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피의 꽃 : 넷째장 (4-3) - 붉은피의 꽃봉오리는 피어나고.
  • 조회 수: 1033, 2008-02-06 05:55:26(2007-06-30)



























  • 왜 끝까지 소중하게 사랑을 지킨 사람이 상처받는건지.














    붉은피의 꽃봉오리는 피어나고.























    " 아빠 "
    " 왜 "
    " 아빠라고 불리니까 좋아? "
    " ……왜 또 시비야? "


    이엔이 기사단들 검술훈련을 시키면서 레이의 물음에 답했다. 현재 레이가 이엔의 곁에 있는건 다른 사람들이 레이의 곁에 있어
    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마왕이 본격적으로 쳐들어 올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측에서도 마왕과의 전쟁을 할 준
    비를 하고 있었다.

    에클레시아는 아침엔 실피시와 녹기사단들하고 함께 검술훈련을 하러 갔다가, 점심에는 잠깐 식당에서 보고, 점심을 먹고는 그대
    로 도서관으로 틀어박혔다. 그리고는 저녁에는 다시 검훈련을 스스로 했다. 레이가 놀자고 하면, 에클레시아는 단호하게 자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니 너도 무언갈 하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진지한걸 싫어하고 놀기만을 좋아하는 레이는 이런 상황이 와서도 계속해서 놀기만 했다. 키엔한테 갔다가 꿀밤만 연신맞고 잔소
    리만 듣고 왔다. 실피시는 에클레시아에게 붙잡혀 놀아주지도 못하고, 리이넨도 요새는 바쁘다고만 말하고 레이를 좀처럼 만나러
    오지 않는다.

    남은거라면 쿄우였는데, 쿄우는 이틀전 일로 인해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레이는 이엔에게 온거였는데, 이엔역시 기사단장으로서 의무가 있었다.


    " 이제 그만좀 놀수없냐? "
    " 왜에!? "
    " 왜에!?가 어딨냐! 전쟁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
    " 알아. "



    레이가 지난번 앨리스의 검에 찔린 배를 문지르며 대답했다. 그때 일은 상당히 레이에게 충격적이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왜냐하
    면, 레온은 기억을 잃었어도 다시 레이를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레이를 한번도 죽이려 한 적이 없었다. 있었다 해도, 결
    국엔 망설이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엔 틀렸다. 레온은 잠시 흔들렸어도 레이의 목을 졸랐다. 그때 레이는 정말로 죽는다고 생각했다. 서러웠다. 그래서
    그때 레이는 울어버렸다. 레온이 자신을 기억해주지 못한 대에 서러움.


    " 이번엔 죽일거야. 레온이 나를 기억한다해도 죽일수밖에 없어. 죽이지 않는다면, 레온은 계속해서 살아날테니까.
    완벽하게 죽일거야. 그리고, 앨리스도 죽여야지. 나는 여왕이 될거야. 여왕이되면 힘들텐데, 지금부터 사서 고생하고 싶진않아 "


    그리고는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엔은 그런 레이를 보며 어디가냐고 물었다. 그러자, 레이가 뒤돌아 살짝 웃더니 비밀~이러
    고는 걷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서는 저 철없는 딸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여기까지 와서는 훈련을 게을리 할수
    없었다. 더군다나 아주 오랜만에 바빠지는것이기 때문에, 이엔은 다시 검에 집중했다.








    " 에클레시아님. 검의 손잡이 중앙부분을 꽉 잡으시고… "
    " 아,이렇게요? "
    " 네! 에클레시아님은 의외로 학습능력이 높으신거 같아요! "
    " 이렇게 드니까 더 가볍고 잘 휘두를수 있네요? "
    " 그럼요. 그리고, 에클레시아님은 체력이 약하시니까 레이피어를 사용하세요. "
    " 실피시씨,있죠. 저도 기사단장이 될수 있나요? "
    " 실피시언니라고 불러주세요. 에클레시아님 "
    " 그럼 언니…도 에클레시아라고 불러줘요! "


    어느새 친해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을 붉힌체 쑥쓰러워 하며 웃고 있었다. 실피시는 에클레시아에게 레이피어란 검을
    건네주었다. 레이피어를 받은 에클레시아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솔직히, 롱소드는 에클레시아가 들기에는 조금은 무겁고 버거웠
    다. 저번에 앨리스한테 검을 던졌을때도 무거워서 제대로 날리지도 못했지 아니한가.

    더군다나 실피시가 건네준 레이피어는 굉장히 이뻤다. 가느다랗고 날카로운 예리한 선을 자랑하는 칼날에, 붉은 손잡이에 가운데
    는 노란구슬이 박혀 있었다. 정말로 아름다운 검. 에클레시아의 외모랑은 조금은 어울리는듯한 검. 에클레시아가 마음에 들어하자
    , 실피시도 환하게 웃었다.


