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시간의 방 / 2-1
  • [레벨:24]id: Kyo™
    조회 수: 512, 2008-02-06 05:54:35(2007-06-17)
  • 아주 평범한, 그러나 평범치 못한 일상







    " 이 녀석!! 당장 무릎꿇지 못해! "
    " 허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이엔, 그만 나가보거라. "
    " 대천사님!! 그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이제까지 벌여온 일이 어디 한 두가지이옵니까! "

    찬란한 금발, 사이사이로 이제 막 머리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 노인의 표정은 엄청나게 험상궃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수염이 뭉텅- 하고 볼썽사납게 잘려버린, 이미 하얗게 눈이 내린 듯한 흰 머리칼을 단정하게 정리한 노인은 서로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노인 앞에는 검은 머리칼의 젊은이가 약간은 당황스런, 약간은 기회포착을 노리는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 이엔! 당장 무릎 안 꿇어!! "
    " 어허, 그러지 말라니까 그러네. "
    " 대천사님께서 자꾸 이렇게 이 녀석을 봐주시니 기고만장하지 않습니까! "
    " 아니, 제가 언제 그! "
    " 너야말로 닥쳐, 이 자식아! "

    어느새 다가왔는지 새카만 어둠처럼 검은 머리칼을 길게 늘여트린 여인은 '이엔'이라 불린 흑발의 젊은이의 뒷통수를 다짜고짜 갈겼고,
    이엔은 아무런 반항도 못한 체 뒷통수를 얻어 맞은 뒤, 바닥에 '큰 대(大)'자로 쓰러져 버렸다.

    " 죄송합니다, 대천사님. 이 녀석이 요즘 잠잠하다 싶어 잠깐 방심을 한 사이 그만... "
    " 허허, 아닐세. 이 녀석도 나쁜 취지로 그런 것이 아니잖느냐. 어서 데려가서 치료해주게. "
    " 네, 감사합니다. "

    여인은 이엔의 뒷덜미를 움켜 쥐더니 건장한 이엔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뿐하게 한손으로 들어 올렸다.
    그런 뒤, 다시 한번 두 노인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눈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대천사님! "
    " 저런 애도 하나쯤 있어야, 인생 사는 맛이 나지 않느냐? 난 이엔 덕분에 적적치 않아 좋기만 하구나, 허허. "





    " 끄응... "
    " 어이, 못난이. 일어나. "
    " 난 못난이가 아니라구요... "
    " 어쭈? 반항? 안 일어나!? "
    " 넵! "

    푸근한 카펫 위에 얌전히 누워있던(사실은 던져졌음) 이엔은 버럭, 소리치는 여인의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 무릎꿇고 앉았다.
    이엔과는 달리 고급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찬물에 탄 차가운 레몬홍차를 휘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 어떻게 된 일이지? "
    " 무, 무슨 말씀이신지...? "
    " 무슨 말씀? 그래, 네가 요즘 덜 맞았구나?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작된 무자비한 구타는 여인의 손과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으며,
    이엔은 그 구타를 피하지도 못한 체, 무자비하게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5분쯤 지나자, 여인은 처음과 같은 자세로 소파에 앉아 레몬홍차가 담긴 찻잔을 집어 들었다.
    이엔의 얼굴은 매우 멀쩡했으나, 옷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이곳저곳에 피멍이 든 사실은 몇시간 후, 이엔이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확인하였다.

    " 다시 한번 물으마, 어떻게 된 일이지? "
    " 평소랑 똑같이 대천사님께 놀러 갔는데요... "
    " 대천사님이 무슨 니 친구냐! 허구언날 놀러가게! "
    " 그치만! 대천사님께서 놀러와도 좋다고... "
    " 그걸 곧이 곧대로 듣니, 넌! "
    " 말씀 안 드릴래요. "

    이엔이 방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몸을 일으키는 순간, 뚜둑, 우드득, 하는 소리가 이엔의 귀를 후벼팠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린 이엔은 여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대로 반대편 벽으로 날라가 벽에 박혔고,
    이엔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여인은 손을 탁탁 털며 일어났다.

    " 얌전히 퍼질러 자고 있을 것. 뭐, 어차피 일어나지도 못하겠지만. "

    여인은 비어버린 찻잔을 들고 부엌으로 휙- 하니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집은 잠잠했다.





