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廢亂心深 - 5. 이 애달픈 마음 품고서 나 그대 항상 바라보고 있어






  • “ 유하~ 진짜 안 놀 거야? ”
    “ 네에, 유진오라버니 없으면 안 있을 거예요. ”
    “ 야야, 유진이 불러라. 이 인간 안 부르려고 했는데 유하가 간다잖아. 야, 전화해라. ”










    「 바라봐주지 않는다고 해서 애달픈 이 감정이 변할 수 있을까요. 바라봐주지 않는다 해도, 나 그대 뒷모습 항상 바라보고 있어. 」













    “ 야, 유진. 너 이리로 와라. 유하가 너 찾는다. 못 온다고?
    야, 장난하냐? 애인이랑 있다고? 야, 너한테 애인이 어딨냐? 있으면 데려오든가. 무튼 빨리 와라. 유하 기다려. ”
    “ 못 오는 거예요……? ”
    “ 아냐, 온대. 안 오면 내가 끌고 오지 뭐. ”

    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당황하며 손을 내젓는 선배. 역시 오라버니는 안 오는 걸까. 그럼 난 여기 있을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괜히 온 거잖아. 왠지 살짝 기분이 나빠. 뭐, 대충 핑계대고 이만 가볼까…….






















    “ 어, 정시유진! ”
    “ 미친것들, 작작 좀 마셔대라. 자식들, 집에 있는 사람 괜히 불러내기는. ”
    “ 아, 유진아~ 보고 싶었어! ”
    “ 아, 몰라. 오늘은 제발 그냥 내버려둬. 피곤하다고. ”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 회색빛이 보였다.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한 채 들러붙는 여자애들을 살짝 밀어낸다.
    어라? 여자애들을 거부하다니. 저럴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궁금함보다는 반가움이 더 컸기에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오라버니에게로 달려가 안겼다.

    “ 오라버니! 나 유진오라버니 보고 싶었어요! ”
    “ 그래, 그래. 일단 나 좀 앉자. ”

    그래도 내가 안기니 거부하지 않는 오라버니. 물론 포기한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주변의 여자애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은 거잖아.
    오라버니는 테이블을 둘러싼 소파 중 가장 가운데 앉았고 항상 그렇듯 내가 옆에 앉아도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테이블 위의 술병을 기울이더니 이내 가득 술을 담은 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다들 오라버니가 와서 그런지 아까보다 한결 더 들뜬 모습이었다.
    그저 평소와 같이 술을 들이키는 오라버니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본인 말대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랑 완벽히 다르다면, 초점 없던 그 회색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 있었다는 것.
    아까는 너무 반가워서 잠시 잊었지만 오라버니, 요즘 변한 것 같아.
    여자를 거부하고,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해 호스트에 가지 않고, 살짝 들떠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더 변한 건, 그가 날 첫 번째로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왠지 주위를 끌고 싶은 마음에 오라버니가 마시던 술잔을 뺏었다.

    “ 오라버니, 요즘 많이 변했어요. 옆에 누군가가 생긴 거예요?
    예전과는 달리 눈이 날 향하고 있지 않아. ”

    오라버니의 귀에 달려있는 십자가 모양의 피어스를 스치며 오른쪽 뺨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물론 평소에 잘 하지 않지만)이건 나밖에 할 수 없는 행동. 그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말하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뺨을 감싸는 내 손을 오른손으로 감싸 흘러내리듯 떨어뜨렸다. 그렇게 오랫동안 내 손을 잡아 주었다.
    그렇지만 내 말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왜……나를 떠나는 거예요.
    난 예전부터 여기 그대로 있는데, 왜 다들 떠나는 건가요. 오라버니만은 나와 함께 여기 그대로 머물러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 다시 혼자가 되는 건가요. 그건 싫어…….























    “ 흑……. ”

    나도 모르게 참고 있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눈물이 흘렀다.
    계속 이렇게 흐르다가는 그가 날 잡아준 손 위로 떨어질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손에 내 눈물이 떨어지면,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모두가 떠나갈 때쯤 그가 내 눈물을 보고 당황하며 닦아줄 때까지 그렇게 고개를 돌리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떨어뜨렸다.
    꽤 오랜 시간이었는데, 떠나가는 그를 생각하니 눈물이 그렇게 멈출 수 없었다.
    겨우 눈물을 진정시켰다. 내가 걱정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여자를 혼자 집에 보낼 수 없다.’ 라는 책임감에 그러는 걸까.
    항상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그 사람. 둘이서 가로등이 어스레하게 켜진 골목길을 걸었다.
    꽤 늦은 시간인데 초여름인지라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벽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걸어가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왠지 슬퍼서, 이렇게 같이 걷고 있지만 어느 순간 내 다리가 굳어버릴 것 같아서 그의 팔을 살짝 잡았다.
    가만히 있어주는 오라버니. 아까 그 여자들처럼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아마 거부했다면 아까처럼 울어버렸을지도 모르지.
    그리고는 또 아까처럼 앞만 바라보고 있는 오라버니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린 채 눈물을 숨겼을지도.

