은 아이. 저 순해 보이는 아이가 자신을 이리도 붙잡으면서 따라가려는 것은 분명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 알게 해 주었다.




    결국 그녀는 크게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 마음 잘 알겠으니 따라와요."



    결국 실피는 명이의 간청에 그녀를 여행에 동행하게 하기로 했다.
          


    "꺄아아아!! 실피! 고마워요!"



    명이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실피의 옆에 바싹 붙어서 기쁜 얼굴로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실피는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명이의 수다를 들어주게 되었다.



    하지만 명이와 수다를 떨면서도 실피는 다른 생각을 했다.



    [그건 주작(朱雀)의 힘. 하지만 아직 주작(朱雀)의 아신위는 태어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주작(朱雀)의..?]



    실피는 노을이 져서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모르지만 핏빛으로 보이는 기운이 떠도는 남쪽 하늘을 보며 불길한 생각을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큰일인데...그 존재가 폭주 할 지도 몰라.]



    명이는 골똘히 수다를 멈추고 근심 어린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실피를 관찰했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지만 명이는 그녀가 왜 그런 것인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직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




    "푸훕!!"



    <큭큭큭..>



    네코는 등에 길게 상처를 입은 채 피를 흩뿌리며 뒤로 물러섰다.
    놀랍게도 그는 자력으로 댄의 지배를 물리쳤다. 하지만 이미 그의 정신 체는 흐릿해져 있었다. 헉헉대는 그의 숨결이 넓은 공간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는 댄아닌 댄은 순금빛의 검을 손에 쥐어들고 땅바닥에 점점 흘러서 웅덩이를 만들고 있는 비릿한 향기의 검붉은 액체- 피를 보면서 웃었다.



    네코에 대한 비웃음일 것일 댄의 웃음은 이내 싸늘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후후후. 재미있었나? 그런가요? 우후후. 자력으로 빠져나 온 것은 칭찬할 만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댄은 손을 들어올려 손가락으로 '딱'소리를 내자 주위는 순간 하얗게 변하더니 위아래 구분이 안가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앗?!"



    다크가 그의 눈앞에 선명히 들어왔다.
    온통 새파래진 모습으로 물 한 모금 마시지도 않은 것 같았다. 대체 저게 뼈다귀인지 아니면 살아있는 생명체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다크는 변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가 이 정신 세계 속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느리게,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는 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상대의 생명을 깍아 내리는 환영 마법 데스 데이 드림(death day dream)을 걸었지.>



    댄은 마치 다크가 바로 눈앞에 있다는 듯 싸늘한 냉기를 품으며 손가락을 들어 다시 화면을 돌렸다.
    그곳에는 네코와 그의 일행들이 보였다. 헐떡이는 자신의 모습과 진땀을 흘리는 사람들.



    네코는 나이트메어(nightmare)가 그 검은 힘을 자신에게 씌운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생명의 정신을 파괴하는 능수 능란한 교묘한 밤의 이방인. 네코는 서서히 자신의 정신이 붕괴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의 몸이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것은 비할 데 없는 공포였다.



    <자멸해라.>



    네코의 연갈색의 눈동자는 검게 물들었다.



    <나를 방해하는 어리석은 자. 자멸하라!>



    "그만...!!!!"




    네코의 비명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파공성이 터졌다.





    +++




    <꼴 좋군.>



    "........."



    보인다.
    보여.
    댄의 얼굴. 아니.. 주작(朱雀)의 얼굴?
    멋진 곡선을 이루는 부리에 진홍빛의 빛에 따라 오색으로 빛나는 날개. 강인한 육체.
    그리고 거대하다!



    <후후. 그 소녀는 참으로 마음에 들었어. 바보 같은 성격을 조금 고쳐주기는 했다만.>




    주작은 왠지 얼굴을 실룩이는 것 같이 보였다.-새의 머리이기에 표정을 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그건 비웃음이겠지. 우리들에게 대한! 난 그가 노란 앞발을 들어 땅을 짚을 때 혹시 날 밟으려는 것이 아닌가 불안에 떨기도 했지만 주작(朱雀)은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발을 내디딘 것뿐이었다.



    "어인 일로 행차를? 아, 그렇군요. 이제 죽는 겁니까?"



    러버씨는 다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든 게 끝이 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런 것으로 저런 말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서려 있었으므로.



    <아니. 고작 처리하러 온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그럼?"



    나는 뒤이어 물었다.



    <너희를 죽이기보다는 더 재미있는 일이 생각났지.>







    ...재미있는 일?!

    ==============================
    여는 글을 해석하자면;; 음; 작은 것이 큰 파도를 몰고 온다는 말입니다;; 화자는 새로운 곳에서 태어난 것이고; 그리고 인간이며 100년도 안 되는 인생에서 앞으로의 몇백 몇 천의 역사-문명 같은 것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거죠;;예에;;  

    그건 그렇고 오랜 만이네요;;

    좀 아파서 늦었답니다;;[켈록]
    짧아서 미안해요;ㅁ;


    우후후.

    오늘 네코의 운명을 결판지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길게 이어질듯;;
    [다른 것들도 쓰다보니;;]

    심히 고민 중입니다;;
    죽여야 할지.
    아니면 살려야 할지;;

    뭐 죽였다간 다굴당할 것 같다만...........;;

    그럼 다음 편에서 뵙죠;;
    [생글]

댓글 10

  • [레벨:9]id: 손고쿠

    2003.10.15 21:50

    다음편 기대 할께요^^
  • [레벨:5]Sizka

    2003.10.15 21:54

    아팠다니-_ㅠ

    다음 부터는 아프지 말았으면 하구요...

    소설도 기대할께요^^
  • [레벨:8]미서년살앙

    2003.10.15 22:23

    드디어 썼구나>ㅂ<
    에에..........
    나는 그냥 영원히 잠들어 있을게=ㅂ=
  • [레벨:6]11.29[아쿠아]

    2003.10.15 22:53

    죽으면 안되-;ㅁ;
    죽으면 반전이긴 하지만
    네코는 죽으면 안되-혈이와의 러브러브는 어쩌고;ㅁ;
    (네가 왜 상관하는거야-_-;)
  • ㄷИㄴ1얼♡

    2003.10.15 23:51

    다 내탓이오;ㅁ; [퍽]
  • Goku[혈이]

    2003.10.16 00:53

    러브러브는 필요없지만...죽이지마-ㅅ-[번뜩;]
  • 루넬

    2003.10.16 07:40

    ;;;;;;필요없지만....혀..혈이 무슨 소리를...그런소리하면 안되지..
  • [레벨:4]★스트로베리밀★

    2003.10.16 19:33

    으음..............러브러브...........................
  • [레벨:9]ねこ[네코]

    2003.10.16 21:46

    나... 나 죽으면;ㅂ;//
    죽으면.. 죽으면.... [중얼중얼]
  • [레벨:9]id: 루키페로스★

    2003.10.18 12:55

    난... 네코를 죽였으면.하는 작은 소망이 있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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