    " 어휴, 내가 이엔때문에 제 명에 못 산다니까. "
    " 그래도 요즘 네 얼굴은 충분히 생기 있는걸, 냉혈의 여왕님으로 불리던 시절과는 너무 다른걸~ "
    " 맞아, 맞아. 그 아이, 전대 문지기들과는 달리 완전히 활달, 그 자체잖아? "
    " 덕분에 이제 천계에서 이엔을 모르면 첩자라는 이야기도 있잖아. "
    " 그게 즐거워 할 일이야? 응? 오랜만에 지하세계 구경시켜주리? "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4명의 여인이 볕이 잘 드는 어느 정원에서 향기로운 레몬 홍차와 달콤한 과자를 먹으며 느긋한 티타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중 한명은 이엔을 무지막지하게 패던 검은 머리칼의 여인이었다.
    이 네명의 여인은 천계에서 사방위 문지기에 있는 이들로, 현재는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맡고 있는 가장 큰 일은 후계자 양성이다.
    넷 중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는 이엔의 스승인 '란(Ran)'은 물을 다스리는, 북문의 문지기로서 '최강의 무사'라고도 불린다.
    그 이유는 적의 공격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방어력 덕분에 적의 공격에 신경쓰지 않고 적에게 공격을 퍼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녀는 다른 세 사람의 말에 발끈하여 주먹을 세게 쥐었고,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피가 한방울, 또르륵 흘러 내렸다.

    " 그건 그렇고, 이엔은 어디갔어? "
    " 응? 아마 지금쯤 바닥에 쓰러져 있지 않을까? "
    " 기다리셨죠? "

    뜬금없이 등장한 남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예상은 하고 있겠지만 이 남자는 다름아닌 이엔이었다.
    란의 표정에 아주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아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 우와~ 오늘도 타이밍이 정확하네~ "
    " 헤헤, 칭찬 감사합니다~ "

    웃을 때마다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는 눈 모양새가 독특한 - 독특한건가? - 아름다움을 내는 이엔.
    그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엔은 등에 매고 온 바이올린을 꺼내들고는 네명의 여인에게 가벼운 목례 후,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바이올린에서는 손의 움직임에 맞춰 바이올린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앉아 있던 네 사람은 물론, 바람에 실려간 음악을 쫒아 온 동물들이 이엔을 둘러싸고 앉았다.
    약 3분 간의 연주가 끝이 나고, 이엔이 살며시 감았던 눈을 뜨자,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이엔의 주변에는 원래 앉아 있던 네 사람 말고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잔뜩 이엔을 둘러 싸고 있었으며, 동물들도 이엔을 둘러 싸고 있었다.

    " 역시 이엔의 연주는 최고야! "
    " 맞아, 너무 멋진걸! "

    다들 너도 나도 한마디씩 이엔을 칭찬하였고, 이엔은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면서 살짝, 웃어보였다.
    단 한 사람, 이엔에게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이엔의 스승인 란이었다.

    " 란, 너도 한마디 해줘야지. "
    " ...됐어. "
    " 오늘따라 더 삐딱하다? "
    " 닥쳐, 난 갈래. "

    란은 서문의 문지기, 시호를 노려보더니 벌떡, 일어나서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이엔은 다음 곡을 연주할 생각도 안 하고, 오히려 바이올린을 정리해서 등에 다시 매고는 꾸벅, 인사를 하고 란을 뒤쫒아 갔다.

    " 스승님, 같이가요! "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은 이엔의 연주를 못 듣는 것을 아쉬워하며 다시 제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티타임을 즐기던 세 사람도 다시금 티타임을 즐기었다.

    " 그런데 말이야. "
    " 응? 뭐? "
    " 란 말야, 이엔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
    " 너도 그렇게 생각해? "
    " 그럼 너도? "
    " 이엔에 관한 일이라면 신경이 곤두서 있잖아. "
    " 태어난 직후부터 키우기 시작했으니까, 사제지간이라기 보다는 모자지간에 가깝잖아. "
    " 이엔이 빼어난 건 사실이기만서도ㅡ. "
    " 쯧쯧쯧, 어쩌다 그리 가혹한 사랑을 택했을까. "
    " 문지기들 사랑이 언제는 순탄했다니? "
    " 그건 그렇네. "

    세 사람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거우면서도 즐겁지 못한 티타임을 보내고 있었다.

    ─‥─‥─‥─‥─‥─‥─‥─‥─‥─‥─‥─‥─


    두, 두달만이네요;; 아하하;; (도주)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죠~? 그쵸~?
    아, 아무튼;;
    앞으로는 열심히 쓰겠습니다 (도주)

댓글 3

  • 세츠군z

    2007.06.17 11:40

    우와..........그럼 이엔도 열라 불쌍하구나<
    그나저나 이 소설 오랜만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란씨도 차갑다지만 은근히 상냥할거 같아ㅠㅠ.....
  • 이엔

    2007.06.17 17:35

    억, 그전 무슨내용이었지 -_-..? <이봐
    그.... 정말로 많이 얻어터지는구나.. 헐-_-!!!
    란은 또 그런 성격이시군 ,
    아무튼 잘봤어, 오랜만이라고으으으<
  • [레벨:2]Stella

    2007.07.07 16:22

    열심히 써주세요!!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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