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廢亂心深 - 3. 언제나 생각해도, 난 정말 행복한 사람.



  • “ 지은씨, 아니, 지은선생님. 힘내고 파이팅이에요~ ”
    “ 에이, 엄마도 참. 무튼 다녀올게요 - ”












    「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고, 그리고 거기 서 있는 그대는 아름답고. 난 정말 하루 종일 행복에 잠겨 사는 것 같아요. 」













    오늘도 그 사람 모습을 보고 와서 정말 행복했다. 같은 시각에, 같은 정류장에서, 같은 버스를 탈 때 외에는
    한 번도 마주칠 수 없는 사람이지만 그와 만나는 잠깐의 시간이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커다란 키에 살짝 부스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보이는 갈빛 머리카락과, 무엇보다도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건 무테안경 사이로 보이는
    그의 왼쪽 눈동자.
    아침 햇살에 비쳐 더욱 하얗게 빛나는 모습을 하루 종일 잊을 수가 없다.


    “ 선생님~ 안 내리세요? ”
    “ 에에 ? 같이 가 ~ ”


    같은 버스를 타는 우리 학교 학생 덕분에 다행히 정류장을 놓치지 않고 내릴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내릴 정류장을 놓쳐 안절부절 못 하고 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그 사람이 날 보면서 살짝 웃었었지.
    쪽팔리긴 했어도, 단 한번이라도 날 쳐다봐줘서 정말 기뻤는데 말이야.













    “ 안녕하세요! ”
    “ 아, 지은선생님. 안녕하세요~ ”
    “ 안녕하십니까. ”


    ‘인사는 밝게. 누군가가 내 인사를 보고 기뻐할 수 있도록.’ 이라는 내 좌우명을 지키며 모두에게 인사한다.
    기쁘게 내 인사를 받아 주는 선생님들. 하지만 단 한명,
    내 인사를 보고도 기뻐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정말 철저하고, 간단한 목례로 답해주는 사람이 있다.
    이현석 선생님, 감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왠지 이 사람을 보고 있으면 반드시 저 무표정한 얼굴에 표정을 그려 넣어주고 싶어진다.
    그래도 많이 변한 거다. 예전에는 내가 이상하다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으니까. 뭐, 계속 시간이 지나면 친해질 수 있는 거겠지.


    “ 현석선생님, 나중에 교실 갈 때 같이 가기에요~ ”
    “ 예. ”













    “ 자자, 다들 주목. 오늘도 열심히 학교생활, 다들 파이팅! 아, 그리고 2교시 숙제. 잊지 않았겠지? 다들 그때 만나요 - ”
    “ 에, 숙제 있었어……?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는 유하. 저 애는 성적은 그럭저럭 나오는데 왜 저렇게 정신을 두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뭐, 그게 저 아이의 매력이기도 하겠지만. 귀엽다니까 정말.


    “ 유하야~ 내가 아무 말도 안 할 테니까 2교시 전까지 숙제만 해 둬라, 알았지? ”
    “ 에비, 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
    “ 아, 그리고 현화야. 수학 선생님이 4교시까지 수행평가 걷어오라더라. 2교시 마치고 교무실로 같이 내려가자. ”
    “ ……네, 네. ”


    창문가 맨 뒷자리에서 한쪽 눈을 찡그리며 죽어도 싫다는 표정을 짓는 현화. 수학 선생님이 저렇게도 싫은 걸까…….
    그런 현화를 향해 한번 웃어주고 교실을 나왔다. 교무실 문 옆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익숙한 모습. 항상 손에 작은 책 같은걸 들고 다녔었지.












    “ 연원선배! ”
    “ 어 , 김지은……인가? ”


    살짝 어색하게 말하는 연원선배. 대학 졸업 후 처음 만나는 것 같다.
    정말 친했는데. 보통 사람들보다 더 짙으면서도 살짝 푸른빛마저 돌았던 부드러운 눈동자를 가진 사람. 진짜 오랜만이다.