    “ 저기 오라버니. ”
    “ 왜. ”
    “ 아뇨, 그냥요. ”

    딱히 할 말은 없었지만 그냥 불러보고 싶었다.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내가 잡고 있는 이 사람이 ‘정시유진’ 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 오라버니. ”
    “ 왜. ”
    “ 아니에요. ”
    “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다들.”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내가 잡고 있는 쪽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순간 그의 팔에서 내 손이 떨어져 나가자 나도 모르게 그의 팔을 다시 한 번 세게 잡고 놓지 않았다.
    순간 어떻게 그렇게 강한 힘이 솟아났던 걸까. 예전에도 있는 힘껏 잡았지만 오라버니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는데 말이야.
    그저, 무서움에 그렇게 강한 힘이 솟아났던 걸까.
    오라버니는 살짝 당황한 것 같았지만 왠지 이 팔을 놓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멀리 아파트가 보였다.

    “ 집이 저기였지? ”
    “ 매일 데려다 주면서 그것도 기억 못 하는 거예요? ”

    살짝 삐친 듯한 표정을 짓는 그 사람. 헤어질 때가 다되었지만 이 팔을 놓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파트 입구에서까지 팔을 놓지 않아 오라버니가 당황하고 있을 때, 멀리서 오라버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야, 거기서 뭐하냐? ”

    어라, 처음 보는 사람. 한쪽 눈동자가 이상하다. 그 사람을 보자 갑자기 그에게로 달려가는 오라버니.
    팔을 잡고 있는 나를 뿌리치고선…….

    “ 야, 유현빈. 여기까지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무튼 가자. 아, 유하 잘 가라. ”

    그는 날 향해 가볍게 인사하고는 그 사람을 따라 갔다.
    ‘유현빈’, 실존 인물이었던 거야? 그저 오라버니가 도망가고 싶을 때 말하는 가상 인물인 줄 알았는데, 정말 저 사람이 존재했던 거야……?

    “ 가지 말아요……. 날 두고……. ”

    멀리, 아주 멀리 가 버려 뒷모습조차 남아있지 않는 그 길을 향해 아주 조그맣게 말했다.
    아니, 아주 크게 외쳤지만 왜일까, 그 소리를 내뱉으려고 하자 목이 잠겨 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잠긴 목으로 울었다.
    가지 말아요…….




























    한참을 울었다. 이젠 다리에 어느 정도 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근처 놀이터로 갔다. 늦은 시간이었는데 그네를 두 명이나 타고 있었다.
    멀리서 그 중 한 사람이 날 보고 손을 흔들었다. 자세히 보니 현화와 지은 선생님이었다.
    어라, 저 둘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내일 학교 걱정도 안 되나 보다.

    “ 어라, 여기 어떻게 온 거에요? 그건 그렇고 지금 여기서 놀면 내일 학교 못가요. ”
    “ 에이, 내일 일요일이잖아! 그리고 현화 집에 놀러갔다가 밖에 나와서 노는 거야~ 같이 놀자 유하야~ ”
    “ 현화 우리 아파트 살아요? ”
    “ 아니, 현화네 아파트에서 놀면 재미없다고 하기에 여기로 왔어! 여기 오면 그네도 여러 가지고 놀이기구 종류도 많대서~ ”

    ‘정말 대책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집에 가지 않기 위해서는 여기서 같이 놀아야만 했다.
    내일이 일요일이었구나. 날짜개념 같은 건 버린 지 오래다.
    현화의 옆 그네에 앉았다. 지은 선생님은 원래 그러니까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현화 이 아이, 은근히 어리구나.
    그렇게 즐거워하는 표정은 처음 본다. 현화는 그네가 한 바퀴 돌 정도로 높이 올라갔다 빠른 속도로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어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이야. 그냥 옆에서 가만히 운동화 앞굽으로 모래만 파고 덮기를 반복했다.
    재밌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옆에서 자꾸 모래가 튀었다.
    열심히 그네타기에 집중하는 이 아이에게 뭐라고 말하려니 뭔가 미안해서 그냥 자리를 지은 선생님 옆으로 옮겼다.
    그러자 옆에 있던 커다란 비닐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양주였다.

    “ 선생님, 학생한테 이런 거 권해도 괜찮은 건가요…….
    “ 에이, 상관없어! 원래 토요일은 이렇게 막 나가는 거야!
    그럼 내가 현화 같은 어린애한테 이걸 마시라고 하겠어? 자자, 쭉 들이켜세요~ ”

    하긴, 현화한테 술 먹이는 것 보다는 내가 마시는 게 더 낫겠지. 양주를 병째 쭉 들이켰다.
    아까 많이 마시지 못했으니까 지금 마셔도 되는 거겠지. 왠지 양주의 쓰라림이 개운하게 느껴졌다.
    그냥 말 그대로 마시고 죽고 싶었다. 계속 마시고 마셔서, 취해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몇 병째 원샷하는 나를 보고 겨우 사태파악이 된 선생님이 겨우 말렸다.
    현화도 그제야 그네에서 내려와 비닐봉지에서 주스 한 캔을 꺼내 마셨다. 근데 왜 잠시 밖에 나왔는데 이렇게 많이 사 들고 온 거지?

