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타지]클로로마이세틴#19
  • 오로지 내 앞에 보이는 것은 은빛의 파도.
    그가 서있고
    황금빛의 맹세의 인이 그의 하얀 팔에 쓰여져 있다.
    보랏빛의 눈에서 또르르 굴러 내 발 앞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그 눈물은,






    은루(銀淚)-.













    "하악! 하악!"





    갑자기 숨이 트여진 기분이다.
    몸의 곳곳의 세포들과 혈액들은 마구마구 요동치며 잔인하리 만치 산소를 원했다.
    나는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나는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 마셨다.




    끼이이이잉--





    주위로 따스한 빛을 발하며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오는 은빛의 스태프.
    이제는 이름을 가진 자이며 나의 동료이자 무기.





    "네이리튼..."






    나는 손을 뻗어 네이리튼을 잡았다. 그리고 잡자마자 금속 특유의 차가움과 단단함 대신에 부드럽고 후끈거리는 열기가 손을 타고 몸에 전해졌다.
    더불어 마력이 충만해 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강해진다는-건가?







    <눈을 떠라. 그리고 자각해라 나의 주인 엔리크.>





    네이리튼은 내 본명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의식의 망해(亡骸)에서 서서히 떠오를 때. 나는 전과는 다른 느낌이 온 몸을 휘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주위에 마나가 응집되어 마치 반딧불이 내 주위로만 몰려들은 것처럼 보였다.
    하늘은 아직 밤이었지만 여명(黎明)이 보이는 것을 보니 조금 있으면 환상적인 보랏빛 하늘이 떠오를 것이다.
    이윽고 나는 내 발 밑을 내려다보았다.






    "아신위..주작(朱雀)..!!!"





    거대한 새가 검은 장막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는 자를 호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휘휘 둘러 내 일행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시력이 전의 몇 배나 좋아진 나는 처음으로 러버. 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잎이 무성한 아름드리 나무에 올라가 몸을 숨기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크-엔리크! 드디어 정령(精靈)이 진정으로 그대를 모시겠다고 맹세했군요오오?>






    그가 전음을 보내왔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사람들의 상태를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에 보니 아쿠아씨는 일찌감치 자리를 피신한 것 같았다. 언뜻 보면 혼자 살기 위해 도망을 친 것 같았지만 그녀 성질에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있나. 아마 짐이 될 것을 염려해 어딘가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아! 일단 안 좋은 사건이 있었는데 말입다아아~혈화씨가 크게 다쳐버렸어요.>




    "?!"




    혈화...그가..크게 부상을 당했다고?!
    말도 안돼!! 어지간해서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그가 어떻게 쓰러진단 말인가.





    <어, 어찌된 일입니까?!>





    나는 놀라서 순간 전음을 강하게 보내버렸다.




    그러자 러버씨는 약간 충격을 받은 듯 하다가 다시 조리 있게 말을 정리해 전음을 보내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이 있었는데- 글쎄 땅 밑에 좀비가 아직 살아있더라구요오오~? 그 좀비가 하필이면 혈화씨 발목을 붙잡는 바람에 완전히 허점 난무-가 되어 그대로 넉 다운! 되었죠오오~>




    아, 이런 그런 재수없.........그, 그런데 러버 당신은 대체 왜 웃는거야아아!!!
    그것도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그, 그럼 가장 뭔가 있을 것 같은 댄 누님의 일은?>




    이 사건에 가장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은 댄 누님이었다. 그녀는 미서년씨의 누이일뿐더러 이 일의 시발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얼마든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나는 긴장한 그대로 러버씨의 다음 전음을 기다렸다.




    <그녀는..살아있습니다.>





    "..."




    나는 그의 말에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마치 불운한 일을 복선적으로 나타내듯이. 어쩌면 그녀는 진실을 알고 스스로 동생과 싸우겠다고 할 지도 모르지-. 나로서는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존재도 아니죠.>




    살아있으되 살아있지 않다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댄 누님이 조종이라도 당하고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러기엔 억지스런 면이 많았다. 다시 러버씨의 전음이 내 대뇌에 전달되었다.






    <스스로 주작(朱雀) 몸에 가두기로 작정했습니다아. 댄 그녀는..너무 거대한 존재를 받아들이고 말았죠.>






    순간 나는 지상으로 몸을 떨어뜨릴 뻔했다. 인간의 몸으로 성수를 몸에 가둔다고? 타고난 것도 아니고 영의 체질도 아니고서야 인간이 그 거대한 정신 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인가? 스스로 택한 영혼의 아신위도 아니면서!!