    “ 진짜 오랜만이야! 우리 학교엔 무슨 일이야? ”
    “ 아, 아는 사람 부탁으로 어떤 학생한테 물건 전해 줄 것이 있어서 왔는데 반이 어딘지를 모르겠더라. 1학년 6반이 어디지? ”
    “ 우리 반이야! 혹시 지금 바쁜거야? ”
    “ 응, 조금. ”
    “ 그럼 내가 가져다 줄게. 누구 찾아 온 거야? ”
    “ 이현화라고 하는데, 알아? ”
    “ 내가 전해줄게, 부탁한 사람 이름이 뭐야? ”
    “ 유현빈. 아마 말하면 알거야. 사촌오빠거든. ”
    “ 응, 알았어. 그럼 잘 가, 다음에 연락해. 날 잡아서 애들이랑 오랜만에 저녁이라도 한 끼 같이 하자. ”


    손을 흔드는 연원선배. 짙은 푸른빛을 띠는 눈동자와 더불어 그의 미소는 항상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마법같이 느껴진다.
    그가 넘겨주고 간 쇼핑백을 들고 교무실로 들어갔다.
    이 쇼핑백, 유명한 회사의 것으로 보인다. 연원선배, 이 회사에서 일하는 건가?

    교무실로 들어가니 역시 옆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현석 선생님. 무슨 일이 그렇게 많은 걸까?
    다른 선생님들은 다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사람이 쉬는 모습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교사는 투 잡도 안 되는데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은 걸까.
    그래도 내가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은 건지 모니터에서 잠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라……? 저 사람, 방금 놀란 건가?


    “ 선생님, 그 쇼핑백은……? ”
    “ 우리 반 학생 물건이에요. 아,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이현화라고, 살짝 멍한애. ”
    “ 아, 예. ”


    갑자기 현화 이야기가 나오니까 표정이 굳어지는 선생님.
    서로 앙숙인데 어떻게 저렇게 지낼 수 있을까. 심부름도 시키고 하는 걸 보면 친한 것 같기도 한데 말이야.
    그래도 학생 중에서는 현화랑 가장 친한 것 같던데, 아니었나?
    아무튼 모를 사람이다.
















    “ 자, 다들 숙제는 했겠지? ”
    “ 아 미워요! 나 까먹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됬잖아요! ”
    “ 유하야, 나 오늘 아침에 분명 말하고 갔잖아! 안되면 현화 거라도 베꼈으면 됬잖아. 무튼 감점한다. 그리고 현화야, 일어나라, 응? ”
    “ ……. ”


    커다란 눈에 눈물을 달아버린 유하.
    귀여워서 한번쯤은 용서해주고 싶지만……. 아니, 난 선생님인걸. 냉정해져야지.
    울상지은 유하를 두고, 아직도 멍한 상태로 있는 현화를 두고 수업을 시작했다.
    저렇게 처음에는 태도 안 좋아도 막상 수업에 몰입하면 태도가 좋아지는 애들이니까 안심할 수 있다.


















    - 딩 동 댕 동


    “ 자 , 오늘은 여기까지. 현화야, 숙제 걷었으면 같이 내려가자. ”
    “ 선생님이 대신 가져다 드리면 안돼요? ”
    “ 그러고 싶지만, 나 역시 이렇게 짐을 많이 들고 있잖니.
    그리고 너한테 누가 물건 주고 간 것도 있으니 그거 가져간다는 생각으로 따라와 주세요- ”


    인상을 구긴 채 프린터를 들고 뒤따라오는 현화.


    “ 저기 현화야, 왜 수학 선생님을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
    “ 그냥 싫어요. 맘에 안들어. ”
    “ 선생님이랑 잘 지낼 수도 있는 거잖아. ”
    “ 싫어요. 그 사람이 나 애들 앞에서 쪽팔리게 했으니까.
    그리고 키 큰 거 자랑하는 듯 내가 칠판에 적은 식 고칠 때 어정쩡한 자체 취했단 말이에요. ”
    “ 선생님한테 그 사람이 뭐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현화는 아직 꼬마 아가씨인 것 같네. ”
    “……선생님도 미워할 거에요. ”


    볼을 살짝 부풀리는 현화. 나는 내 자리에 앉았고. 현화는 현석 선생님 노트북을 닫더니 그 위에 프린터를 올려 놓는다.


    “ 수고했어. ”
    “ 흥, 다음부터는 수고할 행동 하지 않게 해줘요. ”
    “ 자, 그럼 다음은? ”
    “ 다음……이라뇨? ”
    “ 전에 부탁한 자료, 역시나 잊은건가? ”
    “ ……아니거든요! 지금 하고 있으니까 내일까지 완료해 올 수 있거든요! ”


    처음에 ‘수고했어’라는 말을 듣고 살짝 새침한 표정을 짓던 현화가 그 뒤의 말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에이, 다음에 언제 내가 시간 내서 둘 사이를 좀 더 친하게 만들어 주던가 해야지. 하여튼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다들.
    현화가 돌아서려는 순간, 책상위의 쇼핑백이 눈에 들어왔다.


