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천국 - 2.
  • 조회 수: 910, 2008-02-10 14:49:28(2003-07-06)
  • 머리위에서 별이 하나둘 돌기 시작한다.

    그런와중에도 정신을 잃지 못하는건 이 지독한 냄새때문일것이다.

    분명 축구부녀석들에게 이리 차이고 저리 차였을 더러운 축구공이

    내 얼굴로 날아들었다는 점에서 난 최악의 상황을 느낄수 있었다.

    ..제길. 냄새때문에 질식하겠다. 언제 날 잡아서

    축구부녀석들을 싸잡고.. 공닦기나 시킬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오르고 난 어질어질해지는 정신을 힘겹게 붙잡고 양호실바닥에

    大자로 뻗어있던 몸을 일으켜 의자에 앉았다.

    아직도 핑글핑글 도는 머리속을 정리할 생각도 안한채 이미

    난 분노로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원래 모든 학교가 그렇듯

    위생을 강조하기위해 새하얗게 만들어놓은 양호실. 약간 결벽증이

    있는 나에게 최적의 장소라 말할수 있을 정도였다.

    매일 청소아줌마가 와서 청소까지 해주니 양호실 구석구석

    반짝 거리는 모습이 하루하루 날 짜증나게 해대는 놈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요인이었는데... 지금 그것도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튀고 굴러다니다가 양호실한쪽구석에

    멈춰선 지저분한 축구공 하나.

    덕분에 양호실침대나 가구,커텐등에 진흙이 잔뜩 묻어있는 상태였고

    내 기분이 약간이라도 좋아질 가망성은 제로였다.

    그런 양호실을 고개를 돌려 흝어본후 더욱더 좁혀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잡으며 창문쪽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축구하느라 정신이 없던 놈들이 모두 양호실쪽으로 다가와

    어쩔줄 몰라하며 땀을 빼고 있었다.

    그 중에서 아까의 신비스런 외모를 가졌던 소년도 끼어있었다.

    내가 있는 인상 없는 인상 다 찌뿌려가면서 녀석들을 노려보고 있자

    아까 그 녀석이 한발작 내게 다가왔다.

    "..서..선생님. 죄송해요.."

    "죄송해서 끝날일 같냐?"

    용기를 내서 한말인듯 하지만 그런걸 사정봐줄 내가 아니었다.

    바로 매몰차게 대답을 날렸고 더욱 당황한듯한 녀석이 힐끗 고개를

    내밀어  더러워진 양호실안을 보고 더욱 창백해진 얼굴로 날 향해 고개숙여

    말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공을 던진거니까... 저만 혼내시고.."

    "......."

    뭐야... 요즘 세상에 드물게 정의감이 투철난 놈인가 보다..

    훗.. 하지만 난 저런 녀석이 가장 꼴보기 싫었다.

    자기가 가장 착한줄 인정많은줄 뽐내고 다른녀석들의 존경이나

    받고 싶어하는 짜증나는 족속들인게 뻔하니까..

    저런 놈을 무척 오랜만에 본것같다.

    처음 그런 놈을 발견한때가.. 바로 내가 저 녀석들과 같은 나이..

    고등학생때였을것이다. 연필을 빙빙 손으로 돌리며 딴짓을

    하고 있는 내가 선생한테 혼나자 반장이랍시고 내 앞으로 나와

    나한테 가볍게 주의를 주고 선생한테는 이제 용서해달라는 말을

    자연스레 웃으며 내뱉던 녀석. 팔계였다.

    그 후로 어쩌다 그 녀석과 친구가 됬지만.. 뭐 그 녀석이 일방적으로

    달라붙은거니 내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 때도 이렇게 어떻게 골려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워낙 강적이라 .. 입싸움으론 질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라면..

    "..좋다."

    "네?"

    갑자기 잼있는 생각이 떠올라 꾸부렸던 미간을 피고 의자에 등을

    걸치며 말했다.

    "야 나머지녀석들은 다 가봐. 어이 넌 양호실로 와라."

    "아.."

    "오공. 괜찮겠어? ..우리도 같이 가줄까?"

    흠.. 저 녀석 이름이 오공인가 보다. 어째 저 얼굴과 잘어울리는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잠시 녀석쪽을 보면서 생각하다가

    축구부녀석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뛰어가는것을 보고 혼자 남아서

    어쩔줄 모르는 녀석에게 말했다.

    "뭐해. 안들어오고."

    "아...네!"

    녀석이 당황한듯 옷에 흙먼지를 손으로 대충 턴후 갑자기

    창문으로 발을 내딛었다.

    갑자기 창문께로 올라오는 더러운 신발에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너..너 어디로 들어오려는 거야!! 문쪽으로 들어오라고 했지

    누가 창문으로 들어오라고 했냐?"