    " 이 검 너무 예뻐요,언니! "
    " 그래요?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네요. 사실, 그 검은 저희 라이즈家에 대대로 내려오는 검이거든요. "
    " 네? 그럼 언니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
    " 아…제가 들기에는 너무 가벼워서 들고있는거 같지가 않거든요. 에클레시아한테도 어울리니까 됬어요. "



    실피시가 웃으며 말하자, 에클레시아도 웃었다. 그때, 기사단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놀란 실피시와 에클레시아가 뒤를 돌아 기사단들을 바라보았다. 기사단들이 볼멘목소리로 소리쳤다.


    " 실피시단장님!! 훈련 안하시고 자꾸 수다만 떠실겁니까! "
    " 킥킥. 나는 그래도 괜찮은데? "
    " 맞아! 우리 단장님이 저렇게 해맑게 웃으시는거 처음보니까!! "
    " 킥킥킥,단장님 얼굴 빨개졌어!! "
    " 맨날 수줍음만 타서 우리들한테 큰소리 한번 치지 못하시는 분이시니까! "
    " 하지만 전쟁에 나가면 180도 변하시지! "


    그러자 실피시의 얼굴이 더욱더 빨개졌고, 에클레시아는 그런 실피시에게 미안해했다. 하지만 실피시는 계속 손을 내저으면서,
    에클레시아의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건물뒤에서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바라본 레이는 웃으면서 다시 뒤돌아 어딘가로 걷기 시작
    했다.

    아주 조그맣게 "괜찮아보이네" 라고 중얼거리면서.














    " 거기 검잡는 자세가 틀렸잖아!! 내가 훈련을 안시킨다고 너네 너무 풀어진거 알아!? "
    " 죄,죄송합니다!! "



    한편 키엔은, 완전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평소에 보이는 장난끼같은 모습은 전혀 없었다. 실피시처럼 나근나근한 모습도 아니었
    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세가 틀린 기사를 호되게 혼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단들은 불평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다들 얼굴에 웃음을 띄면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로브를 걸친게 구경하는 레이는 의외란 얼굴로 키엔과 기사단들을 바라보았다. 키엔은 무언가에 얽매여 보인듯 했다. 그도 그럴것
    이 이유가 있을게 분명하다. 바로 얼마전에 죽었다가 살아났으니까. 이엔이 살아난 이유는 이엔이 사랑했던 그녀가 보냈다고 했
    다. 그렇담 키엔은?

    아마도 그녀가 이엔을 살려주면서 키엔을 살려준것도 분명하다.

    레이 자신도 죽을뻔한 적은 많지만 한번도 죽은적은 없었다. 죽으려는 순간에 늘 운이 좋아 자신이 피하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자
    신을 대신해 목숨을 바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레이는 겉으론 표현을 안해도 늘 고마워하고 있었다.


    " 이봐!! 니네, 검 다시한번 휘둘러봐! 그렇게 휘두르는거 아니라고 했지!? "


    레이는 그런 키엔의 모습을 보고는 살며시 웃으며 또 자리를 떴다.












    " 쿄우…아직도 아프니? "
    " 괜찮아,리이넨. "
    " 아직도…이엔이 미워? "
    " …미워한건 아니야. "


    쿄우와 리이넨이 테라스안에서 의자에 앉아 홍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쿄우는 리이넨과 이야기 하면서, 리이넨의 보
    이지 않는 눈을 계속 바라보았다. 리이넨은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늘 생활하던것처럼 잘 생활했다.
    왜냐하면, 리이넨은 어렸을때부터 이곳에 있었기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아도 길이 머릿속에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쿄우는 오른쪽팔에 붕대를 감았고, 배에도 붕대를 감고 있었다. 흰 붕대에는 조금이나마 피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리이넨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쿄우의 상처가 나은줄로만 알고 있다. 쿄우는 애써, 그 사실을 리이넨에게 말할 생각도 없었다.


    " 쿄우, 그때 내가 널 맡아서 후회하니? "
    " 후회할게 어딨어? 그때 나는 어렸고, 리이넨도 어렸으니까. "
    " 너는……한동안 보이지 않았을때, 마왕쪽에 붙어 있었던 거야? "


    잠시간의 침묵. 리이넨은 입가에 가져다 댄 홍차를 다시 내려놓았다. 쿄우는 홍차를 한모금 마시더니 계속해서 리이넨의 보이지
    않는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금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갑자기 기억이 각성됬으니까…혼란스러웠어. "
    " 그래서 마왕을 찾아 간거였니? "
    " 아니…찾아간건 아니였어. 단지, 기억이 각성되니까……이엔님이랑 다시 재회했었던 그 어둠을 생각했거든… "
    " 그래서 정신차리고 보니까 어느새 네 방이 아니라, 그 어둠이었다 이거지? "
    " ……응. "
    " 거기서 마왕과 레온을 만났고? "
    " 마왕만 만났었어. 레온은…마왕의자 옆에서 족쇄로 묶여서 상처투성이 몸으로 피를 잔뜩 흘리고 있었고. "

    쿄우는 자신이 본 그대로를 리이넨에게 다 말해주었다. 리이넨은 무표정으로 다시한번 홍차를 마셨다.

