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피의 꽃 : 둘째장 (2-5) - 추억속에 파묻히다.
  • 조회 수: 491, 2008-02-06 05:54:35(2007-06-08)












  •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 했던
    많은 시간들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너를
    만나지 않을거야.

    그렇게 사랑했던 너를
    다시 만나면,
    내겐 다시 아픔이 남겨질까봐
    난 널 아는 척 하지 않을거야.






















    추억속에 파묻히다
























    " …그래서, 너는 여름방학이 되면 어딜 갈꺼니? "
    " 여기 남아서 공부를 해야죠. "
    " 어차피 여왕은 너가 되잖아? "
    " 복습예습 모르나요? 이엔씨는 공부를 더 해야 겠어요. "
    " 난 안해도 되. 이미 몇백년을 산 삶이야. 모르는건 더더욱 없지. "
    " 그래요? "
    " 그런 셈이지 "
    " 정말 비꼬길 잘하네요. 레이한테 들었지만. "
    " 레이가 나에대해 무슨 말이라도? "



    따듯한 화창한 날씨 오전에 이엔과 에클레시아는 정원의 탁자에 앉아 얘기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은, 꾸준이 예습
    복습을 하는 에클레시아의 곁에 다가와 말거는 이엔이었지만.

    그리고, 갑자기 레이 이야기가 나오자 두사람 속에 어색한 침묵만이 자리잡혔다.
    요새 성밖을 들락날락 거리는게 일상인 리이넨과 이젠은 너무 바빠서 에클레시아를 미처 만나지를 못했다. 그래도, 마족과
    의 전장에 나가 있는 동안 에클레시아가 보낸 편지를 틈틈이 받아보는 통에 레이가 여왕자리를 박차고 떠났다는걸
    알고 있었다.

    레이가 떠나갔다는 편지를 받은 리이넨은, 오일후에야 에클레시아에게 답장했다.
    그다지 화를 내는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리이넨은 모든 걸 엿보는 자이니까.



    " 그런데, 이엔씨는 전장에 안나가나요? 신관인 리이넨씨도 나가는데. "
    " 아직 우리 적기사단은 부르지 않았거든. "
    " 그리고 요새 쿄우씨가 보이질 않네요. 아직도 화해 안했어요? "
    " 글쎄…화해 해야 하나? "
    " 또 삐뚤어진 소리만 하는군요. "

    " 그리고 출전요청 당한건 흑기사만이라구!! 청기사단장인 키엔 아이루스도 놀고, 녹기사단장인 실피시 라이즈도 노는데
    왜 하필 나만 가지고 그렇게 갈궈대!? 너 나한테 뭐 원한 품은거라도 있어!? "




    결국 이엔이 조목조목 따지더니, 결국엔 가만히 있는 청기사단장인 키엔과 녹기사단장인 실피시까지 끌어대며 말했다.
    그런 이엔을 바라보더니, 에클레시아는 조용히 홍차를 들이마셨다. 마족과의 전쟁에서 피터지게 싸우는 리이넨쪽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이엔이 계속해서 째려보자, 에클레시아는 들이마시던 홍차를 탁자위에 내려놓더니 입을 열었다.
    이엔을 도도하게 째려보면서.



    " 당연한거 아니에요? 할일없으면 기사단들 검술 연습이라도 더 시키세요.
    청기사단장인 키엔 아이루스님이나, 녹기사단장 실피시 라이즈님은 여왕폐하앞에만 갈때를 제외하곤 만나본적이 없으니까
    요. 그리고, 얘기해 본적이 없거든요. 두 사람은 잘 몰라요. "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었다.
    그리곤 에클레시아는 다시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책을 피고는 샤프를 들더니 중얼중얼 입으로 외우면서 책에 집중하
    기 시작했다. 이엔따윈 안중에도 없단 듯이.