    “ 아, 현화야. 아까 준다는게 이거야. 받아가. ”
    “ 맞다, 까먹고 있었네. 감사합니다. 현빈씨가 여기까지 온 건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
    “ 현빈씨? 아, 그래, 그 물건 전해주라던 사람이 유현빈씨라더라. 이연원이라는 사람이 대신 전해주고 간 거야. ”
    “ 이연원? 그런 사람 나 몰라요. 회사 직원인가? 아무튼 감사합니다. ”


    현화는 모를 일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교무실을 나갔다.
    근데 왜 현빈씨라고 부르지? 분명 사촌오빠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뭐, 그냥 호칭 같은 건가?
    난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학생들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살짝 씁쓸하네.















    토요일인지라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가버려 조용한 학교.
    시간이 6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나도 이만 집으로 가볼까…….  


    “ 저, 선생님. 오늘 시간 있으십니까? ”


    옆에서 조심스레 말을 걸어 오시는 현석 선생님.
    역시나 무뚝뚝한 성격에 그런 말을 하기 힘들었는지, 살짝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드러났다.


    “ 그럼요! 자, 그럼 갈까요? ”













    - 딸랑


    선생님과 함께 간 곳은 어느 Modern bar .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조명과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이 분위기 있어 보이는 곳이었다.
    어라……? Bar Top앞에 앉아 있는 저 두 남자의 분위기가 낮익다. 짙은 회색머리칼을 가진 사람은 꽤 어려 보인다.


    “ 저애……. 현석 선생님 반 애 아니에요? ”
    “ 맞습니다, 정시유진. 그냥 모른 척 해주고 지나가죠. 저 애, 여기 자주 오니까.
    그리고 밖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이름을 불러 주셨으면 합니다. ”
    “ 아, 네. 현석씨. ”


    갑자기 유진과 같이 앉아있던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우리의 시선을 인식했는지 그 남자가 유진에게 뭐라고 말하자 유진이 싫은 표정을 짓는다.
    그 남자는 유진의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내리면서 살짝 귓불에 입 맞추었다.
    그러자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 채 화내듯 따지고는 의자에서 일어나는 유진. 문 앞에 서 있는 우리를 치켜보면서 문 밖으로 나간다.


    “ 너네도 똑같잖아. 왜 이상하게 쳐다보는 건데? ”


    에……? 뭐가 똑같다는 거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문 앞에 서 있는 우리를 치켜보며 문 밖으로 나간다.
    현석씨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홀로 남겨진 남자와 같이 앉았다. 덩달아 같이 따라 앉은 나.
    곁눈질으로 흘끔흘끔 쳐다보다 깜짝 놀랐다. 항상 아침마다 날 기쁘게 해 주던 그 사람이었다.
    무테안경 뒤로 보이는 뿌연 왼쪽 눈동자가 어두운 푸른 조명에 비춰 심해의 바다를 연상시켰다.
    아침의 햇살에 비친 그도, 밤의 조명에 비친 그도 멋있었다. 도대체 유진이와는 무슨 사이인거지?
    묻고 싶지만, 아는 사이도 아니었기에 그냥 조용히 바텐더가 준 푸른빛 칵테일을 홀짝홀짝 마셨다.


    “ 저 애, 아직도 데리고 노는 건가? 하여튼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는 녀석이라니까, 너란 녀석은. ”
    “ 집에 박혀 있기 싫어서 나왔어요. 뭐, 어차피 한달에 몇 번 들어갈까 말까 하는 집이지만 말이야. 그리고 형도 마찬가지에요.
    누가 수학선생 아니랄까봐, 예전부터 이렇게 수학정석처럼 너무 바른 사나이라니까.
    그래도 많이 변했나봐? 여자도 데려오고 말이야. 옆에 분, 요즘 만나는 사람이야? ”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하긴 그저 아침동안 잠시 만나는, 어떠한 사이도 아닌걸.


    “ 아니, 같은 학교 선생님. 아, 이 녀석은 제 학교 후배 유현빈 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김지은씨. ”
    “ 아, 안녕하세요. 김지은이라고 해요. ”
    “ 반가워요. 형 애인 아니라고 하니까 왠지 데려가고 싶어지는데요? 그 쪽, 얼굴 붉어지는거 귀여워요. ”

    내 얼굴이 붉어진 건가. 재빨리 작은 손거울을 꺼내서 볼을 확인했다. 그러자 재밌다는 듯 웃는 현빈씨. 어라? 현빈? 이 이름은…….