    " 이제 레이, 그애는 어떻게 할까. 너는…알고있지? "
    " 알고있어. 답을 원하니? "
    " 응. "
    " 레이에 대한 답만? 아니면 무슨 답을 원해? "
    " 세상의 답. "

    그러자 리이넨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쿄우가 당황해서 리이넨을 바라보았다. 리이넨의 검은 동공에 생기가 생겼다.
    쿄우가 놀란 얼굴로 리이넨을 바라보았다. 리이넨이 두 눈을 두어번 깜빡깜빡 거렸다. 그러자 자신도 당황하고 놀랐는지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랐다.

    리이넨이 기뻐하자, 쿄우 자신도 기뻐했다.

    " 뭐야,리이넨! 두 눈이!! "
    " 나도몰라. 하지만…내 두눈이 다시 돌아온건, 신의 눈이기 때문이란 거겠지. 내 두눈을 실명시킬 자는 없거든. "
    " ……신의 은총을 받고 있구나. 정말, 최고의 신관이야. 당신은. "
    " 너도 신의 은총을 받고 있잖아? "
    " ……무슨? "
    " 너의 눈밑에 나타난 거꾸로 된 검은 십자가, 사라지고 있잖아. "
    " ……! "


    쿄우가 놀라 자신의 눈밑에 있는 검은 십자가를 만졌다. 퍼즐조각이 무너지는 것처럼, 십자가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당황한
    쿄우는 보이질 않기에 리이넨을 바라보았다. 리이넨은 미소짓고 있었다. 당황한 쿄우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고, 리이넨은
    그런 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웃으며 바라보던 리이넨의 동공이 조금은 커졌다. 리이넨의 검은 동공에 비춰진, 쿄우의 뒷모습에는 커다랗고 이쁜 하얀날개가
    돋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 이제, 신이 너를 거두셨구나. 너는…이제 돌아가도 좋아. 신의 사랑을 받았으니까. "


    그리고 곧이어 화장실에서 나온 쿄우의 표정이 해맑아져 있었다.


    " 리이넨!! 나!! 나!! "
    " 그래, 좋겠네. 기쁜일이야,쿄우. "
    " ……그럼, 나 이제 천계로 가야해? "
    " 아마도. 너는 신이 다시 거두신거니까. "
    " ……그럼, 내 이름은… "
    " 카나시이 쿄우란 타락한 이름이 아닌, 에녹 크라나이란 성스러운 이름이겠지. "


    그러자 쿄우의 금색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리이넨은 그런 쿄우를 말없이 미소를 띈체 지켜만 보고 있었다.
    쿄우는 털썩 주저앉아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세상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믿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결국 끝에선 누군가를 믿어버리고,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아도,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늘 곁에 있어주었다.


    그 외로움과 행복, 그리고 슬픔과 기쁨, 모든 감정들이 북받쳤다.
    천계는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다. 늘 내 곁에서 자신을 칭찬해주고 좋아해주었던 천족들이 등을 돌려버렸다.
    어둡고 어두운 곳에서 시간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이엔을 만났다. 이엔은 자신을 구해주러 온다고 했다.
    하지만, 이엔조차 자신을 향해 등을 돌렸다.


    그렇지만 종국엔 이엔을 다시 만났고, 다시 이엔이 등을 돌려버렸지만, 이번엔 진노하지 않았다.
    다시 올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확신했으니까.



    " 리이넨……리이넨… "
    " 이엔에게 갔다올래? "
    " ……갔다올게,리이넨!! "



    그리고는 쿄우, 아니 에녹이 활짝 웃으며 리이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리이넨은 의자에 앉아 홍차를 마시며 에녹에게 손
    을 흔들어 주었다. 에녹은 그대로 문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에녹이 자신의 앞에서 고개숙여 인사했던 자리에는 하얀 깃털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에녹의 날개.


    리이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날개를 집었다.











    " 이제, 신의 품으로 돌아갈 자와 신의 은총을 받을 자만이 남았구나…… "
    " 그게 누군데? "
    " ……레이님? "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놀란 리이넨이 밖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던 걸까. 전혀 기척이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나뭇가지
    에 편안히 앉아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레이는 다 듣고 있었던게 분명했다. 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와있었던 걸까.

    왜 왔으면 티를 안냈던걸까. 그냥 모든걸 조용히 바라보고 싶어서?