    “ 저기요……. 둘이 가출했어요? ”
    “ 어떻게 알았어? 와아, 유하 대단하다! ”
    “ 가출 아니라니까요! 그냥 놀러 나온 거야. 밖에서 밤새려구.
    보아하니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같이 있고 싶으면 있어도 좋아. ”

    다시 정색모드로 들어간 현화. 그렇게 우리 셋은 그네에서 내려와 놀이터 벤치에 앉았다.
    하늘이 유난히 맑았다. 달이 오늘따라 이렇게 크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토끼야, 토끼야, 내가 널 믿지 않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어릴 적 나 널 만나러 달나라로 가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렇게 너와 만나서 둘이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내가 타락한 걸까. 이젠 달 속에서 널 찾을 수가 없어. 왠지 씁쓸한 기분이었다.






























    “ 저기, 얘들아~ 혹시 학교에서 좋아하는 남자애 있어? ”

    이건 뭐 초딩도 아니고……. 너무 뻔한 이야기를 꺼내는 지은 선생님. 아까 그 술, 아직도 다 못 먹은 건가. 먹는 속도 진짜 느리구나.
    현화는 관심 없다는 듯 두 발을 바닥에 탁탁 쳤고, 눈을 반짝거리며 우리 둘을 쳐다보는 선생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 2학년에 유진 오라버니요. ”
    “ 어머, 그 회색 머리? ”
    “ 네. 맞아요, 그 사람. ”
    “ 어머나……. ”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다. 왜 놀라는 거지? 내가 오라버니를 좋아하는 게 남들이 봐도 이상한 걸까.
    또다시 생각난다. 아까 그 사람이 날 뿌리치고 가 버린 것이. 왠지 분위기를 흐린 것 같아서 괜히 밝은 척 현화에게 물었다.

    “ 그럼 현화는 없는 거야? 현화 좋아하는 남자애들은 많은 것 같던데~ ”
    “ 맞아, 맞아! 현화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거야? ”

    내가 밝아지자 같이 밝아진 선생님. 특히 선생님은 정말 궁금한지 눈을 빛냈다.
    그러자 현화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한다.
































    “ 모르겠는데요. 우리 집 멍청이 말로는 현석 선생님이라던데요. ”
    “ 에에? 정말? ”

    솔직히 놀랐다. 저 얼음마녀가 누군가를 좋아하다니.
    문제는 본인 집 멍청이(누군지는 모르지만)가 한 말 이랬으니까 본인은 아직 자각하지 못하는 걸까.
    어쩐지 저 인간이 현석 선생님 뒤를 쫓아다닐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었어.
    근데 도대체 나이차이가 얼마나 나는 거야? 저 애 생일이 빨라서 우리 학년보다 한 살 어리던데.
    그럼 서른셋에 열여섯? 어이쿠, 진짜 원조교제잖아 이거.

    “ 끝까지 들어봐요 좀. 정확히 말하자면 난 아직 모르겠다고요. 그건 단지 오라버니 추측일 뿐이라니까.
    그리고 내가 설령 현석 선생님을 좋아한다 해도, 난 그 사람 좋아하면 안 되는걸.
    그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는 거 확신하니까. ”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 아이. 왠지 그 표정 속에 약간 쓸쓸한 표정도 섞여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착각인걸까. 갑자기 안 어울리게 생글거리며 웃는 현화.

    “ 그건 그렇고, 우리 오빠가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예요, 선생님? ”
    “ 야아~ …… 멋있으니까 그렇지! 그걸 또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거야? ”
    “ 어머나, 현빈 씨한테 말해주면 엄청 좋아하겠네,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자기를 좋아해준다니까 말이야. ”

    유현빈? 아까 오라버니랑 같이 갔던 사람 아니야?

    “ 저기, 유현빈이라는 사람하고 아는 사이야? ”
    “ 응, 우리 사촌 오빠. ”








































    하, 진짜 세상은 넓고도 좁다고. 이렇게 가까이 있던 사람이었어?
    오라버니가 그렇게 기다리던 사람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진지하게 말하는 지은 선생님.

    “ 저기, 유하야. 너 이 말 듣고 울지 않을 자신 있어? 그리고 현화도 놀라지 않을 자신 있어? ”
    “ 말하세요. 현빈 씨가 어떻든 난 상관없어. ”

