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터팬 컴플렉스



  • "오공....정말 않먹을건가요?"

    "응...."

    "아침도 않먹었잖아요.그러다가 병난다구요..."











    정말 걱정되요-라는 표정이 역력한 팔계에게, 오공은 그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일뿐이었다.











    "괜찮아."

    "먹보원숭이가 왠일이야?아침도,점심도 굶겠다니...해가 서쪽에서 뜨겠다..-_-"

    "..........."











    평소같으면 벌써 화냈을 오공이지만....오공은 오정에게도 웃어보였다.











    "정말 않먹으실건가요?한끼정도라면 이해하겠지만....."

    "....정말 괜찮다니까.다들 왜그러는거야?"











    하아-..팔계는 힘들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약간 건조해진 듯한 오공의 금빛 눈동자는.........그러나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대체 왜 이러는 건지.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팔계였다.











    "알았어요. 하지만 혹시 먹고싶으면 내려오세요..^-^""

    "응."











    살짝, 문이 닫히고 오공은 아까의 팔계처럼 한숨을 내쉬어 보았다.

    침대에 올라가 앉아, 몸을 웅크렸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오공은 달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원숭이."

    "삼장..."











    환한 금발의 그 후광 때문에 더 깊고 어두워 보이는 암자색 눈동자가 오공을 향했다.











    "어디 아픈 거냐?"











    단아한, 그러나 약간은 신경질적으로도 보이는 차가운 손이 오공의 이마에 닿았다.

    그러나 작은 이마에서는 열기는커녕 일말의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손을 떼자 오공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니..."











    차가운, 그러나 아름다운 보랏빛 시선이 물끄러미 바라보는 까칠한 금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보랏빛 시선은, 약간 온기가 도는 듯도 했다.

    길고 흰 손가락이 오공의 이마를 탁- 하고 튕겼다.

    붉은 입술은 약간의 곡선을 그려내고 있었다.










    "적당히 해라."








    작은 연분홍의 입술도, 헤헤, 하고 웃어버렸다.











    "으응. 그럴게."












    윤기나는 보라색 눈동자가, 뭐랄까, 어두우면서도 우아하다고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오공은 다시 웃어보였다.












    "헤헷-...삼장 걱정하는 거 맞지?고마워..."

    "걱... 걱정이라니..."











    표정이 잘 상상되지 않는 그의 얼굴에 쑥스러운 빛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오공은 잠시 생각을 잊었다.











    "...단지 심심했을 뿐이야."











    오공은 상당히 세게 닫히는 방문을, 그리고 황급히 나가는 삼장을 보며 살짝 웃어보였다.










    "...가끔씩 우스워, 삼장은."











    그러나 잠깐 스쳐가던 미소는 곧 스러지고, 오공은 다시 풀죽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아까와 같이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묻은 채 오공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먹고 싶지 않을까?

    오늘뿐이 아니라... 요즘에는 통 식욕이 없었다. 그냥,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깨작거렸는데.

    이제는 단순히 식욕이 없는 게 아니라 거부감마저 들었다.

    먹고 싶지 않아. 아니... 먹기 싫다.

    내다버리고 싶을 만큼 넘쳐나던 식욕이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왜... 이러는 거지...

    ......ㅡ무서워.

    순간 스쳐간 생각에 오공은 흠칫했다.

    그래, 무서워.

    하지만... 뭐가?

    어째서 음식을 먹는 것이 두렵지?

    ...어젯밤에 꾼 꿈이 뭐였더라. 아주 중요한 것 같았는데.

    침묵이 짙어가는 방 안에서 오공의 상념은 깊어져만 갔다.











    "팔계."












    지프를 손질하고 있던 팔계를 앳된 목소리가 불렀다.











    "왜 그러죠, 오공?"

    "팔계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부드러운 눈웃음이 뭐든 물어보라는 듯 오공을 바라보았다.











    "뭐죠?"

    "응... 팔계는... 요괴지?"

    "네. 지금은 그렇죠. 왜요?"

    "...오정도... 요괴야?"

    "글쎄요... 오정은 혼혈이니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그래..."

    "그런데 왜 그러죠?"











    상냥하지만, 태고적의 호기심을 간직한 깊은 눈동자에 오공은 흠칫 몸을 떨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왜 그래요?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그러나 오공은 내미는 팔계의 손을 탁- 하고 세게 뿌리쳤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래.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아.











    "삼자앙-"











    귀여운, 응석이 섞인 말과 함께 신문을 보는 삼장의 목에 매달리 오공에

    삼장의 미간이 살짝 찌뿌려졌다.











    "...원숭이. 이젠 살만한가보지?"

    "으응."











    그러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오공의 환한 미소 앞에 삼장의 화는 누그러졌다.











    "삼장.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뭐냐? 10초 안에 끝내."

