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피의 꽃 : 셋째장 (3-2) - 너와 나의 만남
  • 조회 수: 699, 2008-02-06 05:54:35(2007-06-16)





























  • 다시는 슬픈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연을 만들지 않는게 낫다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인연은 잊을려 하면 다가오고 만다.
















    너와 나의 만남




















    " …안돼요, 샤인즈!! 당신이 나에게 이 아이만을 떠넘긴체 그대로 죽어버리면 나는 어쩌란 거에요!! "
    " 이엔……미안해요. "
    " 샤인즈!! "




    청푸른색의 머리를 묶어 허리까지 오는 남자가 한 여자의 시신을 품에 안은체 목놓아 울었다. 그의 옆에는, 갓난아기가
    보자기에 쌓여 자고 있었다. 무너진 성안, 아무도 없는 무너진 성안.
    그 성안에서 남자는 울고 있었다.



    " ……살려야해. 난, 당신없이 살수 없어. "
    " 어리석은놈. "
    " ……렌 스승님 "
    " 니가 죽은 사람을 어찌 살린다는 것이냐? 넌 니 아이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느냐? "
    " 그녀가 죽었습니다. "
    " 그래서 어쩐단 말이냐. "
    " 살려주십시오, 스승님. "
    " 그런 금기는 어기지 않는다. 헛된 생각은 말아라. "
    " 살려주시지 않을겁니까? ……그럼, 여기서 스승님을 죽이겠습니다. "



    남자가 여자의 시신을 바닥에 내려놓은뒤 힘없이 일어섰다. 남자의 푸른눈동자에선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오히려 차갑게 바라보는 렌. 그녀의 붉은머리와 붉은눈동자가 차가움을 더해 주었다.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렌은 크게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차가운 웃음.



    " 정말 죽여버릴겁니다. 대답하십시오,스승님. 저는 스승님을 죽이고 싶진 않습니다. "
    " 어리석은놈. 나는 금기를 어기지 않는다. "
    " 그럼……안녕히 가십시오. 어리석은 스승님. "
    " 훗, 어리석은 제자녀석. "



    그리고 남자는 검을 꺼내 렌을 찔렀다. 여자는 죽는 순간까지 미소를 지었다. 심장을 검에 찔린 렌은 피가 쏟아져 나오는
    심장에 오른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차가운 얼굴로 남자의 손을 잡은체 소리쳤다.



    " 불쌍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내 제자여……해서는 안될 사랑을 해버려 저주를 받았구나!!
    나는 널 어리석게 키우지 않았것만, 사랑에 눈이 멀어 저주를 받고야 말다니……. 너의 인생은 순탄치 않을것이야!!
    어디 한번 해볼수 있으면 해보거라!! 죽어버린 그 여왕의 시체를 붙잡아봐도 그 여자는 살아날수 없을터이니!!
    너에게 남겨진건 허무와슬픔뿐일것이야!! "



    그리고 여자는 피를 토하며 죽었다. 남자는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화끈거렸는지 주먹을 꽉 쥐고는 눈물을 계속해서
    흘렸다.



























    " 택배왔습니다! "


    한 젊은 갈색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가 나와 택배란걸 받았다. 그리고는 무덤덤하게 택배를 바라보았다.
    택배를 든체 화로에 가까이 가져갔고, 이내 던질 기세로 들어 올렸지만 관두었는지 다락방 창고로 올라가 그곳에 처박아
    두었다. 그리고는 식탁에 기대어 앉아 한줄기의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 ……왜 죽느냐, 샤인즈. 왜 여왕이 되어 버린것이냐……. "










































    선대여왕이 죽은뒤 평화는 지속되었다.
    그리고, 선대여왕이 죽은뒤 400년이 되었을 무렵 -













    " 성력? 성력이 뛰어나면은 그렇게 훌륭한 곳에 들어갈수 있는 거에요? "
    " 그렇답니다. 어때요, 쿄우님? 그 왕실학교에 들어가실 마음이 생기셨나요? "
    " 나는……정말 특별한 존재인건가요? "
    " 당신만큼 특별한 존재는 여왕폐하밖에 없지요. 당신은, 어찌보면 선택받은 자랍니다. "
    " ……기뻐해야 할 일이지요? "
    " 그럼요, 쿄우님. "
    " 나……가볼래요! "



    어깨까지 단발형식으로 내려오는 연한 금색머리카락에 금색눈동자를 가진, 쿄우라고 이름 불리운 남자아이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쿄우를 데리러 왔던 왕실학교의 신하가 웃으며 쿄우의 손을 잡는다. 쿄우는 여자의 손을 꼬옥 잡은체,
    한 마차에 올라탔다.




    태어나면서부터 늘 혼자였던 나에게, 어떤 아름다운 여자가 찾아왔다. 나보고 신관이 되지 않겠냐며, 친절한 웃음을 지으며
    물어보았다. 신관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던 나는 여자가 나에게 다가오자 깜짝
    놀란 얼굴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런 내가 귀여웠던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 여자랑 헤어지기 싫었다. 엄마란건 모르지만, 엄마란 느낌이 이런거겠지. 더군다나
    나보고 선택받은 자라고 했다. 특별한 존재라고 했다. 이름으로만 들어본 여왕폐하랑 같은 특별한 존재.

    그럼 나는 거기로 가면 늘 굶주려 살지 않아도 되는 거고, 늘 혼자있지 않아도 되는거였다.
    혼자가 아니란 생각에, 매일 밤 거리에서 자지 않아도 된단 생각에, 매일 굶주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냉큼 대답했다.
    가겠다고. 거기가 어떤 곳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지 않으면 또 가지 않을데로 후회할게 뻔하다.

    분명 내 기억속엔 2,3때까지는 누가 날 키워준 생각이 드는데 왜 지금 이 어린 나이 5살에 혼자인지 이해가 안간다.


    그리고 마차에서 나는 그 여자의 무릎에 고개를 베고 잠에 들었다. 몇시간 안되었을무렵, 여자가 나를 깨웠다.
    커다란 성이었다. 내가 살던 거리에서는 저렇게 큰 건물을 본적이 없었다. 놀라하는 나의 손을 잡으며 여자가 또 다시 따듯
    한 미소를 지으며 가자고 말했다. 나는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이 아이는 뭐죠? "



    갑자기 들리는 남자의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내가 주위를 두리번 거렸을때 분명 저 아저씨는 없었는데.
    푸른빛나는 머리카락에 푸른색의 눈동자를 가진 아저씨는 나를 매우 차갑게 쏘아보았다. 괜히 무서워진 나는 여자의 다리에
    매달려 고개를 빠끔히 내민체 바라보았다.

    저 아저씨, 머리 이상한가봐.
    처음 보는 사람한테 예의없게!!



    " 아, 이엔님……. 이 아이는 카나시이 쿄우란 고아인데, 길거리에서 사는 거지입니다. 성력이 뛰어난걸 우연히 발견해
    데려온 아이입니다. "
    " 그럼 이 아이는 신관인가요? "


    윽!
    또 날 쏘아봐!! 왜 그렇게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건방진 시선으로 쳐다보는 거야!? 기분나쁘다고!!


    " 그렇게 될 듯 합니다. "
    " 흐응…… "
    " 왜 그러신지? "


    쭈그려 앉아 나랑 눈높이를 나란히 한체 유심히 쳐다보는 이 아저씨. 역시 뭔가 이상하다. 머리가 돌은걸까? 왜 나를 자꾸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걸까? 나는 지금 막 왔을 뿐인데, 저 아저씨 이상해!!
    으으,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


    " 이 아이는 신관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적기사단에 들어오게 하면 안되나요? "
    " 이엔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제가 어떻게 거절을 하겠습니까.
    허나, 여왕폐하께서는 이 아이를 신관으로 키우셔야 한다는데……기사단과 신관, 동시에 두개의 직업을 갖게 하지요 "
    " 그럼, 이 아이는 제가 데려가보겠습니다. "
    " 하지만… "
    " 괜찮습니다. 그렇게 해 주실꺼죠? "
    " ……알겠습니다. "


    어? 어?
    어리둥절해 하는 내 손을 들어, 저 아저씨의 손에 쥐어주는 여자. 어라…? 여기서 헤어지는 거야? 왜? 나는 저 사람을 따라
    서 온건데!! 왜…? 왜, 이런 아저씨한테로 떠넘기는 거야?

