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피의 꽃 : 첫장 (1-5) - 내 자신의 무력함, 그리고 내 자신의 오만함.
  • 조회 수: 676, 2008-02-06 05:54:35(2007-05-30)


























  •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감이 강했다.
    모든 일에 대해서 난 자만했고, 오만했다.
    그렇게 나약한 자신을 부정했던 나는, 끝에서는 결국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되었다.
    나는 정말로 약한건가?
    나는 정말로 오만했던건가?

    무엇에 대해서?



    단지 지키고 싶었을 뿐이었다.
    단지 함께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래,
    단지 조그마한 욕심 때문이었다.





























    내 자신의 무력함, 그리고 내 자신의 오만함.


























    「 레온,잘가… 」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가는 이 기차속이 너무 편안해서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나.
    그러고 보니…조용하다.
    레이가 없어서 그런가? 너무 조용해…난, 이대로 혼자 돌아가도 되는거야?
    아무것도 모르는데?



    「 레온,잘가… 」


    에클레시아의 목소리가 귓가에 앵앵거려.
    아까 작별인사 해주었지…곧, 울듯한 얼굴로. 그러고보니…혼자가 된건…나뿐만이 아냐……
    그래, 나뿐만이 아니었어……

    ………………

    에클레시아에게 따로 누군가가 곁에 있었던가?
    아…그러고보니, 묘하게 불안해보였어. 딱히, 여왕후보 1위라서 도도하고 얌전하고 조용한게 아니었어. 혼자라서…
    곁에, 나처럼 레이같은 애가 재잘거려 주질 않아서 침묵을 지키는거야……

    ………………

    쿄우형은…위험할거야. 이젠이란 사람하고, 리이넨이란 사람과 싸웠으니까.
    ……나, 왜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는거지?
    어찌보면…레이가, 가장 힘들고 외로울텐데……
    얼음감옥……




    「 얼음감옥? 그거에 대해선 얘기해 줄 수 있어.
    큰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그 곳에 갇히지. 어렸을때 딱 한번 가본적이 있었어.
    온통, 차가운 얼음이야. 어둡고, 절로 입김이 나올정도로 무지추워.
    하지만, 거기서 죽은사람은 한명도 없어.
    유폐된 사람들은, 평생을 그곳에서 괴로워한체 살아야해 」



    ……괜찮을까,레이…
    레이는 강하지만……그래도, 추울꺼야……

    그러고보니…나 때문이라고 했는데, 내가 무얼 잘못한거지?
    나는, 이곳에 레이를 지켜주기 위해 온거잖아……
    그런데, 레이를 지켜준적이나 있어? …다, 레이나 쿄우형이 지켜줬어…….
    도대체 왜 온거야? 애초에 쓸모도 없으면서…바보같아.
    분명, 지켜주겠다고 약속까지 했었는데…

    미안해서 어쩌지?
    그리고, 레이가 없어서 허전하고 쓸쓸해…
    어차피, 여왕후보자리…박탈당한거, 몰래 데리고 나올까?
    …그래서, 사과할까? 미안하다고…




    데려가자. 레이를 그런곳에 두고 나 혼자 돌아갈수 없어.
    그래, 데려가자.






















































    " 레온…왜 돌아온거야? "
    " 레이…데리고 갈려고. 같이 돌아갈거야 "

    " ……넌 실수한거야. ……넌, 돌아오지 않는게 나았어 "

    " 레이 쪽으로 데려다줘 "
    " 내가 거길 어떻게 가? "
    " 여왕후보 1위잖아. 데려가줘 "



    차갑다. 에클레시아가 나한테 이렇게 차가웠었나? 돌아오지 않는게 나았다니…….





    " 너는 여기에 있으면 안되. 차라리, 레이를 데리고 얼른 돌아가. 너희는 반역자가 된거나 다름 없으니까… "
    " 저기, 난 이해가 안돼 "
    " 이해하지 않아도 되. "




    ……정말로 차갑다. 내가 싫은걸까? 뭐에 대해서 나에게 화를 내는 거지?
























