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피의 꽃 : 둘째장 (2-4) - 현실속의 이별, 그리고, 추억속의 약속.
  • 조회 수: 615, 2008-02-06 05:54:35(2007-06-05)




























  • 나는 자신이 있었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온 우주의 풍요로움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문제는 사랑이 사랑 자신을 배반하는 일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게 하는것 자체가
    이미 사랑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었지만,

    나만은 다를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거라고 믿었다.























































    현실속의 이별, 그리고, 추억속의 약속.

































    " 레이…그게 무슨 "
    " 말 그대로야. 너와 만난게 후회가 되.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지도 몰라 "



    레이의 차가운 황금안은, 레온의 조금은 당황해하는 투명한 붉은눈동자를 직시했다.



    " 이제 너는 네 자체가 마족인걸 알고 있겠지. 그리고, 마왕의 조각이란것도.
    애초에 너가 나를 지켜주는 기사가 된다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지않아? 마족이, 그것도 한낱 마족이 아닌 마
    왕과 같은 존재인 마족이 어떻게 빛의여왕을 지켜주는 기사가 된다는 거지? 그건……마족세계에서 반역아닌가? "




    차갑게 웃고 있었다. 레이가.
    그런 레이의 태도에 당황해하는건 레온뿐만이 아니라, 에클레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에클레시아가 알기로는, 레이는 레
    온을 좋아한다. 그리고 소중히 여기고 지켜주려 한다. 그런데, 그런 존재를 레이는 내치고 있었다.

    아니, 밀어내고 있었다.
    더이상 자신한테 가까이 다가오지 않게 밀쳐내고 있었다.





    " 하지만,레이! 너는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
    " 응, 그 약속 취소할라고 생각중이야. "
    " 그게 무슨!! "

    " 내 인내심의 바닥이 드러났어. 너희는 마족이라 감정이 없단것쯤은 알고있어. 그래, 이해해. 너는 날 소중히 여기니? "

    " 뭐? "
    " ……대답, 못하는 구나. "
    " 소중하다는건…잘 몰라. 그렇지만, 나는 널 지켜주고 싶을 만큼 옆에 있고 싶어…… "



    " 그래, 그런게 소중하단 거야.
    하지만, 그런걸 잘 알면서 이엔을 공격해? 이엔도, 어찌보면 내게는 친구야. 내 기억을 가져갔다해도, 그사람은 내 친
    구였어. 친구는 내게 소중해. 알지? 그걸 잘 알고있는건 ……바로 너였어, 레온. "





    그리고는 레온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어,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이엔에게 다가갔다. 그런 이엔이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무릎꿇고 앉아있는 레이를 바라보았다. 레이랑 눈이 마주친 이엔이 피식 하고 웃었다.





    " 뭐가 그렇게 웃겨서 웃는 거야? 비웃는거같아 "
    " ……풉……내가…니한테……친구였나?……소중한……사람? "
    " 뭐,일단은. "
    " ……넌…정말……웃겨 "

    " 당신도 웃겨. 그리고, 말하지마. 힘들잖아? 폼잡지말라구. "





    그리고는 레이가 손을 들어 이엔의 배에 가져다 대었다. 레이의 손이 빛나더니, 이엔의 상처가 아물어갔다. 레이가 원
    래 치유마법을 할줄 알았던가? 라고 레온과에클레시아가 의아해했다. 물론, 이엔도 의아해했다.

    그런 세사람의 표정을 보았는지, 레이가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성력이야. 치유마법을 배운게 아니라구. 단지 치료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엔도 에클레시아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레이는 이내 검을 소환해 레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이젠 너차례야, 레오니스 크레벨. 널 죽여주겠어. "
    " …… "
    " 레이, 너도 그쯤해둬!! 왜 그렇게 차가운거야!! 레온은 널 만나고 싶어서 얼음감옥에서 빠져나온거라구!! "

    " ……얼음감옥? 그러고보니……너, 죽었었잖아. "



    " 그러니까!!
    이엔씨는 레온을 죽인게 아니었어!! 단지, 얼음감옥에 유폐시킬작정으로 주문을 외운것 뿐이었다구!!"






