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습기 가득 찬 지하실..
아무도 없을듯한 그 곳에는 천장에서 전구가 꺼질 듯 말 듯한
위태로운 빛을 겨우겨우 발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낮이 되어도 빛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눅눅하다못해 불쾌하기까지 한 지하실은
새된 비명소리와 날카로운 마찰음과 둔탁한 구타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의자에 묶인 팔계의 손목은 이미 붉어진 채 피마저 흐르다가 굳어버린 지 오래.
흑단같은 머리칼은 공중에서 정처없이 흔들리고 있었고
그와 대조되는 흰 얼굴은 창백하리만치 핏기가 없었다.
붉은 입술을 오기로 물다가 끝내 검은 핏덩이를 뱉어내는 동시에,
한치의 떨림 없이 삼장을 바로 쳐다보던 팔계의 눈은 두려움이나 공포와는
다른 이름으로 미미한 떨림을 보이다가 곧 아래로 떨구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몇 시간동안을 미친듯이 구타하기를 멈추지 않다가,
팔계의 고개가 힘없이 떨구어지고 나서야 손을 거두고서도
숨을 몰아쉬지도 않을 뿐더러 미미한 호흡의 변화조차 보이지 않고
팔계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삼장의 모습은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히 모자람이 없었다.
다만 팔계의 찢어진 옷과 처참하게 피로 물든 피부만이 구타의 강도가
어느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주었을 뿐-.
팔계가 고개를 떨굼과 동시에 숨막힐 듯한 정적은 시작되었고,
간간히 들려오는 곧 멈춰버릴듯한 안타까울정도로 여린 팔계의 숨소리만
계속 반복되는 아슬아슬한 정적 끝에는 삼장이 서 있었다.
".........고개 들어."
그 말을 듣자 마자 혼미해진 의식 속에서도 팔계의 몸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난 두번 말하는걸 좋아하지 않아.. 당장 고개 들어.."
팔계는 몇 번이고 움찔거리기는 했지만 결국 고개를 들지 않았고,
곧 삼장의 손이 팔계의 뺨과 부딪혀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고,
또다시 팔계 입으로 피가 내어나오고 나서야 팔계의 고개가 삼장의 손에 의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거칠게 올려졌다.
두려움이나 공포와는 다른 이름으로 미미하게 떨리는 눈-
아마 그것은 증오가 아닐까....
한참을 그렇게 팔계의 눈을 쳐다보던 삼장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리면서
비꼬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런 오만함이 좋아.. 사람을 망치는 키워드가 되지.."
"입.........닥...쳐.........."
".....큭큭....언제까지 그 당당함이 유지될련지..?"
"......무.......슨....개소리....를...쿨럭....."
팔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삼장은 금방전에 익살스러움을 찾을 수 없을 만치
냉정한 눈빛으로 변해 있었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난... 버르장머리 없는 애완동물은.. 가만히 두고보지만은 않아.."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삼장의 얼굴은 팔계의 허리쪽으로 향했고,
피투성이가 된 채 너덜너덜해진 옷을 올리더니 팔계의 옆구리쪽을 사정없이 깨물었다.
그와 동시에 팔계의 입에서는 절규와도 같은 비명소리가 새어나오고,
삼장이 입에 무언가를 든 채 다시 일어서서 뱉어내는 것은...
얼마전 까지만 해도 팔계의 허리부분이었을, 피투성이가 되어버린...살덩이........
팔계의 옆구리에서는 아까 그렇게 흘리고도 남아있었는지 피가 샘솟듯이 나오기 시작했고,
생살이 뜯겨나가는 고통을 견디다 못한 팔계는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그리고 삼장은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핏덩이를 보고는 구두로 자근자근 밟아버릴 뿐-.
이 모든것이. 사랑이 담긴것도, 악의가 있는것도 아닌, 그저 장난에 불과한 일-.
그렇게 의식을 잃어버린 팔계를 한참 내려다보던 삼장은 아무런 치료도,
위로도, 사과도 하지 않은채 냉정하게 고개를 돌려 문으로 향했다.
문득 밖으로 향하는 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대는 순간-
기절한줄만 알았던 팔계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분노에 가득찬 소리가
삼장의 귓속으로 후벼파기시작했다.
"...꼭....내손으로........널.........죽여......버리겠어.................."
"......할 수 있다면야..."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만 돌린 채 입꼬리를 올린 채 비웃듯이 말을 던지고 나서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버린 삼장이었다.
그리고 문이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면서 닫기고
철컥거리며 자물쇠가 채워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팔계의 고개는 힘없이 옆으로 떨구어졌다.
========================[개솔잡솔]======================
...이 글은 3초 후에 자동 폭파.. [또 그소리냐!!!]
* 우니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4-27 12:07)
* Angelica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5-16 16:37)
* 우니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5-21 20:20)
팔계는..오정거데...-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