    " 비웃으러 온건가? 신관 "
    " 내 이름은 리이넨이라고 분명 말했을텐데. "
    " 글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까지 우리가 그렇게 친분이 있었나? 더군다나 우리는 서로가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나는 널 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지. 여긴 뭐하러 온거냐. 여왕후보자리 박탈당한거 축하해주러 온건가? "



    레이가 차가운 황금안으로 리이넨을 직시하며 물었다. 그런 레이를 말없이 바라보는 리이넨.



    " …훗, 난 내가 이렇게 무력한줄 몰랐다. 네 말이 맞더군. 나는 강하다고 오만했었어. 실은, 나약한 내 자신을 인정
    하기 싫었던 것 뿐인데. 난 바보같이 그걸 부정했고, 종국엔 이렇게 되었어. "




    레이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차가운 얼음바닥위에 족쇄에 묶여 누워있는 레이를 바라보던 리이넨이, 찰그락
    소리를 내며 열쇠를 들어올렸다. 리이넨을 말없이 바라보는 레이. 리이넨은 열쇠를 돌려 창살을 열더니, 레이앞으로
    걸어갔다.

    자신의 앞으로 걸어온 리이넨을 쳐다보는 레이. 한동안 둘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는 그 침묵을 먼저 깬것은, 다름아닌 리이넨.





    " 내가 여기 들어오는걸 아무도 보지 않았어. 그리고, 너가 도망가는 것 또한 아무도 보지 않을거다. "
    " 무슨 심보지? "



    " 내가 너에게 충고를 하는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거야. 그러니 잘 새겨 들어라.
    난 미래에 누가 여왕이 될지 보았어. 그리고, 분명한건 또한 너가 아니란것.
    그러나, 난 너를 보면서 두개의 길을 보았어.
    너가 하는 일에 따라 달렸지.
    너가 강해진다면, 너는 분명 세계가 평화로울수 있는, 모두가 공존할수 있는 세계를 만들수 있는,
    빛의여왕이 될수있다
    "






    리이넨의 말에 레이의 동공이 커졌다. 그러나, 이내 비웃었다.





    " 뭐지? 니가 바라는 대답이 아니었던가? "
    " 바라는…대답이었지. 그래, 대답이었을 뿐이야. 과거형이라고. 나는 여왕후보자리를 박탈당했다.
    그런 내가, 강해진다 한들 여왕이 될수 있는 방법은 없어. 그건 니가 가장 잘 알지 않나? "

    " 잘 알아. 그렇기에, 니가 여왕후보뿐 아니라 여왕이 될수 있는 방법까지 잘 알고 있다.
    이젠이 마왕의 조각이란건 눈치챘지? ……그렇담, 너가 보여주었던 패기와강인함을 보여줘라. 나는 너를 받들겠다.
    이젠을 잃고 싶지 않아. 그건, 너또한 마찬가지. 잃고 싶지 않은 아이가 있지?
    어제 너는 여왕폐하가 여왕자리를 박탈당했다고 말하자, 여기에 유폐된다고 말하자 너는 웃었어.


    그 웃음을 본 순간, 나는 널 여왕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결심했어.
    너라면은 정말로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여왕이시여, 앞으로 신관 리이넨이 당신을 받들겠습니다. "






    그리고는 리이넨이 검을 소환하더니, 검으로 레이를 묶고있던 족쇄를 단번에 끊었다. 그리고, 족쇄가 차여있었던 손
    목을 문지르며 레이가 일어났다. 그런 레이에게, 한 누더기망토를 건네주는 리이넨. 레이가 누더기망토를 받은뒤 리이
    넨을 바라보자, 리이넨이 말했다.




    " 혹시 모르니, 당신은 그것을 쓰시고 저를 따라오십시오. 성안사람들에게 걸리면 끝이니까. "
    " 널…믿어도 되는거야? "
    " 믿으십시오. 지금은 저외에 달리 믿으실 만한 분이 없으실 겁니다. 레온이란 아이를 보내고, 에클레시아란 여왕후보
    와 쿄우란 신관은 당신이 영원히 유폐될거라 생각하니까. "

    " ……좋아. 도박을 한번 해보지. 운은 나쁜편이 아니라서. "




    레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레이를 보다가 검을 검집에 넣고는 주위를 살피다가 뛰어나가는 리이넨. 그리고
    누더기 망토를 걸치면서 소리치는 레이.