    에클레시아가 소리를 질렀다. 그런 에클레시아를 조용히 바라보는 레온과레이. 이엔은 피식 하고 웃었다.
    얼음감옥에서 빠져나오면 어쩌라는건가. 이미, 죽이기로 마음 먹었는데. 이미, 약속을 취소하기로 순식간에 결정하고 말았
    는데. 분명, 마왕도 듣고 있을게 분명하리라.

    그때, 약속을 꼭 지켜주겠다고 레이는 약속했었다.
    하지만, 한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체 레이는 공존하는 세상을 거부했다.


    그리고, 레온의 뒤에서 손이 뻗어 나오더니 레온을 안았다. 다들 놀라 바라보았고, 이엔은 무언갈 감지했는지 에클레시아
    를 안은체 레이쪽으로 점프했다.

    레온은 미동도 하지 않은체, 가만히 서서 레이를 바라보았다. 애틋한 시선으로 레이를 바라보았지만, 레이는 그런 레온의
    시선을 져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했는지 서서히 레온을 껴안은 사람의 손은 형체를 나타내었다.

    붉은빛으로 빛나는 긴 생머리에, 왼쪽눈은 검은색에 오른쪽눈은 검붉은색인 오드아이.
    왼쪽귀에는 검붉은빛 귀걸이를 끼고 있었다. 어찌보면 정말로 아름다운 여자. 그리고, 차가운 미소를 지닌 여자.
    그 여자는 레온을 껴 안은체, 레온의 어깨위에 고개를 올려놓은체 레이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바로 마왕 '히스 앨리스' 란걸 직감적으로 세사람다 알아차렸다.






    " 정말…유감이야.
    <여왕들은 다 거짓말만 하는가봐? 너…분명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잖아? 왜……그 약속을 취소하는 거야? 나는, 어둠속에서
    니가 여왕이 되기만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나오기야? 인간. "






    웃으면서 말하고 있던 마왕이, '인간' 이라고 말하면서 눈을 부릅떴다. 화가난걸까.
    갑자기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세게 불어오더니, 이엔,에클레시아,레이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세사람다 어느정도 버텨내고
    있었지만, 에클레시아가 밀려나면서 발을 떼면서 벽으로 부딪히려 그러자 이엔이 황급히 에클레시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엔이 에클레시아를 안은체, 대신 벽에 부딪혔다. 고통스러워 하는 이엔을 보며 에클레시아가 놀란얼굴로 이엔의
    이름을 불렀고, 레이가 고개를 돌려 두사람을 바라보는 동시에 날아가 벽에 부딪혀 뒹굴었다.
    레이가 벽에 부딪히자, 레온이 놀라 달려나가려 했지만 마왕인 앨리스가 웃으면서 레온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레온은 그런 마왕이 싫은지 인상을 찌푸리며 검을 소환하더니, 마왕의 배를 찔렀다.
    그러나, 마왕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는지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레온의 얼굴을
    두손으로 잡더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이런…너는, 지금 네 자신을 공격하는거나 다름없는거야. 나는 너고, 너는 나니까. "

    " …시끄러워. 레이를 공격하는 사람은, 너라고 해도 죽여버릴거야. "
    " 너에게…인간을 가르친건, 레이 샤인즈지? "
    " ……!! "
    " 그럼, 그 아이를 죽여버리면은 너는 마족으로 다시 돌아오는 거지? "
    " 안돼!! "





    몸을 돌려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나는 레이를 향해 달려가는 마왕 앨리스를 잡으려 했지만, 레온은 털썩 주저앉고 말았
    다. 마왕이 무슨짓을 했는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의식조차 가물가물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를 지켜야한다.


    옛날부터 약속했으니까. 레이를 지키겠다고.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검으로 땅을 짚고 일어났다. 그리고, 레이를 향해 한걸음을 떼었을때 울리는 검이 부딪히는 소리.
    다행이도 이엔이 벌떡 일어나 마왕이 들고 있는 검을, 자신의 검으로 막아내었다. 레이가 놀란 얼굴로 이엔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며 서 있는 레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결심했는지, 벌떡 일어나 움직이질 못하는 레온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놀란 마왕이 레이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으나, 이엔이 버티고 있었다.





