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피스] 벚꽃이 지면... 6.
  • 조회 수: 907, 2008-02-10 14:49:28(2003-08-20)
  • “조로는 어때?”

    “..방금 겨우 잠들었어..”

    “..그래..”

    간판쪽에서 소근거리는 말소리가 뚜렷이 들려왔다.

    그리고 곧 이어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루피와 우솝의 발소리 인듯한 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온 후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위는 다시 적막으로 고요해졌다.

    뭣 때문에 ‘자는 척’ 따위의 수고를 이 내가 해야 하는지

    약간 성질은 났지만 그 이유만은 뚜렷했다.

    푹 잠들었다는 신호라도 보내듯 여기저기서 녀석들의 잠꼬대가 곧 들려오기 시작했고

    난 그 신호에 맞춰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읏..”

    다친 곳은 머리뿐인데도 온몸이 쑤셔오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이런걸 보고 사람들이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것일까..

    “..후..”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새벽녘의 찬바람이 몸을 휩쓸며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저 멀리 서 이미 잠들었을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보이는 건 암흑에 파묻힌 파도의 가느다란 출렁거림..

    들리는 건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걸어가는 내 발자국 소리..

    그리 크지 않은 배인데도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건지..

    나 조차도 알 수 없었다.

    한 발자국 또다시 내 딛을 때마다 발바닥과 닿은 갑판부위에서 꼭 끌어당기는 것 같은

    기운을 느끼는 것 외엔..

    꼭 가지 말라고 붙잡는 것 같기에 기분이 영 찝찝 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멈춰 서서 돌아 간다면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워 질 것 같아서.

    그리고 지금 어떤 두려움보다도 원하는 건 그 녀석의 미소 짓는 얼굴이었다.

    나에게 그런 미소 지은 얼굴을 보여줄 리가 만무하지만..

    약간의 가능성이란 ‘희망’의 단어에 걸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않은가.

    “…………….”

    ..도착했다.

    벌써 문 앞이다.

    제길… 그렇게 멀게 느껴지더니 왜 벌써 도착한 거냐..

    1미터만이라도 거리가

    남았더라면 더 생각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꿀꺽…”

    침 넘기는 소리가 평소보다 유난히 크게 들린다.

    예전 같으면 이런 소리를 내는 날 보고 녀석은 크게 비웃겠지..

    그 달팽이같이 생긴 눈썹을 있는 대로 휘고 금발을 찰랑거리면서..

    날 손가락질하며 웃었겠지..

    분명 예전이라면..

    하지만 지금도 그 녀석은 그렇게 행동할까..

    “…………..”

    더 이상 쓸데없는 일에 고민해 봤자 헛수고일 뿐이었다.

    현재는 현재의 일을 직시해야만 하니까..

    “…후우…”

    주문과도 비슷한 낮은 중얼거림을 몇 번 반복한 뒤 긴장과 함께 문을 열었다.

    약간 낡은 듯한 문소리와 함께 아주 희미한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문 바로 밑에

    그 녀석이 보였다.

    녀석의 하얀 살결과 마찬가지로 하얀 시트가 녀석의 몸의 절반을 가리고

    녀석의 긴 속눈썹이 차례대로 내려앉아 있었다.

    “…요리사…”

    요리사. 이 녀석이 배를 탔을 때부터 불러온 호칭이었다.

    녀석도 별 거리낌 없어 보였고 친한 친구사이도 아닌

    우리들로선 오히려 당연한 호칭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은 속으로 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상디….”

    언젠간 녀석을 이렇게 부를 수 있길 말이다.

    하지만 난 그런 용기가 없는 녀석이었고 항상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었다.

    친구로 지내자..라는 말까지는 안 바라니까 ‘한 배에 타는데 허물없이 지내야지

    요리사가 뭐냐 요리사가! 상디라고 불러!’ 이런식으로.. 녀석 특유의 건방진 말투를

    섞어서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속의 바람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것은 저 녀석이 날 부르는 호칭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에게 난 그저 ‘검사’ 아니면 ‘바보검사’ ‘폭력..’ 등..

    도대체 제대로 된 호칭으로 불려진 것이 기억이 안 날 정도니까 말이다.

    “..바보 ..요리사. 상디..”

    아마 내겐 이 녀석이 잠들었을 때만 유일하게 불러볼 수 있는 금기의 단어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봤다.