    여자가 가버리고, 나는 멍하니 가버리는 여자의 뒷모습만을 빤히 바라보았다. 한참을 내 손을 잡고 있던 아저씨가 한손만
    으로 나를 들어올렸다. 당황한 나는 그 아저씨의 푸른눈동자만 응시했다.


    " 풉 "
    " 아? "
    " 이름이 뭐라고 했지? "
    " 카나시이 쿄우 "
    " 흐응, 그래? 그럼 쿄우라고 부르면 되겠구나? "
    " 아저씨는요? "
    " …뭐? "
    " 아저씨 이름은 뭐에요? "
    " …… "


    내가 뭔가 잘못을 했나? ……음, 잘못한건 없는데 ?


    " 나 아저씨 아니야. 이래뵈도. "
    " 거짓말! "
    " 진짜야. 18살이라구. "
    " ……그러니까 아저씨. "
    " 니랑나랑 몇살 차이난다고! "


    아저씨니까 아저씨라고 부르지!!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왠지 그렇게 소리치면 한대 맞을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우물쭈물한체 대답도 못했다.


    " 뭐…일단은 별로 차이 안나니까, 외관상으로는. 그러니까 형이라고 불러. "
    " ……네 "
    " 뭔가 찝찝하단 표정이다, 너? "
    " 아니에요! "
    " 좋아, 그럼 가볼까? "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로 걷기 시작했다. 이 아저씨는…아니, 이 형은.


    " 이름! "
    " 아아, 이엔이라고 불러. "
    " 이엔! "
    " ……형 붙여야지? "
    " ……이엔형 "
    " 응. "


    이엔형은 뭔가 무서우면서도 조금은 괴짜같이 보인다. 나만 그런걸까?








    그렇게 나는 이엔형이 씻어주고 새옷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잠잘때는 이엔형 침대아래에서 이불을 깔고 잤다. 뭔가,
    불공평하단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나에겐 이엔형은 전부라고 생각했다. 언젠가였던가.



    아직 어려서 계속 뒹굴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가 편지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나는 책상에 앉아서 깃펜을 휘갈려 쓰는 이
    엔형에게 전달해주려고 발돋움을 하려고 낑낑 대었다.

    그러다가 힘이 빠져 엎어지자, 그런 나를 보고 있었던지 이엔형이 낄낄 대었다. 왠지 창피한 나는 편지를 던졌고, 이엔형에
    게 꿀밤을 맞았다. 훌쩍거리는 나를 바라보다 다시 깃펜을 휘갈겨쓰며 이엔형이 말했다.


    " 누가 보낸거야? "
    " 아? "
    " 거기, 누가 보냈는지 이름 써 있을거 아니냐. "


    이름……?
    에…저기……나, 글씨 못 읽는구나. 하긴…배워 본 적이 없잖아. 고작 말만 할수 있지, 글을 써본적이 없어.
    ……어떻하지? 내가 글씨 배우지 못한걸 눈치채면 쫓겨날지도 몰라!!


    " 이엔! "
    " ……야. "
    " 응? "
    " 그건 받는사람 이름이고. "
    " ……저기…에… "
    " 뭐야? "


    우물쭈물 거리는 나를 바라보며 이엔형이 조금 놀란표정으로 일어서서 다가왔다. ……혼날까? 맞을까? 아니면…나가라고 그
    럴까. 심장이 빨리뛰기 시작했다. 정말로 쫓겨날까봐 왠지 울고 싶어졌다.
    이엔형이 손을 들었고, 나는 맞을까봐 움찔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뜨면서 나는 울어버렸다. 이엔형이 처음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글씨 읽을줄을 모르는구나? "
    " ……흐윽…흑 "
    " 울지마, 쿄우. 내가 알려줄게. 앞으로 모르는건 차근차근 배워가면 되는 거니까. "
    " 앞으로…? "
    " 그래, 앞으로. 왜, 너 설마 여길 나가고 싶은거야? "
    " 아냐!! "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소리쳤다. 그런 나를 보며 피식, 하고 웃어보이는 이엔형.
    그리고 내 몸이 붕 떴다. 이엔형이 나를 번쩍 안았던 것이다. 놀라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게다가 얼굴도 빨개졌을게
    분명했다. 얼굴이 화끈화끈 거리니까.


    " 으아…무서워!! "
    " 산책하러 갈까? "
    " 산책? "
    " 응, 도서실에 들려서 니한테 맞는 국어책도 좀 가져와야 할거 같고. "
    " 와아~ "
    " 좋아? "
    " 응! "


    이런게 사랑이겠지? 이런게…누군가가 말했던, 가족이란 거겠지?
    비록 나는 엄마나 아빠가 없어도, 비록 늘 혼자였다해도, 나에겐 이엔형이 생겼다.
    그리고, 나중엔 좀더크면은 이엔형밑으로 들어가는 적기사단이 될거라고 했다. 그럼, 내가 이엔형을 지켜야지!
    지금은 보호받고 있으니까, 나중에 크면 내가 이엔형을 지켜주는 적기사단이 되어야지!








    그렇게 몇년이 계속해서 흘렀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같이 살았고, 쿄우랑이엔도 어느정도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 차가웠던
    이엔의 모습에서는 장난끼가 가득했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고아였던 쿄우도 이엔을 많이 따르고 좋아했다.
    쿄우가 10살이 되던해, 정식으로 신관이 되었고, 정식으로 적기사단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엔은 쿄우에게 검술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왜냐고 쿄우가 물으면 위험해서라고 말하면서, 쿄우의 머리만 헝클어
    뜨려놓았다.


    " 이엔형, 나도 검술을 가르쳐줘!! "
    " 안된다니까~. 넌 아직 팔 힘이 부족해서 아직까지는 내 잡일만 도와야해. "
    " 에에~? 거짓말하지마!! 나 팔굽혀펴기도 이엔형과 맞먹잖아! "
    " 그게 무슨 소용이야? "


    쿄우가 10살이 되었을때부터 이엔이 점차 바쁜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 이엔형, 오늘 늦게 들어왔네? "
    " 벌써 새벽인데 왜 안자고 그래? "
    " 하지만…있지, 이엔형! "
    " 응? 뭐 할말있어? 나 좀 피곤한데… "



    이엔이 기사복도 벗지 않은체 침대에 드러누워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러자, 쿄우의 표정이 조금은 씁쓸해졌다.


    " 아니야, 그럼 자…. 잘자,이엔형 "
    " 너도 잘자 - "


    계속해서 이엔이 늦자, 쿄우는 더 이상 이엔을 기다리지 않은체 먼저 잠을 청하곤 했다. 이때부터 두사람 사이에 작고작은
    벽이 하나 생기기 시작했다. 2년후, 쿄우가 12살이 되었을무렵 여왕후보란 아이가 들어왔다. 다른 여왕후보 3명은 원래
    다니고 있다고 들었던 쿄우는, 새로온 여왕후보를 보기위해 달려나갔다.

    쿄우랑 나이가 비슷해보이는 여자아이였다. 허리까지 오는 보라색의 머리카락에 하얀 얼굴, 크고 동그란 보랏빛눈동자.
    멀리서나마 여왕후보를 바라보았던 쿄우는 가까이서 여왕후보를 처음 본거라,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제하지 못한체, 기사단
    연습하는 곳으로 달려가 이엔에게로 갔다.