    " 저자식이, 나 아직 걸치지도 않았는데!! "











    얼음감옥을 빠져나와 뒤숲으로 걸어갔다. 얼음감옥 주변이라서일까. 주변이 온통 눈으로 둘러쌓여있어, 발이 푹푹 빠
    졌다. 얼음감옥을 들어올때랑은 다른 길. 레이는 앞서 걸어가는 리이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많이…힘드십니까? "
    " 어? 아니…괜찮아. 나는 강하니까 "


    특유의 강한인상을 보여주는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하는 레이.
    그런 레이를 보며 살짝 웃던 리이넨이, 다시 차가운 얼굴을 한체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면서 입을 열어, 레이에게
    질문하는 리이넨.


    " 저번에, 제가 내주었던 숙제를 알아내셨습니까? "
    " 아? 무슨숙제? "
    " ……안하셨나요? 빛의여왕후보가, 여왕이 되려면 성립해야 하는 조건 다섯가지 "


    그러자, 레이가 피식 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는 누더기망토를 머리에서 끌어내리는 레이.
    한참 앞서가던 리이넨이 이상한 기분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웃고있었다. 자신만만한 웃음.
    알아냈단걸 짐작한 리이넨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



    " 첫째는 성력, 둘째는 검술, 셋째는 지혜, 넷째는 강인함.
    그리고 마지막 다섯번째는, 선대여왕이 마왕을 쓰러트릴수 있었던 검 "





    레이의 대답에 리이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 저희가 가는 곳은, 선대여왕이 마왕을 쓰러트릴수 있었던 검을 찾으러 가는 겁니다. 검이 당신을 인정하면, 여왕이
    되는건 식은죽 먹기겠죠. "
    " 그런데, 리이넨. 나는 싸우지 않아. "
    " 무슨…소립니까? "

    " 마왕하고 약속했어.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주겠다고. 그러니까, 마왕이 약속을 지키래.
    아마도 이번엔 싸우지 않고 말로 타협해서 모두가 공존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지도 몰라. "




    " 당신은 아직도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
    " 어리석은 생각이 아니야. 너는 나를 밀어주겠다고 했다. 그럼, 내 명령을 들어라. 리이넨 "





    레이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리이넨이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가면서 조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마왕은 선대여왕과 사랑을 나누었지요. "
    " 그래? "
    " 그러나, 두 사람은 서있는 위치상 서로를 죽여야만 했죠. "
    " …… "
    " 아시지요. 마족은 감정이 없습니다. 그런 마족이 사랑을 논해, 사랑을 택했지만 선대여왕은 그런 마족을 죽였지요. "
    " 죽였다구? 마왕은 봉인되어 있다며? "


    " 그 뒤, 그 마왕의 여동생인 히스 앨리스가 마왕의 뒤를 이어 선대여왕을 죽이고 봉인당했지요.
    선대여왕은 마지막 힘을 다해, 그 마왕을 세조각으로 나뉘었습니다. 하나는 히스 앨리스, 또 하나는 이젠 헤르젠 엘
    샬리드,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당신의 아이. "


    " ……레오니스 크레벨.
    알아. 걔가 마왕의 조각이란것도, 걔가 감정이 없는 마족이란것도. 아주 잘 알아. 그래, 내가 가장 잘 알아."




    " 만일, 마왕과 싸우게 된다면 마왕은 레오니스 크레벨과 이젠 헤르젠 엘 샬리드를 곁으로 불러드릴 겁니다.
    그녀가 봉인에서 억지로 나와, 두 사람을 곁에 두게 되면은 두 사람은 다시 마왕의조각으로 각성하겠죠.
    그럼 두사람은 우리 두사람을 잊을 겁니다. 그리고, 감정없이 우리를 아무렇지 않게 죽이겠지요.
    나는 이젠을 잃기 싫습니다. 당신은 그 아이를 잃기 싫겠지요.

    공존하는 세상따윈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따윈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을 믿어도 되겠지요 ? "







    " 물론이야 "





    리이넨의 물음에, 레이가 씨익,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이 그녀의 오만함이라 했더라도, 그것이 그녀의 자만심이
    었다 하더라도, 그녀의 대답은 확실했다.