    "...아....."

    내가 짜증스럽게 소리치자 녀석이 창문께에서 발을 내려놓고 학교정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저 쪽을 통해야 양호실쪽으로 들어올수있기 때문이다.

    녀석이 창문쪽에서 보이지 않게되자 낮은 한숨이 흘러내렸다.

    어떻게 운동부녀석들은 하나같이 저렇게 야만적일까..

    예의라고는 배우지 않았음에 분명했다.

    어느새 창문에 약간 묻은 흙먼지를 휴지로 닦아내고 있자

    커다란 소리가 들리며 양호실문이 열렸다.

    "서..선생님! 청소부터 할까요?!"

    노크도 없이 들어와서는 대놓고 하는 소리가 청소..?

    사실 청소를 시킬작정이었지만 왠지 저 어쩔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더욱 괴롭히고 싶어지는 욕구를 강하게 만들었다.

    "..넌 노크도 없이 들어오나? 다시 나가서 정중하게 들어오도록."

    "..아... 네!"

    이젠 완전히 붉어진 얼굴로 녀석이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들려오는 노크소리..

    "들어와."

    아까와는 정반대로 녀석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내게 인사를

    한후 문을 닫았다. 기본예절은 배웠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이정도로 끝낼 내가 아니었다.

    이제 당황하다 못해 붉어진 얼굴의 녀석에게 말했다.

    "틀렸어. 다시해."

    "아..네"

    "그리고 대답은 간단짤막하게 하도록. 길게 늘어뜨리지 말고!"

    "..넷!"

    내가 다시 충고를 주자 깜작 놀란듯 뒤돌아섰던 녀석이 세게

    양호실문에 얼굴을 받고 말았다. 꽤 커다란 소리가 나고

    나까지 놀라서 의자에서 일어났지만 다시 냉정을 찾고 앉은후

    꽤나 아픈듯 이마를 문질러대고 있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았다.

    지금까지 여러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여러놈들을 봤지만

    이런 녀석은 처음이었다.

    똑-똑-

    "들어와.."

    아까처럼 정중하게 예의를 차리며 녀석이 들어왔지만 왠지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동네골목대장같은 장난이 마음속에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시."

    .
    .
    .

    "다시."

    .
    .
    .

    어느새 5번은 넘게 반복하고 있었다. 이제 녀석도 지칠데로 지쳐있었고

    수업마지막종이 울리고 있었다.

    "저..저기 선생님. 다음수업들어가야하는데.."

    "내가 그 담당선생한테 말해둘테니까 걱정말고 어서 해."

    "..네.."

    처음엔 청소만 시키고 돌려보낼 예정이었는데.. 왜 이렇게

    길게 끌게 된건지 나 자신도 알수없었다. 그냥 저 녀석이 괜히

    골리고 싶어지는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됐어. 이리와."

    이제 6번째로 노크를 하고 들어온 녀석을 향해 손짓을 했다.

    내 눈앞에 녀석의 안도의 숨이 보이고 천천히 내게 다가오는게

    보였다. 양호실의 낮은 조명때문인지 녀석의 금빛눈동자가

    더욱 진하게 번져 연한갈색빛을 내고 있었다.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알고있겠지?"

    "네?....뭐....뭔데요."

    "청소말야!! 청소!!"

    "아..;; 넷!"

    녀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더러워진 양호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뜬끔없이 내게 물었다.

    "..저....저기 선생님. 빗자루는 어딨어요?"

    "............."

    녀석의 전혀 예상치못한 물음에 미간이 좁아졌고.. 손으로

    주름진 미간을 움켜잡으며 아무말안한채 손가락으로 복도를 가르켰다.

    다행히 녀석은 알아들었는지 복도로 나가 빗자루를 챙겨왔고

    바닥을 쓸고 물걸레로 이리저리 흙들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 야!!!"

    "아 넷?!"

    "커텐을 그걸로 닦으면 어떡해!!"

    "아....?"

    어쩐지 잘한다 싶더니만... 점점 들어나는 녀석의 엉뚱함에

    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빗자루로 쓰는 듯 싶더니

    한쪽 구석떼기에 흙을 밀어넣는 녀석.. 가구를 걸레로 문질르는듯

    싶더니 걸레에 묻어있떤 때로 더 더러워진 가구들..

    ...저 녀석의 평소 사생활이 상상이 가고도 남았다.

    ..누가 청소를 하고 잇는건지도 헷갈리고 있었다.

    녀석에게 잔소리를 해대는 나와 그런 내게 당황해 어쩔줄몰라하면서

    계속 열받는 실수를 반복하는 저 녀석..

