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S: ~드래곤 이야기~ [9]

  • D.S: ~드래곤 이야기~


    ..[9] ...해피엔드?


    =====================================
    혼혈. 그것은 드래곤도 인간도 아닌 존재.

    각각의 고유한 정체성을 혼돈시키고 불안정에 그 능력을 뿌리내리는 존재.

    드래곤들이 고귀하고 아름답다고 인간들이 느낀다면, 그는...

    인간은 그 모습을 보고 '악마'라 부르겠지.
    =====================================


    바람이 살짝 뺨을 스치는 느낌에 진진은 눈을 떴다.

    진진은 어느 새 중천에 떠 있는 해와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진은 옆을 돌아보았다.

    역시나 그 곳에는 유가 있었다.

    유는 의자에 앉아 어떤 책 한권을 읽고 있었다.

    책 제목은 보이지 않았지만 '철학'인가 뭔가 하는 괴상망측한 것임엔 틀림없었다. 유는 심심할땐 때때로 '철학'을 읽곤 하였다.

    언젠가 진진은 그게 재미도 없는데 무슨 도움이 되길래 읽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음.. 뭐랄까,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귀여운 면을 볼 수 있달까.. 뭐, 재미있어서." 라고 유는 말했었다.

    물론 진진으로서는 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유의 금빛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보였다.

    ............

    그러고보니, 유는 그 때 이후 항상 진진의 곁에 있었다.

    동정심일까.

    아니면, 어린애 취급 하는 걸까.
    (유의 나이로 보면 진진은 한참 어린 새파란 코흘리개에 불과하지만. 유의 나이는 정확히 517살이다)

    '하지만 뭐 어때.'라고 생각하며 진진은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제서야 유는 진진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고 인사를 건넸다.


    유: 아, 일어났어?

    진진: 응.


    갑자기 허기가 밀려옴을 느낀 진진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순간.

       "따악!!"

    뭔가를 때리는 경쾌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정확히 말하면, 유의 손이 진진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는 경쾌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진진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그 얼굴에는 아프다는 기색이 뚜렷이 나타나 있었다.


    진진: 뭐야? 왜 그..


    진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방 안에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따악!!!")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작은 신음소리도 새어나왔다.("윽..")

    진진은 아무 말도 않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유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도 정확히 말하면, 아픔을 참느라 입 밖에 말을 못 내는 것이지만.

    유는 보던 책을 덮고 일어나 가벼운 한숨을 한번 폭 내쉬었다.


    유: 첫 번째거는, 참을성 없이 난동을 부려버린 댓가로 내리는 벌이고, 두 번째거는 자신의 페이스도 잊어버린채 무턱대고 힘을 써버린 것에 대한 벌이다.

    진진: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유는 또다시 진진에게 꿀밤을 먹였지만, 이번에는 별로 힘이 들어가지 않은 살짝 쥐어박는 정도였다.


    유: 아무리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해도, 본모습을 보이다니 어떻게 된거야? 내가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도 말야.


    커다랗게 소리지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냉정함이 묻어나오는 차가운 말투도 아니다. 부드럽고 조용한 말.

    그렇지만 진진은 유가 커다란 고함을 지른 것마냥 움찔했다.


    유: 게다가, 또 이렇게 쓰러질 건 뭐야? 저번에도 그랬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자신의 페이스정돈 잘 알고 행동해야 할 거 아냐.

    진진: ......


    진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마치 아버지에게 함부로 대들지 못하는 아이처럼.

    아무리 외모는 진진과 같은 동갑이라고는 하나, 어렸을 때부터 거의 진진의 부모 노릇을 해온 유다.

    진진에게 있어 유는 어찌보면 부모와 같은 존재.. 아니, 부모보다 더 가까운 존재일지도.


    유: ..자, 가서 사과해.

    진진: 뭐?


    갑작스런 유의 말에 되묻는 진진.


    유: 레르핀 양에게 가서 사과하라구.