    " 당신을 진심으로 따르겠습니다, 레이 샤인즈님 "
    " ……나도 널 진심으로 믿고 따르겠다, 리이넨 에실레스 "














    " ……레이가 없어. 여기인거 확실해, 에클레시아? "
    " 확실해. 쿄우씨가 그랬는걸……. 누군가가 레이를 데리고 나간 모양이야. "


    에클레시아가 감옥을 나가면서 말했다. 에클레시아의 뒤에서 걸어오면서, 레온은 여전히 레이가 갇혀있었다고 말한 그
    감옥을 빤히 주시했다. 그런 레온을 바라보며 에클레시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 누군가가 레이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모양이야. 쿄우씨는 지난 번 상처가 다시 터져서 방에 누워 있으니까 ,
    다른 누군가가 레이를 꺼낸 모양이야. 저기 족쇄, 검으로 베은거잖아. 안심해도 될 거야, 레온.
    하지만……너는 여기 있으면 안돼 "

    " 왜? 나도 여기 학교 학생인데… "
    " 넌 엄청난 죄를 저질렀으니까. 그 죄값을 받은건 레이야. "






    에클레시아의 말에 레온이 인상을 찌푸렸다.




    " 그 죄가 뭔지를 말해줘야 내가 어떻게 뭘 하든 말거 아냐!! 다 내가 죄지은거라면은, 다 내탓이라면은,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나도 레이가 걱정되. 걱정되서 다시 돌아온거 아냐!! "


    " 걱정되면 넌 여길 아주 떠나야 했어!! 다시 돌아오면 안되었다구!! 네 이기적인 마음 하나로 여길 오면 안되었어 "



    " 보고싶은걸 어떻게 해? "







    " ……방금, 뭐라고 했어? "







    " 아? ……내가, 뭐라고 했는데? "




    에클레시아가 놀라 눈으로 묻자, 오히려 당황해 하며 아무것도 모르겠단 얼굴로 대답하는 레온.



    「 마족은 감정이 없어서, 내가 레온을 사랑해도, 좋아해도, 레온은 전혀 그런마음 없어. 그러니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거야. 그러니까, 에클레시아. 나처럼 10년을 좋아해도, 포기하지 않을 자신감이 있으면 레온을 좋아해도 되 」







    " 아무것도…아니야,레온 "





















    " 왠 성당? "
    " 신관들이 결계로 친, 신관이 아니라면, 여왕이 아니라면, 여왕후보생이나 다른 보통 학생들이나, 마족이 전혀 볼수
    없는 성당이죠. "



    굉장히 고요했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듯한 성당. 구석구석엔 거미줄이 쳐져 있었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
    그리고 낯설지 않은 성당. 주위를 둘러보다가 앞을 바라보았다.
    옆 창문에서 햇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햇빛이 비추는 곳은, 다름아닌 커다랗고 얇은 검.
    노란색의 손잡이에, 붉은동그란보석이 박혀 있었다.




    " 저 검은… "
    " 다섯번째, 선대여왕이 마왕을 쓰러트렸던 검. "
    " 저 검이 나를 택하면, 난 여왕이 된다? "
    " 선택받으면 말이죠. 당신이라면 가능하겠죠. "




    리이넨이 대답했다.




    " 이봐, 리이넨 "
    " ? "
    " 너, 어찌보면 자꾸 빈정거리고 태클거는거……쿄우랑 똑같아. "
    " 면목없습니다. "
    " …… "





    그리고는 레이가 검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검손잡이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러자, 순간 커다란 빛이 나더니 레이가 팔로 눈을 가렸다. 레이 뒤에 있던 리이넨이 자신의 검을 뽑아들어, 레이를
    지키려고 다가간 순간 어둠이 두사람을 지배했다.

    두사람은 같은 공간, 같은 자리에서 어두운 공간에 가만히 서있었다.