    쿄우가 활짝 웃으며 달려오자, 연습하던 이엔이 기사단들은 계속 연습시킨뒤 쿄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쿄우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이엔형! 나 오늘 새로 들어온 여왕후보를 봤는데! 무지이쁘더라! 이엔형도 나중에 같이 보러가자! "
    " ……여왕후보? "
    " 응! 진짜 이뻤어!! "



    갑자기 이엔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쿄우는 계속해서 눈치없이 웃으며 여왕후보 이야기를 했다.
    순간 연습하던 기사들이 한두명씩 연습을 멈추고 이엔과 쿄우를 바라보았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쿄우가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돌린 이엔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이상하단걸 느낀 쿄우가, 작고작은 손으로 이엔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이엔이 쿄우의 손을 탁 하고 세게 내리치더
    니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 내 앞에서 여왕후보같은 이야기 지껄이지도 마!!
    여왕후보가 있으면 뭐하는데!! 평화를 줄수있어!? 어차피 평화는 계속 지속되는데 여왕따위가 왜 필요한거야!!
    지금 여왕이 선대여왕보다 잘하는게 뭐라도 있어!? 없잖아!! 여왕은 선대여왕이 최고야!!
    그런 여왕을 살릴생각은 하지 못할망정, 계속해서 여왕후보들을 불러모으면 어쩌자는건데!!
    이 나라는 썩어빠졌어!! 나는 마족이란게 제일 싫어!! 마족이란 녀석들은 자꾸만 소중한걸 빼앗아 가니까!!
    우리에게서 선대여왕을 빼앗아 갔으면서 뭘더 바라는 거야!! 왜 자꾸 여왕의 혈통을 끊는건데!!
    여왕의혈통따위는 없어야해!! 차라리, 선대여왕을 살려서 계속해서 여왕자리에 있게 하는게 훨 옳다고!! "




    그리고는 들고 있던 쿄우앞에 집어 던지고는 빠른 걸음으로 연습장을 나갔다. 아까 이엔이 던진 검이, 쿄우의 볼을 스쳐지나
    가 생채기를 내어 피를 냈다. 볼이 따끔한 쿄우가 멍한 눈을 한체 손을 들어 따끔거리는 볼을 만져봤다.
    처음으로 보는 피.

    왠지 그 피를 보자마자 쿄우는 서글퍼졌다. 요새 이엔과 같이 자는 일이 없다. 요새 이엔과 같이 밥먹는 일이 없다.
    늘 혼자였다. 나이가 어리단 핑계로 같이 기사단에 데려가주지도 않는다. 이엔은 늘 자신을 어린애 취급한다. 쿄우의 두눈엔
    어느새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리고는 이엔의 검을 집더니 그 검을 두손으로 꽉 안은체 이엔이 나간 문으로 달려나갔다. 울면서.




    " 흐어어엉, 이엔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흐아아앙. 날 버리지마. 날 혼자로 만들지마. 흐아아앙 "





    계속해서 같은 말만 되풀이 하면서 쿄우는 이엔이 있을 법한 곳을 다 뒤지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이엔을 찾아 달리는 내내,
    쿄우의 두 눈에선 눈물이 그칠줄을 몰라했다. 계속해서 쿄우는 울었다.




    " ……쿄우? "
    " …… ? "
    " 난, 같은 신관인 리이넨 에실레스라고 해 "



    시리다고 느껴질 정도의 어깨를 넘는 층친 청은발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여자아이였다. 조금은 차가워 보이는 외모였지
    만, 울면서 달리는 쿄우를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던지 리이넨이 먼저 아는체를 했다. 리이넨을 바라보면서, 쿄우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곁에는 이젠 헤르젠 엘 샬리드란, 흑기사단장이 서 있었다.
    왠지 모르게 위엄을 풍기는 듯한 외모.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쿄우가 다시 왈칵 울음을 쏟았다.
    그런 쿄우를 바라보며 당황해하는 리이넨.



    " 왜 우는 거야, 쿄우? "
    " 리이넨…흐아앙,흐아아앙 "
    " 그래, 말을 해봐. 그만 울고, 응? "
    " 이엔 어디갔는지 몰라? 이엔이 날 버리고 갔어…흐아아앙. 나때문에 화났는데…흐아아앙,화났는데…날 버릴지도 몰라 "
    " 무슨 소리야…? "
    " 이엔을 찾아서 사과해야해, 흐아아앙. 안그러면…안그러면……흐아아앙,나 이엔곁에 못있어…흐아아앙 "



    당황해 하던 리이넨이, 어쩌지? 라는 얼굴로 이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말없이 서 있던 이젠이 쿄우 앞으로 다가가 한쪽무릎을 꿇고 앉았다. 놀란 얼굴인 리이넨과 쿄우.
    그런 쿄우의 눈물을 닦아주더니, 손을 들어 숲을 가리켰다.



    " 이엔 리프크네단장은 저쪽 숲에 있어, 그의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
    " ……성스러운 기운? "
    " 천족이라면 다 가지고 있을 기운이지. 너는…마족인가? "
    " ……마족? "
    " 너에겐 나랑 같은 피의 냄새가 느껴져. 왜 마족이…여기 들어온거지? "
    " 이젠! 그만하고 그만 보내줘. 쿄우, 다음에 보자. 얼른 가봐. "
    " …아, 고마워! 고마워요, 이젠아저씨! "
    " …… "
    " 풉 "



    쿄우가 눈물을 다 닦더니, 웃으며 숲으로 들어갔다. 깊이, 아주 깊이 -










    " 이봐, 샤인즈……난 당신 생각이 나면 늘 이곳에 찾아와. 요새들어 당신이 더 생각나.
    당신은 다시 태어나서 자유를 찾았을까? ……우리아이도 이미 죽은지 오래겠지? 장모님이 봉인구를 받자마자 눈치를 못챌
    리가 없잖아. 나는……당신을 잃고, 우리아이도 잃었어. 이름을……지어주어야 했는데.
    분명, 우리아이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거야. ……아니면, 나만뺴고 두사람 이미 만났으려나?


    ……내가 그렇게 잘못한거야?

    사랑하는 당신을 잃은 슬픔이 너무 커서, 당신을 살리려다 실패하고, 스승님을 죽이고, 우리아이를 봉인해서 보내버리고.
    ……나 그렇게 잘못한거야? 그저, 당신을 잃은 슬픔이 너무 큰것 뿐인데.


    …내가 그렇게 잘못했니?




    나는……지금 여왕을 인정할수 없어.
    당신외에 훌륭한 여왕은 그 어디에도 없어. ……샤인즈, 나를 맨날 당신을 찾아오잖아.
    그런데 당신은 왜 한번도 나를 만나러 오지 않는거야?


    ……당신의 미소밖에 기억이 안나.



    이제는 눈물도 매말라서 눈물이 흐르질 않아. 샤인즈……보고 싶어 "







    호숫가 바위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이엔. 그리고, 이내 옆에서 수풀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자 눈을 가늘게
    뜬체 수풀을 바라보았다. 왠지, 샤인즈랑 첫만남이랑 비슷했다. 스승님의 명을 받아 이곳에 들어왔는데, 그만 길을 잃어 헤
    매다가 여기에 앉았는데 수풀이 움직였었다. 그리고, 음식이 가득한 자루를 품에 꼭 안고 튀어나온게 샤인즈.

    그때의 그 인연으로 이엔과 샤인즈는 만남을 지속적으로 가졌고, 샤인즈가 이엔을 자신의 호위기사로 지명하면서 부터,
    이엔은 그때부터 감정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케리우스 라는 청기사단장 친구도 사귀었고, 세사람이서 우정을 지속하면서,
    여왕이 된 샤인즈를 따르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엔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자신이 중얼거리던 말을 정말 샤인즈가 들어서 나를 만나러 오는 걸까?






    " 이엔!! "
    " ……쿄우? "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연한 금발머리에 금안을 가진 쿄우가 튀어나왔다. 품에는 자신이 아까 집어던진 검을 든체.
    그러고보니, 쿄우의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조금 부어 있었다. 또, 볼에는 생채기가 나서 피가 흐르다 굳은 자국
    이 있었다.


