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廢亂心深 - 2. 그쪽한테만큼은 돈의 노예로 보이고 싶지 않아.




  • “ 자, 오늘 이만큼 놀아줬으면 된 거지? ”
    “ 응, 고마워. 여기 이정도 액수면 돼? ”
    “ 어, 땡큐. 나 간다. 담에 돈 더 모아오면 그때 찾아와. ”














    「 뭐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 나 역시 그 돈의 노예. 근데 나 그쪽한테만큼은 돈으로 날 팔고 싶지 않아. 」















    “ 야 유진! 너 이대로 그냥 가? 더 놀다가자니까! 오랜만에 유하도 왔는데! ”
    “ 아 시끄러. 오늘 유현빈 만나러 가는 날이란 말이야.
    닥치고 술이나 더 쳐먹어. 무튼 난 간다. ”
    “ 진짜 못됬어! 나 오랜만에 유진오라버니 보러 온건데! ”


    하여튼 시끄러운 족속들. 내가 가려고 하니 뒤에서 유하가 울먹거린다. 눈에 눈물이 맺히니 더 크고 붉어 보이는 진갈색 눈동자.
    도저히 이 아이만큼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유현빈이랑은 오늘 못 만나는 건가.


    「 야, 나 오늘 못갈 것 같아. 오늘 같은 날에는 집에 가서 부인이나 보고와라.
    아직 신혼인데 바람 펴도 되는 거냐? 」
    「 별로. 설마 내가 10살이나 어린애를 잡아 먹을거라는 생각 하는 건 아니겠지? 」
    「 그럼 나는? 」
    「 너랑은 8살 차이밖에 안 나잖냐. 」


    못 간다고 문자 보냈는데 괜히 기분만 나빠졌네.
    옆에 있는 이유하는 계속 울먹거리고.
    그냥 닥치고 술이나 쳐먹든가 해야지.
    나란 놈은 유현빈 그 새끼가 뭐가 좋다고 이러는지. 진짜 한심하다, 한심해.


    “ 야 나 안 간다. 술이나 따라봐라. ”
    “ 이유하, 미인계가 통한거냐? ”
    “ 글쎄요. 무튼 오라버니가 안 갔다는게 중요하잖아요?
    다들 쭉 돌려요 - ”












    “ …… 아오, 머리 깨지겠네. ”


    시계를 보니 아침 5시.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으나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항상 자던 넓은 침대 위에 나 혼자 자고 있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옆자리에 온기가 남아있는데. 그저 착각인걸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보니 낮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봐도 저놈 앞치마 두른 모습은 정말 깬다.
    멀대 같이 큰 키에 제대로 맞는 앞치마도 없으면서 말이야.
    부스스한 갈빛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 뒤로 꺾었다.


    “ 야! 안 놓냐? ”
    “ 네가 날 집까지 데려온거냐? ”
    “ 술 취해서 엘리베이터에 자고 있는 인간 집까지 데려다 줬다.
    고맙다는 인사는 못할망정 머리카락을 다 뽑아 놓으려 하냐?
    안 그래도 어제 일이 잘 안 풀려서 골이 깨질 듯 아프구만. ”
    “ 그래그래, 고마워 멍청아. ”


    뒤로 꺾은 상태로 가볍게 키스하자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는다.
    바보, 어제 나 없이 어떻게 지냈을지 의문이다. …… 설마?










    “ 설마 너 어제 나랑 같이 잤냐? ”
    “ 어, 근데 아무 짓도 안 했으니까 걱정마라. ”


    능청스럽게 말하며 왼손으로 안경을 살짝 올리는 유현빈.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을 보내자 생글생글 웃는다.
    오늘따라 저 뿌연 왼쪽 눈동자가 맘에 안 든다.