    결과적으로 헛웃음만 나왔지만 말이다.

    “…………..”

    조금 더 가까이 걸어가 녀석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달빛이 침대 가를 비추면서 녀석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다른 사람과 어디 서기라도 하면 특이하게 가장 빛나는 금발과 흰 피부..

    커다란 키.. 이성과 동성을 사로잡는 미모를 가진 녀석..

    처음부터 이 녀석이 싫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외모에 무척이나 안어울리게 헤픈 태도도 싫었고… 자기에게 다가오며 칭찬해주면

    동성이든 이성이든 가리지 않고 나에겐 절대로 안보여준 미소를 보여주며

    웃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렇게 다른 첨보는 녀석들에게 웃고 있을 때 혹시나 하고 다가가서 얼굴을 보면

    날 눈치채고 바로 얼굴을 찡그리는 그 태도가… 정말 재수 없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마음에 안드는 녀석이었다.

    눈에 안 띄면 불안했고 눈에 띄면 심장이 곤두박질쳐서 죽을 것 같은 괴로움에

    얼른 눈앞에서 사라져주길 바랬다.

    그리고 저번에 한 짓이 지금까지의 내 괴로움에 대한 보답이었다.

    “…………..”

    “……………”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그 녀석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내 손가락 사이사이를 파고 들어와 간지럽혔다.

    약간 찌 뿌려진 눈썹 밑으로 감겨진 두 눈에 살짝 입맞춤해 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녀석의 귓가에 속삭여보았다.

    “..나 널 사랑하는 걸까..”

    나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느끼는지 조차 몰랐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잠들어 있었다.

    내 말을 듣지도 지금 내 모습을 보지도 못했다.

    미세하게 들리는 숨소리만이 전부였다.

    가만히 다시 아무 말 않고 일어나 녀석을 내려다 보았다.

    달빛이 더욱 강렬해져 방안이 훤히 보일 지경이었고

    몇일 전 내가 만들어 논 표시가 확실하게 나있는 것도 보였다.

    목 주위에 붉게 물든 키스마크가 그것 이었다.

    “…………”

    약간 이상해진 기분에 녀석을 건 들여 보았다.

    하지만 깨어날 것 같아 그리 오래 건 들진 못했다.

    “…………”

    그렇게 계속 조심스럽게 깨어나지 않도록 만지작거리고 있는 순간

    난 놀랄수 밖에 없었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빨갛게 그어진 자국..

    그 것은 애처롭게 가느다란 녀석의 손목에 난 자국이었다.

    몇일되지 않은 상처로 봐서.. 엊그제 나미가 했던 말이 또다시 떠올랐고

    내 눈살은 찌부려지고 있었다.

    “…..미안해…..”

    그리고.. 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

    벚꽃이 지면 6편끝입니다^^
    아아 늦었죠;;; 요즘 왠지 소설이 잘안써져서..걱정이에요..
    쩝.. 아무튼 잼있게 읽어주셨다면 좋을텐데..에헤헤;
    진도가 너무 빠른가요?..=_=;;으음;
    오늘 피디박스에서 포카혼타스를 다운받아서 봤답니다
    디즈니애니는 정말잼써요~오랜만에 보니까 더욱감회가 새롭더군요 ㅇㅎㅎ;
    그럼 담편기대해주세요~즐거운하루되세요~!
    쪽지 주신 몇몇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S - 우니동에서 제 소설 읽어주시는 분들께,
    으음.. 벚꽃이 지면은 원래 .. 제가 요즘들어 자주 다니는
    엔티카클럽에만 올릴려고 만든 소설이었는데,.. 어쩌다보니까
    이 곳 말고 카페쪽 한군데에 .. 더 올리게됐습니다.
    하지만 역시 엔티카쪽이 주요목적지다 보니.. 예전처럼 우니동에서의
    칭찬에 파묻혀서 헬렐레~?!하면서 코멘트바라고 하진 않습니다.
    때문에! 무슨.. 조회수가 없다는둥의 쪽지는 삼가하시길 바라겠어요;
    받았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기분상해요~저 ..ㅠ_-;흠흠;
    조회수가 적든 많든 계속 읽어주는분이 한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거니까요!! (큭..! 나 철들었나봐!!)-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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