    " 쿄우… "
    " 이엔……흑… "
    " 아? "


    이엔을 보자마자 활짝 웃던 쿄우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런 쿄우를 바라보며 당황해 하는 이엔.
    그런 이엔을 향해 울면서 검을 떨어트린체 달려와 품에 안겨버린 쿄우. 조금은 놀란듯한 표정을 한 이엔이 우는 쿄우를
    안아들어 자신의 무릎위에 앉혔다.

    그리고는 울고 있는 쿄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안았다.
    울면서 쿄우가 이엔을 꼭 안은체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 내가 잘못했어…흑……이엔이…싫어하는……여왕후보……다시는…보러가지……않을게……흐흑……이엔은……쿄우를…
    미워하지마……흐흑……흐아아앙…이엔이…화내는거……싫어……흐아아아앙, 흐아아아아앙.
    이엔…쿄우가 잘못했어……잘못했으니까……버리지마…쿄우를…버리지마……흐아아앙 "



    얼마나 혼자 살았던 삶이 고단했던걸까.
    버리지 말라고 울면서, 그것도 떨면서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엔은 쿄우를 버릴생각은 아예 없었다. 단지, 옛생각에 빠져 주체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쿄우에게 화를 낸것
    뿐이었다. 오히려 사과할 사람은 이엔인데, 쿄우가 사과하고 있었다.



    " 울지마, 쿄우.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쿄우가 원하는건 한가지 들어줄게. 그러니까 울지마. 미안하다. "
    " ……정말 들어줄거야? "
    " 말해봐. 무얼 원하니? "
    " 쿄우랑 같이 자! 더 이상 늦게 들어오지도 말고! 계속 쿄우곁에 있어. 글공부도 하고, 산책하기도 하고, 같이 밥먹기도
    하고!! 내가 나이 더 먹어서 이엔잡일 더 많이 도와줄테니까, 지금은 내 곁에 있어줘! "
    " ……소원이 너무 많잖아? "
    " …안돼? "
    " 풉, 안될거야없지. 그럼 지금 당장 실행하러 가볼까나. "



    이엔이 쿄우를 품에 안은체 일어서며 말했다. 그러자, 언제 울었냐는듯 쿄우가 코를 훌쩍이며 활짝 웃었다.





    " 잘됬지, 이젠? "
    " 응,그래. "
    " 이젠, 저 아이……전혀 마족같은 느낌이 안나는데, 정말 마족이야? "
    " 나랑 같은 냄새가 나니까. "
    " …너랑 같은 냄새가 뭔데? "
    " 저주받은 피냄새야. 마족은……아주, 쓸모없는 재앙만 부르는 존재거든. "














    " 자, 쿄우! 이거 뭐라고 읽어? "
    " 이엔 리프크네! "
    " 이거는? "
    " 이엔 리프크네! "
    " …이건? "
    " 이엔 리프크네! "

    " 이게 어째서 다 내이름인데!?
    이거는 적기사단이고, 이거는 잘생긴이엔이고, 이거는 바보같은쿄우라고 쓰여진 글자인데!! 왜 다 내이름만 부르냐고!? "



    " 난 글공부 안할거야!! 뭐가 이렇게 어려워?내가 읽을수 있고, 쓸수 있는 글자는 이엔 리프크네 하나면 되는거다, 뭐!! "


    " 왜 내이름을 쓰냐고!? 니 이름을 읽을줄 알고, 니이름을 쓸줄 알아야지, 왜 내이름인데!? "



    " 내맘이야!! "



    이엔과 쿄우는 저번일 이후로 더 친해지고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그만큼 정이 더 들었다. 쿄우가 14살이 되던해에, 쿄우는
    이엔의 이상한 점을 서서히 눈치채기 시작했다. 쿄우는 계속 많이 자랐지만, 왠지 이엔은 그대로인듯했다. 머리카락 길이도,
    키도, 그리고 나이도 먹지 않는 듯 했다. 어렸을때 처음 봤던 그때 그 모습인거 같았다.

    하지만 왠지 쿄우는 그런걸 이엔에게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일 또 실수한거라면, 이엔이 화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쿄우는 이엔이 매우 좋기 때문에, 그런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 이엔 "
    " 아…흑기사단장, 이젠이군. "



    쿄우는 이엔의 책상을 걸레로 닦다가, 2년전 보았던 이젠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다. 여전히 차가운 외모와 위엄을 풍기는
    태도. 왠지 모르게, 이엔과는 사뭇다른 존재같았다. 사뭇다른존재란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왠지 이엔과는 정반대일거
    같다는 느낌에 쿄우는 다시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에 이젠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젠의 오드아이 눈동자가, 쿄우의 금안을 쳐다
    보고 있었다. 순간 흠칫한 쿄우가 시선을 회피했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무서운건가? 라고 생각해보며, 쿄우는
    손을 왼쪽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그런 쿄우를 바라보며 이엔이 소리쳤다.



    " 쿄우, 청소좀 하고 있어봐. 나 좀만 나갔다 올게. "
    " 이엔? 어디가는데? "
    " 몰라! "



    그리고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쿄우는 그대로 이엔의 손을 잡고 나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움직일려는
    찰나에 이젠이란 사람이 자신을 차갑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일수 없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이엔을 따라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이젠을 다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서웠다.

    책상을 닦고 있던 손이 점점 느려지더니 결국은 멈추었다. 한숨을 쉬는 쿄우는 창가를 바라보다가, 다시 풀이죽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 책상 한쪽 구석을 바라보았다. 6살때쯤인듯 한 잠자는 자신을 안고 찍은 이엔의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을 들고 서 있는 쿄우를 찍은 사진이 있었고, 최근에 찍은사진도 있었다.
    쿄우는 해맑은 표정으로 브이자를 한체 찍었지만, 그 옆에 서 있는 이엔은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찍혀 있었다.

    표정이야 어찌됬듯 상관없단듯, 쿄우의 표정이 쑥쓰럽단듯 붉게 물들여졌다.
    이엔은 평소에는 감정을 제대로 분출하지 않아 쿄우는 그런 이엔에게 섭섭했지만, 다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는 자신에게 그렇게 잘 대해주진 않지만, 사진을 책상위에 올린것만으로 봐도 자신과의 추억을 꽤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뭐야, 당신이 날 여기까지 찾아오고? "


    빈정거리며 이엔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앞서 걷던 이젠이 걸음을 멈추고는 뒤돌아보았다.
    차가운 외모로 피식웃는 이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 마음에 안들어, 당신의 그 표정 "
    " 나도 가식적으로 웃는 너의 표정이 그다지 마음에 드는건 아니야. "
    " 그래서, 날 찾아온 이유는? "


    이엔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묻자, 이젠이 조금은 망설이는듯했다. 그런 이젠을 차갑게 노려보는 이엔.


    " 말해봐. "
    " ……너, 왜 저아이를 데리고 키우는 거지? "
    " 상관없잖아? 내가 쿄우를 데리고 키우는거는, 당신하고는……상관없잖아? "
    " 그녀하고 너 사이에……아들인가? "
    " …… "


    이젠이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란 이름이 거론되자마자 이엔의 표정이 순식간에 살벌해졌다.






    「 평화로운 세상을 너에게 선물해줄게, 이엔.
    세상을 살다보면 때로는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나쁜 인연을 만나기도 하지.
    하지만, 처음부터 나쁜 인연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좋은 인연따위도 존재하지 않아.
    너와 나의 인연이 나쁜인연인지, 좋은인연인지, 나는 아직 분간이 가지 않는구나. 하지만, 확실한건 후회하지 않는다는 거야.
    이엔, 나는 여왕이 된걸 진정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나는 진정 너를 만나게 된걸 영광이라 생각한단다. 죽기직전 너의 모습을 보아서 다행이로구나. 참으로 다행이야.
    이엔, 너의 두 눈으로 똑똑히 봐.
    사람이 죽는건 한순간일 뿐이야. 하지만, 죽는 그 순간은 머리에 입력되어 계속 기억이 되어버리지.
    나는 너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이엔…그거 하나만은 알아 주겠니?
    나는 너를 많이 좋아한단다. 비록, 내 짧은 여왕시기였지만 그래도 너를 만나 소중한 추억을 안아 괜찮아. 괜찮다.
    울지마라, 이엔. 」






    갑자기 옛 생각이 난 이엔은 한동안 멍하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 이엔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이젠.
    그리고 일이분 정도가 흘렀을까. 이엔이 다시 한번 차가운 조소를 흘리더니 입을 열었다.



