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기억의 숲.
천계의 북쪽에 위치한 거대한 숲으로 죽은 천계인들이 모인다고 하는, 한마디로 공동묘지 같은 곳이다.
절대 어둡지 않고 오히려 밝고 생기 넘치며, 무덤이라 하기엔 반짝거리는 게 좀 적응하긴 힘들지만.
원래 천계인은 죽어도 곧 다른 존재로 환생하기에 무덤따위가 필요하지 않지만,
죽은 이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물건들 중 하나를 이 숲의 나무 중 하나에 걸어 놓는 것이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돌아온다고도 하니까….
그 전설을 믿기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스스로 인정하지 않은 그 마음을 책망하느라 그러는 걸까.
란은 벌써 몇일 째 이엔의 안경을 걸어 놓은 나무 아래서 멍- 하니 넋 놓고 앉아 있었다.
" 쯧쯧…. "
" 폐인이네, 폐인. "
" 그럴 수 밖에. 후계자도 후계자이지만,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으니까. "
란을 제외한 다른 세 명의 문지기는 멀찍이 서서 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란을 위로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음을 알기에.
별 수가 없다는 결론때문에라도 란이 이엔을 잊기를 바랄 뿐이었다.
" 어? 저게 뭐야!? "
휘이잉-.
기억의 숲에 바람이 한 차례 시원하게 불었다.
란은 자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손을 내밀어 바람을 느꼈다.
그런데 바람이 이상했다.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고 놓지 않는 듯한 강한 힘과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 누구…. "
" 스…… 승…… 님…… "
란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바람이 자신 앞에서 회오리처럼 뭉쳤다 사라지자, 자신의 손을 꼭 쥐고 있는 이엔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 꿈이지…? 내, 내가 많이 피곤했나보네…. "
란은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이렇게 자신 앞에 서 있는 이엔을 보며 눈물 지었다.
" 다녀왔습니다, 스승님…. "
이엔은 한쪽 무릎 꿇으며 앉아 란의 손등에 키스했다.
이엔의 행동에 란의 눈가에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던 눈물은 어느새 란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 으흑…. 이엔…. 이엔…. 이엔! "
란은 이엔의 목에 덥썩, 매달려서는 울고 또 울었다.
이엔은 그런 란의 등을 토닥이며 웃음 지을 뿐이었다.
" 복도 많네. "
" 응, 확실히. "
" 아아, 부럽다. "
" 그렇죠? 아아, 저러면 될 걸 왜 그리 고민하다 뒈져서 우리 방에 오는지…. "
" 입은 삐뚤어 져도 말은 제대로 하랬다, 일루젼. "
란과 이엔을 잘됬단 표정으로 바라보던 세 사람은 자신들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 주변을 살폈다.
서문의 문지기, 시호 옆으로 그다지 크지 않은 키의 소녀가 고양이와 서 있었다.
" 아, 시호! 오랜만이야~ "
" 이, 일루젼님!? "
" 여긴 어쩐 일이세요!? "
세 사람은 일루젼의 등장에 놀래서는 허둥거렸다.
일루젼은 분명 이 셋보다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었다.
" 내가 살린 놈 보러왔어. "
" 그렇다면…. "
" 응, 둘이 잘 살라고 해. 결혼하려면 청첩장 보내라고 하고~ 나 간다~ "
일루젼은 자신의 할 말만 늘어 놓은 뒤, 다크와 함께 공간 저편으로 사라졌다.
셋은 일루젼이 나타난 것에 대해 조금 넋이 나간 표정으로 " 저것들은 뭐가 저렇게 행복해!? "라고 동시에 속으로 외친 다음
발길을 돌려 숲을 나갔다.
왜냐하면 이엔과 란이 너무 닭살이었으니까.
이 후에 어떻게 됬냐하면….
란과 이엔은 결혼했다.
물론 둘이서만.
때문에 일루젼과 다크는 초대는 커녕, 이만 갈고 있었다.
생활은 예전과 달라진게 없었다.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의 두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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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의 복귀일까요 (도주)
아하하하!!
정말 내가 착하게 나왔어.
음음 <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