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천국 - 3.
  • 조회 수: 642, 2008-02-10 14:49:28(2003-07-11)
  • ..

    그후로 오공이란 녀석은 끈질기게도 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물론 그 녀석은 그 일이후로 날 피하는 쪽에 가까웠지만 그 녀석이 축구부다 보니

    양호실창으로 바라보이는 운동장에서 난 그 녀석을 볼수밖에 없었다.

    창따위 보지 않으면 그만이거늘... 매일 꾀병을 부리며 찾아오는 건방진 놈들때문에

    양호실침대에 누워서 잠든 녀석들의 숨소리를 듣기 싫어서 창쪽을 바라볼수 밖에 없는

    나 자신도 한심하기 짝이없었다.

    가끔 공을 이쪽으로 차올때는 또 공에 정통으로 맞지 않을까 움찔거리기도 했지만

    이젠 완전히 익숙해져 날라온다 싶으면 고개를 돌렸고 녀석들이 또 실수나..아니면

    고의로 저번과 같은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주 가끔식.. 축구부녀석들을 째려보는것도

    잊지 않았다.

    "........."

    점심시간이었다.

    평소같으면 지하매점으로 가서 빵이라도 하나 사서 공원벤치에 앉아서 뜯어먹고 앉아

    있었겠지만 왠지 오늘따라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고 싶지 않았다.

    피로가 쌓인것같아 박카스라도 한잔 마실까 생각하며 운동장을 멍하니 바라보니

    중앙으로 보이는 축구골대사이사이로 햇살이 비쳐들어오며 내 눈을 달구고 있는듯했다.

    더욱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피곤은 이미 쌓일대로 쌓였고 꼬맹이녀석들 뒤치닷거리도

    이미 진절머리가 나있었는데....

    그때였다.

    "우-앗!!"

    "?!"

    갑작스런 큰소리에 놀라 창쪽을 바라보니 예상대로 축구부녀석들이었다.

    그렇게 쉬지않고 축구를 해대니 진짜로 다치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였으니까..

    난 몇초전까지만 해도 지루해서 움직이기도 싫던 몸을 자동으로 일으켜

    응급상자를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이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직업본능이란것일까? ..아니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저런 꼬맹이자식들이 다치면

    책임지는건 양호선생인 나니까 말이다.

    "..이봐. 어딜 다친거야."

    아파서 울먹거리고 있는 듯.. 엎드려있는 녀석에게 다가가니

    내 목소리를 눈치라도 챈건지 깜작놀라며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

    그 녀석이었다. 갈색머리에 금빛 눈동자...

    눈가에 약간 물기가 젖어있는걸로 봐서 꽤나 많이 다친것같아 보였다.

    잠시 멍해있던 자신을 책망하며 구급상자를 열고 녀석의 몸을 살펴보았다.

    ..머리 가슴 팔 배쪽.. 발 여러번 문질러봤지만 뼈가 부러지거나 삐끗하거나 심한상처를

    입은곳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을수 없었다. 혹시 내상에 상처를 입은건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과 함께 이제 울먹거리다 못해 눈물을 줄줄 철없이

    흘리고 있는 녀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서..선생님.. 따가워요..흑.."

    "............"

    계속 울먹거리며 말하는 녀석의 말에.. 뭔가 알수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다시 녀석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거냐?"

    "........"


    갑자기 차갑게 묻는 나에게 어리둥절하며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고 난 분노할수 밖에 없었다.

    당황한 내 자신이 이토록 바보스럽게 느껴진적은 없었다.

    겨우 이 까짓 상처로 눈물 쏟아내며 부모잃은 개새끼처럼 처량하게 우는 이딴 자식도

    여지껏 본적이 없었다.

    타박상도 아니고 약간 무릎살이 찢어지고 피도 안나는 상태정도는 축구부녀석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것이었다. 그러고보니 몸앞부분에 흙이 잔뜩 묻어있었다. 분명

    공따위를 쫒아가다가 넘어져서 이렇게 된것임에 틀림없었다.

    심각한 상처라고 여긴 내가 바보지...

    화를 추스리려 노력하며 구급상자를 거칠게 뒤적거려 소독약을 꺼내 녀석의 무릎에

    거칠게 발라주고 밴드조차 붙이기 민망한 상처에 붕대를 둘둘 감아버렸다.

    "서...선생님?"

    "......."

    녀석이 거친 내 행동에 당황한듯 물어왔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시 온몸에 피로가 몰려오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후우......"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

    피로에 쌓여 한숨만 푹푹 쉬며 운동장에 엎어지다 싶이 앉아있는 나에게 녀석이 물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눈물을 폭포처럼 쏟던 자식이... 언제그랬냐는 듯 태연하게 말이다.

    ..저런 녀석에게 뭐라고 소리치고 싶은마음만은 굴뚝같았지만 힘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없는 힘 쥐어짜내며 양호선생의 도리를 다하려고 한것이 허탈해지며

    기운이 더 빠진듯한 기분이었다.

    이럴땐 어디서든 항상 내 가방에 들어있는 박카스한잔을 마시면 가뿐해졌는데....

    "박카스......"

    "네?"

    "....박카스."

    될대로 되라 식으로 이 녀석에게 시킬 작정으로 힘겹게 눈을 뜨며 녀석에게 말했다.

    "...가방안에 있어. 가져와...."

    "아...네!"

    다른 녀석들은 이미 모두 축구를 신나게 하고 있는데..

    이 녀석은 내가 시켜도 아무렇지 않은건지 불평한마디안하고 어느새 저만치 양호실로

    뛰어가고 있었다..

    "......!"