    " 레이… "
    " 여기서 죽어줘, 레온. "
    " ……!! "





    - 푸욱

    레온의 검붉은 피가 레이의 얼굴과 옷에 튀겼다. 정확히, 레이는 레온의 심장을 찔렀다. 어느때보다 더욱더 아픈 고통이
    레온을 감쌌다. 그리고, 레이를 감쌌다. 바로 몇시간전까지는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에 대해서 확신해지는 연인같은 두 사
    람이었는데.

    레이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진지하고 차가웠다.
    그리고, 레온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배신당해 슬픈 표정이었다. 곧, 그 표정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지만.






    " ……레이,레이…… "





    레온이 털썩 주저앉으면서, 레이의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힘없이 손을 떨구다가, 레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레이는 멍하니 레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온은 슬픈눈으로 레이를 바라보았다.
    레온이 입을 열려는 찰나에, 검붉은 피가 한움큼 쏟아져 나왔다.




    " 억지로 입을 열려 하지마. 그럼 너만 더 괴로울 테니까. "
    " ………나…나……적어도…마족이지만………레이앞에서는……인간……이……었다고………나는……생…각해… "
    " 하지만 나는 한번도 너를 인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인간이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

    " …왜……이렇게……차…가워?………내가…그렇…게……도……미운…거야? "




    레온의 투명한 붉은눈동자에서 어렸을때 보았던 투명한 눈물이 흘렀다.

    - 투둑,툭

    그러나, 레온만 울고 있는게 아니었다. 고통스러워 하면서, 한편으론 솔직해져버린 레온을 바라보면서 레이가 눈물을 흘리
    고 있었다. 결국엔, 레이가 주저앉아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레온을 끌어안으며 울었다.
    그런 레이를 힘들지만 꼭 껴안아주는 레온.




    " ……레이…레이…… "


    " 미안해…미안해……하지만……이럴…수……밖에……없잖아……. ……날…이해해……달라고는……하지않아……그러진…
    않을게………. 그치만……날…잊지…는……말아줘……. ……날…미워하지는……말아줘…….
    나는……처음부터……너를……마족…이라고…생각했……지만…, 인간…이었으면……좋겠다고……생각했어…….
    정말…그랬…으…면……얼마나…좋을까………그런…생…각을……수도…없이……했었어…….

    나를……미워하지마……레온
    나를……잊지마……레온


    ……나는……너를……미워한적이………없었어 "






    두 사람이 계속 서로를 껴안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입술이 포개어 졌다.

    두 사람에게는 지상최대의 행복일지도 모를 처음이자 마지막 입맞춤.
    레이의 입안엔 레온의 피비릿내가 가득했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계속해서 입맞춤을 했다.




    " ……레온? "




    레온은 힘없이 미소지었다.
    그리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어 레이의 품으로 쓰러졌다.
    레이의 동공이 커졌지만, 이미 정한일이었다. 가슴이 아파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 역시, 마족이 사랑을 논하면은 여왕들은 다 죽여버리지. 그게 여왕이야.
    같이 사랑했으면서, 사랑이란 달콤한 말로 유혹해 종국엔 죽여버려. 아주 커다란 배신감을 안겨줄 뿐이야!! "






    마왕이 레이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레이의 귀에 그런소리가 들릴리가 없었다.
    마왕이 어느새 순간이동해, 레이 앞에 섰다. 그리고는 힘껏 발로 레이를 걷어찼고, 마왕의 위력이 얼마난지 보여주었다.
    한번 걷어찼을 뿐인데, 레이는 서 있는 이엔쪽으로 뒹굴었고 이엔은 그런 레이를 안으면서 또 벽에 부딪혔다.

    마왕은 레온을 안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더 이상은 봐주지 않아. 마왕 히스 앨리스가 선전포고한다.
    더 이상 공존하는 세상따윈 존재하지 않게 만들어주겠다. 곧, 현재여왕폐하는 우리 마족들 손에 죽임을 당할게야.
    그럼 너가 여왕자리로 즉위하겠지. 그럼, 곧바로 널 죽여주겠다.