    순간 예감이 좋지 않았다. 다시 목이 잠겨 버렸다. 잠겨버린 목소리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에 선생님이 한 말은 의외로 간단했다. ‘정시유진이랑 현빈 씨랑 사귄다.’ 라고. 본인도 본인 입으로 말하는 게 힘들었나보다.
    아까 말하는 거 들어보니 유현빈 이라는 사람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렇게 간단한 말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걸까.
    솔직히 아까 둘이 가는 거 볼 때부터 알고는 있었어. 하지만 나 믿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그저, 내 착각이라고만 느끼고 싶었던 거겠지.
    두려움과 슬픔, 이때까지 모른 척 도피하고 있었던 그가 날 생각하는 마음을 인정하자 의외로 슬프지 않았다.
    이때까지 쌓여있던 감정들이 전부 다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일까. 나 지금 울고 있어. 아까 분명 울지 않기로 약속했었는데.
    아주 잠시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아까 목이 갑자기 잠겨 버린 것도 이럴 거라는 것을 몸이 먼저 알고 막았던 걸까.
    바보 같은 내 머리는 그 경고를 이해하지 못하고 끄덕인 걸까.
    슬프지는 않은데, 오히려 홀가분한데, 나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

    “ 바보, 울지 마. 인정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다시 부정하면 되잖아.
    유현빈 그 자식, 왜 이렇게 사람들을 울리고 다니는지 몰라. 그리고 선생님도 울지 마. 학생 앞에서 우는 게 어딨어. ”

    선생님도 옆에서 울고 있었다. 나 때문에 소리도 못 내고 있었다. 마음 약한 사람, 그러면서도 남 걱정부터 하다니.
    선생님에게 안겨 소리 내어 울었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기대어 울었다.
    현화 저 바보는 우리가 우는 동안 비닐봉지에 들어있던 음료수를 전부 다 마셔 버렸다.
    아, 저 아이 술 못 마신다고 했었지? 어쩐지 마시는 음료수마다 맛이 강한 종류였다.
    취하고 싶은데 취하지도 못하는 저 아이, 왠지 가엾어 보였다. 슬픔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석 선생님이 아닌 것 같다.
    겨우 울음을 멈춘 우리 둘, 내가 현화에게 말했다.

    “ 어허, 그렇게 취하고 싶으면 직접 마시면 되잖아. 바보. ”
    “ 그러게 말이야. 에헤, 오늘은 선생님이 허락할 테니까 마셔도 좋아! ”

    싫다는 아이에게 맥주병째로 먹였다. 맥주라서 취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입에서 맥주병을 떼자 고개를 푹 숙이는 현화. 그리고는 속삭이듯 조용히 말한다.

































    “ 마시기 싫댔잖아……. 나 취하면 정말 다 불어버릴지도 모른단 말이야……. ”
    “ 우리도 다 불었는데, 네가 못 불 이유가 없잖아! 자자, 말해봐. ”
    “ 바보들……. 난 몰라, 어차피 다음날 기억도 못 할 거니까 내 책임이라고 해도 소용없어.”
    “ 일단 말부터 해 보세요, 응? ”
    “ 에비, 몰라 난.
    가정이지만 내가 진짜 현석 선생님 좋아한다 해도 고백할 수 없는 이유가 그 사람은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잖아.
    그게 누군지 알아? 그거……선생님이야, 지은 선생님. 그래서 내가 그 마음 자각하게 되더라도 말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야.
    나……그때가 되면 또 마음 변할 지도 모르지만, 나 지금은 선생님이 더 좋으니까, 지은 선생님이 더 좋으니까……알아도 모른 척 할 거야. ”

    말을 마치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내 쪽으로 쓰러졌다. 새근새근 잠들어 버렸다. 현화에게 무릎베개를 해 주었다.
    선생님의 표정을 살피자 매우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긴, 지은 선생님은 현석 선생님을 친한 사람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으니까.
    그냥 듣지 말걸 그랬나? 심각하게 생각하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비닐봉지에서 양주 한 병을 꺼내 땄다.



































    “ 꺅!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
    “ 시원하죠? 머리 복잡할 때는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거든요.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요. 이미 꼬일 대로 꼬인 거 깊게 생각해봤자 좋을 거 없잖아요.
    또 여기서 더 꼬일 수도 있으니까 지금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요. ”

    그대로 지은 선생님 머리에 부었다. 차가운 양주에 깜짝 놀란 것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복잡한 표정은 싫은걸.
    아오, 나도 모르겠다. 그렇게 비닐봉지 속의 음식들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먹고 마시자 어스름하게 푸른 새벽이 되어 있었다.
    조금 뒤에는 해가 뜰 것 같았고, 가로등의 불빛도 꺼져 버렸기에 이만 집으로 가기로 했다.
    현화는 우리가 자리를 뜨기 위해 깨웠으나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몽사몽이었다.

    “ 현화야, 가자. 이제 집에 가서 자야지, 응? ”
    “ 아오, 깨우지 마. 발로 차버린다? ”
    “ 어쩌지…….”
    “ 괜찮아. 이럴 줄 알고 누구 불렀거든. 아마 곧 있으면 올 거야. ”

    말이 끝남과 동시에 멀리서 어떤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온다.