    계속 공부만 하는 에클레시아가 따분해 못보겠다는듯이, (결국 따분한건 자신이었다) 이엔이 뒹굴거리다 벌떡 일어나 에
    클레시아가 집중하는 책을 탁 소리나게 덮었다. 순간 중얼중얼 외우던 에클레시아의 입이 멈추고, 눈은 이엔을 향했다.
    이엔이 실실 쪼개더니 손을 들어 에클레시아의 가느다란 손을 잡았다. 당황한 에클레시아가 뭐라고 묻기도 채 전에, 이엔
    은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 이봐요! 어딜 가는 거에요! "
    " 내가 소개시켜줄게. 청기사단장이랑 녹기사단장말이야. 그녀석들도 너한테 설교 좀 들어야해 ! "
    " 뭐라구요!? 어이가 없어서!! "
    " 어이없는건 나야!! "



    그렇게 둘은 말싸움을 하면서, 왕실기사단이 거주하는 성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와보는 왕실기사단의 성안.
    왠지 학교보다 더 으리으리하고 위엄있어 보이는 듯한 성안.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에클레시아를 보며 이엔이
    피식, 하고 쪼개었다.



    " 어때, 그딴 시시한 공부보다는 여기가 훨 흥미진진해 보이지? "
    " 됐네요. "
    " 흥 "
    " …… "




    그러다가, 이엔이 세갈래 길이 나타난 복도에서 우뚝 멈추어섰다. 그리고, 각기 다른 복도융단.
    앞으로 쭈욱 가면 검은색의 융단이 있었고, 왼쪽에는 푸른색의 융단, 그리고 오른쪽은 녹색의 융단이었다. 대충 융단을
    보면 알듯한 에클레시아.



    " 청기사단부터 가보도록 하죠 "
    " 응, 어딘지 알아? "
    " 융단보면 알겠어요. 도대체 누가 길을 몰라서 이렇게 융단을 깐거죠? "
    " 응……어떤 바보가 그래서. "
    " 그 바보가 이엔씨군요? "
    " 아아~ 예리한 여왕님은 정말 싫어 "



    그리고는 왼쪽으로 꺽어 앞장서서 걷는 이엔. 에클레시아가 뒤에서 못미더운 눈으로 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걸었을까. 다닥다닥 붙은 문들과는 달리, 아주 끝쪽에 커다란 문으로 청기사단의 표식이 묻어 있는 위엄있는 복도
    끝에 다다랐다.

    에클레시아가 그 표식을 바라보며 놀라하고 있을때, 이엔이 문을 똑똑 거리며 두들겼다.
    그런 예의있는 이엔의 모습을 보고는 에클레시아가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 이엔씨도 예의를 아는 인간이었군요. "
    " 저게 무엄하게!! 야, 키엔!! 너 있는거 다알아, 빨랑 문열어!! "
    " 키엔 아이루스님은 부재중이시니 간단한 용무만… "
    " 닥치고 열어. 아니다. 그냥 들어간다. 들어와, 에클레시아 "
    " 역시……예의를 모르는 사람이었어. "


    에클레시아가 한숨을 쉬며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는 이엔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청기사단장인 키엔 아이루스의 방은 꽤나 컸다.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천천히 구경하는 에클레시아. 이엔이 어디로
    가든 말든 상관안하는 에클레시아였다.

    그런 에클레시아의 행동이 짜증난다는듯 온갖 인상을 찌푸리던 이엔이, 쇼파위에 드러누워 검푸른색의 머리를 풀어헤지고
    누운 남자한테 다가갔다. 그리고는 자는척 하는 그 남자의 코를 꼬집은 이엔. 곧이어, 그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
    어나 코를 문질렀다.

    그런 남자의 행동을 보며 피식 웃는 이엔.




    " 뭐야, 너!! 내가 들어오라고 말도 안했는데! "
    " 언제는 허락받아야 들어왔나, 내가? 그나저나…정말 지저분하다. 키엔 아이루스 "
    " 흥, 넌 전장에 출전요청 안받았냐? "
    " 아직까지는 흑의기사단만 출전요청 받은듯해 "




    전장에 대해 얘기하던 키엔이 커피를 대충 끓여 이엔에게 주다가, 자신의 서재앞에서 이것저것 책을 꺼내 읽는 에클레시아
    를 발견하였다. 그리고는 커피를 마시는 이엔을 바라보자, 이엔이 아아, 거리며 대답했다.



    " 여왕후보 1위 "
    " 알고있어. 그런데 저 애가 왜 여기있어? "
    " 내가 데려왔어. "
    " 뭐하러? "
    " 따분하게 공부만 해서 "
    " 니가 따분해서 데리고 다니는게 아니고? "
    " …… "




    그런 이엔을 한심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키엔. 그리고는 쇼파에서 일어나, 책을 읽느라 정신없는 에클레시아에게로 다가
    갔다.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지자 놀라 고개를 들어올린 에클레시아.