    선대여왕의 피가 흐르고 있는 레이 샤인즈, 너를 말이야! "







    그리고는 마왕은 뒤돌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괜찮아? "
    " 괜찮을리가 있겠나요. 가장 소중한 사람을 죽였는데. 괜찮을리가 있을까요…? "



    이엔의 물음에, 레이가 멍하니 밤하늘에 뜬 둥근 보름달을 보며 대답했다.
    그런 레이를 바라보는 에클레시아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마왕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이쪽도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대책을 짜려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시간이 턱 없이 부족했기에, 에클레시아는 눈물을 잠시 뒤로 밀었다.





















    소녀는 그렇게 눈물을 꾹 참습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서는, 피가 날때까지 꽉 깨물고서는, 절대로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그런 소녀를 바라보는 밤하늘의 달과별은, 그런 소녀를 위로하기라도 하는듯이 반짝반짝 빛을 냅니다.








































    「 레온~ 」
    「 레이다!! 」
    「 뭐야, 왜 도망가는건데!! 」
    「 하지만, 레이는 툭하면 날 때리니까! 」
    「 안때려,안때린다구! 」
    「 정말? 」
    「 응,정말! 」



    레온이 정말 좋아.
    레온은 이렇게나 순수하고 착한데,
    왜 할머니는 나랑 레온이 같이 대화하는걸 싫어하는거지?

    할머니는, 왜……레온을 좋아해주지 않는걸까?


    정말로 레온은 착한데.
    인간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나보다도 더 착한 아이인데.

    꽃도 꺽지 못하게 하고,
    함부로 개미도 죽이지 못하게 해.
    꽃을 꺽거나,
    개미를 죽이면은 레온은 그 자리에서 울어버리는걸.




    「 할머니, 레온…싫어? 」
    「 갑자기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것이냐. 」
    「 하지만 나는 할머니가 레온을 좋아해줬으면 해. 레온은…너무 착한걸. 나보다 더 착해. 인간이란 느낌밖에 안들어! 」

    「 그런 쓸데없는 소릴 하지 말아라.
    인간이란 느낌이 든다고? 마족이 어찌 인간느낌이 나겠느냐.
    할미는 아직도 걱정이 된다. 저 아이를 계속 이집에 냅두어도 괜찮은지. 」

    「 할머니가 제일 미워!! 」




    어떻게든 할머니가 레온을 좋아하게
    노력도 해보지만, 할머니는 절대 레온을 따듯한눈으로
    바라보질 않았다.

    늘 할머니랑
    저런얘기를 하고나면,
    내 눈엔 눈물이 가득했다.





    「 레이, 또 왜 그렇게 화가 난거야? 」
    「 할머니는 정말 바보야. 정말 이기적인데다가 짠순이인데다가 고집불통이야. 할망구주제에. 」
    「 또 비밀얘기 한거야? 」
    「 ……응 」
    「 할머니는 왜 꽃을 싫어하시는 걸까? 꽃을 좋아하라고 말하다가, 늘 할머니가 싫다고 하시는 거지? 」
    「 ……응 」
    「 꽃이 얼마나 이쁜데 할머니는 싫어하실까? 할머니한테 꽃을 꺽어다드리면은, 할머니가 좋아하실지도 몰라! 」
    「 됐어, 그런짓해봤자야 」





    늘 할머니랑 싸워서
    분이 안풀리는 나를 바라보며
    다 이해한다는 얼굴로
    미소지었다.레온은.

    크게 소리내어 웃은적이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했었다.

    그리고,
    레온은 비밀이야기가
    할머니가꽃을 싫어하는데,
    내가 꽃을 좋아하라고 강요하는걸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레온은 내가 관두라고 했었는데도
    할머니를 위해서 이쁜 꽃을 꺽어왔다.

    꽃을 꺽으면 늘 울었다.



    하지만, 레온도 사랑이 그리웠던거라고
    생각했다.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레온은 떨리는 손으로 망설이다가
    결국엔 꽃을 꺽었던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레온이 꽃을 꺽은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레온이 무서워하면서도
    할머니에게 유리병에담긴
    꽃을 내밀었을때,
    그때의 할머니 표정을 잊지 못하기에.
    그때의 레온 표정을 잊지 못하기에.