    “ 이럴 줄 알았지. 지은이 너 예전에도 이러지 않았나?
    대학 다닐 때도 이렇게 아이들 끌고 이렇게 밖에서 서성이던 걸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줬었지? ”
    “ 에이, 그래서 오늘도 선배 부른 거잖아~ . ”
    “ 오늘은 한 명 더 늘었네. 어라, 이 사람, 현화씨잖아. ”
    “ 어라, 현화 아는 거야? ”
    “ 우리 회사 사장 사촌쯤 되는 애. 무튼 데려다 주고 가면 되는 건가? ”
    “ 응응. 자, 그럼 갈까? 유하도 잘 가- ”

    지은 선생님은 연원이라는 사람과 함께 현화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고, 나는 그 곳에서 바로 집으로 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반겨주는 이가 없었다.
    혼자 사는 것 정도는 익숙해진지 오래다만, 집에 들어갔을 순간의 고요함은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씻고 소파에 앉아 잠깐 눈을 감으려 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틀어 보았으나 마땅히 볼 것도 없었다.
    텔레비전을 끄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불을 켜지 않았어도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빛에 집안의 사물정도는 구별할 수는 있었다.
    역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정신이 흐려진다.


































    “ 하아……보고 싶다. ”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온 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말이야. 몸이란 놈은 이상하다.
    아까는 막았으면서, 바보 같은 머리가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먼저 알아챘으면서 이제는 머리보다 더 빨리 그를 기억한다.
    바보같이……. 한번 생각나니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사람. 왠지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 있으니 그 마음이 더 빨리 퍼지는 것 같았다.
    깨끗하게 씻었는데, 눈물자국도 지웠는데 눈이 또 그 위를 눈물자국으로 덧칠한다.
    보고 싶어. 나 그 사람한테서 제대로 말 듣고 싶어. 정말 유현빈이라는 사람을 마음에 담고 있는지.
    두렵지만, 그 길었던 밤의 아픔도 견뎌냈는걸. 그러니까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서서히 해가 뜨고, 햇살이 베란다를 비추었다. 베란다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 산들거리는 아침 바람에 잎사귀를 살랑거린다.
    그래, 나 할 수 있겠죠. 난 강하니까요…….

    “오라버니, 오늘 만날 수 있어요? 나 놀고 싶어! ”
    「 그럴까? 그럼 언제 만날래? 」
    “음……. 12시쯤 우리 아파트 앞으로 와줘요. 같이 점심 먹어요!
    아, 어제 오라버니랑 같이 가던 사람도 데려올 수 있어요? ”
    「 에? 걔는 왜? 」
    “ 그냥 궁금해서요~ 괜찮으면 오라버니 말고 그 사람 좋아하게요! ”
    「 참 나, 그놈이 참 좋다고 하겠다. 무튼 간다. 아파트 앞에 도착하면 다시 연락할게.  」

    아침 일찍 전화 받은 오라버니의 목소리가 잠에 덜 깬 듯하였다.
    아침을 먹으려 했으나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 아침 먹는 것은 포기하고 아까 울었기에 다시 세수하고 화장대에 앉았다.
    최대한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섬세하게 손을 놀렸다.
    어느 정도 화장을 한 후 거울을 보니 어제 울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 마무리로 마스카라를 집어 뚜껑을 열었으나 이내 닫았다.
    울어서 번지면 안 되잖아. 그 사람 앞에서는 예쁜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싶으니까.
    울어서 판다처럼 까맣게 변하고 싶지는 않아. 적어도 그 사람 앞에서는…….
    모든 준비를 다 끝내고 잠시 후 울리는 그의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갔다.



































    “ 오라버니~ 어라, 어제 그 사람이네? 반가워요! 이유하라고 해요.”
    “ 안녕하세요. 유현빈입니다. 어제 잠시 지나치듯 봤는데 자세히 보니 더 귀엽네요. ”
    “ 넘보지 마, 멍청아. ”
    “ 에헤, 현빈 오라버니라고 부를게요! 그건 그렇고 유진 오라버니 입술 텄네요? ”
    “ 피곤해서……. 근데 이렇게 피곤한 사람 불러낸 건 너다 응? ”
    “ 에이~ 남자가 피곤한 거 하루정도도 못 버티는 거예요? ”
    “ 몰라, 무튼 점심 안 먹었지? 가자. ”

    후회된다. 처음에 괜히 친한 척 한 것 같다. 차라리 그냥 무시할 걸 그랬다. 저 사람하고 친해지면 안 되는데. 바보같이 또 먼저 다가섰잖아.
    유진 오라버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처럼 내 팔목을 잡고 끌었다.
    오라버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죠? 나 항상 오라버니의 행동 하나하나에 움직이는데…….

    그렇게 끌려서 도착한 곳은 어느 카페. 어차피 점심 먹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들어가서 주스 한 컵을 시켰다.
    내 앞에 앉아있는 저 사람이 내 시선을 인식하기를 바라며 내 옆에 앉아 있는 오라버니의 팔짱을 꼈다.