    " 응? 신의 품으로 돌아갈 자는 누구고, 신의 은총을 받을 자는 누구야? "
    " 레이님 "
    " 응 "
    " 지금 몇시죠 ? "
    " 갑자기 쌩뚱맞게……. 오전 11시30분. "
    " 앞으로 세시까지는… "
    " 세시간 반남았어. "
    " 세시간 반 뒤에, 신의 품으로 돌아갈 자는 현재 여왕폐하이시며, 신의 은총을 받을 자는 레이 샤인즈님 이십니다. "


    리이넨이 차분하게 말했다. 예상하기라도 했단듯이, 레이는 별 반응이 없었다. 단지 표정이 조금 굳어진것 빼고는.
    무슨 깊은 생각을 하는지 조용해졌다. 리이넨은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앞으로 걸어갔다. 그제서야 레이는 정신을 차리고 리이넨의
    생기있는 검은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리이넨의 볼을 두 손으로 어루만졌다.


    " 잘됐다. 두 눈이 다시 보여서. "
    " 보여도, 보이지 않아도 다른점은 없습니다. 불편하지도 않고. 하지만…레이님의 얼굴이 더 선명하게 보여 좋군요. "
    " 리이넨. 나한테…답을 한가지 알려주지 않겠어? "
    " 당신의 명이라면. "


    리이넨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레이가 활짝 웃더니 나뭇가지에서 내려와 테라스로 착지했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레이는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은체 입을 열었다. 리이넨은 말없이 그런 레이를 바라보았다.



    " 앞으로 누가 죽지? "
    " …… "
    " 응? 누가 죽는거야? "



    리이넨이 대답하질 않자, 레이가 두 눈을 뜨고 시선을 돌려 말없는 리이넨을 보며 다시한번 물었다. 미소가 싹 가신 리이넨의 얼
    굴. 하지만, 미소가 싹 가신 얼굴은 리이넨뿐만이 아니었다. 레이도 마찬가지로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분명, 누군가가 죽는게 무서우겠지.
    겉은 강하고 자신있어보이지만, 실제로 속은 안그렇다는걸 왠만한 주위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 리이넨도 마찬가지였다.
    레이가 저렇게 강하고 자신있게 행동해도, 속은 쓸쓸하고 아프고 힘들다는걸 리이넨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늘 낙천적이면서도 혼자서 속으로 아파하는 그런 그녀가 싫었다.
    그녀를 보면은 꼭 생각나는 여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곧 그 생각나는 여자가 레이의 엄마라는것도 알았지만.


    " 후회하지…않으실련지요. "
    " 후회따위 할거라면 묻지도 않았겠지. "
    " 저는 먼 미래를 볼수 없습니다. 앞의 미래만 보지요. "
    " 알고있어. "
    " 실피시가 에클레시아양을 지키려다 죽을겁니다. "
    " 오늘? "
    " 예. "




    " 그래…. 불쌍하구나. ……에클레시아가, 나 외에 그렇게 친한 애가 생긴거 오늘 처음 봤는데. 둘이 얘기도 많이 하던데. "




    레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그녀의 몸에서 후광이 나는것처럼 보이는건 리이넨의 착각일까.
    아침 햇살이 그런 그녀를 보듬어 주려고 비춰주는거 같았다. 아니, 그녀가 빛나지 않았던 적이 있던가. 늘 빛나고 있다.
    갈색의 머리카락에 황금안. 선대여왕과 똑같은 외모, 똑같은 성격.

    햇살은 그런 그녀를 좋아했고, 바람은 그런 그녀를 사랑했다.
    천족은 그런 그녀를 따랐고, 마족은 그런 그녀를 사랑했다.

    슬퍼하는 그녀의 마음을 햇살은 따듯하게 녹여주었고, 바람은 그런 그녀를 달래주었다.
    천족은 그런 그녀의 곁을 지켜주었고, 마족은 그런 그녀에게 사랑을 주었다.


    " ……실피시 다음에는 누가 죽어? "
    " 보이지 않습니다. "


    리이넨이 단호하게 말했다.
    거짓말이든, 사실이든, 레이는 웃기만 했다.

    알고 싶지 않은건 레이도 사실일게 분명하다. 누군가의 죽음은 본인만 무서운게 아니라, 주위사람들도 무서운 걸테니까.
    소중한 누군가가 죽어버린다면, 분명 울어버릴테니까. 그 충격이 쉽사리 가시질 않을테니까.


    " 리이넨 "
    " 말씀하십시오 "
    " 나는…훌륭한 여왕이 될 수 있는걸까? "
    " 적기사단장 이엔 리프크네. "

    " ……? "
    " 녹기사단장 실피시 라이즈. "

    " …… "
    " 청기사단장 키엔 아이루스. "
    " …… "
    " 아마도, 흑기사단장 이젠 헤르젠 엘 샬리드 "
    " …………뭐야,아마도는."
    " 신의 은총을 받은 신관 리이넨 에실레스 와 신관 에녹 크라나이. "
    " …… "
    " 빛의여왕으로써 경쟁자이자 라이벌이었지만, 지금은 둘도없는 친구인 에클레시아 헬 아이리크 "

    " …… "
    " 마지막으로 현재의 여왕폐하와 당신의 소중한 아이, 레오니스 크레벨 "

    " ……그들이 왜? "


    레이가 당황해하며 묻자, 리이넨이 지그시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레이는 오히려 그런 리이넨이 계속 당황스럽단듯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왜 갑자기 그들의 이름을 리이넨이 쭈욱 불렀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런 레이를 바라보는 리이넨이 피식,하고
    웃는다.