    「 나를 위해서 꺽어온거니? 」
    「 네…꽃,이쁘죠? 」
    「 ……이쁘구나 」




    그때 할머니는 분명
    나의 말을 믿기 시작한거라고 생각한다.

    레온에게 꽃을 받자,
    놀란표정으로 잠시 레온을 바라보다가
    레온이 조금은 겁에 질려하면서도
    꽃이 이쁘다고 말하자 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레온의 머리를 처음으로 쓰다듬어주면서
    웃었다.

    그때의 할머니의 미소는 잊지 못한다.



    그런 할머니가
    처음으로 따듯한미소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레온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는 활짝 웃었다.



    그때의 레온의 미소는 잊지 못한다.









    「 언젠가는 레온이 네 곁을 떠날날이 올지도 모른단다. 네가 레온을 죽일지도 모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단다. 」

    「 ……괜찮아,할머니. 나는 레온을 절대 죽이지 않아. 나는 레온이 무지 좋으니까! 하지만…언젠가 떠날날이 온다면은,
    나는 레온하고 좋은 추억을 많이많이 만들고 싶어. 왜냐면은……그대로 레온이 떠난다면은, 레온은 물론이고 내가 슬플
    거니까… 」







    할머니…
    레온이 떠났어요.

    내가 레온을 죽인 셈이되었지만…….




    다시는,
    정말로 레온을 보지 못하겠죠?


    곧 있으면 여름방학이 다가와요.
    나는 혼자서 할머니가 기다리는 언덕위에 작은집으로
    걸어올라가야 하나요?

    가면서…
    레온하고 함께했던
    꽃밭,그리고 길을 보면서
    추억을 되새기면서 눈물을 흘리진 않을까요?



    ……레온이 가꾼 꽃밭속에서
    쭈그려 앉아 고개를 파묻고 울지는 않을까요?





    레온이 내 곁을 떠날건 생각해보았지만,
    그 뒤의 나는 어떨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레온이 없는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내 세계는 레온이었는데,
    내 행복은 레온이었는데.


    나는 내 세계와 내 행복을 잃었어요.




    나는…무얼 할 수 있는 거죠, 할머니?







    앞으로 혼자서……나는 무얼 하면 되는 거죠?






















    레온에게,
    작별인사라도 할걸 그랬어요.

    내 세계가 무너졌어요.
    그래서,
    내 행복도 사라졌어요.






    갑자기 너무 슬퍼져요.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던 현실이
    나에게 너무 많이 다가왔어요.

    여왕이 되려면,
    이렇게 힘든 고난을
    여러번 겪어야 하나요?



    차라리…
    기억을 돌려받는게
    아니었어요.








    나는…
    이렇게 늘 후회만
    하며 살아가겠죠.






























    " 그럼 이대로 돌아가는 거야? "
    " 왜, 내가 돌아간다니까 섭섭한거야? "
    " 하지만…그럼 반역인거잖아. "


    나는 이틀뒤 떠난다고 이엔에게 말했다. 그러나, 이엔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아니, 붙잡는건 확실했다. 하지만, 다른 핑
    계를 대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좋을텐데. 사람들은 다 그런다. 그 순간순간 확실하지 않으면, 사실이 아니면 나중에 언젠
    가는 반드시 후회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런말을 할수 있는 것도 레온과의 시간속에서 내가 후회를 했었기 때문이랄까.



    " 머리…많이 길렀어. "
    " 응,이틀만에. "
    " 야한생각한거야? "
    " 나는 어느 적기사단장이 아니라서 말이지 "
    " 뭐야,풉 "
    " ……나, 그만 가볼게. 기차시간에 맞춰서 가야하거든 "
    "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 안해도 괜찮아? "


    인사.
    그러고 보니, 이엔 이 사람에게만 인사했구나. 어느 누구에게도 인사하지 않았는데. 심지어는, 친구라고 말했던 에클레시아
    한테도 말을 안했다. ……화낼까? 섭섭해할까?

    화가나도, 섭섭해도, 에클레시아는 밖으로 표출하지 않으니까 괜찮을거야.
    어차피 인연이 아니었어.