    나는 그녀가 다치길 원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녀를 속였던 죄책감도 있고 또 그녀에게서 받은 마음이 있었고..
    그리고 이제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너무 무모해!! 그래서, 그래서 그녀는 지금 어디에? 스스로 아신위가 되기로 했던 그 몸은 온전합니까?>





    몸이 온전할 리는 없었지만 알고서도 나는 그렇게 물었다. 예상대로 러버씨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거대한 주작(朱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손이 가리키는 곳의 끝에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댄.. 그녀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검은 장막. 미서년 그는 믿어지지 않는 다는 듯이 그 앞에서 계속해서 치유의 인을 맺고 있었다.






    주작(朱雀)과 아신위가 되기로 했던 영혼-. 그 둘은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었다.
    보기에도 안쓰러워 보여. 주작(朱雀)의 선홍빛 몸체가 들썩일 때마다 댄 누님 그녀도 함께 숨을 내몰아 쉬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직업에 맞는... 치료사다운 인격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친 순수는 자신을 망치는 것. 그 순수에 의해서 그녀는 지금 생과 사의 길을 걷고있었다.





    <주인이 원한다면 그녀를 살려주지.>





    "?!"







    미성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울렸다.
    알고 보니 네이리튼이 내게 전음을 걸어온 것이었다. 처음부터 대단한 물건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 대하고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놀란 가슴을 다잡고 나는 스태프의 맨 끝에 달려있는 보랏빛의 커다란 보석에 대고 말했다.





    "......정말 살릴 수 있나?"






    스태프에 박혀진 보랏빛의 커다란 보석. 그것을 손으로 감싸쥐고 있자 불안했던 느낌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물론. 주인의 의지하라면 저런 어리석은 여자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살려낼 수 있다.>




    핫, 말투는 무례하기 이를 데 없지만 지금 든든하기로 친다면 네이리튼 만큼 의지할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럼...부탁해. 네이리튼."




    그 한 마디를 내 뱉은 순간 의식이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도 끝도 없이..




    "아-이거 몸이 너무 허약해. 전번 주인보다 못하잖아 이거?"




    핫!! 이, 이게 무슨 소리?
    나는 입을 연 적이 없다. 그렇다면...서, 설마아아?!




    "그 설마 가 맞수다 주인. 그런데 너무 부실한 거 아닌가?"




    ...네 입장으로 보기엔 그렇게 보여도 이 정도면 맨 날 책방에서 썩은 몸의 체력으로는 대단한 거다!!
    아아, 주인이 되고서도 이런 대접을 받다니 이젠 아무 것도 기대가 남지 않는구나. 누군 이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아냐고!





    "하지만..뭐 천천히 다듬어 가면 되는 게 몸이니까 상관없어."





    강제로 주인은 표면 의식 속에서 몰아낸 네이리튼-이 무슨 날벼락인가!-은 준비운동을 하는 것인지 몸 이곳저곳을 풀며 밑을 내려다보았다. 이 은색의 스태프. 이처럼 오만불손한 정령(精靈)이 깃들은 ago staff-애고 스태프-도 없을 것이다.





    "그럼 이만 가보실까!"





    나...아니, 네이리튼은 내 몸을 움직여 기척을 최대한 줄이고 미서년씨 옆에 다가갔다.
    평소라면 해내지 못할 일들을 내가 하고 있다니 묘한 기분이었다. 네이리튼은 손에서 자색의 종이를 꺼내더니 그걸 최대한 앞으로 향하도록 한 다음 손으로 찧었다.





    쩌저저적!!!






    이제 보니 그건 스크롤이었다. 대체 이 스태프-네이리튼은 휴대용으로 스크롤까지 들고 다닌단 말인가?!
    내가 속으로 놀라고 있는 사이 스크롤의 마법은 이미 발동되어 차가운 얼음을 형성해 앞으로 쏘아져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 둔탁한 타격 음이 들려오고 그 다음 피가..흘러야겠지만 아쉽게도 주작(朱雀)은 성수라는 것의 이름에 걸맞게 힘든 상황에서도 주인을 지키려는 지 날개를 들어 미서년씨가 다치지 않도록 했다.





    "기가 막혀서, 썩을 놈의 비만증 새 같으니라고. 의식을 잃어도 지킬 것은 지키겠다고?!"






    아, 아 이건 내가 아니다!! 절대 아니란 말이다아아!!!