    검푸른색의 머리에, 아주 맑은 푸른눈동자. 외모만 봐도, 그가 바로 청기사단장 키엔 아이루스 라는걸 알수 있었다. 그런
    생각이 퍼뜩 미치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난 에클레시아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쇼파에서 바라보는 이엔과 에클레시아한테 고개숙여 인사를 받은 키엔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약속이라도
    한듯이 동시에 배를 잡고는 웃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인사하자, 괜스레 얼굴만 빨개진 에클레시아.




    ' 뭐야? 왜 웃는거지? 내가 뭐 잘못한건가? '




    그러나 두 사람은 쉽사리 웃음을 그칠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무안한 에클레시아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머리만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오분쯤에 겨우 정신을 차렸고 키엔은
    에클레시아를 쇼파로 데려가 앉혔다.

    에클레시아가 자신의 옆으로 앉자마자, 다시 배잡고 힘없이 웃는 이엔. 그런 이엔이 기분 나쁜지, 에클레시아는 고개를
    돌려 키엔이 가져다준 홍차를 마시기만 했다. 그런 에클레시아를 보면서 웃음을 그치지 않는 이엔이었다.

    키엔은 에클레시아에게 뭐라고 말을 걸고 싶은데, 이엔이 자꾸 눈치없게 웃어버리자 키엔이 결국엔 주먹으로 이엔의 머리
    를 때리며 소리쳤다.




    " 조용히좀해, 이 바보멍청아!! "
    " 저기…그런데 왜 웃으시는 거에요? "
    " 하하하하하하 "





    그리고는 에클레시아의 질문에 이엔이 다시 웃어버렸다. 그런 이엔을 뒤로가서 흠씬 두들겨 패준 키엔이 옷매무새를 단정하
    게 하고는 에클레시아 앞에 앉았다. 그런 키엔을 보며 왠지모르게 에클레시아는 친밀감을 느꼈다.




    " 아까 웃은건 실례됬습니다. 에클레시아양. 단지, 고작 기사에게 앞으로 여왕폐하가 될 분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니 놀라
    웃은것 뿐입니다 "

    " 그럼 이엔씨는 비웃은게 되겠네요 "
    " 야!! 왜 나만!! "
    " 저런 바보는 상종하지 마시구요. 저를 찾아온 용무가 따로 있나요? "
    " 당연히 있지!! 너같은 놈은!! "
    " 아니요. 저는 없습니다. "
    " 너 빨리 저녀석에게 설교안해!? "
    " 하하하. 어디서 개가 짖나 봅니다. 에클레시아양 "
    " 그러게 말입니다. "




    미소 지으며 대화하는 두사람. 그런 두사람속에서 왠지 다굴맞으면서 소외감을 느낀 이엔은 결국엔 창틀에 고개를 괴고는
    꾸벅 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엔이 잠들자 키엔과 에클레시아 사이에서 조금은 어색한 침묵이 나돌았다.

    에클레시아는 키엔의 서재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가져와 홍차를 마시면서 보고 있었고, 키엔은 신문을 뒤적거리며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키엔이 신문을 다 읽었는지 신문을 접다가 에클레시아의 홍차가 담긴 유리컵을 보더니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 에클레시아양. 홍차, 더 갖다 드릴까요? "
    " 아…고맙습니다. "
    " 천만에요. "



    그리고는 키엔이 일어나서 홍차를 유리컵에 따르는 소리가 들렸다.
    쪼르르륵 -
    홍차를 가지고 와서 다시 자리에 앉는 키엔. 그런 키엔이 가져다 준 홍차를 마시며 에클레시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에
    클레시아를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에클레시아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 아니요. 홍차를 너무 잘 타셔서요. 그래서…맛이 좋달까. 끊임없이 마시게 되요.  "
    " 그럼, 여왕폐하가 되신다면 저에게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홍차를 계속 타드리지요. "
    " 말씀만 감사히 듣겠습니다. "
    " 그게 무슨? "
    " 저는 여왕이 될 생각이 없거든요. 여왕이 될 자는 따로 있습니다. "




    " ……마왕과 내통하는 여왕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역시.
    역시, 다른 기사단들도 이엔처럼 그렇게 의심하고 있었다. 뭐, 이제 이엔은 그렇지 않지만.
    그런 키엔을 바라보며 에클레시아가 단호한 얼굴을 한체 입을 열었다.