    진진: 레르핀...이라니? 게다가 뒤에 '양'은 또 뭐야?

    유: 레르핀 이스티나. 아름다운 여성이시지. ...너도 전에 만나본 적이 있을텐데.


    진진의 눈이 찌푸려졌다.


    진진: ..설마, 어제의 그 드래곤 슬레이어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유: 어제가 아냐. 그저께라구. 네가 얼마나 많이 쓰러져 있었는지 모르겠어?

    진진: 그런건 상관없잖아. 그런데 왜 내가 그 녀석한테 사과해야 하는거지?

    유: 뭐어.. 분명 처음에 잘못한 것은 레르핀 양 쪽이지만, 너도 일단 본모습을 드러내버렸으니까.. 사과는 해야겠지?

    진진: 순서가 안맞아. 먼저 그 여자가 나한테 와서 무릎꿇고 사과를 해야 되는 거잖아.

    유: 이봐. 네 본모습이 인간들에게 얼마나 충격을 주는지 잊어버린건 아니겠지?


    진진은 거기서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유: 일단, 가서 얘기라도 해보라구.

    진진: ......


    진진은 조금 투덜거리더니 일어나 방을 나섰다.



    여기는 여관 1층. 테이블이 주욱 늘어서 있는 품으로 보아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중 한 테이블에 약간 냉기가 감돈다.

    그 테이블엔 사람이 네 명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없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유가 진진의 발을 한번 툭 걷어찼다.

    그제서야 진진은 말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진진: ...미안.

    레르핀: 전혀 미안하다는 말투가 아닌데?


    진진과 비슷한 와인색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꼬투리를 잡는다.


    진진: ...유, 이제보니 팔팔한데 그냥 가도 되잖아?


    '난 화가 났다!'라는 것이 팍팍 묻어나는 어투로 진진이 말했다.


    유: '죄송합니다'라고 해야지, 진.


    마치 어린애를 다루는 듯한 말투. 그 때문인지 아름다운 드래곤 슬레이어께선 그만 픽-하고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진진: 어린애 취급하지마.

    유: 아름다운 레이디께 사과를 할때는 항상 정식으로 해야하는 법이야.

    진진: 그 전에 난 저 녀석에게서 사과를 받아야겠어.

    유: 기사가 레이디에게 무릎을 꿇는거지, 레이디가 기사에게 무릎을 꿇는건 아니라고.

    진진: 그건 옛날 이야기잖아.


    유와 진진이 이렇게 옥신각신하고 있을때, 레르핀의 입에서 이 둘의 담화를 멈추는 말이 나왔다.


    레르핀: ...미안해.


    말 한마디에 그대로 시선이 집중되어 버린 레르핀.


    레르핀: 뭐.. 처음부터 내가 잘못했던 거구, 미안해.

    진진: 당연하지.


    그 말에 다시 한번 진진의 발을 걷어차는 유.


    진진: ....죄송합니다.


    투덜거리며 내뱉은 한마디에는 전혀 반성하는 기색같은건 나타나있지 않았지만 유는 그걸로 사건을 매듭지으려는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 자, 그럼 이걸로 해피엔드, 해피엔드.

    레르핀: 아아, 그럼 이걸로 끝난거야?

    진진: 아니. 아직.


    뜻밖의 말에 유가 애써 띄어놓았던 분위기는 바뀌어버렸다.

    유는 또 뭐냐는 듯 진진을 바라보았고 카셀과 레르핀도 진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진진: 물어볼게 있어.


    바람이 살랑거렸다.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던 작은 꽃망울의 잎사귀가 흐트러졌다.


    진진: 너희들은, 왜 우리들을 죽이는 거지?


    바람이 살랑거렸다.