    저 녀석이... 또다시 양호실창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옆에 구급상자라도 있는힘껏 던져 저놈의 대갈통에 명중시켜주고 싶었지만 그럴힘도없었다.

    제길.. 꼭 기운 차리면 다시 청소를 시킬거라고 다짐하는 나였다.

    .
    .
    .
    "선생님. 선생님. 정신차리세요. 박카스가져왔어요-"

    ".......하아....힘없어...."

    아까보다도 더욱 기운이 빠진몸을 마른오징어처럼 바닥에 늘어뜨리자 녀석이 걱정스레

    날 바라보는 눈동자가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그리고 녀석의 손에 들려있는 박카스한병도..

    "선생님. 얼른 마시세요..."

    ".....먹.....여줘...."

    "...........에?"

    ..나도 왜 저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시점에서

    실수로 어릴적 엄마에게 했던 버릇처럼 한말이었을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 작은실수의 말이 크나큰.. 되돌이킬수없는 일을 불러올줄 누가 알았을까..

    "..........."

    "..........."

    ...아 시원하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박카스의 시원한 맛이 내 피로를 조금이나마 녹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 약간 정신이 든 난 내 입술에서 느껴지는 끈적한 느낌에 눈을 확실히

    뜨고 그 엄청난 상황을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

    박카스를 한잔 입에 들이키고 내 입에 가져다 대는 녀석... 눈을 또렷히 뜨자마자

    녀석의 약간 붉어진얼굴사이로 감겨진 눈동자가 보였다.

    귀를 기울여보니 축구부녀석들의 시끄러운 고함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눈동자를 옆으로 기울여보니 축구부뿐아니라 창쪽에 아이들과 선생들까지 나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나에게 박카스를 마시게 하는일에만

    열중해있는지 ..아니면 흥분해버린건지 두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안고 ... 아주 연인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정신을 차린 난 있는 힘껏 녀석을 밀쳐낼수 있었고 순간 밀쳐진 녀석은

    멍한 얼굴로 날 바라보다가 주위의 시선들을 느끼고는 부끄러운듯.. 아니 당연히 부끄러울수

    밖에 없지만.... 아무튼 잔뜩 빨개진 얼굴로 화장실이라도 숨으려는듯 학교로 뛰쳐들어가고

    있었다. 난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박카스한병이 손가락끝을 스쳐 굴러가는걸 느끼며

    여전히 학교 전체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이 학교도 이제 끝인가.....


    +++

    3편끝입니다^^;많이 늦었죠.. 하하..
    요즘 할일이 새록새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에는 할일이 없어서 심심해미칠지경이었는데...요즘은..
    -_-휴우.. ; 쩝.. 요즘은 저희 엄마한테 재즈피아노를 배우고 있어요..
    음악학원을 경영하시기 때문에 공짜로 배울수있답니다.
    덕분에 키타도 배운적이 있었죠... 드럼도 약간 배웠었지만 완전 까먹은상태고
    지금기억나는건 키타의 기본적동작과 요즘 배우고 있는 재즈피아노뿐이라죠..
    재즈피아노가 뭔지는 저도 잘모르겠지만.... 엄마에게 들어보니
    보통 음악주법을 바꺼서 더 아름답게 연주하는거라고 하더군요..확실히
    원래 연주법보다 훨씬 아름답더라고요.. 체르니 100번까지 뛴 저도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뭐... 거의 5년만에 하는거니 손도 꽤나
    아팠고요.... 아 잡말이 길어졌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소설은 늦게나마
    쓰도록할거고요.. 이번편어땟나요^^..아무리그래도..입으로 박카스를
    먹여주다니..오공도 참....후후후후.....-_-;;;;;
    저라면 삼장안주고 그냥 한번에 다 마셔버리고 튄다는;; 하핫.. 제가
    박카스를 좀 좋아하거든요-ㅁ-..;으음;
    담편기대해주세요; 즐거운하루되세요^-^..

    +++

댓글 9

  • [레벨:9]id: 하늘☆

    2003.07.11 20:34

    아...
    오공.. 대담하다..ㅇ_ㅇ*..
    굉장히 재밌어요.
    직업본능... 그리고... 키스...... (*-_-*)
    .... ㅇ_ㅇ*
  • 하늘빛구슬

    2003.07.11 21:30

    오공이가 무섭다-ㅁ-;;

    조그만 상처에도 울고...

    먹여달라니까....

    .........하핫..;;

    [탕!]
  • [레벨:9]id: 손고쿠

    2003.07.11 21:46

    오공 대단했어요^^
  • [레벨:3]id: genjosanzo

    2003.07.12 21:43

    >_<
    오공이.. 아무리 먹여달라구 했어두 그러치..
    이건 분명!!! 사랑의 본능인게야!!
  • =☆최유기★살앙=

    2003.07.13 04:02

    ;ㅅ;... 오공- 나도 먹여줘~>_< [<= 끌려간다;]
    ... 재즈피아노라.. ;ㅅ; 왠지 내가 사는 세계[?;] 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세계의
    것인것 같은..;
    으음-; 어쨌거나 세빈언니-, 항상 파이팅!>_<!
  • [레벨:8]id: N-top

    2003.07.13 18:48

    나..나도...먹여주지..-ㅁ-
  • [레벨:3]id: 남혜경

    2003.07.22 19:07

    으읍!! 나에게도 키쓰를, 오공!!>ㅁ<!!
    (퍼벅)
    오공 : 난 삼장에게만 할꺼야!!
    나 : 흐흑... 나뽀...ㅠ_ㅜ
  • 윤지니

    2003.09.08 15:01

    흐흐흐~~`
  • [레벨:3]愛〃Ruzi

    2004.02.13 23:34

    오..오공군......머..멋지십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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