    피식.
    처음보았던 리이넨의 건방진 웃음. 레이를 믿지 못하고, 오히려 에클레시아를 지지했던 신관 리이넨.
    그런 그녀가, 어느새부턴가 조용해지고 예의가있고 레이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녀가 피식, 이라고 웃었다.
    더 당황스러운 레이는 리이넨을 바라보았다. 놀리지 말란듯한 얼굴로.
    그리고는 리이넨이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를 바라보았다.




    "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
    " 도대체 무얼 말하는 거냐고?"


    " 당신을 지지하는 자들입니다. 총 8명의 사람들이지만, 어느정도 권력이 있고, 어느정도 실력이 있고, 어느정도 모든이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분들이지요. 그 중에 여왕후보자와 여왕이 껴있습니다. 모두가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들의 기대에 부응을 하는 멋진 여왕이 될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공존하는 세상도 오겠지요.
    우리는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은 틀림없이, 훌륭한 빛의여왕이 될것입니다. "



    레이의 동공이 커졌다. 혼자가 아니다. 혼자가 아니란건 알고있었다.
    하지만 다시금 듣는 그 말이 이토록 반갑고 힘이될줄은 몰랐다. 왠지 무언가 올라와서 계속해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뜨거워졌다.
    그렇지만, 레이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까. 무슨 슬픈일이 일어나도 울지 않겠다고 내 자신과 약속했으니까.
    강하고 강한 사람이 되려면, 훌륭하고 훌륭한 여왕이 되려면, 울지 않겠다고. 나약한 모습을 모두앞에서 보이지 않겠다고 약속했
    으니까.

    그러니까 울지 않는다.
    기뻐도, 슬퍼도, 웃기만 할것이다. 더이상의 눈물은 없다.


    이제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더 이상의 슬픔은 없어야 한다.




    더 이상의 이별은 없어야 한다.



















    " 앨리스, 붉은피의 꽃이 휘날릴 시간이 다가왔어 "
    " 그래, 투명한 피의 꽃도 휘날릴 시간이 다가왔지. "
    " 앨리스…너는 후회하지 않아? "
    " 후회할추억이 있던가. 그러는 너야말로. "
    " 아니. 후회하지 않아. 나는……그 아이를, 죽일거야. 그러니까 그 아이를 너가 죽이려 하지 말아줘. "


    그러자 앨리스가 멍하니 레온을 바라보았다. 레온은 멍하니 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은 잔잔했고, 그 잔잔한 물속에 비춰지는
    것은 레이의 당당한 모습이었다. 왠지 저번에 봤을때보다 머리가 더 긴듯했다.


    " ……저애,머리가 또 자랐어 "
    "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
    " 어? "
    " 또라니? 그저께 만났을때는 엉덩이 부분까지 왔었잖아. 그리고 지금은 허벅지. ……한번밖에 안자랐잖아? "
    " ……그러고보니 그러네. "


    레온이 조금은 당황해하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앨리스는 그런 레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이었다. 레온은 기억이 없다. 이번엔
    앨리스가 확실히 주술을 써서 더 이상은 기억을 찾을수 없게 했다. 레온의 기억은 흩어져버렸고 소멸했다. 그런데 레온은 무자각
    이면서 기억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왜 이아이의 기억은 몇번이고 몇번이고 다시 돌아오려는 걸까.
    이녀석한테는 그렇게나 빛의여왕이 소중한 사람인걸까? 마족은 감정이 없는데, 왜 애틋한 감정을 레온은 가지고 있는걸까.
    왜 인간이란걸 배워서 이아이는 괴로워하고 착잡해 하는걸까.


    " 레온, 그녀석은 어떻게 됬지? "
    " 막 깨어났어. "
    " 그래, 그럼 그녀석한테 가자. 또 다른 나와너를. "


    앨리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물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레이한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앨리스의 표정이 서서히 화난표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레온은 시선을 뗄줄 몰랐다.
    푹 빠진듯 했다.

    하지만 레이를 바라보는 레온의 시선은 반가워 한다는 그런 얼굴이 아니었다.


    " 너 왜 자꾸 그 아이에 대해서 생각하는거야? "
    " ……그냥. 뭔가 저 애를 보면 무언가 울컥해. "
    " 죽이고 싶어? "
    " 아마도 그런거 같아 "


    레온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곤 레온이 자리에서 일어나 앨리스를 지나쳐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앨리스가 그런 레온을 바라보자, 레온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 왜 그래? 이젠한테 안가? "
    " ……아니. 가. "













    " ……!! "
    " 리이넨? 왜그래! "


    갑자기 리이넨이 의자에서 쓰러졌다. 놀란 레이가 리이넨을 흔들었다. 리이넨의 표정은 몹시도 괴로운 표정이었다. 헛구역질을
    했다. 레이는 그런 리이넨을 당황해하며 흔들었다. 리이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계속해서 빈속에 헛구역질을 했다.
    마신건 홍차밖에 없는데.