    “ 됬으니까 빨리 밥이나 채려줘.
    너 좀 있다 집에 가서 부인 밥도 챙겨줘야 한다면서. ”
    “ 네네, 도련님. ”


    난 저놈이 싫어. 싫은데 왜 거부할 수 없는 건지. 유하처럼 귀여운 것도 아니고 한쪽 눈 보이지 않는 반병신인데 말이야.
    그저 저 뿌연 왼쪽 눈이 특이해서 맘에 들었다랄까. 짙은 회색렌즈를 낀 내 가짜 눈동자와는 달리 진짜 천연색의 눈동자를.
    금세 식탁위에 한 상 가득 차려놓는 유현빈. 내가 먹는 동안 서류 같이 보이는 A4용지 묶음을 살피며 손가락으로 식탁을 탁탁 거린다.
    ‘ 탁탁 ’, ‘탁’, ‘ 탁탁 ’ 꼭 타자 치는 듯 탁탁거리는 소리가 은근히 신경이 거슬린다.


    “ 야, 조용히 해. 그거 은근히 신경 거슬려. ”
    “ 네가 참아라. 이거 습관이라서 어떻게 고쳐지지도 않더라. ”


    그러면서 실실거리는 그놈. 또 왼손으로 안경을 살짝 올린다.
    이놈 왜 이렇게 습관이 많은 거야. 무튼 내가 밥 다 먹을 때 까지 탁탁거렸다.


    “ 야 나 다 먹었어. 너 집에나 가 봐. 부인 늦겠다. 고등학생이라며? ”
    “ 어 너희 학교던데. 무튼 나 간다. 그리고 어차피 걔 아침잠이 많아서 일찍 못 일어나. ”


    매정한 놈. 난 다음에 커서 절대 저런 여자랑은 결혼하지 말아야지. 앞에 없다고 저렇게 씹어대다니.
    나 역시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닌데 말이지. 빨리 학교나 가야지 원.










    “ 어, 정시유진! 오랜만에 학교 일찍 왔네? ”
    “ 씨발, 머리 깨질 것 같아서 더 이상 못 자겠더라. ”
    “ 어이쿠, 예쁜 언니 입에서 그런 험한 말이 나오다니. ”
    “ 닥쳐, 어제 나한테 술 제일 많이 먹인 놈이 너였던걸로 기억 하는데? ”


      연신 비웃는 친구놈.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 누군가가 내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인데…….


    “ 유진아, 어제 네 말대로 학교에 찾아왔어~ ”
    “ 너 누구냐. ”


    화장 떡칠을 한 여자애가 내 자리에 앉아 있다. 옆에서 말하는 왠수 같은 놈.


    “ 야 어제 네가 헌팅 했던 여자잖아. ”
    “ 어제 그 아줌마……? ”


    아줌마라는 말에 표정이 일그러지는 여자.


    “ 아니 그 아줌마 말고, 너 술 마셨을 때 유하 버리고 저 여자애랑 놀았잖아. ”
    “ ……. ”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 나지 않는다. 저 여자 표정을 봐서는 기억 못하면 난리칠 듯 싶은데 어쩌지…….
    사탕, 사탕이 필요해. 바지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사탕을 물었다. 그러자 갑자기 크게 말하는 여자.


    “ 그래! 그 사탕 어제 내가 줬던 거잖아! 담배피지 말라고 줬던 사탕! ”
    “ ……. ”


    머리아파, 이래서 가벼운 여자들이랑은 같이 하고 싶지 않다는건데.
    그래, 이럴 땐 그애가 필요한데…….











    “ 저기요,
    그분 곁에 있으려면 저만큼 예쁘고, 저만큼 피부 좋아야 하고,
    저만큼 귀여워야 하고, 저만큼 눈이 커야하는데 그쪽은 그렇게 안 보이네요?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하였던가.
    그 여자 어깨를 잡고 생글생글 거리면서 말하는 유하의 표정은 해맑지만 결코 해맑은 것이 아니었다.
    그 살기를 느낀 걸까.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를 뜨는 여자.


    “ 오라버니, 나 없었으면 오늘 하루종일 저 여자한테 잡혀 있을 뻔 했죠? ”
    “ 어, 땡큐. 근데 지금 자습시간이거든. 너희 교실로 돌아가. ”
    “ 에비, 나 잘했는데 상 하나도 안 주는 거에요? ”


    가볍게 그 애의 하얀 볼에 살짝 입 맞추었다.
    금세 하얀 볼을 붉게 물들이는 유하. 분명 귀엽고 내 이상형이긴 하지만 그저 여동생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 교실을 나가려는 유하. 갑자기 문득 아침 일이 생각나 유하를 불렀다.