    .
    .
    .

    어느새 30분정도가 흘러가고 난 긴한숨을 내뱉으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분명 결과적으로 양호실은 깨끗해져 있었지만 내 몸은 망신창이가

    되어있었다. 깨끗한 양호제복은 더럽혀졌고 머리는 이리저리 헝크러지고 눈에는 핏기가 돌고있었다.

    그런데도 저 녀석은 말짱하다.. 당연한거다. 결국 뒷처리는

    전부 내가 했으니 ..정말.. 저런 정의감넘치다못해 짜증나는 놈은

    생전 처음본다..

    "저기 선생님.."


    "..왜!!"

    빨리 침대에 누워 잠들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고 있는데 녀석이

    짜증스럽게도 말을 걸어왔다.

    "...나 여기 다쳤는데.... 치료해주세요~"

    ".........."

    그렇게 말하며 아까 문에 부딪혀서 붉어진 이마를 내게 보이며

    녀석이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가 이렇게 피곤해 하고 있는게 누구탓인지도 모르고

    약발라주고 밴드붙여주는 수고를 지금 나보고 하라는건가!!

    "네에~?"

    "........"

    아깐 당황해서 붉어지기만 했던 얼굴이 애교라도 떠는건지

    내가 다가왔다. 하지만 난 그런 애교를 받아주고도 싶지 않았고

    오히려 저 자식 땜에 망신창이가 된 몸땜에

    원망스럽기까지 하고 있었다.

    아프다는듯 이마를 문질럭거리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난 책상을 힘껏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 딴거 침발르면 나아!!"



    +++

    2편끝입니다^^;;에헤; 여기저기 어색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잼있으셨어요? 그랬다면 다행인데;;으음..
    아무튼 담편기대해주세요^^즐거운하루되세요~

    +++

댓글 13

  • …이루군…

    2003.07.06 13:27

    쿨럭!침..침발르면..나..났다니..
    +ㅁ+ 양호쌤~저 다쳤어욥 침 발라주세요
  • [레벨:9]id: 손고쿠

    2003.07.06 14:11

    하하^^;; 삼장 침발르면 났다니요^^;;;
    삼장 정말 양호 선생님이 신가요^^;;
  • 하늘빛구슬

    2003.07.06 15:47

    치...침바르면 나아...;;

    헉..;;

    비니언니...재미있다아~!
  • [레벨:9]id: 하늘☆

    2003.07.06 20:39

    .. 재밌어요=ㅁ=/ 3편요망=ㅁ=/
  • [레벨:3]id: genjosanzo

    2003.07.07 06:33

    아하하하;;
    양호샌님이....저럴줄이야 ㅡㅡ;;
    암튼..
    담편 원츄!!
  • [레벨:3]id: 남혜경

    2003.07.07 16:42

    꺄앗-->ㅁ<
    비니님 쨩! !!>ㅁ<!!
  • =☆최유기★살앙=

    2003.07.08 00:26

    침 바르면...,
    - 후훗, 그 침은 내가 발라주지-ㅅ- [<= 돌 맞아 죽는다;]
    어쨌거나-, 세빈언니 짱bb>_<bb!!
  • genjo sanzo

    2003.07.08 20:49

    양호선생님이......;;;; 침바르면 낫는다닛..;;;
    약을....발라......;;;;;;;;야......하는데...........;;[겐조가 상상한것.. 약을 바르면서 ♡에 빠진다..;;]
  • [레벨:8]id: N-top

    2003.07.13 18:45

    -ㅁ-

    양호 선생이..맞는건지..;;
  • [레벨:3]티아고쿠ⓖ

    2003.07.14 17:04

    아하핫;;

    우히히^-^;;; 침을 바르시게;;;
  • 윤지니

    2003.09.08 15:00

    침이라...삼장이 발라주면 되겠네...ㅋㅋ
  • 여보♡고쿠

    2004.01.29 14:46

    창문으로 들어오려는 오공군 무지 재미났었다는;;>_<기억에 계속 남아요>_<;;
  • [레벨:3]愛〃Ruzi

    2004.02.13 23:31

    부...불량한 양호선생님;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490 삼장☆최유기 905 200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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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 [레벨:3]세비니 914 2003-09-20
479  DJ센츠 914 200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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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레벨:4]타이 917 2003-05-07
476 [레벨:1]£「체리삼장º 919 2003-05-11
475 [레벨:4]타이 919 2003-05-24
474 [레벨:8]미서년살앙 919 2003-07-27
473 [레벨:4]타이 921 2003-05-08
472 [레벨:24]id: KYO™ 921 2003-06-18
471 [레벨:3]아피[잠수해제] 922 200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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