    " 천만에. 나와그녀 사이에는 딸이 있었을 뿐이야. 그리고, 딸은 몇백년전에 세상을 떴지. "
    " ……그렇겠지. 천족과천족 사이에 마족이 태어날리는 없으니까. "
    " 무슨 소리야? "
    " 몰랐나? 카나시이 쿄우, 니가 데리고 키우는 그 아이, 나랑 같은 피가 흐르고 있어. 너가 싫어하는 마족이라고. "
    " ……뭐? "
    " 그렇군, 몰랐군…. 어쩐지, 너가 마족을 데리고 키우는게 나는 신기했다. "
    " ……그녀를…죽인……마족? "




    이엔이 순간 배신당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중얼거렸다. 마족….
    분명 이엔과 이엔이 사랑한 그녀와의 이별을 만든게 마왕이자 마족이었다. 마족과의 기나긴 전쟁을, 승리로 그녀는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엔과 모든 국민들에게 평화라는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이엔은 사랑하는 사람을 바로 앞에서 잃고 말았다. 그리고 되살리려고 노력해보았다.
    하지만 되돌아오는건 절망뿐이었다.
    왜 자신은 마족이란걸 눈치채지 못한걸까.
    어찌 쿄우의 성스럽다고도 생각해본 금발머리와 금안이, 순수하다고도 생각해보았던 쿄우의 성격이나 행동이, 어찌 마족이라는
    걸까.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배신당할거란 생각조차 못해보았다.




    " ……하 "
    " 이제와서 그 아이를 내칠건가? "
    " …마족……하 "
    " 정신차려 "
    " ……정신차리라고? 나는 그녀를 죽인 놈을 키운거나 다름없어!! 나는 그녀를 모욕한거나 다름 없단 말이야!! "
    " 진정해. 그게 어째서 선대여왕을 모욕한거나 다름없다는 거지? 너, 그 아이를 사랑한게 아니었나? "
    " 그 아이? 선대여왕은 사랑했어. 하지만, 쿄우는 아니야. 사랑해본다고 생각한적이 없어. 사랑을 줬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 "




    그리고는 이엔은 황급히 뒤돌아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멍한 표정으로.








    " ……어? 왜이러지? 눈에 뭐가 들어갔나? 눈물이…나네 "


    책상에 널브러져 있던 책들을 주워 차곡차곡 서재에 넣던 쿄우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 어째서……당신이란 사람은, 왜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건가요.
    아직도 내 사랑을 의심하는 건가요? 그래서 쿄우를 나에게 보낸건가요? 미치겠어요, 당신 때문에.
    나는……당신 때문에, 누구에게도 사랑을 주지 못하겠어요. 그 어린아이를……내가 결국엔 밀어버려야 하나요? "



    이엔이 그때 그 숲으로 들어가 앉아 고개를 푹 숙인체 중얼거렸다.
    이엔의 턱끝으로, 땀인지 눈물인지 알수 없는 투명한 액체만이 계속해서 흘러내릴 뿐이었다.


























    「 …너는 진정, 적 기사단장이 맞는것이냐? 」
    「 당연한 말씀을 왜 물으시는 겁니까,폐하? 제가 그리도 적기사단에 머물고 있는게 마음에 안드십니까? 」
    「 다른 기사단들은…그 이름에 걸맞는 자들이야.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가 피를 묻힐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
    「 저는 기사단장입니다. 기사단을 이끄는 최고권 자리에 있는 이상, 피를 묻히겠지요. 그것이 기사단장으로서의 긍지와명예입니다. 」
    「 ……참으로, 너는 정말 불쌍한 존재구나 」


    몰랐다. 이것이 사랑인지.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인줄을 몰랐다.
    사랑을 해본적이 없을 뿐더러, 사랑을 받은적이 없을 뿐더러…. 그리고 스승님이 사람을 믿지 말라고 충고를 해 주셨으니까.
    늘 내 곁에 서 있어서, 나를 슬프다고만 하는 폐하를 믿지 않았다. 왜 내가 슬프고 불쌍한 존재여야 하는지 따지진 않았다.
    아마도, 내 마음 어느 한 구석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테니까.


    「 나는 한순간 너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허리를 넘어서는 푸른빛이 나는 머리색에 푸른 눈동자. 나의 금발과 금안보다는 너의 머리색과 눈색이 아름답다고 생각한적이 있었다.
    그리고, 너의 그 무뚝뚝한 성격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너의 장점일테니.
    하지만 말이다, 이엔. 세상을 똑바로 보거라. 어느 틀에 박혀서, 그 틀에 박힌체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 틀을 벗어나려무나. 」


    이해할수 없었다. 폐하는…….

    그리고 나는 그 뒤로 폐하를 자주 만나게 되었고, 서서히 감정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 덕분에 자연스레 미소짓는 법도 알게 되었고, 그녀 덕분에 행복해진다는게 어떤건지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틀렸다.
    그렇게 폐하와 내가 사랑이란걸 점차 알아가고 있을 무렵, 나의 차갑디 차가우신……스승님이 납시셨다.



    「 ……스승님이 어떻게 여기에? 」
    「 나의 아름다운 제자가 어찌 사는지 보러 왔다. 」
    「 ……저는 보시다 시피 잘 살고 있습니다. 」


    그렇게 말하면서 순간 나는 미소지은듯 했다. 스승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놀란듯한 표정으로 바뀌었으니까.
    스승님은 그렇게 자주 놀라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나 역시 놀란듯 했다. 그리고, 나는 스승님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 너는 피를 묻히고 사는 적기사단장이다. 그런 너가……어찌 감정을 배운 것이냐? 나의 가르침을 잊은것이냐? 」
    「 잊지 않았습니다. 」
    「 그럼, 왜 내 말을 어긴 것이냐? 너가 믿고 있는건 무엇이더냐. 」
    「 스승님, 저는 틀에 박혀 살지만 않기로 했습니다. 」
    「 무슨 소리냐, 이엔. 」


    스승님의 꾸지람은 무서웠다. 스승님이 한번 화를 내면 쉽게 삭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어렸을때부터 몇시간동안 벌선 기억이 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맞으면서 몇밤이고 지새며, 스승님의 화가 식을때까지 기달려야 했다.


    「 또 벌을 받고 싶은 것이냐? 진정, 네가 나를 기만하려 드는 것이냐? 」
    「 제자가 어찌 스승을 기만하려 들겠습니까. 허나, 스승님께서 저의 뜻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벌은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


    그리고 나는 폐하를 한달정도 보질 못했다.
    그래서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가려 했었다. 벌을 받으면서, 몇밤을 지새면서, 비를 맞으면서까지 벌을 받았다.
    예전 생각이 나다보니 폐하를 점차 잊어가고 있었다. 다시 내 눈에는 생기가 없어졌고, 스승님의 말이 귓가에 울리었다.
    사람을 믿으면은 언젠간 배신을 당할것이라는 말.
    나는 절대 스승님을 기만하려 든 적이 없었다. 절대로.
    다만, 스승님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었다.
    그리고, 두달정도 되갈때 나는 폐하와 함께 했던 내 감정들을 거의 잊어가고 있었다.
    다시 내 기억에 남는 감정은, 나에게 남은 감정들은, 차가움과 무뚝뚝함, 그리고 남을 믿지 못하는 감정들이었다.