    " 레이는 내통한적이 없습니다. 키엔님도 들으셨겠지만… "
    " 키엔이라고 불러주세요. "

    " 키엔도 들었겠지만, 레이는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여왕후보입니다. 단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그러던 저에게 많은것을 알려주고 보여준것은 레이 샤인즈. 그 아이가 여왕이 될 그릇입니다. 저는 물러섰습니다. "





    에클레시아의 단호한 얼굴을 본 키엔은, 에클레시아의 말을 들으면서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은, 누구나
    가 가지고 싶어하는 자리를 에클레시아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러섰다고 말했으니 놀랄이유가 더 있는가.

    그런 에클레시아를 보며 이내 미소를 짓는 키엔.






    " 그렇군요. 제 책은 재미있으십니까? "
    " 네, 몇권 골라서 빌려가도 될까요? "
    "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런데…그 레이 샤인즈라는 아이는, 이곳을 떠났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



    키엔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에클레시아는 마시던 홍차를 탁자위에 내려 놓았다. 은은한 홍차향이 이곳을 가득 메웠다.
    맑은 홍차를 바라보며 에클레시아가 입을 열었다.



    " 사실입니다. "




    " 그럼 당신이 여왕이 되는거는 시간문제겠군요. "


    " 데리러 갈겁니다. 레이를.  그 아이는 저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데리러 갈 생각입니다. "

    " 호오, 그렇군요. "
    " 네. 그렇습니다. 그 아이밖에 여왕이 될 사람이 없다고 저는 생각하니까요. "




    그리고는 창틀에 고개를 올려 따듯한 햇살을 내리쬐며 자는 이엔을 뒤돌아 바라보았다.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며 , 키엔
    의 푸른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이엔씨도…그 아이가 떠나가니까 슬퍼하더군요. "
    " 담배를 피웠나요? "
    " 예. 저 사람은, 너무 솔직하지 못해요. 그래서, 레이가 가는걸 잡지 못한거겠죠 "
    " 이상하군요. 이엔이 그 아이가 떠나가는걸 그렇게 슬퍼하다니. "






    " 저도 느꼈지만, 마왕도 그랬지만, 레이에게는 선대여왕같은 모습이 보이거든요. "








    " 그렇군요 "














    그리고 한참후에 이엔이 깨어나자, 에클레시아는 키엔과 인사를 하며 먼저 이 방을 나갔다. 이엔도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나가려고 했다. 그런 이엔의 팔을 잡은 키엔. 이엔이 뒤를 돌아보았다.

    키엔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자, 이엔도 진지한 표정으로 키엔을 바라보았다.




    " 이엔, 너는 어느쪽이지? "
    " 음……글쎄? "
    " 많이 변했구나, 너. "
    " 칭찬으로 알아듣지. 나 이만 나가볼게. 예리한 여왕후보께서 나를 째려보셔서 말이지. "







    " 이엔, 언제라도 돌아올 마음이 있다면 돌아와. "





    키엔의 말에, 이엔은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인사했다.












    " 자, 다음은 녹기사단장에게로 가볼까 "
    " 그 사람은 어떤 책이 가득할까요? "
    " 야!! 너 그러고보니까, 설교하라고 데려온거잖아!! 홍차만 마시면 다냐!? "
    " 그러는 이엔씨는 잠만 퍼 잤잖아요!! "





































































    " 레이, 여기 있었구나 "
    " 할머니… "
    " 여기는, 너와 레온이 심은 꽃밭이구나. 물을 주지 않아도 아주 잘 자라더구나. "


    할머니의 말을 들으며, 나는 레온과 내가 어렸을때 썼던 푯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절때 발브면은 안대요! '
    삐뚤빼둘하게 쓴 어렸을적 내 글씨. 틀린 글자위로, 레온이 빨간색으로 엑스표시를 친뒤 다시 고쳐준 글씨가 아래 써있었다.
    나는……왜 이런걸 하염없이, 하염없이 바라보는 걸까.