    레온을 내 손으로 죽였는데, ……에클레시아한테 작별인사를 하다가 에클레시아가 날 잡으려 한다면은 나는 레온을 스스럼
    없이 죽인것처럼 에클레시아를 스스럼 없이 죽일지도 몰라.
    그리고 후회하겠지. 죽인것을.




    " 괜찮아. 다들 이별쯤이야 익숙할텐데. "



    그래, 익숙할거라 생각한다.
    다들…보통 사람들이 아니니까. 리이넨과 에클레시아를 제외한 나머지는 인간이 아니니까.
    그러고 보니…나처럼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구나. 천족과마족이 어울려 살고 있었어.




    " 어차피 여왕폐하께도 말을 했고. 나, 원래 여왕자리 박탈당하고 유폐되었잖아. 그러니 여왕자리만 박탈당하기로 했어 "
    " 니 멋데로? "
    " 당연하지. 이 세상은, 나 레이 샤인즈님의 뜻대로만 움직일거야. 깔깔 "
    " ……너도 억지로 웃을때가 있구나. "
    " 뭐…일단은 인간이니까, 라고 쳐두지. "


    " 잘가라 "
    " 바이바이 "





    뒤돌아서 웃으며 걸어가는 나를 향해 이엔녀석은 담배를 한개피 물고 손을 흔들며 인사 하겠지.
    그리고 나는 피식 웃으면서 뒤한번 돌아보지 않은체 손만 흔들면서, 입으로만 인사하겠지. 한번이라도 눈을 돌렸다가는,
    왠지 여기를 떠날수 없을거 같아서.




    ……할머니,나 돌아가요.
    평온하고 고요하고 조용한 그 언덕위에 작은집으로 레이 샤인즈가 돌아가요. 그토록 원하고 원하던 집으로 돌아가는데….
    슬퍼요. 가슴이 시리도록 슬퍼요.



    눈물조차 다른사람들에게 보일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슬퍼요.
    누군가와 헤어진다는게 이렇게도 가슴이 아픈 걸까요? 할머니…내가 어렸을때, 이별의 아픔을 좀더 알려주지 그랬어요.

    할머니가……방관하셔서,
    레온을 좋아하게 되버려서…내가 너무 아프게 되버렸잖아요.











    " 이엔씨, 여기서 담배펴도 되요? "
    " 응? 에클레시아구나. "
    " 이엔씨가 담배피는 모습은 오랜만에 봐요. "
    " 전에도 본 적이 있었던가? "
    " 네, 본적 있어요. 그때의 이엔씨 표정은 슬펐는데…또 슬퍼서 담배를 피는 건가요? "
    " 너무 예리한 여왕님이시네. "


    에클레시아의 물음에, 이엔이 조소를 띄며 대답했다. 그런 이엔의 미소를 보는 에클레시아는, 이엔이 바라보는 숲속길을
    따라서 같이 보았다. 누군가가 지나간듯 하면서도 지나가지 않은듯한 숲속길.
    이곳에 와서 다시는 밟아볼수 없었던 숲속길.


    " 누가 이곳을 나갔나요? "
    " 축하해 "
    " 자꾸 제 물음에 대답 안하고 이상한 소리만 하는거 알아요? "
    " 그런가? 하지만, 축하받을 일이니까. "
    " 뭐가요? "
    " 너가…여왕폐하가 될거야 "


    이엔이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이엔의 말에, 에클레시아의 보랏빛동공이 커졌다. 그리고 때 마침 따듯한 바람이 불
    어와, 이엔과 에클레시아의 아름다운 색의 머리카락들이 날리었다. 에클레시아는 날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은체, 이엔
    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 에클레시아의 시선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엔은 애써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런 이엔을 가만히 바라보던 에
    클레시아는 다시 한번 숲속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말을 생각하던 에클레시아가 슬픈표정을 짓더니 다시 입
    을 열었다.