    " 뭐야? 그래서, 저 검이 날 선택했다는 거야. 뭐야? "
    " 글쎄요. "









    「 그랬군…당신은 감정이 없는 줄 알았는데…… 」
    「 나도, 당신이 감정따윈 없는 줄 알았어… 」




    " 이봐. 저건…? "
    " 여왕폐하와 마왕인듯 한데……왜 둘다 여자? "
    " 그건 내가 묻고 싶다구, 리이넨. 마왕 남자라며. 설마, 여동생이니 오빠니 그런건 없고 여자끼리 좋아한거 아냐? "
    " ……그건 아닙니다. "




    「 하지만, 난 당신을 봉인해야해. 내가 미워도 어쩔수 없는 일. 당신은…마왕자리에 즉위 하지 말았어야 했어. 」
    「 ……야속한사람, 야속한당신. 저주할거야…미워할거야……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수 있었으면서, 왜 굳이!! 」

    「 솔직히……마족하고 인간은 어울리지 않잖아? 더군다나, 마왕이 사랑을 논한다는건 웃기는 일이라구.
    고통없이 봉인해주마. 고통없이 너를 조각내주마. 고통없이…너를 보내주마. 」



    「 ……세이, 당신을 사랑해. 그걸 알려준건…당신이야 」




    「 끝까지, 사랑을 논하다니. 정말…웃기는 마왕이야 」







    " 어째, 여왕목소리가 남자같지 않아? "
    " 하지만, 여왕은 여자인데… "
    " 아냐. 저 여왕, 남자가 확실해. 여왕폐하께 물으면 알려주시겠지, 선대여왕에 대한걸 "

    " 그보다, 레이니온검이 사라질려 합니다. 얼른 뽑으십시오. "




    리이넨이 파지직 거리며 사라지려는 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레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씨익, 하고 웃고는 검을 향해 손을 뻗으며 달려갔다.
    레이가 검을 잡는 동시에, 어둠이 퍼즐처럼 우수수 떨어지면서 밝은 빛이 비춰졌다.









    " 리이넨!! 나 검을 잡았어!! 이제, 나 여왕이 될수 있는 거지? "
    " …… 뒤!! "
    " 아? "



    리이넨의 검은눈동자가 커졌다.
    뒤를 돌아본 레이는, 반사적으로 뒤로 한바퀴 뛰어 리이넨의 옆으로 착지했다. 그러나 이내 휘청거렸다.
    그런 레이를 부축한 리이넨.



    " 고마워, 리이넨 "
    " 다리가… "
    " 살짝 베인것 뿐이야.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나한테…왜 검을 들고 있는거야? 제정신이면서. 레온. "



    웃으면서 말하는 레이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다. 레이를 향해 롱소드를 치켜세우고 있는 레온. 레온과 레이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차갑게 노려본체, 움직이질 않았다. 그때, 성당 문이 열리면서 에클레시아가 숨을
    몰아쉬면서 달려들어왔다.

    동시에, 레온의 멍했던 생기없던 붉은눈이 생기있는 눈으로 돌아왔다. 레온의 주위에 피었던 살기와냉기가 사라지자,
    레이가 활짝 웃었다. 레온이 에클레시아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레이를 바라보았다.


    이틀만이지만,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듯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갈색머리에 황금눈동자. 그리고 연분홍빛 입술.




    " 레이… "
    " 그래, 레온. 나야 "



    레온의 부름에, 레이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순식간의 일이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레온이, 레이를 향해 조금 빠르게 달려가더니 어느새 와락 안았다.
    놀란듯한 표정의 레이와, 무표정으로 숨만 가쁘게 쉬는 에클레시아.

    그리고, 뒤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리이넨.




    " 레이…레이…… "
    " ……레온 "




    레이의 얼굴이 조금은 붉어졌다.
    그리고는 두 손을 들어, 레온의 등을 끌어안았다.

    처음이었다.
    두사람이 이렇게 안은게.


    늘 감정없이, 두사람은 어느정도 거리를 두며 손만 잡는 정도였다.
    그것도 늘 레이가 먼저 잡자고 했었고, 레온은 허락만 하는 정도였다.

    그렇게 감정이 없었던 레온이,
    처음으로 레이를 향해 달려와 안았다.





    " 레온……나, 여왕이 될 수 있어. 선대여왕이 마왕을 봉인했던 검이, 나를 선택해서 나 여왕이 될 수 있어! "
    " 축하해, 축하해……. 나, 기사단에 들어갈 생각이야. 그래서 여왕인 레이를 지켜주는게 내 소망이야…… "




    그러자, 레이가 정말로 행복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레온의 무표정에도 약간의 미소가 번졌다.