    " 정신차려,리이넨!! "
    " 하아…하아……우욱 "
    " 리이넨!! "


    기어코, 리이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자츰 진정이 되어가는듯 했다.


    " 리이넨, 왜그래. 어디 아픈거야? "
    " 하아…하아……이젠… "
    " ……이젠? "
    " …레이님 "
    " 말해. "
    " 이 세상을…구원해…주십시오. 더 이상의…희생이 없게……실피시의…죽음을……막아주십시오. "


    리이넨이 처음으로 레이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억눌렀던 리이넨의 속마음이 레이앞에 처음으로 나타났다.
    사실은 리이넨도 무서웠던 것이다. 안무서운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지키다가 죽어버렸고, 기사단들이 전부
    다 전사해버렸는데. 사실은 나약한 자신은, 전장에 나가면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과 같이 있고 싶단 그런 헛된 욕심 때문에, 그런 헛된 마음 때문에, 모두가 죽어버렸다.


    정신을 차리지 못해 열병에 시달렸을때, 꿈에선 죽은 기사들이 기어나오곤 했다. 그럴때마다 미안하고 무서웠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 단지, 조용히 있으면서 강인함을 간직하곤 했다. 아무도, 이런 리이넨의 마음은 몰
    랐다.

    레이 조차, 리이넨을 몰랐다.



    " ……약속할게 "



    레이의 말이 정말 약속이라도 된듯, 리이넨이 웃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신이시여, 한가지만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신은 선대 빛의여왕의 목숨을 가져가셨습니다. 그리고, 현재 빛의여왕의 목숨도 가져가려 하십니다.
    저의 목숨도 원하신다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하지만,지금은 아닙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제 목숨을 가져가시기 전에 늘 저의 곁에 계십시오. 그래서, 이 전쟁에서 승리를 해서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도록 도와주십시
    오. 신이시여, 당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저의 부탁은 그리 어려울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한 레이의 턱끝엔 물방울이 매달렸다.










    다들 이렇게 아파하는데.
    다들 이렇게 무서워하는데.
    다들 이렇게나 힘써주고 있는데.

    그저 누군가의 손에서 보호만 받으면서,
    그저 철없이 살고 철없이 웃고 철없이 돌아다니면서
    할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

    바보같이 나는 내가 강하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을 공존하는 세상으로 간단하게 바꿀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의 생각은 아니었다.
    절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만이자 고집이었다.





    아무도 지키지 못했다.
    그저 보호만 받았다.

    누군가의 죽음만 지켜볼 뿐이었다.



    신이시여, 당신이 정녕 존재한다면 저의 기도를 져버리지 마시옵소서.
    신이시여, 당신이 전지전능한 그 신이라면 저희 모두의 바램을 져버리지 마시옵소서.


    더 이상은 누군가를 잃기 싫습니다.
    더 이상은 슬픔을,눈물을,괴로움을 보기 싫습니다.
    이제는 웃고 싶습니다.
    정말로 해맑은 웃음을 짓고 싶습니다.

    모든이들의 웃음과행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만일 이 과정이, 웃음과행복을 위해 가는 과정이라면 참고 견디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시험하지 마시고 얼른 끝내주시옵소서.
    당신이 원하는 모든건 다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희생은 없도록 해주시옵소서.


    제가 모든이를 지킬수 있도록, 저에게 힘을 주시옵소서.




    저는 진정 강해지고 싶습니다.
    모두를 지키고 싶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습니다.


    그러니 신이시여, 저의 기도를 져버리지 마시옵소서.























    " 이엔!! 기달려요!! "



    에녹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엔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이엔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빠르게 걷고 있었다.
    결국엔 에녹이 자신의 검을 빼들어 이엔에게로 던졌다. 그 검은 이엔의 발 옆에 꽂혔고, 이엔은 그제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이엔
    은 차가운 시선으로 에녹을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에녹이 희미하게 웃으며 이엔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에녹도 걸음을 멈출수 밖에 없었다. 이엔이 자신의 검을 빼들었기
    때문이었다. 에녹은 그런 이엔을 바라보자마자 조금 표정을 굳혔다. 이엔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차가운 눈으로 그런 에녹을
    바라보았다.


    " 뭐냐. 뭣하러 날 찾아온거냐. 그것도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면서. "
    " 이엔, 나요…천족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
    " ……뭐? "


    천족으로 돌아왔단 말에 놀란 얼굴로 이엔은 다시금 에녹을 바라보았다. 에녹의 눈밑에 있던 거꾸로 된 검은 십자가 문양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성력도 많이 내뿜고 있었다. 왜 몰랐던걸까. 더군다나, 희미하게 에녹의 등뒤에있는 커다랗고 하얀 날개를 보았다.
    정말로 천족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왜?