    “ 에헤, 현빈 오라버니. 나랑 유진 오라버니 괜찮죠? 나 오라버니 애인후보 1위거든요~ ”
    “ 그래? 그럼 난 2위 시켜줄 수 있나? ”
    “ 뭐에요, 놀리는 것도 아니고 남자끼리! 만약에 결혼까지 하면 현빈 오라버니한테 제일 먼저 청첩장 드릴게요! ”
    “ 얘가 못하는 말이 없어, 먹기나 해. ”
    “ 왜 그러냐. 귀여운 여자애가 좋다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나? ”
    “ 아씨, 너까지 왜 그래! 엎어버린다? ”
    “ 아, 네네. ”

    웃으면서 장난치는 모습까지 자연스럽고, 정말 밉다. 저 사람 골려주려고 이야기 꺼낸 건데 왜 내가 도리어 화가 나는 거지?
    괜히 맘에 안 들어서 주스에 빨대로 거품만 부글부글 만들었다. 그리고 오라버니도 나빠. 저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잖아?
    사람 무안하게 말이야. 날 맘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하지만 꼭 저 사람 앞에서 그렇게 티를 내야겠어?
































    “ 자, 일어나죠? 나 오늘 하루는 정말 제대로 놀 거니까. 나 재미있게 해 줘야 해요. ”
    “ 그럼, 노래방부터 갈까? 나 갑자기 노래 부르고 싶다. ”
    “ 그럴까? 유하는 어때? ”
    “ 나도 좋아요. 그럼 갈까요? ”

    오라버니랑 자주 가던 노래방으로 갔다. 화려한 벽과 조명을 받으며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보이는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주 만나던 아르바이트생이 우리를 반겼다. 아르바이트생을 따라 들어간 방은 역시나 가장 큰 방.
    제일 처음 마이크를 잡고 항상 처음 부르던 노래 번호를 찍었다.

    “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영원히 함께해요, 우리 함께라면, 두렵지 않은걸요- ”

    ‘♩♬♪♩♪♬’

    이 노래 특유의 반주 없이 시작되는 가사를 읊고 노래 가운데 흐르는 짧은 반주도 흥얼거렸다.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은 창법과 노래만을 부르는 자우림 이지만, 이 노래를 부를 때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정말 사랑스럽게 들렸으니까.
    나도 당신과 함께 이 노래의 가사처럼 행복해지고 싶어.

    “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걸요…….”

    최대한 마음을 담아서 노래를 부르며 그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내 시선을 피하기라도 하는 듯 눈을 감고 내 목소리만 듣는 것 같았다.
    내 노래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음. 그가 요즘 들어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였다.


























    “ 말할 필요 없이 잘 알잖아, 새삼스럽게 고백 웃기잖아, 왜 넌 늘 말로 해야 믿는 걸까, 왜 넌 늘 나를 의심할까. ”

    한때 장난스럽게 나간 오디션에 한 번에 합격할 정도로
    가창력 있는 그의 목소리가 원래 이 노래를 부르던 가수보다 이 노래에 더 어울렸다.
    밝은 듯 하면서도 어딘가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느낌도 더 잘 표현하였다.

    “ 사실은 그랬어, 함께 하기 위해서 오로지 사랑을 열심히 읊었지, 사랑하기에 모든 걸 주는 그게 여자라는 걸 알기에는 어렸어,
    남자의 첫사랑 무덤까지 간다고 사랑의 기준은 언제나 너였어, 좀처럼 깊게 마음 못 줬어, 누군지도 모른 채 자꾸 그리워했지, ”

    나 이 노래 가사처럼 지금도 모든 걸 다 주고 있는데 왜 모르는 건가요. 이렇게 자신의 입으로 읊으면서도 아직까지 알지 못하는 건가요.
    오라버니의 그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요. 나 아직은 어제 내가 본 그 장면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다시 한 번 더 회피하고 싶어…….

    “ 나 하지만 너무 잘 알잖아, 끝난 사랑에 다신 없다는 걸,
    왜 항상 사랑할 땐 안 보일까, 놓친 게 왜 늘 그리울까, 왜 난 그리울까……. ”

    바보, 나 지금도 울 것 같은데 왜 모르나요. 자신이 읊고 있는 그 가사를 다시 한 번 더 되돌아보면 그 자리에는 반드시 내가 있을 건데.
    왜 모르는 건가요. 역시 기분이 기분이다 보니 전혀 기쁜 노래를 부를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유현빈 이 사람까지 슬픈 노래를 부르고 말이야.






























    “ ……Say good bye 그대에게 이젠 말할게요, 사랑했지만 행복했지만, 이젠 안녕- ”

    왠지 분위기 잡으려고 부르는 노래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오라버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꽤나 높은 음인데 힘들지 않게 올라간다.

    “ 바라보나요, 알아볼 수 있나요, 그대라는 삶의 태양에 숨죽여가는 빛을 잃은 달을……. ”

    뭐야, 이 사람 양다리인거야? 단 한 사람으로만 족하지 않다는 거야? 저 말을 전해주고 싶은 사람과 지금 곁에 두는 사람이 다르잖아.
    나쁜 사람, 그렇게 둘 다 차지하고 싶은 거야? 당신 욕심 때문에 슬퍼할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고?
    정말……내가 힘들단 말이야.