    「 이엔…여기 있었느냐? 두달내내, 여기서 너의 스승님을 기다린 것이냐? 」
    「 이런곳엔… 」
    「 …? 」
    「 폐하같은 높으신 존재가 오실 곳이 못되십니다. 속히, 계시던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저는 일게 단장이고, 당신은 온 국민들에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일게 단장과 특별한 존재의 만남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절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애초에 당신과의 만남은 그저 우연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저와의 만남은 잊으시고 돌아가십시오. 」



    차갑게 말하는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욱씬욱씬 거렸다. 눈가가 흐려지기도 했다.
    왠지 눈을 감으면 이상한 물같은게 흘러내릴거 같았다. 그래서 애써 고개를 돌린체, 다시 벌을 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폐하는 가지 않았다. 왜?
    그렇게 차갑게 말했는데도, 폐하는 조용히 곧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체 서계셨다. 다리가 아프실게 분명했다.



    「 돌아가십시오. 」
    「 너와 같이 가겠다. 」
    「 저는 당신과 같이 돌아가지 않을겁니다. 」
    「 스승님 때문이냐? 」
    「 아니요. 저의 선택입니다. 」



    또 다시 눈가에 물같은게 가득찼다.
    그리고 또 다시 가슴이 욱씬욱씬 거렸다. 속이 메스꺼운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아팠다. 가슴이 아팠다.



    「 왜 울려는 것이냐. 」
    「 그게 무엇입니까. 」
    「 눈을 감아보거라. 」
    「 싫습니다. 」
    「 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눈을 감으면 눈물이 흐르겠지. 」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그리고, 내 볼에 따듯한 느낌이 났고 손을 들어 볼을 만졌다.
    내 눈에 가득 찼었던 물이 이렇게 따듯한 물이었던가. 한번 , 이 따듯한 물을 쏟아내고 나자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멈추고 싶었지만, 폐하는 그저 흐르게 냅두라고 명하셨고, 나는 말없이 그 말을 따랐다.
    한동안 폐하는 울고있는 나를 바라만 보셨다. 아주 장하단 듯한 얼굴로, 미소까지 지으면서.
    그리고, 스승님이 문을 여셨다.



    「 스승님… 」
    「 ……네녀석, 정말로 나를 기만하려 드는 것이냐? 」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그리고 내 뒤에있던 폐하를 바라보면서 엄청나게 분노하셨다.
    폐하가 문밖으로 나와 내 뺨을 있는 힘껏 때리셨다. 당연히 내 고개도 돌아갔고, 폐하는 그떄까지 가만히 서 계셨다.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시는 걸까.
    나는 스승님의 화난 얼굴을 보며 무릎을 꿇어 앉았다.
    그리고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 입을 열었다.



    「 저는 절대로 스승님을 기만하려 한 적이 없습니다.
    스승님과의 인연이 끊어지는것이 좋다고 생각한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저는 폐하와 같이 살았던것 뿐입니다.
    저를 이곳으로 보내신건 스승님이잖습니까. 」




    그대로 스승님은 두번다시 나를 보지 않겠노라고 계속 말하시면서 결국 떠나셨다.
    그리고 그런 나를 폐하는 안아주셨고, 나는 점점 더 솔직해져만 갔다.





    「 폐하, 한가지만 여쭈어 보겠습니다. 」
    「 말해보거라. 」
    「 폐하를 보면 행복합니다. 저절로 미소가 납니다. 하지만, 어쩔때 보면은 가슴이 욱씬욱씬 거립니다. 이건 무엇인가요? 」
    「 ……이엔 」



    그리고 나는 그녀와 관계를 맺었고, 그녀와 나 사이에는 얼마후 딸이 태어났다.
    나를 하나도 닮지 않은 아이. 하지만, 샤인즈폐하를 쏙 닮았다. 그러다가, 내가 누군가에 의해 잡혀 잠이 들었고 깨어났을때는,
    피를 흠뻑 묻히신 폐하였다.



    「 샤인즈!! 」
    「 이엔……왔구나. 」
    「 뭐하는거야!! 」
    「 이엔…전쟁이 시작되어버렸어. 」
    「 ……뭐? 」
    「 돌아와서…다행이다. 」



    비틀거리는 그녀를 향해 뛰어가 부축해주었다. 그녀의 얼굴색이 창백했다.
    성안은 쥐죽은듯이 고요했고, 하늘에는 마족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기사단들도 전멸한듯 했다.



    「 폐하…… 」
    「 이케리우스! 자네도 이렇게 다친건가!? 」



    이케리우스 아이루스.
    대대로 청기사단을 맡았던 집안의 아이. 나와 꽤나 특별한 친구사이였던 사람이었다.
    그런 이케리우스가 한쪽 팔이 짤린체로 힘겹게 일어나 폐하를 불렀다.
    이케리우스의 그 큰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지독하다.
    어찌, 마족들은 이렇게 잔인하게 죽이는 건가.



    「 폐하……이 세계가…정녕……평화로울수……있는겁니까?…… 」
    「 물론이다, 이케리우스. 그러니……그만 편안해져도 된다. 나에게, 여기를 맡겨도 된단다……. 」
    「 ……폐하만…믿겠습니다. 」



    그리고, 이케리우스는 한번 미소를 짓더니 맥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사람이 죽음을 본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몇백명의 죽음을 보았다. 모두 다 내가 죽였던 사람들.
    하지만 나는 무의미한 살생은 그만두었다.

    그리고, 종국엔 폐하는 마왕을 죽이고, 마왕의 여동생까지 봉인했다.
    세상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나는 평화롭지 못했다. 사랑했던 그녀를 잃고 말았다.

    그녀의 흔적을 보지 않겠노라 다짐했고, 나는 그녀와 내 사이에 태어난 딸을 작은 봉인구에 봉인했다.
    폐하가 언젠가 가족얘기를 했을때,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시골마을에 한 오두막집이 있는데, 거기서 행복하게 살았었다고. 자신이 이렇게 성력이 많은것도, 여러가지 마법을 알고 있던
    것도 자신의 어머니가 위대한 마법사이기 때문이라고.

    위대한 마법사이니까, 이 봉인구에 봉인된 딸을 한번에 느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폐하의 유물들을 함께 소포에 보내었다.












    " 이엔! 걱정했어! 왜 이렇게 늦었어? "
    " 아니야……. 그런데, 나 너 형이야. 형이라고 왜 안불러? 너…독립할 생각 없니? "
    " ……그게, 무슨 소리야? 이엔……형 "
    " 그냥, 너도 어느정도 컸고. 나 앞으로 많이 바빠질거 같아서, 너랑 같이 자주지도 못하고, 너 공부도 못도와주고 그럴거야 "
    " ……얼마나 늦는데? "
    " 얼굴 볼 시간이 기껏해야 1분도 안될거야. 여기 들릴 이유가 없으니까. "
    " ……이엔, 내가 뭐 잘못했어? 그런거야? "


    쿄우가 불안한 얼굴로 차가운 얼굴을 한 이엔을 바라본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이엔은 대답하지 않았다.
    잘못한게 없으니까. 단지, 스스로에게 화가 난것 뿐이었다. 이엔은 책상에 앉아 깃펜을 들어 서류작성을 하기 시작했다.
    방안에는 깃펜의 서걱서걱 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쿄우는 멍한 눈으로 이엔을 바라보았다. 이엔은 쿄우를 바라보지도 않은체, 입을 열었다.


    " 가능한 빨리 나가는게 좋을거야. 나는 너의 어리광을 받아주지 못해. 이제는 질린다. 너란 자체가. "
    " ……무슨 소리야? 질린다니!? "
    " 그냥 너 데리고 다니는거 재밌겠다 싶어서였어. 별거 아닌줄 알았지. 하지만 너는 보채는게 너무 많아. 그러니 지쳤어. "
    " …거짓말이지? "
    " 아니. 진심이야. "
    " …바보 "
      


    그리고 쿄우는 들고있던 걸레를 던져 정확히 이엔의 얼굴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울면서 뛰쳐나갔다.
    이엔은 걸레를 바닥으로 던진뒤 무표정으로 깃펜을 내려 놓았다. 서류작성을 한게 아니었다. 단지, 종이에 낙서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숨을 쉰 이엔이 창밖을 바라보다가, 책상위에 있는 사진첩으로 시선을 돌렸다.
    쿄우가 닦아 놓았는지 빛을 내고 있었다.