    ------------------------------------------------------------------------------------


    마땅히 제목을 할게 없어 그만 저걸로 해버렸습니다.(;)

    아아, 필히 눈세척을 하여주세요.. 나중에 저를 원망마시고;ㅁ;

    그럼 이만 우유는 다시 물러납니다..


    p.s: 전 왜이리 질질 끌기만 하는 걸까요.(절망)

댓글 7

  • xpzh유

    2004.06.20 18:59

    오우....
    그런데 말이야,부모보다 더 가까운 존재가 뭐지..?
    우씨...존심 팔리게,여자에게 무릎을 꿇다니...저건 현실의 나하고 완전 딴판이야!..
    울고 싶어라..ㅠ0ㅜ..
    레르핀하고는 내가 항상 싸우고 그러는건데...레이디는 또 뭐고,양은 또 뭡니까..ㅠ0ㅜ
  • [레벨:3]우유의마법

    2004.06.20 20:02

    아아, 유가 좀 이해해줘-_-; 8편에 말했잖아. 원래 캐릭터 설정이랑 다르게 나와서 죄송스런 마음이 높이 솟아올라 우주까지 나가 태양계를 벗어난다고.....(그건 변명이 아니야)
  • [레벨:9]id: 손고쿠

    2004.06.20 20:09

    유상이 제겐 아버지..부모님보다 더한 존재...였군요
    미처 그까지는 생각못했지만 놀라움이 그지 없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저도 전부터 생각했지만 왜 저희들의 죽이려 하는걸까요
    단순한 심심풀이는 절대 아니겠고^^
  • [레벨:24]id: Kyo™

    2004.06.20 21:41

    부모보다 더 가까운 존재... 아하하;;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존재란 뜻인가?
    어쨌든...;;
    마지막의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떤 것일까요....
  • [레벨:8]미서년

    2004.06.20 22:54

    허어, 두사람 분위기가 참 미묘해<-임마
    뭐야, 나만 그런거야?!(어) .....어쨋든 사과는 제대로 해야하는거란다, 꼬마<-
    알흠다운 나는 어디 처박혀 잇는거람<-
  • [레벨:9]id: 루키[風雲]

    2004.06.21 18:55

    오오..아버지 보다 더 한 존재?! +ㅁ+

    그거 멋진걸! 죽이려는 이유는...

    그냥 취미?! [-_-;]
  • [레벨:9]ねこ[네코]

    2004.06.23 02:50

    당연하지, 당연하지라... 굉장히 멋지군요 진진씨♥ [성격이 마치 료마같...] <-
    유와 진진은 어째 모르게 깊은 사이일지도-ㅂ- [어떤식의;?]
    그러고보니 진진씨가 질문한것 처럼, 그 대답은 어떻게 나올까요;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3776 [레벨:4]id: 칸 160 2004-03-01
3775
Diary★1 +10
[레벨:4]id: 칸 160 2004-03-03
3774 [레벨:24]id: Hasaki 160 2004-03-03
3773 [레벨:3]스카이지크風 160 2004-03-05
3772 [레벨:5]루첸LD 160 2004-03-07
3771 [레벨:5]밍쿠+푸딩 160 2004-03-07
3770 dkdaktldb 160 2004-03-07
3769 [레벨:3]스카이지크風 160 2004-03-10
3768 [레벨:4]id: 칸 160 2004-03-12
3767 나원냥테니스ㅠ 160 2004-03-14
3766 [레벨:2]정체모를소녀 160 2004-03-23
3765 [레벨:4]ㆀ마계천정ㆀ 160 2004-03-25
3764 [레벨:8]∑미서년살앙™ 160 2004-03-28
3763 [레벨:3]id: 실피乃[鋼] 160 2004-03-31
3762 [레벨:3]스카이지크風 160 2004-04-01
3761 [레벨:4]id: 켄지로 칸 160 2004-04-02
3760 [레벨:8]∑미서년살앙™ 160 2004-04-02
3759 [레벨:8]∑미서년살앙™ 160 2004-04-02
3758 신비쨩♡ 160 2004-04-02
3757 dkdaktldb 160 2004-04-03

SITE LO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