    " 하지만, 레이……너, 유폐됬잖아 "




    에클레시아의 말에, 일순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레온이 레이를 품에서 떼어내, 무표정이지만 걱정하는 역려가 드러나는 얼굴로 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레이가 리이넨을 바라보았다.

    리이넨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 제가, 레이 샤인즈를 여왕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선대 여왕이 마왕을 봉인했던 검은, 선택하는 검.
    여왕을 선택하는 검입니다. 여왕으로 선택받은 사람 외에는 절대로 만질수 없는 검.
    그 검을, 레이 샤인즈양이 뽑았습니다. "






    에클레시아의 표정엔 걱정,불안,초조,쓸쓸,슬픔,그늘 등의 표정이 묘하게 섞여있었다.
    그러나, 못본척 하고 레이가 레온의 손을 꼭 잡은체 말했다.






    " 에클레시아.
    미안, 태어나자마자 여왕이 될 준비를 한 너가 여왕이 되야 하는데 새치기해서.
    무엇보다도 나는 레온을 지키고 싶어. 그리고, 날 밀어주는 사람들이나 믿어주는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해주고 싶어.
    나는,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거야. 마족들만 그늘에 가려져 고통받는 삶따윈 없앨거야.
    에클레시아, 너가 원하는 세상은 아직도 없니? "


    " ……축하해, 레이. 너가 여왕이 되렴. "






    레이, 내가 원하는 세상은 …… 아직은 없어.
    하지만, 지금 바라는 세상은 …… 그래도, 너를 볼수 있는 세상. 그래도, 레온을 볼수 있는 세상.
    내가 아는 사람들을, 내가 처음 사귄 친구들을,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남자애를 …… 볼수 있는 세상.



    그러니, 네가 여왕이 되는게 옳아. 나는 하나도 준비한게 없거든.









    " 고마워, 에클레시아. "
    " 레이… "
    " 응? "
    " 우리……친구지? "




    친구면 좋겠어. 나한테, 친구같은거 없었으니까.
    다들 뒤에서 날 욕하는걸. 다들, 뒤에서 나를 싫어하는걸. 어머니는 나를 안아주시질 않아. 아무도 나를 안아주질 않아.
    아무도 내 걱정을 하질 않아. 내가 울어도 달래주는 사람 하나 없어.

    그래서 마음을 안열었는데, 너만큼은 …… 이길수 없어.
    너만큼은 마음을 열게 됬어, 너만큼은 …… 너만큼은 …… 소중해.





    " 그래, 친구야 "
    " …… 고마워 "






    가장 듣고 싶었던 말.
    가장 간직하고 싶었던 말.
    가장 … 가장 … 추억에 남기고 싶었던 말.



    내 보물. 내 선물. 내 영원.






    그건, 너야…
















    「 울지마 」


    나를 안아줘요.


    「 넌 여왕이 될 아이. 그러니 강해야해. 」


    아직은 약해도 되잖아요.
    아직은 강할 필요가 없어…














    ----------------------------------------------------------------------------------------------------------------










    하하하
    요새좀바빠요.
    그러니까
    소설늦게올라와도양해.
    일주일에한번씩은올릴게요.











    <예고편>





    " 당신이 다시 돌아올줄이야 "
    " 나도 내가 다시 돌아올줄은 몰랐는걸요, 여왕폐하 "





    " 리이넨 "
    " 말씀하십시오. "
    " 나 말이지, 아주 조금이라도…기뻐해도 되는 걸까? "
    " 무엇에 대해서 말이죠? "


    " ……레온이 솔직해 지는거 같아. 나, 기뻐해도 되는 걸까? 기뻐하고 싶은데, 마음 한구석이……불안해 "




    마왕의 조각이 인간화가 되어갈수록,
    마왕은 깨어난다.
    당신이 불안해 하는건, 예감같은거니까……기뻐해서는 안될지도 몰라.
    하지만……조금이라도 덜 불안해 하고 싶다면, 기뻐해도 되.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해.