    " ……나 이러는게 옳은 거겠죠, 폐하? "










    " 흐아아앙, 흐아아앙 "
    " ……쿄우, 또 울고 있구나? "

    지나가던 리이넨이 뒤에는 이젠을 데리고 있는체, 울면서 걷는 쿄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울던 쿄우는 리이넨을 바라보자마자 눈물을 그쳤다. 그리고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런 쿄우를 말없이 바라보는 리이넨.
    그리고, 무슨일이 일어났었는지 단번에 파악한 이젠이었다.

    " 리이넨, 이엔이 나 데리고 살기가 지쳤데. 질린데. 흑……이엔은 정말 바보야 "
    " ……그럼 신관으로서 활동해. 그럼 내가 널 데리고 돌봐줄게. "
    " 하지만, 이엔은 내가 신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랬는걸. 적기사단이 되래. "
    " 적기사단에 들어가지마. 신관이 어울려. 너는. "
    " 미쳤어, 리이넨? "


    신관이 어울린다는 말에, 이젠이 리이넨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움찔한 쿄우.
    하지만, 리이넨은 익숙하단듯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젠의 오드아이눈동자를 빤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 난 얘가 마족으로 느껴지지 않아. 너와같은 저주받은 피냄새따위, 느껴지지가 않는다구. "


    리이넨의 말을 듣고 있던 쿄우가 놀란 눈으로 리이넨과 이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분명히, 리이넨은 쿄우가 마족이라고 했다.



    " 리이넨…그럼, 이엔이 나 싫어하는거 내가 마족이여서 그런거야? "
    " 쿄우? "
    " 나……마족이야? "
    " 저기, 있지! "
    " ……전에 이엔이 쓴 일기장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나는 마족을 증오한다 라고 쓰여 있었어. "
    " …… "
    " 정말로…나 마족이야? "



    그리고는 리이넨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어 이젠을 바라보았다. 이젠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정말일까. 이엔이 싫어하던 마족이 자신인 걸까.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갑자기, 이젠을 만나고 들어온 이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는 자신보고 독립할 생각이 없냐고, 존댓말을 쓰지 않냐고 화를 냈다.
    분명히 쿄우는 자기가 생각하기엔 잘못한게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실했다.

    그렇다면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다.
    이엔은 마족을 싫어한다. 그리고, 그 마족이 쿄우다.



    " ……그렇구나. 내가 마족이여서… "















    " 내가 말을 심하게 한거는 알아. 하지만, 뭔가 배신당한 기분이야. 어떻게 자기 자신이 마족인걸 모를수가 있어!? "
    " 그럼 너는 그애가 마족이란걸 어떻게 모를수가 있지? "
    " 리이넨, 건방지게 내 일에 참견하지마. "
    " 나이가지고 들먹이는 거냐? 유치한놈아. "


    쿄우보다 한살 낮은 리이넨이 이엔과 맞먹는 말솜씨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오후에, 자신이 마족이란걸 안 쿄우는 중얼거리면서 어디론
    가로 가버렸다. 그리고, 그 뒤에 곧바로 이젠과 싸우고 지금은 이엔을 찾아와 이엔하고 싸우고 있었다.
    이엔은 책상위에 있는 사진첩을 바라보았다. 리이넨의 시선도 자연스레, 사진첩을 향했다. 아주 다정한 모습.
    정말 어찌보면 가족같은 사랑스러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거짓말같았다.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갈라지려 하고 있다. 가족같은 두 사람이.
    이엔은 선대여왕을 먼저 보내버린뒤 어느 누구에게도 진실로 된 마음을 열어본적이 없었다. 그런 이엔에게, 어느날 신관이 되려 한
    쿄우가 나타났다. 딱히 마음을 주려 했던건 아니었다.

    쿄우에게 말했던 그 사실 그대로, 심심했기 때문에 재미삼아 키워보려 했었다.
    재밌었다. 쿄우를 키우는 것은. 하지만, 사랑까지 주려 했던 건 아니었다. 정까지 주려 했던 건 아니었다.
    단지 글공부 가리키다 보니, 단지 사진을 찍다보니, 쿄우를 보내기가 싫어졌다.


    " 사진도 다정스럽게 잘 찍었잖아. "
    " 버리면 그만이야. "


    그리고는 이엔은 책상위를 손으로 쓸어버렸다. 이엔의 손에 걸려 사진첩이 쓰러졌고, 쓰레기통으로 떨어졌다. 유리파편이 사방으로 튀
    었다. 그런 이엔을 조금은 불만스럽단 표정으로 노려본 리이넨. 그리고는 이내 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위에는 작은 베개 하나와 큰 배게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침대 아래에는 '어린아이가 쉽게 배울수 있는 글공부' 라고 쓰여진 책
    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쿄우랑 같이 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인형들도 많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던 리이넨이 순간 담배연기와 담배냄새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이엔이 피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러운 태도.


    " 이봐? 당신, 담배같은걸 피웠었어? "
    " 아아…적적해서. 애를 키우면 담배가 안좋대서 안폈어. "
    " 이제 애를 떠나보냈다 이거야? "
    " 응. "
    " 하…그럼, 쿄우는 우리쪽에서 데려가도 별 문제 없겠지? "
    " 문제없어. "
    " ……정말이냐? "
    " 왜 그래, 리이넨? 너 정말 꼬맹이 맞냐? 꼬맹이주제에. "
    " 넌 정말 문제 없는거 맞냐? ……왠지 착각일지도 모르는데, 니 눈이 슬퍼보인다. "
    " 응, 착각이네. "















    이엔…….
    나 사실은 정말 마족일지도 몰라. 실은, 이엔의 일기장을 우연히 보았을때 왠지 심장부분이 욱씬욱씬 했어.
    이엔이 정말로 마족을 저주하는게 일기장에서 다 느껴졌어. 피를 연상하는 붉은 잉크로 글을 썼잖아. 붉은 이엔의 글씨를 보니까, 왠지
    무서웠어. 설마 나 마족은 아니겠지, 아니겠지 했었는데…….

    나, 이엔에게 거짓말 한거 하나 있어.
    뭔지 알아? 나, 기억 하나도 안난다고 했었지? 엄마랑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고, 왜 내가 버려진지도 모른다고 했었지?
    실은 다 알고있어. 하지만……정말로 그걸 내가 인정해버리면, 내가 정말로 마족이란걸 인정해야 하는 거니까.

    무서워서……인정하지 못했어.
    무서워서……사실대로 말하지 못했어.

    그래서 이엔이 화내는 건가봐. 나는…이엔이 가족같아서 좋았는데.
    나 말이야, 처음 이엔을 보았을때 낯설지 않았어. 이엔은 오랜전 일이라서 나를 기억하지 못하나봐.

    몇백년전 선대여왕이 마왕과 전쟁을 일으켰을때, 나 그때 여기 왔었어.
    아마도.



    왜냐면은, 이엔을 보면은 마족들과 여기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는걸.
    그때 내 나이……18살이었을 거야. 그래서, 이엔이 날 모르나봐. 그 전쟁이 있은 직후로, 누군가가 내 시간을 가져가 버렸어.
    그래서 나는 다시 시간을 쌓고 있었던 거야.




    나는 ……이엔을 처음 봤을때부터, 이엔을 다시 만날날을 기대 했었어.
    그래서 만났고, 역시 예상대로 이엔과 사는건 행복하고 재밌었어. 이엔이 날 너무 부려먹었지만.