    - 딸랑


    “ 현빈씨, 왜 불렀어? ”


    낮익은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여자.
    블랙&화이트의 간단한 격식을 차린 원피스와 작은 백을 들고,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칼을 한쪽으로 느슨하게 땋아 내린 모습.


    “ 현화? ”
    “ 지은선생님? 선생님들이 왜 여기 있어요? 현빈씨, 어떻게 된 거야? ”
    “ 학부모상담중이다. 너 학교에서 사고 치는지 안 치는지 확인하는 거야. ”
    “ 사고 안 쳐! 장난치지 말고, 진짜 어떻게 된 거야? ”
    “ 친구들. 아 소개해야 하나? 같은 학교 선생님이니까 안 해도 되는 거지? ”
    “ 너 설마……? ”
    “ 맞아. 그러게 내가 그때 오라고 그랬잖아. ”


    살짝 놀란 듯 말하는 현석씨. 왜 놀라는거지?
    나는 내 옆에 앉은 채 무알콜 드링크를 주문하는 현화에게 귀엣말로 살짝 물었다.


    “ 아까 그 쇼핑백이랑 저 사람 사이, 도데체 뭐야? ”
    “ 현빈씨가 운영하는 회사에요. 저렇게 보여도, 회사 사장이거든요. ”
    “ 그건 그렇고 현화야, 현빈씨랑 무슨 사이야? ”
    “ 아, 그냥 사촌오빠에요. 그나저나, 저 강철인간이랑 이런 곳에 올 정도의 사이일 줄은 몰랐네요. ”
    “ 아냐, 그냥 같은 학교 선생님사이밖에 안되는걸 뭐. ”
    “ 네, 네, 알겠어요. ”


    우리 둘을 보며 말하는 현화의 말에 순간 당황해서 반박했다.
    순간 현석씨의 표정을 살폈으나, 다행히도 그는 현빈씨와 대화중이었으므로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말과는 달리 흘려들으면서 피식거리는 현화.
    팔꿈치를 댄 채 팔목만을 이용해 계속 드링크를 홀짝거리며 들이키는 그 아이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표정 역시 살짝 슬퍼보였다.
    저 음료 진짜 무알콜이 맞을까 의문이 들었다.


    “ 이현화. 너 거기서 선생님 귀찮게 굴지 말고 이리 와라. ”
    “ 네, 네. 알았어요. ”


    한 손에는 백을, 다른 한 손에는 드링크를 들고 한 줄로 길게 앉아있는 의자 맨 끝의 현빈씨 옆으로 가서 앉는 현화.
    그 뒤부터는 아무 말 없이 계속 홀짝홀짝 거렸다.
    우리 셋은 금방 친해졌다. 우리가 이야기 할 동안 현화는 현빈씨가 잠깐 말하는 말의 대답 이외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멍한 눈빛으로 푸르스름한 빛을 발산하는 조명을 바라보거나,
    우리가 이야기 하는 쪽으로 잠시 시선을 돌리면서 드링크만 몇 잔째 들이켰다.
    잠깐씩이었지만 현빈씨는 그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되게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긴 머리카락을 땋은 머리끈을 풀어버리는 등 장난도 쳤다.
    그때마다 현화는 화를 냈지만, 그는 즐거워 보였다. 왠지 조금 슬퍼지는 기분이었다.
    그저 사촌동생일 뿐인데, 아직 어린애일 뿐인데. 어린애한테 질투할 정도로 내 정신 연령이 낮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그저 저 푸르스름한 조명처럼 아주 조금 서글프고 슬펐다. 그저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그 푸르스름한 조명을 닮은 칵테일을 들이켰다.















    우리는 밤 12시가 넘어 1시가 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화는 이미 졸고 있었기에 현빈씨가 업고 갔고(현빈씨의 말로는 여기서 집이 가깝다고 하였다.),
    난 슬슬 온 몸을 타고 도는 취기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해 현석씨의 부축을 받고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렸다.
    현석씨는 겉으로는 저렇게 차갑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택시를 잡았을 때, 내가 거의 정신을 못 차리고 그에게 온몸을 기대다시피 한 지라
    같이 택시를 타고 우리 집 현관까지 데려다 주고 갔을 정도니까.
















    “에…….”

    분명 그때 택시에서 내려 같이 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그가 내 귓가에 무슨 말을 했었는데, 도저히 그 말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슨 말이었을까. 아니면 혹시 내가 귀찮아서 그 사람도 모르게 튀어나온 혼잣말인걸까? 그렇다면 정말 잘못한건데. 나 사과해야 하는 걸까.