    “ 야, 너 혹시 이현화 라는 애 알아? 너희 학년이라는데. ”
    “ 아, 알아요. 내 친구인데, 왜요? ”
    “ 아니다. 나 점심시간에 너희 교실 찾아갈꺼니까 걔 잡고 기다려. ”
    “ 그 애한테 관심 있는 거라면 내가 허락하지 않아요. ”
    “ 그런 거 아니니까 기다리기나 해. ”











    볼을 살짝 부풀린 채 싫은 표정을 지으며 유하가 교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담임이 들어온다.
    항상 깔끔한 모습에 고지식해 보이는 사람.
    차라리 임신해서 살이 좀 많이 찌긴 했어도 어눌해서 귀엽게 느껴졌던 예전 담임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한다.
    여자애들은 연신 좋다고 난리지만, 저 인간 어딘가 맘에 안 들어. 간단하게 요점만 말하고 나가는 담임.
    여자애들이 내 눈치를 살피는 듯 보인다. 나도 너희들이 첫 번째 아니거든?


    “ 유진아~ 화난 거 아니지? 우린 그래도 현석씨보다 유진이가 더 좋다구~ ”
    “ 아, 몰라. 됐어. 나도 너희보다 유하가 더 낫거든? ”


    솔직히 저런 서른셋 먹은 아저씨하고 나하고 비교할 수가 있어?
    인간적으로 내가 더 영계인데!
    진짜 아침부터 기분 나빴는데 더 나빠졌어.










    “ 선생님 진짜 바보에요? ‘그럼 다음은?’ 이라고 말하면 다 되는 줄 아는 거에요?
    인간적으로 아무리 똑똑한 나라도 이정도 일은 하루 안에 완성 할 수 없는 거라구요! ”
    “ 됐다. 어린애한테 이런 일을 맡긴 내가 잘못한거지. 그거 이리 넘기고 그만 가 봐라. ”
    “ …… 됐어요! 이거 오늘 안에 다 완성하면 되는 거죠? 딱 봐요, 오늘 안에 다 완성하고 말꺼니까! ”


    멀리서 봐도 길고 매우 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조그마한 여자애가 이현석한테 따진다.
    저렇게 따지는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놈. 혼자서 화내는 저 여자애만 불쌍하게 느껴진다.
    조그만 여자애를 떼어 놓고 가 버리는 놈.


    “ 아……? ”


    갑자기 저 포커페이스가 살짝 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표정에는 아무런 변하도 없으나 뭔가 모르게 느낌이 변했다고나 할까.
    멀리서 달려오는 키 큰 여자. 유하네 반 담임인 듯 싶다. 서로 만나서 교무실로 들어갔다.


    “ 저런 포커페이스도 어쩔 수 없는 남자라는 건가?
    10살이나 어린애에게 반하기나 하고 말이야. 저 인간한테 말하면 완전 난리 나겠는데? 큭, 한번 해볼까? ”


    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딱히 그러고 싶은 맘은 없었다.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솔직히 저런 인간은 그런 이야기를 해도 별로 신경 안 쓸 것 같았기 때문이겠지.)
    나한테 신경 쓸 시간도 모자란데 남의 인생사에 신경 쓸 시간은 더더욱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냥 유현빈이랑 같은 놈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 유진오라버니! 왜 안 찾아온 거에요? ”
    “ 아……. 찾아가기로 했었지? ”


    한참 여자애들을 끼고 재미보고 있는데 갑자기 교실 문을 박차며 들어오는 유하.
    옆에는 아까 이현석 옆에서 열 내고 있던 여자애가 유하에게 손목을 잡힌 채 서 있었다.


    “ 다 나가봐요!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까! ”


    유하가 내 주변에 붙어있는 여자애들을 다 떼어낸다.
    여자애들은 싫다는 비명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나간다.


    “ 오라버니는 여자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옆에 끼고 다니는 거에요? ”
    “ 내가 끼고 다니는 게 아니라 저 애들이 나한테 붙는 거라는 생각은 안 했나?
    그리고 오는 여자 무시하는 행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


    싫다는 표정을 한 채 날 치켜보듯 쳐다보는 유하 옆에는 아직도 그 까만 여자애가 뻘쭘하게 서 있었다.