    "삼장은ㅡ 죽고 싶었던 적이 있어?"











    아주 의외라는 듯, 보라색의 눈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어째서 그런 걸 물어보지?"

    "꿈을 꿨거든. 무슨 내용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좋은 꿈은 아니었던 것 같아."

    "그런데?"

    "꿈에서 깨면... 내가 내 목을 조르고 있는 거야."











    오공이 요즘 좀 이상한 것 같아요- 하는 팔계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한 삼장이었다.

    바라보는 금빛 눈동자는 여전히 순진했다.











    "...그래서... 네가 죽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니... 그건 아니야."

    "그럼?"

    "그냥...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점점 이상하다는 눈을 하는 삼장에게, 오공은 대답 대신 웃어보였다.











    "삼장-"











    다시 매달려 갈색 머리칼을 부비대는 오공의 감촉에 얼굴이 붉어지는 삼장이다.











    "이, 이 바보 원숭잇! 떨어지지 못해?"

    "헤에~ 싫어어ㅡ"











    놓아주지 않을 거야. 영원히.











    달조차 뜨지 않은 어두운 밤.

    그 깊은 밤하늘을 지키던 작은 별 하나가 유유히 흐르는 구름 속으로 감춰졌다.

    작은 그림자가 삼장의 방문 앞에 아른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발끝으로 살금살금 들어오는 그것은.











    "삼장- 자?"











    작은 목소리로 확인까지 한다.

    삼장이 곤히 잠들어 있는 것을 본 오공은, 자그마한 입술에 웃음을 머금었다.

    아름다워.

    하늘은 어둡지만 워낙 넓은 창문 탓에 엷게 그림자가 진 삼장의 모습은

    훅, 하고 숨을 들이쉬어야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윤기나게 반짝이는 엷은 금색의 머리칼은 어둠 속에서도 눈에 띄었고,

    무방비 상태의 얼굴은 얇은 입술에 요염함을 드리우고 있었다.

    덜 자란, 귀여운 아이의 손이 머리맡에 놓여진 삼장의 총을 집어들었다.

    입가에 물들어가는 순진한 미소는- 그러나 너무나 투명해 깨질 듯 섬뜩했다.

    바로 그것이었다, 나의 꿈은.

    내 손에 목이 졸려 죽어가던 것은 바로 너였어.

    먹는 것이 두려웠어. 음식을 먹으며 조금씩 커가는 게 두려웠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두려웠어.

    요괴인 나와 인간인 당신의 시간은 다르니까.

    그래,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ㅡ

    저 아름다운 금발이 언젠가는 흰빛으로 물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그 아름답던 보라색 눈동자가 언젠가는 우아함을 잃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저 고운 얼굴에 언젠가는 주름이 새겨질 것이라는 거였다.

    찰칵. 총알을 장전한 총이 정확히 삼장의 이마를 향했다.

    나도 이 모습으로 있을게. 더는 자라지 않을게...

    그러니까, 당신도 내 곁에 있어줘.

    영원히 늙지않는... 아름다운 시체로서ㅡ










    나의 사랑이 죄가 된다면.......

    당신의 발밑을....온통 피로 물들여 줄게....-







    ====================================

    쿨럭..쿨럭..;;

    피터팬 컴플렉스는... 자라고 싶지 않다, 나이를 먹고 싶지 않다,

    영원히 어린, 혹은 젊은 채로 남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야..;

    위와 같이 자라지 않으려고 음식을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지..;

    그러다 잘하면 죽겠지만 -_-;;;

    이..이글은 친구와 나의 합작이므로..;;

    퍼가지 마시오..-ㅅ-;;[누가 가져가긴 하냐?-_-^]

    내가 꺼낸 피터팬 컴플렉스에 영감을 얻은 내 친구..;;와 나..

    글을 써내려가고..;;

    헤헷-..;;
    * 우니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8-20 21:20)

댓글 5

  • [레벨:5]밍쿠

    2003.08.20 11:44

    오오 멋잇어...;ㅅ; 그건 그렇고 신최유기 빨리써줘 ;ㅅ; <-;;;
  • [레벨:3]V.HakKai

    2003.08.20 12:12

    호오.. 꽤나 인상깊군요
  • [레벨:5]™민트향민º

    2003.08.20 12:15

    오오~///☆★
    너무 멋있잖아!///☆★
  • [레벨:9]id: 손고쿠

    2003.08.20 15:49

    멋잇습니다^^
    마지막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나의 사랑이 죄가 된다면.......
    당신의 발밑을....온통 피로 물들여 줄게...]라 좋은 말이죠^^
  • [레벨:3]폭력삼장

    2003.08.20 18:09

    웅웅거리는 귓가
    난 이런 글을 보면 항상 귓가가 떨리는 것 같아요.
    또 귓가가 웅웅거릴 글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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