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 악몽26(최유기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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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공, 그거 알아요? 그 해에 처음 본 나비의 색깔로 그 해를 점쳐 볼 수 있다는 습속이 있어요.
    음... 저 나비는 호랑나비이니 오공의 올 한 해는 만사형통이겠군요.
    으응?
    아, 올해 오공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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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해온 음료수를 따서 오정에게 건네주고 오공까지 챙겨준다음 팔계는 자신의 음료수에 손을 댄다.
    오공의 키도 예전보다는 훌쩍 커버려 조금 있으면 엇비슷해질 것 같다.
    날씨가 참 좋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있는 것도 참 좋다.


    "날씨가 많이 좋아요. 이런 날은 소풍이 최곤데..."
    "그러게... 이것저것 맛난 걸 싸들고 경치 좋은 곳을 찾는 것도 사는 낙 중에 하나지. 안 그래, 오공???"


    언제나 그렇지만 조용한 오공은 낯설다. 장난을 걸어도 예전같은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오공을 돌아보던 오정은 오공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는 것을 보곤 흠칫 놀라고 말았다.
    팔계도 그런 오공의 모습에 긴장하면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풍은 싫어...소풍은 싫다고!!!싫단 말이야!!!소풍은 끔찍하다고!!!으아아아아아아아아---"
    "오공!!!"


    오공의 몸이 바닥을 뒹굴며 요동을 친다. 이건 발광을 지나 지랄 수준이다.
    오공이 주위를 부수어 버릴 듯한 고함을 지르며 난리를 피우자 두사람은 병원에서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했다.
    팔계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발광하는 오공을 끌어안고 달래기 시작한다.
    팔계의 얼굴에서 땀이 흘렀다.


    "미안해요, 오공. 쓸데 없는 말을 해서...진정해요..."
    "...싫어...소풍은 싫어..."


    분명 오공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리라. 오정이 머리를 자르고 팔계가 된 오능과 사원으로 찾아왔던 날을...



    아아, 참 좋은 날씨군요.
    소풍가기 딱 좋다.
    그거 좋은데요? 언제 다들 도시락을 싸가지고...
    신난다. 선생님, 바나나 가져와도 돼요?
    관둬. 너희들과 다니는 건... 죽어도 싫으니까...



    품 안의 오공이 조용해진다. 팔계는 울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오공의 얼굴을 닦아주며 다독거렸다.
    오정은 뜻밖의 상황에 넋이 나간채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싫어...정말 싫어..."
    "미안해요, 미안해요,오공. 내가 잘못했어요."


    오공의 소란에 몇몇 사람들이 기웃거리는 것이 보인다.
    오정은아무래도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사무실로 들어가 인부카드를 작성했다.


    "이봐, 사! 아까 무슨 일이었어?"
    "아아, 동생 녀석이 좀 아프거든, 아, 여기. 소장한테는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전해줘, 그럼 난 갈게."
    "어,어이...이봐, 사!!!"


    개구장이처럼 씩 웃은 오정이 윗옷을 걸치곤 두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난처해 하는 팔계의 품에는 곤히 잠들어 있는 오공이 안겨있었다.


    "가자, 팔계!뭐야, 이 녀석. 팔자도 편하군. 그 난리를 피워놓고 자는 거야? 야, 바보원숭이!!!"
    "깨우지 마요. 근데 괜찮아요? 지금 가도..."
    "그만큼 월급에서 까이겠지,뭐. 이리줘.그 녀석은 내가 업고 갈테니..."
    "아녜요. 오공은 내가 업을게요. 오정은 짐을 좀 부탁해요."
    "그럼 그럴까?"


    집에 도착한 이들은 오공을 침대에 눕혀놓곤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인가 했더니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군."
    "미안해요.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니탓이 아냐..."


    장마철 같이 눅눅하고 불쾌한 공기가 둘 사이를 맴돈다. 조금만 움직이면 가슴 한 켠에서 주먹만한 덩어리 같은 것이 치받쳐 올라 올 것 같다. 두 사람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망연자실한 기분에 동작을 멈추고 불쾌한 공기를 느끼고 있었다.
    잠시 뒤 팔계는 냉장고에 있던 녹차병을 꺼내 컵에 따르며 의자에 앉은 오정에게도 한잔을 건네곤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곤 잔에 따른 녹차의 차갑고 쌉싸름한 맛을 음미하다 술인양 원샷해버린 오정을 보며 피식 웃다가 입을 열었다.


    "무슨 술도 아니고 물을 이렇게 단숨에 마셔요... 물에 체하면 약도 없는데..."
    "체하다니? 날 몰라서 하는 소리야??? 난 누구보단 못해도 나름 강철위장이라구!!!"
    "...그런 거로군요..."
    "엥?"


    팔계는 특유의 사색모드로 돌입하며 팔에 턱을 괸다. 오정의 입안에 고인 침을 넘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역시나 그런 거였어요."
    "이건 또 뭔 소리래?"
    "기억이 돌아와 그를 찾아간 날 전 그에게 물었었습니다. 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잊게 한 거나고... 그러니 그가 그러더군요. 눈에 보이는 것 만이 진실일 뿐이라고..."
    "그다운 대답이군."
    "그 때 난 반문했었습니다. 조작된 현실도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 거냐구요..."


    팔계는 당시의 일을 오정에게 이야기하며 컵을 만지작거렸다.


    "그랬더니 그는 내가 꾸어왔던 꿈 얘길하며 내게는 그것이 진실이었을 거라고 그러더군요."
    "당시에 자기가 느낀 감정이 진실이라고?"
    "그래요.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그 때 난 그래도 그의 말에 무언가 거부감이 들더군요. 모두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한마디도 반론할 수가 없었어요. 아니 못했다고 해야할까요... 그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얘기하더군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세상에 정답은 없는 거라면서..."
    "확실히 니건일다운 대답이야."


    오정은 감탄하는 얼굴로 박수를 치다 안에 오공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멋적에 손을 내렸다.
    담담한 팔계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때지난 발언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작된 현실을 진실이라고 얘기한다면 난 거기에 동의하지 않아요. 진실은 단수가 아니고 선택의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앞뒤가 다른 진실은 진실이 아니예요. 설령 그것이 피부에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현실이라해도..."
    "...그래서... 그동안 넌 거짓의 시간을 보내왔다...그런 말인가?"


    오정의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를 감춘 맹수의 그것이었다.
    이제는 팔계가 침을 삼킬 차례다.

    "그렇다면 그동안 너와 같이 지내왔던 난 뭐가 되는거지? 나도 거짓이라는 말인가? 제 세상 잃어버리고 병원에만 쳐박혀 있던 오공 녀석은?"
    "오정..."
    "그런 거였나? 네겐 고작 그정도 밖에 안 된다는 거였군. 그런 거야?"


    쨍그랑~ 식탁의 컵이 나동그라져 박살이 낫지만 오정은 개의치 않고 팔계의 멱살을 잡고 일어섰다. 팔계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어린다.


    "오..오정..."
    "다시 한번 말해봐. 뭐가 어쨌다고?"
    "오정!!!"


    어느새 나왔는지 오공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두사람을 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

    동그란 황금빛 눈동자가 흔들리며 울 것 같이 매달린다.


    "이거 놔아~ 팔계한테 왜 그러는 거야?"
    "제길!!!"


    손을 풀은 오정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다시 나가버렸다.
    털썩!!! 그 반동에 의자에 주저앉은 팔계가 망연자실 한 곳만 바라본다.
    오공도 그런 팔계를 따라 쥐죽은 듯 팔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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