    나는 속으로 절규를 외치고 있었지만 저 멀리 러버씨와 합류해 혈화씨를 치료하고 있는 네코가 입을 떡 벌리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그는 네가 실성해 미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들과 온갖 망상에 엄청난 패닉 증상을 일으키고 있겠지. 그 와중에도 네이리튼은 잘도 남의 몸을 빌려서는 광기를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일행들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지고...




    저건 내가 아니라니까!!!




    "흡...이제는 아예 전면전으로 나서겠다는 건가?"




    미서년씨가 콜록거리다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사실 이건 내가 아니지만 내 의지 하에 네이리튼은 움직이는 거니까-그래봤자 지금 이 상황에서는 복종한다는 말 자체가 의미를 잃고 있었다.-인정은 하겠다만.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아프다. 싸구려 동정심인가?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비난받을 감정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주인의 명에 따를 뿐. 전면전이고 뭐고 저 여자를 내놔라."




    네이리튼.. 너무 직설적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주인의 명에 따른다고?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모르겠군."




    미서년씨는 이 상황의 진위를 모르고 있었다. 무리도 아니지. 이런 경우가 어디 흔한 일인가? 아마도 그와의 타협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미 나에대한- 그때의 일에 대한 증오에 막혀 더 이상의 용서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으니.





    결론은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너를 베어 저 여자를 데리고 갈 수밖에."





    아!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 모습은 정말 분위기 만점이었다.
    내가 언제 이런 힘의 중압감을 낼 수 있던가. 대리만족일지는 몰라도 나는 나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희망이 보인다는 것을 알고 감격했다.





    내가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네이리튼은 들고 있던 스태프를 들어 마법을 걸었다.





    "대지의 기운은 저를 도울 것이며 대지의 기운은 저의 적을 멸하리다!!"





    자, 이제 타협의 여지는 없다.
    그럼 나에게 남은 것은 전투를 즐기는 것뿐!






    =====================================

    아아.........................
    대략 망상의 세계를 오가는;;;

    그나저나 반전의 반전.....................
    막상 쓰고보니......;;
    포기하는 것이 좋을 성......[그러다가 다시 부활할지도;;]

    냐아아~;ㅁ;

    너, 너무 적어서 죄송합니다아아~;ㅁ;

    참고로 맨 앞의 여는 글의 주인공은..................................................

    대략 브라보스태프★☆네이리튼☆★!!!!!!!
    [그나저나 은루(銀淚)라고 하니 비하인드 스토리가 마구마구 떠오르는;;]

댓글 7

  • [레벨:8]미서년살앙

    2003.09.24 22:36

    아하하하하하-;▽;

    자자-....이제 악인 미서년의 반격이 시작되오!!!!!![끌려간다]
  • [레벨:4]★스트로베리밀★

    2003.09.24 22:44

    냐하하핳-
    이제 악인 무적막강의 집사 미서년은 자신의 애검 을 들고 미친듯이 피를 난무하며 대지가 움푹파이고 산이 날아갈 정도로 무시무시한 괴력과 SF사상 최고의 액션씬을 브라보성깔스태프 네이리튼과 펼치는.....................................................................




    에.........;;;죄송합니다..;;ㅡㅅㅡ;;
    [뭔 짓이냐!!!퍼어어어어어억!!!;;]
  • [레벨:4]ㆀ마계천정ㆀ

    2003.09.24 22:46

    ;; 끝내주게 잘씁니다 스트로씨.ㅋㅋㅋㅋ >ㅁ< 담편 원츄가 되옵니다 푸허허허~~
  • [레벨:8]미서년살앙

    2003.09.24 22:48

    와아아아아-;ㅁ;/
  • [레벨:6]11.29[아쿠아]

    2003.09.24 23:34

    나..나도 전투씬에 참가하고 싶은데에-;ㅁ;
    나도 꽤 강한 설정이란 말야-;ㅁ;
    정령...정령은 어디에에-;ㅁ;
    그러고 보니...나 정령을 정령왕까지 부를수 있도로.ㄱ..[퍼억-]
  • [레벨:9]네코메이

    2003.09.25 00:49

    대단한 글빨이야;ㅅ;!!!
    아아- 멋지다아아아아아+ㅂ+///
    다음편도 기대할게>ㅈ<//
  • [레벨:9]ねこ[네코]

    2006.07.09 19:04

    그러니까 거의 먹혀버린 거구나(...)
    의식 되찾을 .... 순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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