    할머니의 말이 왜 이렇게 슬프게 들리는 걸까.
    어차피…레온은 죽었는데, 이런걸 본다고, 추억에 잠긴다해도……레온이 다시 되돌아 오는건 아닐텐데.




    「 내가 푯말 쓸래!! 」
    「 하지만, 레이는 국어를 못하잖아! 그러니까 레온이 쓸거야! 」
    「 싫어!! 」
    「 거봐, 글자 틀렸잖아! 이럼 미운데!! 」
    「 고치면 되지,뭘 그래! 」




    욕심부리지 말걸 그랬다.
    조금이라도 더 레온의 흔적을 남겨둘걸 그랬다. 뭐든지, 다 내가 하려고 욕심부리지 말걸…….
    지금와서 나는 또 후회해 버려. 후회하고 싶지 않은데……뭐든지, 다 후회해버려서…….




    " 그만 들어가렴, 레이. "
    " 그냥…좀만 더 있다 갈게요 "
    "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이 아니더냐. 자꾸 그러면 더 힘들게 되는 법이란다. "
    " 알고 있어요… "





    알고 있어,
    ……추억에 얽매이면 얽매일 수록 힘들어진다는거 잘 알고 있다구.
    하지만, 내 뜻대로 되는게 아니잖아. 보고싶은데…이렇게 보고 싶은데……어떻게해.
    내 세계가 사라져버렸잖아……




    " 레이… "





    " 할머니, 있죠. 나는 내 세계가 레온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행복이 레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 세계가 부숴져버릴줄은 몰랐어요. 내 행복이 부숴져버릴줄은 몰랐어요. 그래서…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요, 할머니…….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여왕자리도 버린체, 이곳으로 달려와버렸어요.
    혹시해서…. 레온이, 여기에 있어서 나를 반겨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바보같은 생각에……달려와버렸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여긴…레온과 내가 있었던 세계이지, 레온이 있는 세계가 아니라는걸. "







    바보같아요.
    말을 더 하고 싶은데, 다른 녀석들한테도 보여주지 않았던 눈물을 여기서 흘리게 되버려요.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으면은, 처음부터 데려오지 않았으면은, 이별의 아픔이란것도 모를텐데 말이에요.
    추억에 잠기지도 않을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너무 슬퍼요.






    " 흐윽…이렇게……가슴이…아플줄은……정말 몰랐어요. 흐윽…흑…….
    더 이상…내가 울면은…달래줄 레온이 없어요……. 내가 아프면……보살펴줄 레온이…없어요. 흐흑…흑…….
    말씀해주시지……그랬어요. ……그 후회가…날……얼마나……아프게하는지……말해주시지……그러셨어요 "






    너무 아파서, 그 아픔을 이루 말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꽃밭을 바라보면서 나를 쉽사리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
























    얼마후, 에클레시아에게서 편지가 왔다. 어떻게 집주소를 알았는지 무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다만 에클레시아의 편지를
    바라보면서 놀랄 따름이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은, 그때 우리집에 놀러온다고 했다.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런식으로도 만날수 있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내 편지를 읽으신 할머니께서 오랜만에 웃으시면서 입을 여셨다. 친구들이 놀러오면은, 농장일좀 돕게 하겠다고.
    그리고 나는 관두라고 했다. 이녀석들은 너무 고귀하게 자라서 시켜도 하지 않을거라고.
    그러자 할머니께서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나랑 똑 닮은 친구들이 생겨서, 학교에서 얼마나 재밌었겠냐고.
    그리고, 종국엔 할머니께서 쓸쓸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레온도 겉으론 표현 하지 않았겠지만 그 아이도 나름데로 즐겁고 재밌
    고 행복했다고 생각했을 거라고.





















































    " 그래서, 이 몸도 같이 동행하라? "
    " 레이를 데려오려면은 여러사람의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신들은 누구를 여왕으로 섬길지 생각해 본적 있나요? "




    당황하는 키엔에게, 에클레시아가 똑부러지게 대답했다. 이젠과리이넨은 아직도 마족과 전장에서 싸우고 있었다. 아직 출전
    요청을 받지 않은 청,녹,적기사단장들은 어느새 친해진 에클레시아를 바라보면서 당황해 하고 있었다.