    “ 다녀오겠습니다! ”
    “ 그래~ 아, 어제 너 데려다 준 청년. 괜찮던데 다음에 다시 우리 집에 오라고 그래~ ”
    “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그냥 같은 학교 선생님이야. 무튼 다녀오겠습니다. ”


    엄마도 참. 아침인데도 아직 술에서 덜 깬지라 머리가 살짝 띵하다.
    정류장에 가기 전, 가게에 들러 초콜릿 한 박스를 사서 포장했다. 그리고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역시나 현빈씨가 있었다.

    “ 안녕하세요,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
    “ 아, 네. ”

    우물쭈물 하면서 그의 눈치를 살피자 그가 먼저 인사한다.
    좀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고 싶은데 왠지 이 사람 앞에서만 말을 할 수 없다. 버스가 오고 문이 열리자 먼저 타라고 말한다.
    버스의 흔들림 때문에 넘어질 뻔한 나를 잡아주기도 하였다.
    이윽고 내가 내릴 정류장이 다가오자 갑자기 그 사람한테 무슨 말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 정류장이 보인다.
    안 돼, 최소한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하고 가야 하는데…….

    “ 저기, 고마워요! ”
    “ 네? 무슨 말씀인지……. ”

    나이스 타이밍. 그가 영문도 모른 채 내가 건낸 초콜릿을 받은 순간 문이 열렸다.
    그런데 어쩌지? 나 그 초콜릿 분명 현석 선생님한테 드리려고 한 거였는데…….
    할 수 없이 학교 주변에 있는 가게에 들러 초콜릿 한 박스를 다시 샀다.















    “ 안녕하세요! ”

    밝게 인사 한번 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현석 선생님께 조심스레 포장한 초콜릿을 드렸다.
    그러자 살짝 놀란 듯 초콜릿과 내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셨다. 그러고는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 감사합니다. ”

    저 사람 웃는 모습, 아니 나로 인해 웃는 모습은 처음 본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원래 주려던 초콜릿을 다른 사람한테 주고 이 사람한테는 다시 사서 주다니……. 그런데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뻤다.
    역시, 오늘도 기분 좋은 아침을 스타트로 시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











    이번편이 좀 깁니다
    며칠째 계속 썼던거라서요
    그래서 중요한 일도 좀 넣었어요
    이번편은 지은편 다음편은 누구편일까요


    생각해보니 계속 여 남 여 순으로
    진행된것 같네요 그럼 다음편은 남자편할게요


    그건그렇고 나 오늘 방학했어요
    낄낄 다들 배아파해라
    그러므로 아마 자주 쓸것 같아요
    엄마만 없다면 (......)




    무튼 3편입니다 .
    다들 태그 넣고 막 이렇게 이쁘게 꾸미는데
    난 그딴거 안해요
    할줄을 모르니까 (.........)
    무튼 그냥 봐주세요










댓글 8

  • 세츠군z

    2007.07.13 16:04

    태그안해도되
    ㄱ-날가지고노는거구나............
    지은쌤이좋아한사람이날가지고노는사람이아니^.^!!
  • 체리 보이 삼장♡

    2007.07.13 16:26

    그사람이 현빈이에요 <-
  • 도둑

    2007.07.13 17:41

    으어어억
    현석이 웃었다! 현석이 웃었다!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7.13 19:22

    나도 방학이다아아♡
    우와우와 지은이 편이 제일 길다 ㄲㄲㄲ
    생각보다 많~이 활발하게 나왔구나아아 (끄덕)
    쵸콜렛... 나도 좋아하는데.. <-타아아앙
  • [레벨:3]감귤〃

    2007.07.14 21:36

    흐윽 , 우리 다음주 목요일방학해 (울먹)
    마막 그래도 소설은 멋지니깐 패스 (....)
    재밌었어요오 ♡ 
  • 이루군

    2007.07.14 23:18

    체리 소설 너무 멋져 /ㅂ/
    이런 장르의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라고 말해야 하는구나
    뭔가 엄청 멋져 /ㅅ/ㅅ/ㅅ/ㅅ/ㅅ/ 기대하고 있을께 체체체체ㅔ링
  • Profile

    [레벨:7]id: 라퀼

    2007.07.14 23:45

    흐응- 묘하게 모두들 이어지고 있군요-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굉장히 궁금한데요 (물끄럼)
  • [레벨:24]id: Kyo™

    2007.07.16 09:09

    벌써 방학한거야!? 부러워라! 우린 이번주 금요일인데!!
    아무튼...
    다들 묘하게 끌리는 게, 재밌다~!
    다음편도 기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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