    " 기뻐해도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젠도, 인간 같이 행동하니까. "
    " 헤에~ 그 재수없는 이젠이 말이지? "









    " 여어, 건방진 여왕후보꼴찌님 "
    " 리이넨, 저녀석 죽여버려. "
    " 설마, 신관님이 적의기사단장인 이엔 리프크네님을 치실까~ "
    " 이젠이 쳐도 되겠지 "
    " 진정하세요…… "







    행복. 웃음. 기쁨. 소중함 ……… 이런 감정들을 알아갈때, 이런 감정들을 배우고있을때, 불행은 찾아온다.








    「있지, 여기 내가 여기 이 성에 오면서 발견한 꽃이야. 오랫만에 보지?
    너랑 나랑 우리집뒤에서 소꿉놀이 할때 발견한 꽃이잖아. 여기에도 피어있어. 이 꽃말 뭔지 알아? 나를 잊지마세요래.
    너는 절대 나를 잊지 않을거지? 약속하는거야. 절대로 서로를 잊지말자.
    만약에 일이지만, 만약이 정말로 다가올수도 있잖아. 알았지? 절대로, 서로를 잊어서는 안돼.
    너가 날 기억하지 못한다면은, 나는 정말로 약해질지도 몰라.」


    「폭주하지마!! 기억해, 물망초의 꽃말을 기억해!! 여기서 너가 폭주해버린체로, 마계로 돌아가버린다면은 !!
    나는 정말로 약해진다고!! 내곁에서 나를 지켜준다고 했잖아!! 그래서 흑(黑)기사단에 들어간거잖아!!
    내 곁에 계속 있을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면서!! 거짓말쟁이...거짓말쟁이!!
    한번도 이렇게 날 울린적이 없었으면서, 왜 하필!! 왜 하필 지금이냔말이야!!
    날 잊지마!! 나도 널 잊지 않아. 너가 좋아, 너가 좋아....... 제발, 폭주하지말고 기억해줘.」

댓글 7

  • 체리 보이 삼장♡

    2007.05.30 23:42

    꺅 길어서 좋아 /ㅅ/ , 내가 말한 여왕이야기 넣었구나 .. <-
    무튼 멋져염 담에도 길게쓰기 꺅 /ㅅ/
    그건그렇고 에클레시아 너무 착해여 .......
    ........... 그것도 몰라주고 레온 바보네 <-
  •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2007.05.31 00:16

    ......................... 아.. 눈 아파... -_-
    에클레시아 완전 루시아랑 판박이지만..
    의욕이 없네. <-타아아아앙
    푸히히히. 리이넨은 역시 우리 이젠을 좋아하는거구나. ㄲㄲ<
    아아.. 뭐. -_- 리이넨을 위해서는 이엔따위는 죽여도..<-타앙
  • [레벨:24]id: Kyo™

    2007.05.31 14:50

    오오오, 선대 여왕 이야기가 막 끌리는데~!
    처음처럼 된 거네~!
    다행이야~ (와하하)
    에헤, 다들 화이팅!! 아자!
  • [레벨:8]id: 가리가리

    2007.05.31 21:26

    -_-........... 저렇게 우울한얘기에 , 앵앵거린다가 뭐냐 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ㅈ
    그리고 좀 신나게 할수는 없냐 -_-?!!!!
    잘읽었삼 ㄳㄳ
  • 이엔

    2007.05.31 21:44

    아, 님 왜이렇게 기냐고... .<님
    전개 좀 빠른것 같다 ?! 랄카.
    그럼 여왕이 되는거야, 뭐야?
    그전에 여왕이 남자면 여왕이 아니라 왕 아냐 - -? 이야기가 복잡해 -_-!!
    어쨌든 잘읽었음 ?<
  • [레벨:7]id: 크리스

    2007.05.31 22:04

    그럼 나 다시 복귀하는 거야?<
    꺄, 검이 날 선택했대<
    그나저나 마왕이 여자라니.
    아니, 마왕이 여자같이 생겨서 처음 봤을 때 여자로 보이는 거 아냐?<
  • [레벨:3]id: oO天留魂Oo

    2007.05.31 23:46

    우후후......... 길어요(헤실)
    선대이야기가 많이 복잡하네요;;
    리이넨......이젠을 좋아하는 거였구나ㅇ0ㅇ!!!
    예고편까지 써주시고.....담편 기다립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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