    키엔이 당황해하며 이엔을 바라보자, 이엔은 방관하는 태도로 누워 있었다. 아마도, 에클레시아에게 들들 볶인듯 했다. 더군
    다나, 모두가 알다시피 이엔은 레이를 여왕으로 섬기겠다고 생각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키엔이나 실피시는 레이하고 얘기해 본적이 없었다. 여왕으로 섬기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현재
    여왕이 죽을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여왕에 대해서 생각 해 본적도 없었다.





    " 에클레시아양. 하지만, 나는 그 아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




    화려한 금발의 포니테일에, 아름다운 녹색눈을 가지고 키가 큰 녹기사단장 실피시 라이즈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옆에서,
    키엔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단지, 키엔은 핑계거리를 만들려고 한거겠지만.

    그런 실피시를 바라보던, 에클레시아가 주먹을 꽉 쥔체 입을 열었다. 강인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 가서 확인해요. 내가 인정한 아이에요. 내가 보았어요. 그 아이는, 선대여왕의 검에게도 인정받을만큼의 여왕의자질이 돋
    보여요. 그래서 내가 물러난거에요. 가서 확인해봐요. 그 아이랑 이야기를 한번 해보세요.
    그러면, 두사람은 그 아이를 여왕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삼일의 시간을 드릴게요. 그때, 두사람의 생각이 여전히 똑같다면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








































    " 리이넨님!! "
    " 이젠, 나는 괜찮다!! 흑기사단들은 당장 마족들을 향해 화살을 날려라!! "


    전장에서 힘든 생활을 하면서, 밤낮가리지 않은체 마족들과 싸우는 이젠과 리이넨. 그런 두 사람을, 수정구슬로 바라보고 있
    는 마왕 히스 앨리스. 그녀의 입술이 위로 올라갔다. 재밌는걸 발견한듯한 양.

    그리고는 중얼거리듯이 입을 열었다.



    " 어때, 저 아이도 데려오면은 너도 그리 적적하진 않겠지? 레오니스 크레벨 - "




    이름을 부르며 뒤돌아본 마왕 히스 앨리스. 그녀의 뒤에는 족쇄에 두팔을 묶인체 주저앉아 있는 레온이 정신을 잃은체 있었
    다. 레온의 몸엔 성한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레이에게 찔린 심장은 말끔히 상처가 나아있었다.

    앨리스가 성으로 데려 온 뒤, 치료한듯 했다.






    " 재밌어지겠구나. "


















































    「 레온, 나 혼자 무서워서 잠자지 못하겠어… 」
    「 천둥쳐서 그래? 천둥이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레이? 」
    「 응……천둥이 치면은 막 내 창문이 이상한 소리를 내서 움직여. 귀신이 있어서 그런걸까? 」
    「 그런건 없어. 내가 같이 자줄게,레이. 앞으로 비오는날은 내가 같이 자줄게. 안심하고 자, 레이 」
    「 에헤헤, 응! 」



    무더운 여름철 끝에,
    장마가 시작되었을때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비와 천둥번개를 보면서
    나는 무서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용기있게 레온의 방으로 베게를 들고 다가갔다.
    레온은 문이 열리자, 눈을 뜨고 무서워서 울려는 나를 놀라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알겠다는 듯이,
    레온은 침대에서 내려와
    내 손을 잡고는 자신의 침대로 같이 올라갔다.
    같이 누운 우리는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는 어찌할줄 몰라 먼저 잠이 든척 했다.
    그런 내가 진짜 잠이 든줄 알았던지, 레온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레온이 더 좋아진걸지도 모른다.






    「 비가 개었어,레이! 」
    「 응… 」
    「 왜 그렇게 침울한 표정이야? 이제 무섭지 않잖아? 」
    「 하지만…레온하고 같이 못자잖아. 나는 레온하고 같이 자는게 좋은데 」
    「 같이 자면 되잖아, 레이! 」






    나의 속마음을 말하자,
    레온은 별거 아니란듯이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레온이 먼저 내 손을 잡아준적이
    없던걸로 기억했는데 먼저 내 손을 잡아준적이 있었구나.
    그때 나는 레온을 바라보며 얼굴을 붉힌체 웃은걸로 기억된다.




    잊지못할추억들이,
    이곳에 와서 자꾸만 생각이 난다.




    그리고,나는
    눈물로밤을보낸다.



















    ------------------------------------------------------------------------------------------------------




    나요,
    솔직히
    (2-4)편 올린뒤에, (3-2)편까지 썼었어요.