    “ 야, 왜 이렇게 무거운 노래 부르냐. 유하 재미없다고 가겠다. 자, 같이 부를까? ”
    “ 참 나, 분위기 있고 좋은데 뭐가 문제인 건지. ”

    그 뒤로는 계속 밝은 노래만 불렀다. 둘이서 숨이 찰 정도로 방방 뛴 것 같다.
    유진 오라버니는 필 받아서 탬버린을 흔들다 벽에다 집어 던져서 하나 부러뜨리고 락으로 전부 선곡해서 지르고,
    난 방석 집어던지고 탁자 뒤집어놓고 코러스 넣고 정말 평소 그대로 놀았다.
    우리 행동에 어이없어한 걸까 아니면 정말 시간이 없어서 그랬던 걸까. 갑자기 휴대폰 액정을 보더니 자리를 뜨려는 유현빈.

    “ 어라, 왜 가는데? ”
    “ 회사. 연원형이 또 부른다. 다들 잘 놀다가고. 유하는 다음에 또 보자. ”
    “ 네에 - 잘 가요! ”

    그가 손을 흔들며 폭탄 맞아버린 꼴을 한 우리 방을 나갔고, 우리는 추가 시간까지 포함해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노래방을 나와 2차로 오락실도 들렀다. 한참을 재미있게 놀다 겨우 진정했을 때는 해가 져 가고 있었다.







































    “ 아~ 진짜 재밌었어요! ”
    “ 그래, 그래. 우리끼리 노는 거 오랜만인가? ”
    “ 그러게요, 다음에 또 오기에요! ”
    “ 그래. 하아……덥지 않아? ”
    “ 그러게요, 어라? 달이 붉어요. 크기도 되게 크네. ”
    “ 걔가 날씨가 더우면 달이 붉어진다더라. ”
    “ 걔가 누구에요? ”
    “ 유현빈. ”

    또 유현빈 이야기야. 분위기 좋았는데. 뭐든지 그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마음에 담고 있던데.
    오라버니 한 사람만 바라볼 수 있으니까 오라버니도 그 사람을 향한 시선, 날 향해 줄 수 없나요?

    “ 에이, 없는 사람 이야기 뒤에서 하는 거 아니에요! 나 왠지 바다 가고 싶어. ”
    “ 바이크 타고 인천까지 가자고? ”
    “ 못 갈 건 어딨어요? 가요, 가. ”
    “ 뭐, 그럴까? 내일 학교 못 가도 내 책임 아니다? ”
    “ 상관 없어요~ 뭐, 지은 선생님이 책임져 주겠지. ”

    몇 분 후, 오라버니는 평소 애용하던 바이크를 끌고 왔다. 뒤에 타라고 하며 헬멧을 건냈다. 뒤에 탄 후 오라버니의 허리를 살짝 안았다.
    오랜만에 같이 타는 바이크인지라 두근두근했다. 점점 속력을 올려가는 오라버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꼭 껴안았다.
    그렇게 도로를 질주해 도착한 인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 와아~ 바다에요, 바다! ”
    “ 그러게. 아, 시원하다. ”

      바다 옆에 나 있는 도로 끝에 앉았다.
    빠른 속도로 달려온지라 바닷바람이 약간 쌀쌀하게 느껴졌다. 내가 춥다는 걸 어떻게 알아차린 걸까.
    겉에 걸치고 있던 남방셔츠를 어께 위에 살짝 걸쳐 주었다.

    “ 에헤, 고마워요. 바다가 되게 예뻐요. ”
    “ 그러게……. ‘오길 잘 했다’ 라고 해야 하나? ”

    말없이 살짝 웃었다. 서로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바다만 바라보았다. 바다를 보니 마음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
    나, 지금 오라버니에게 물어봐도 왠지 괜찮을 것 같았다.







































    “ 오라버니, 있죠……. ”
    “ 저기, 나부터 말하면 안 될까? ”
    “ 아뇨, 안 될 것까지야……. 먼저 말하세요, 무슨 일인데요? ”
    “ 아까 유현빈 있지. ”

    우연히 할 말이 일치한 걸까. 나 아무리 바다가 넓고 깊다 해도 지금은 긴장해야 할 것 같아.

    “ 너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믿는다. ”
    “ 어제 내가 본 게 맞는 거예요……? ”
    “ 그래. ”

    바보, 그렇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 뭐라고 말 할 수도 없잖아요.
    바보같이 나 이렇게 또 ‘오라버니 좋을 대로’ 라고 말하며 괜찮다고 해야 하는 거에요?

    “ 왜……난 안 되는 거예요? 그 사람은 마음에 두 사람을 담고 있었어요.
    나 그 사람만큼 마음 넓지 못해서 한 사람밖에 품을 수 없는데, 오라버니 한 사람밖에 품을 수 없는데,
    오라버니는 그 사람이 오라버니 외의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어도 좋다는 거예요?
    말해 봐요, 네? 왜 말을 못해요? 차라리 ‘그렇다’라고 대답이라도 해 보라고요! ”

    한번 터져버린 말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차라리 대답이라도 해요. 내가 싫다고 매정하게 한 마디라도 해 줘요.
    나 그대 대답 없이는 평생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왜 이럴 때만 약해지나요. 이럴 때만 사람 마음 약해지게 하나요. 그런 표정 지으면 내가 더 이상 따질 수도 없잖아요…….