    “ 아, 오라버니. 얘가 현화야, 이현화. ”


    유현빈이 말한 것만큼 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까맣고, 키가 작으며 살짝 깐깐해 보이는 여자애였다.
    자세히 보니 귀여운 면도 있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까만고양이 같았다,
    그리고 나랑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랄까. 더 이상 그 여자애를 보고 싶지 않았다.


    “ 아, 그래? 그럼 가봐. ”


    부르자마자 쫓아낸다면서 짜증낼 줄 알았던 유하의 표정이 살짝 슬퍼 보였다. 왜 그런걸까,
    유하는 평소와는 달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여자애를 끌고 나갔다.
    왠지 씁쓸했다. 관심 없다는 유현빈의 말이 거짓말같이 느껴졌다.
    나랑 비슷한데, 나랑 비슷하면서도 저애는 나와는 달리 여자애인데.
    나를 좋아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놈이 저 애를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단지 나이차이때문인거야? 나랑 쟤랑은 겨우 2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 나 오늘 밤에 찾아간다, 이번에는 술 마시러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붙어있어. 」

    그놈에게서 온 문자. 난 도저히 답장할 수가 없었다. 그저 서로 재미 보는 사이였는데.
    그저 하루 스쳐가는 여자애들과 같은 사이였는데. 그놈과 나는 돈으로 엮인 사이인데.
    왜 자꾸 그 여자애와 그놈이 생각 나는거지. 하나도 변한건 없는데 말이야.














    ---------------------------------













    학원시간 엄청 늦었네요
    꺅 무튼 이편이에요
    그냥 방학 시작하고 쓰고
    그딴거 다 때려치우고
    내가 쓰고 싶을때 쓸께요
    그치만 완결은 꼭 낼 거에요
    무튼 2편입니다

    이번편은 유진편, 다음편은 뭘까요 ,



댓글 7

  • 세츠군z

    2007.07.08 16:22

    -_-나이거불륜아냐!?라고 따지려다가, 니가 쓰는 소설이 아,불륜이었지, 라고 다시 정정-_-........너잘찝어낸다^.^
    님이여기짱먹으셈..............왜동성애자야 ㄱ-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7.08 23:08

    와아, 동성 좋지요오오~~
    아무리 생각해도 지은이는 선생님이랑
    안어울려어어어.. 갑자기 유하가 왜 슬퍼진 것일까요오~
    근데.. 현화는 뭐지.. 왔다가 바로 다시가고..<<
  • 체리 보이 삼장♡

    2007.07.08 23:09

    치아키))현화는 그냥 끌려다디는 애 <-
  • 이루군

    2007.07.10 06:30

    꺄르라라라라라라라랑 /ㅂ/
    멋져 체리야 ㅠㅠㅠㅠ
  • [레벨:3]감귤〃

    2007.07.10 19:39

    헤에 .. . B&B 네요오 -
    마막 멋져 ♡
    나 막 상태메롱이다아 ㄲㄲㄲ
    재밌었어요오 - 
  • [레벨:24]id: Kyo™

    2007.07.12 15:38

    에헤, 어쩐지 재밌어질 것 같은데~
    단순히 얼굴 보려고 부른 거였나?
    흐음,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 Profile

    [레벨:7]id: 라퀼

    2007.07.14 23:36

    아, 동성이였군요- 어쩐지 뭔가 이해가 안갔는데 이제 이해가네요<
    불륜이라- 새드스토리이려나요-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4006 세츠군z 449 2007-07-08
체리 보이 삼장♡ 457 2007-07-08
4004 체리 보이 삼장♡ 429 2007-07-07
4003 세츠군z 491 2007-07-07
4002 세츠군z 439 2007-07-07
4001 도둑 703 2007-07-05
4000 세츠군z 501 2007-07-04
3999 체리 보이 삼장♡ 617 2007-07-04
3998 세츠군z 1032 2007-06-30
3997 세츠군z 640 2007-06-28

SITE LO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