    " ……리이넨이 그랬는데, 신이 다시 날 거두었데요. "
    " 그래서 왜 날 찾아온거냐. "


    차갑게 대하는 이엔. 에녹이 찾아온 이유는 이엔은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엔은 그런 에녹을 밀어내고 있었다. 에녹은 요
    4년간 이엔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에녹은 쉽게 이엔을 찾아올수 없었다. 이엔을 찾아가면 아픔과 상처만 늘어갈게 뻔했다.
    그리고 결국엔 천족이 되어 다시 이엔을 찾아왔다.


    " 이엔…안돼요? "
    " 안돼. "
    " 왜요!? 나 마족이 아니잖아요!! 이제는 이엔과 똑같은 천족인데…왜 자꾸 날 밀어내려 해요!? "
    " 왜냐하면은…혼자가 편하거든. "
    " ……거짓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잖아요!! "
    " 쿄우. "
    " ……? "
    " 나는 너를 미워한적이 없었어. "
    " …… "
    " 나는 마족을 증오했다. 과거를 증오했어. 너를 싫어하고 미워한적이 없었어. 화가 난 것 뿐이었어. 내 자신에게. "
    " ……이엔? "
    " 그걸 너에게 화풀이 한거지. 내가 미안해서 너랑은 다시 같이 살수 없을거 같구나. "


    그리고는 다시 이엔이 뒤를 돌아 걷기 시작했다. 에녹이 멍하니 그런 이엔을 바라보다가 무언갈 깨달았는지 이엔을 불렀다.
    그러자 이엔이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이엔이 계속 서 있자, 에녹이 두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는 큰
    소리로 소리쳤다.







    " 내 이름은 에녹 크라나이!! 언젠가는 이엔 리프크네를 뛰어넘을 천계 제일의 전사!!!! "









    그러자 이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피식, 얼마만에 비웃어 보는가. 얼마만에 저 이름을 제대로 들어보는가.
    그때였다.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이엔과 쿄우가 땅을 바라보았다. 땅이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더니 어느새 파편이 되어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이엔이 당황해 하고 있을 무렵, 에녹이 사뿐히 이엔의 앞에 착지했다. 그리고 에녹은 이엔이 놀라 떨어지려 하자, 이엔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왼손을 들어 하늘끝을 가리켰다. 이엔은 에녹의 손끝을 따라 하늘의 끝을 바라보았다.

    시커먼 새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 ……새? "
    " 아니에요. 이엔, 못느끼겠어요? 이느낌,마족의 기운이에요. "
    " ……마물들이 여기로 오는거야!? "
    " 전쟁이…시작되었군요. "


    이엔의 동공이 커져 놀라는것과는 달리, 에녹은 의외로 침착했다.













    " 실피시님!! 마물들이 쳐들어 오고 있습니다!! "
    " 알았다. 기사단들은 당장 검을 들고 나를 따르라!! "
    " 실피시언니!? "
    " 에클레시아님. 당신은…레이님께 가십시오. 당신은 아직 여왕후보입니다. 당신은 기사단이 아닙니다. "


    걱정,근심,슬픔,괴로움이 가득한 에클레시아의 얼굴을 보면서 실피시가 따라오려는 에클레시아를 저지했다. 그리고는 미소를 짓더
    니, 기사단을 이끌고 마물들이 쳐들어 오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키엔님!! "
    " 알고있다. 다들 제위치로 가서 아무도 죽지 않게 보호해라!! "
    " 네!! "


    청기사단이 녹기사단의 뒤를 이어 출발했다.





    " 다들 무기를 들어라!! "
    " 이엔님, 어디 계셨던 것입니까!! "
    " 침착해. 침착하고 무기를 들고 녹기사단과 청기사단들하고 합동해 싸워라!!! "
    " 이엔님, 저도 가겠습니다. "
    " ……에녹, 너는 나를 따라와라. "
    " 네! "



    녹기사단과 청기사단의 뒤를 이어 적기사단이 출발했다.










    " 폐하!! "
    " 왜 이리 소란들이냐. "
    "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마물들이 쳐들어 오고 있습니다!! "
    " 그대는 여왕후보 다섯명을 데려오게 "
    " 하지만,폐하는!! "
    " 나를 믿고 데려오게나. "
    " 네!! "


    여왕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자신이 여왕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이 전쟁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레이가 오면은 자신의 힘을 모두 다해 마물들을 없애다가, 죽고나면은 레이에게 물려주겠지.

    여왕자리를.











    " 리이넨!! 정신차려!! 마물들이 쳐들어 온단 말이야!! 여기서 계속 있으면 당할거라고!! "


    레이가 리이넨을 흔들며 소리쳤다. 하지만, 리이넨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레이가 다급하게 리이넨을 흔들어 깨우고 있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흠칫해 레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 머리에 투명한 붉은눈동자가 잘 어울리는 남자아이. 자신의 소중한 아이이자, 마왕의 조각.
    친구이자 적. 절대로 거스를수 없는 운명.