    이엔……원래 내 나이가 되면은, 18살이 되면은, 나…다시 이엔하고 화해 할수 있는 걸까?








    " 리이넨…? "
    " 당분간 내가 널 데리고 키워줄게. "
    " ……역시, 이엔은 아니구나. "
    " 미안해. 하지만, 언젠가 너를 이엔곁으로 돌려보내줄게 "
    " ……응 "























    " ……봉인구? 내가 도대체 몇백년 동안이나 못알아 채다니, 내 실력도 한계구나.
    샤인즈……너의 딸이구나. 그래도…후손을 남겼구나. 나는 다시는 내 자식을 죽인 행위를 이 아이에게 하지는 않겠다.
    빛의여왕후보로 절대로 보내지 않겠어……. 이제부터 네 이름은…레이 샤인즈란다."














    --------------------------------------------------------------------------------------------------



    흑흑흑
    어려워도 그냥 이해해 주세요.
    몇번이고 읽으면 마침내 이해는 된답니다<
    오타는 그냥 넘어가세여.
    나 지금 이거 무지 오랜만에 올리는거 알져?
    나 이거 몇십번 다 지우고 다시 썼는지 몰라요 ㅠㅠ
    공부해야 하는ㄷ......



    간편 요약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이엔을 이 곳으로 보낸건 이엔의 스승님 이었습니다. 그리고, 스승님은 한번 인간에게 큰 배신을 당한적이 있었구요.
    그래서 스승님은 이엔에게 사람을 믿지 말라라고 늘 충고했었지요. 그리고, 그런 이엔을 차갑게 잔인하게 키운체 적기사단장 자리를 이엔에게 주었지요.

    그리고, 이엔은 성안으로 들어갔을때 길치였었습니다. 그때, 선대여왕 샤인즈를 만났습니다. 그때가 첫 만남이었죠.

    그 뒤, 이엔은 계속해서 피를 묻히고 살다가 다시 한번 여왕이 된 샤인즈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 만났을때는 샤인즈는 후보였었죠.

    샤인즈 덕분에 이엔은 여러 감정들을 알아가고, 성격도 풀어지게 됩니다. 따듯한 미소도 지을수 있게 되지요. 하지만, 이엔의 스승님이 성안에 들어오면서부터 이엔은 다시 감정이 흔들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폐하를 선택했고, 스승님은 두번다시 이엔을 보지 않겠노라며 돌아갔지요. 그뒤, 샤인즈와 이엔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관계를 맺어 그들의 딸을 몰래 낳았습니다.

    그러다가, 마왕과 평화를 유지하던 샤인즈와 마왕은 사소한 오해가 있어서 전쟁을 일으키게 됩니다. 마왕과 샤인즈가 서로를 만나 친밀함을 유지하며 평화를 유지하는걸 옳게 보지 못한 자들이 서로 모여 이엔과 마왕의 여동생 앨리스를 납치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을 어딘가에 가둬놓고, 마왕과 샤인즈에게는 서로가 동생과 이엔을 납치했다고 말을 해버립니다. 곧바로, 두 사람은 전쟁을 일으켰고 모두가 거의다 죽어갔을 무렵 이엔은 샤인즈에게로 돌아갑니다.

    샤인즈는 많은 힘을 소모해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힘을 썼다간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두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샤인즈와도 친했고 이엔과도 절친한 친우인 아이루스 가의 이케리우스 청기사단이 험한 몰골을 한체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그런 이케리우스를 보며 평화를 지속하겠노라고 약속하고는, 마왕을 죽이고 마왕의 여동생을 봉인합니다.

    여기서, 아이루스가의 청기사단장 이케리우스는 현재의 아이루스가의 청시가단장 키엔 아이루스의 조상뻘 됩니다.
    대대로 청기사단장 쪽은 아이루스가가 맡고 있구요.


    샤인즈를 잃은 슬픔에 이엔은 그녀의 흔적을 찾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자신의 딸인 샤인즈에게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체 작은 봉인구에 봉인해버립니다.

    그리고 400년후 세상을 가식적으로 살고 있는 이엔은 여왕후보와 여왕폐하에게 불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쿄우를 만나게 되었고 쿄우를 데리고 키우면서 다시 감정을 열게 되지요. 허나, 쿄우가 마족이란걸 알아버린 이엔은 샤인즈를 원망하다가 결국 쿄우를 밀어버립니다.



    여기서 쿄우는 리이넨이 거두게 되지요.


    쿄우는 분명 자신이 엄마아빠도 모르고, 과거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고 했었습니다. 자신은 현재 자신이 마족인걸로 알고 있지만, 실은 천족입니다.


    평소에는 성력을 내뿜어 이엔이 눈치를 채지 못한겁니다.
    이젠이 마족으로 착각한 이유는 ....

    예전 마왕과 여왕이 전쟁을 일으켰을때 쿄우는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18살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쿄우의 시간을 빼앗아 어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쿄우를 마족들이 납치했고, 마족들은 쿄우를 돌려보내는 대신에 천족보고 무릎을 꿇으라 했었습니다. 하지만, 천족들은 들은체도 하지 않은체 쿄우를 구해주지도 않았습니다.

    이에 적개심을 품은 쿄우는 스스로 마족들에게로 등을 돌려버리고, 그런 마족들은 쿄우를 데리고 삽니다. 그래서, 그때의 약한 마족의 기운을 이젠은 감지한거죠.







    ㅠㅠㅠ아직 과거는 밝혀지지 않앗습니다.
    대충 진실은 서서히 이야기 속에 밝혀집니다.
    다음 두편은 레이와 레온의 과거이야기 입니다.

    앞으로도 꼬박꼬박 쓸데니 ㅠㅠ 이뻐해주세요.

댓글 6

  • [레벨:24]id: Kyo™

    2007.06.16 22:52

    아아, 복잡하네;
    뭐, 그래. 마족한테 무릎 꿇을 수는 없다고 치자구, 그렇다고 애를 버리냐. 해도 너무 한 것 같네ㅡ
    어느쪽이든 난 상관 없긴 하지만~
    그건 그렇고, 언제쯤 사이는 풀어질려는지~
  • [레벨:5]id: 이엔[EN]

    2007.06.16 23:15

    글 엄청 기네요 -_-; 쿄우 불쌍해-_-...
    언젠가는 리프크네도 그 사실을 알겠지 <
    쿄우나 이엔이나 둘 다 많이 살 거 아녀 . 천족이니까 ㄱ-.....
    근데 왜이렇게 내 캐릭 순정파냐고, !!!! <이봐
  • [레벨:7]id: 크리스

    2007.06.16 23:18

    헐, 뭐 이리 복잡해
    뭐가뭔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나랑 쿄우는 버려져서 쿄우는 마족에게, 난 할머니에게 보내졌단 거야?
    아니지, 쿄우는 자신을 배신한 천족에게 등을 돌렸다고 했지<
    왜 이리 복잡하대니<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6.17 00:53

    아, 요약해주니 알겠네
    근데. . 이젠은 너무 예민해<<
    그런 작은 마족기운까지 감지 하고 쓸데 없게<<
    쿄우만 불쌍해 지잖아................ㅠㅠㅠㅠㅠㅠㅠ
    이엔 너무 무책임하다. -_- 아무리 그래도
    지 딸래미를 왜 가두어 <<<
  • [레벨:8]id: 가리가리

    2007.06.17 17:17

    난 요약안해줘도 이해했지롱 -_-,
    쿄우는 이엔을 엄청 좋아하구나-_- 이엔, 마족이라고 다 나쁜건 아니야 -_-
    이케리우스 보면서 이게 뭘까 생각했는데 조상이였구나-_-
    열심히 적어썽 ㄲㄲㄲ 다음편 기대 할께염
  • 체리 보이 삼장♡

    2007.06.17 19:55

    악 멋있어 /ㅅ/
    어제 읽었는데 댓글을 못달았을뿐이야 <-
    엄훠 쿄우씨 어뜨케여 ;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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