    “ ……미안하다. ”

    차라리 싫다고 말해요. 그렇게 자꾸 미안하다는 표정 짓지 마요. 자꾸 미안하다는 말 되뇌지 마요.
    나 정말 오라버니 놓치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나 혼자 또 버려지기는 싫은데, 왜 그런 표정 지으면서 내 곁을 떠나려고 해요…….

    “ 차라리 그냥 싫다고 말해요, 착한 사람. 내가 아닌 그 사람을 원한다고 말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니, 그 사람을 원한다고 말해요.
    그래야 나 보내줄 것 같단 말이에요. 응?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날 위해서 말해줘요……. ”

    결국 그 깊은 바다에 내 눈물을 다 담지 못했다.
    나 다시 울고 있어요. 정말 결심하고 왔는데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요. 정말 울지 않으려 했는데 말이에요…….

    “ 가자. ”

    오라버니는 내 머리에 다시 헬멧을 씌워 주고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왠지 한 순간 ‘죽고 싶다’라는 생각에 헬멧을 벗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나 오라버니의 등에 살짝 기댔다.
    왜 대답 안 해준 거예요? 나 이렇게 우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예요?
    아니면 오라버니 유현빈처럼 두 사람을 맘에 담고, 두 사람에게 사랑받겠다는 거예요?










































    “ 잘 가라. ”
    “ 나쁘네요. 끝까지 대답 안 해주고 가는 거예요? ”

    날 집 앞에 내려주고 간단한 인사 후 가버리는 유진 오라버니.
    그가 떠나간 뒷자리만 바보같이 멍하게 바라보았다. 한참동안 그렇게 바라보다 바보같이 그렇게 울어 버렸다. 왜 대답 안 해 준 거예요……?
    나 포기 못 하게 되잖아요. 포기도 못 한 채 떠나가는 그대 뒷모습만 바라봐야 하잖아요.
    난 이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데, 왜 미련만 남기고 먼저 앞을 향해 걸어가는 거예요?




































    “ 하아……예쁘네, 달이. 아름다운 핏빛……. ”

    그 붉은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서였겠지. 나 역시 그 붉은 달빛처럼 혼자서도 아름다워지고 싶었던 걸까.
    그래, 너무 아름다워서. 그 어둠을 비추는 붉은 빛이 애처로워서 그런 거겠지.
    그 자리에서 망설임없이 내 손목에 그 붉은빛을 담아버린 건…….

























    ------------------













    헐절라길어여 /ㅅ/ !!  

    사실 소설슬럼프에
    거상 다시 시작해서
    좀 그래여

    그래서 늦었어요
    뭐 떠죽을것 같지만
    유시생일에다가

    유시혼자 소설란
    지키고 있는것같아서
    열심히 썼어요

    눈아파요
    이번편은 유하편, 다음편은 누구일까요

    그건그렇고
    소설써놓고 보니 맘에 안드네요

    무튼 Happy BirthDay 유시♡


    ( 유하 노래는 유쨩이 좋아하는 자우림의 17171771 이구요,
      유진 노래는 F.T.Island 의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 이구요.
      현빈 노래는 네미시스의 이클립스 에여 좋아여 노래 /ㅅ/ <- )


댓글 6

  • 세츠군z

    2007.07.28 10:21

    ㄱ-.....유하죽었어?
    약하네(....)깔깔깔깔
    유현빈도,나도 참 이기적이구만?깔
  • 체리 보이 삼장♡

    2007.07.28 15:02

    근데 님 왜이렇게 좋아하나여 (.........)
  • 세츠군z

    2007.07.28 15:58

    ↑무슨사람들이오해할만할소리를!!
    기뻐하는게아니에여........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7.28 21:37

    셋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줘서 좋았어요♡
    유하가 왜 안나오나 했지이이~~
    근데 왜 나오자마자 죽어어어어어어ㅓ?!!!!-_-
    다음은.. 연원편?!
    근데 나 입 너무 싼거 아냐.. ? ㄷㄷㄷㄷ
    애들 술까지 먹이고... 아무리 .. 고등학생이라지만..
    양주는.... 비싸잖아!!!<<
  • [레벨:3]감귤〃

    2007.07.29 20:11

    .... 시즈 너무좋아해 (울먹)
    그나저나 1717177 절랭좋아 , 사랑해 첼첼 /ㅅ/ ♡
    마막 난 자살하는 약한아이네 (....)
    유진 진짜나빠 , 흥 <
    그래도 재밌었어요오 ♡♡♡
  • [레벨:24]id: Kyo™

    2007.07.31 12:07

    에헤, 밝혀졌다... 고 해야 하는 상황인건지, 잘 모르겠지만.
    무슨 생각으로 마지막 그 행동을 했는지는, 정말 물어보고 싶구만.
    도대체 양주는 몇병이나 산건가요, 선생님!
    돈이 어딨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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