    " ……레온 "
    " 너를 죽이러 왔어 "
    " 결국엔……모든걸 다 잊기로 한거야? "
    " 무슨소리야? "
    " 내가 준……구슬, 어쨌니? "
    " 가지고있어 "
    " ……그럼 왜 "



    레이가 말을 끝내지 못한체 레온을 바라보았다. 레온은 그런 레이의 표정이 재밌다는듯 피식 하고 웃었다.
    차가운 웃음. 레온이 짓던 미소가 아니었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건 분명 레온인데 레온이 아니다. 하지만 죽일수도 없다.


    " 너를 알고 싶지 않거든. 그냥 너만 보면은 짜증이나.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나는 널 죽이고 싶어하는거 같아. "
    " …… "


    레온의 말에 레이의 표정이 굳었다. 레온은 실없이 차가운 미소만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레온이 벌떡 일어나 기다란 롱소드를 소환했다. 레이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레이는 피하지 않고 레온의 모습만을 바라보
    았다. 그런 레이를 바라보며 레온이 환하게 웃었다.

    레이가 의아해 하자, 레온이 눈을 뜨더니 레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 저번처럼 내 손에서 그냥 편하게 죽지 않겠어? "
    " …… "


    그런 레온의 말에 레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검을 소환해 자세를 잡더니, 레온을 바라보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 천만에. 나는 너의 손에서 죽지 않아. 그 정반대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 레온 "


    레이의 말이 거슬렸는지, 레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고는 차가운 얼굴로 더이상은 미소도 짓지도 않은체,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제 두 사람은 싸우면 된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그냥 죽이고 죽으면 끝난다.





    더 이상의 슬픔은 없다.







    " ……레온. 마족이란 어리석어. 그렇지? "
    " 만만치 않아. 천족도. "
    " 마족은 정말 어둠에 물들어진 걸까? 왜 아무것도 알아내려 하지 않는걸까. "
    " 알아내면 달라지는게 있어? "
    "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레온…특히 넌 "
    " ……싸움엔 잡담은 없어. "
    " 좋아. 시작하지. "
    " 그래. "
    " 하지만… "
    " ……? "
    " 너와 나의 검싸움은 끝이 없을지도 몰라. "
    " …왜? "
    " 너와 나는 같은 사람에게 검을 배웠으니까. "
    " …… "



    그리고는 레이의 눈빛도 차가워졌다.






    -----------------------------------------------------------------------------------------------------



    결말을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원작 소녀왕처럼 같은 식으로 결말내고싶지는 않은데.
    (..........)
    아오이거은근히힘드네여.

댓글 7

  • 체리 보이 삼장♡

    2007.06.30 21:19

    악 난 소녀왕 결말 몰라서 뭔지 모르겠네여(....)
    무튼 실피시씨 죽으면 안되여;ㅅ;!!
    담편엔 레이랑 레오 맞짱이군여 <-
  • [레벨:7]id: 크리스

    2007.06.30 22:40

    소녀왕이라.....그건 안 본거라서 잘 모르겠는데<
    무튼 드디어 전쟁이 터진거야?
    난 레온이랑 맞짱 뜨는구나.
    그럼 앨리스는 현재 여왕을 죽이러 갔겠네?<
  • [레벨:3]id: oO天留魂Oo

    2007.07.06 16:10

    소녀왕 결말 너무 슬퍼요;ㅂ;ㅂ;
    우리 리이넨은 기절중(...)입니까-....
    ......다죽이시는건 아니죠?!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7.06 16:15

    소녀왕 결말 처럼은 안돼!!!-_-
    나 그거 이해 못했단 말야
    근데... 와아아아아, 이젠도 레온처럼 리이넨을
    죽여야 하는건가.. ? 허허 것참 , <<<
    실피시 완전 불쌍해!!! 에클레시아랑!!!
    둘이 급속도로 친해졌는데 갑자기 바이바이라니...
  • [레벨:8]id: 가리가리

    2007.07.08 12:08

    -_-.......앨리스때문에 되는일이 없네여
    소녀왕 결말 못봤어. 아, 봤나 -_-...기억안나
    이엔 못된놈-_- 그냥 에녹이랑 같이 살면 어디 덧나냐
    이거 보다가 걸려서 혼났다 소심쟁이야 ㅉㅉㅉ ㅋㅋㅋ
  • [레벨:24]id: Kyo™

    2007.07.10 09:12

    이래저래 다들 맘 고생이 심하군요ㅡ
    그나저나, 싸움이 길지 않았음 좋겠는데ㅡ
  • [레벨:5]id: 이엔[EN]

    2007.07.16 22:14

    이엔이 왜 못된놈이냐 -_-?!
    어쨌든 뭐.... .... 리이넨 죽었나여 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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