    그런데요,
    솔직히코멘기달린거거든요.
    적어도8개채워지면올려야지,
    그때올려야지, 이 생각으로 기달렸어요.

    다시,
    코멘신경쓰이는거알죠.


    쿄우누나경우라면,
    컴퓨터가망가졌다니까매일피시방갈수있는노릇도아니니
    제가잘알고있으므로패스라지만.

    다른신청하신분들은
    뭔지궁금하네여.




    살짝,
    기분이나빴어요.

댓글 8

  • 체리 보이 삼장♡

    2007.06.08 23:59

    코멘에 너무 열올리지마여 .... 시험기간이잖아 <-
    그냥 남들한테 보이기 위한 소설이 아닌 ,
    자기수양적 소설이라고 생각해봐요 -
    무튼 이번편 정말 짧구나 <-
    자자 , 나처럼 니 소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투정 부리면 안되지 응 ?<-
  • [레벨:5]id: 이엔[EN]

    2007.06.09 00:15

    난 또 소설 안올라와서 안올렸다는건줄 알았다-_-;....<
    그래도 너의 경우는 많은 편이잖어, 나보다는 ㄱ-... [먼산]
    앨리스 너무 잔인하다 .
    .....<
    잘봤어 <
  • 세츠군z

    2007.06.09 12:54

    길게 적었는데 짧다니 체리 -
    일단 , 수고했어 세츠.
    한동안 우니동에 들어오는걸 잊었다 시험이 이제 훅훅 , 이주일 정도 남았나 삼주일 정도 남았나 정신이 없다 워드 공부 아나 [ ... ]
    에클레시아는 여왕의 자리를 포기했구나 이엔이 예절을 알다니 절대로 그런일을 일어날수가 없어- 라고 생각하자 마자
    바로 그냥 문열어- 라는 소리듣고 혼자 웃었어 . 아니 설마 나혼자 웃은건 아니겠지 [ ... ] 은근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에클레시아 이엔 -
  • [레벨:7]id: 크리스

    2007.06.09 13:25

    어머, 자깐 컴퓨터를 A/S맏긴 사이에 올라왔네.
    맏겨봤더니 본체 안에 먼지가 너무 쌓였고 악성코드와 바이러스 땜에 접속 불량이 된거래.
    그래서 그제와 어제는 접속 못했지<
    아, 내가 왜 이 얘길 하는거지?<
    그나저나 이엔 존나 웃겨
    지 혼자 따분해하고 지 혼자 열내고 말야. 풋풋<
  • [레벨:3]id: oO天留魂Oo

    2007.06.09 20:35

    .....죄송해요ㅜ0ㅜ(울먹)
    오늘 있었던 시험준비하느라고;;
    이제는 기말고사 준비를(먼산).....
    우리 리이넨.....싸우고있어요ㅇㅁㅇ!!
    마왕님은 누굴 데려간다는거에요ㅇㅁㅜ~!!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6.09 22:51

    나도 숫자 안맞아도
    올리잖아요. 그냥 나처럼 착해지세요~ ㄲㄲㄲ
    ..............나도 끌려가?!! 우리 이젠도?!!
    이젠도 끌려가면 리이넨도 폐인되는겨?!!
    근데 키엔이랑 에클레시아 의외로 잘 맞다!! 푸하하하
    둘이 말하는거 보고 웃었어ㄲㄲㄲ
  • [레벨:8]id: 가리가리

    2007.06.10 18:43

    그러고보니 겨울이야기는!!!!!-_-........................
    이엔 왕따임 -_-ㄲㄲㄲㄲㄲㄲ
    그럼 이제 레이 찾으로 고고씽이군여
    저번소설보다가 이번소설에서 앨리스가 마왕인게 좀 웃겨 -_-.......<
    잘봤어염
  • [레벨:24]id: Kyo™

    2007.06.11 23:35

    언제 또 데려가셨대, 마왕님;;
    애 좀 쉽게 쉽게 살게 해주면 좋겠구만!
    에휴, 레이도 이래저래 마음 고생이 심하다 못해 앓는구만, 앓아
    에클레시아도 결단력 있어서 좋다, 사교성도 대단한 것 같고~
    에헤, 기사단장님들~ 화이팅~! (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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