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제가부터 저질러 버린….
나의 죄….
지금 이후로….
인간들의 생명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 어째서… 어째서 살리지 않은거야! 도와줄 수도 있었잖아! "
검은 머리칼이 잘 어울리는 중년의 여성이 한 남학생을 노려보며 윽박을 지르고 있었다.
흰색의 소복같은 옷 차림새가 아무래도 상주인 듯 했다.
" 전 생명에 관여하지 않으니까요. "
" 옆에, 옆에 있었잖아! 왜 도와주지 않은 거냐고! 아이고, 영아야! "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왠지 다가갈 수 없는 거부감을 지니고 있는 남학생은
급기야 바닥에 주저 앉아 울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 흘리는 눈물따위는 깡그리 무시한 채,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 하아…. "
분명 영아, 그녀는 죽을 운명이었다.
꼭 나때문만은 아니었고, 원래 일찍 죽을 운명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아마 영아는 자살을 택한다고 되어 있었다.
평범하게 지내던 애가 무슨 자살이냐고 하겠지만, 그 평범함이 문제였으니까….
" 이젠 짜증나. 됬어. "
" 우리 팀에 들어올래? "
" 뭐에요? "
남학생 앞에는 금발을 길게 기른 외국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서 있었다.
여성은 남학생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답해도 별 상관이 없는 듯 했다.
오히려 재밌겠다는 표정까지 섞여 있었다.
" 응, 넌 재밌는 걸 알고 있다 싶어서~ "
" 하나도 안 재밌어요. "
남학생은 여자의 말을 무시하려 했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 이 사람이 조금 관심가기도 했다.
" 그거 알아? 나도 너랑 비슷한 능력을 가졌어. "
" 뭔 소리에요. "
" 너 사람의 수명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 "
" ……. "
남학생은 여자의 말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 그 능력을….
어떻게 이 여자가 보자마자 안 걸까?
분명 이 여자, 처음 본 여자인데….
" 맞지? "
" 몰라요. "
남학생은 일단 발뺌이라도 하기로 했다.
처음 본 자신의 능력을 알아맞추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
" 그러지 말고~ 그럼 우리 팀이랑 만나볼래? "
" …왜요? "
" 그냥! 만나보고 결정해! "
도대체 뭘 결정하라는 건지….
남학생은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여자가 하도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탓에 거절도 할 수가 없었다.
" 뭐…. 그래요. "
" 꺄아~ 그럼 이름이랑 연락처 알려줘! "
" 이름은 이성주, 핸드폰 번호는 ……. "
" 난 윤지아, 이 주소로 내일 2시까지 꼭 와! "
" 아, 네. "
" 그럼 내일 봐~ "
여자 아니, 지아는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한 뒤,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성주는 조금 얼떨떨하기는 했지만, 손에 들린 쪽지를 버리진 않았다.
도대체 몇 년만에 1편인지;;
그래도 최대한 빨리 이야기를 진행 시키겠습니다
(꼭 일 벌이고 한참 뒤에야 발동걸리는 쿄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