    " ……누가, 당신을 떠나가서 슬픈거군요. "
    " 예리한 여왕님은 별론데. "
    " ……레이가 떠나가서 슬픈거군요. 레이한테…인사 했나요? "
    " 했지.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했어. 그녀석…뒤도 한번 안돌아보고 가더라. 야속하기만 했어. "
    " …왜……나한테는 아무런 말도 안해준거죠? "
    " 너 말도, 리이넨이나 쿄우나 이젠한테도 아무말 안했어. 이젠은 말할필요가 없으려나. "


    이엔이 다시 담배를 비벼끄고는, 다른 담배를 꺼내 입에 물으며 대답했다. 왠지, 담배를 다시 물고 하늘을 바라보는 이엔
    의 표정은 너무나도 쓸쓸하고 슬퍼보였다. 그런 이엔을 바라보면서 에클레시아가 이엔에게 손을 내밀었다.
    의아해 하면서 이엔이 에클레시아를 바라보자, 에클레시아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나도 슬퍼서요, 담배를 한번 피워볼까해요 "
    " 여왕님은 패스 "
    " …차별 아닌가요? "
    " 아니, 아까운 내 담배를 주기 싫은것 뿐이야. "

    그런 이엔의 말에 에클레시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럴줄알았단듯이. 담배 연기를 내뿜던 이엔이, 시선을 힐끗 내려 에클레
    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담배연기를 내뿜고는 한숨을 쉬더니, 손을 들어 에클레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클레시아가 의아해하면서 이엔을 쳐다보자, 이엔이 에클레시아랑 시선을 한번 마주치더니 하늘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
    다.




    " 많이 힘들었지? 울음 참느라. ……한번쯤은 울어줘도 눈감아줄게 "
    " …… "




    결국 에클레시아는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에클레시아는 흐느끼는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그런 에클레시아의 머리를, 이엔은 말없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엔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언젠가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맞아주자. 잘다녀왔어, 라고 - "































































    " 할머니, 나 왔어요. "
    " ……혼자구나. "
    " 원래 처음부터 나 혼자였는걸요. "

















    ----------------------------------------------------------------------------





    와우
    내일은쉬는날이라
    짱행복/ㅅ/

댓글 7

  • 세츠군z

    2007.06.06 15:17

    ㅡㅡ이거완결아니에여아직더남았음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6.06 15:18

    아, 이게 완결편인줄 알았어<<
    마왕님.. 너무 깜짝 출연에다 너무 허무하게
    떠나시는것 같은........... <-퍼어어어억
    이엔 은근히 의리파네~~ 멋있어요오오오오오-
    난 왠지 레온보다 에클레시아가 불쌍해.<-이상한넘
  • 체리 보이 삼장♡

    2007.06.06 18:19

    오올 썼구나 멋져염 /ㅅ/
    꼭 완결같이 끝냈구나 ...... <-
    에클레시아 ...... 레온 좋아했던거 아닌가 ; ?
    ...... 에클레시아 울지마요 ;ㅅ; !! <-야
  • 이엔

    2007.06.06 20:45

    헐.
    순간 읽으면서 '나는 방패막인가' 이랬다 -_-;;;
    레이 갑자기 너무 차가워 !
    게다가 앨리스 너무 무섭다고 -_-?!
    레온 왠지 안죽었을거 같음. 흠..<
  • [레벨:7]id: 크리스

    2007.06.06 22:40

    헐, 이 일의 끌이 왜이래.
    기억이 돌아왔나 싶더니 레온이 이엔을 푹 찌르고있질 않나, 또 난 레온을 죽이질 않나, 그리고 마왕이 나타나서 선전포고를 하질않나.
    왜 이리 골치아프게 돌아가는건지.
  • [레벨:8]id: 가리가리

    2007.06.10 18:42

    -_-;;; 완결 헐
    쏘리, 나 축제랑 이것저것때문에 좀 바빳어
    오오 키스신-_-< 레이는 이제 돌아가는거?-_-
    이엔 담배피다니. ㄱ- 불량
  • [레벨:24]id: Kyo™

    2007.06.11 23:27

    잠깐!! 뭔가 이상하잖아!
    이렇게 되면 레온은!
    크악, 마왕님은 또 왜 이럴 때 등장이신거야~!
    레이, 네가 어떻게 좀 해 보라구~!
    책임회피하기냐!!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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