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시간의 방 / 1-8
  • [레벨:24]id: Kyo™
    조회 수: 487, 2008-02-06 05:54:33(2007-04-05)
  • 처음부터 새로 시작, 즐거운 인생.






    " 아일린! 아! 일! 린! 아침 먹어! "
    " 아웅... 더 잘래... 졸려... 자구 싶다구... "
    " 안 일어나면 이불 확 뺀다! "
    " 추워어~ 음냐... "

    큰 키에다가, 어깨를 살짝 넘어가는 긴 회색 머리칼, 그리고 노란색의 아름다운 눈동자까지...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남자가 침대에서 칭얼거리며 누워 있는 소년을 깨우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썼다.
    손뼉을 치기도 하고, 이불을 빼앗아 보기도 하고... 정말 별의 별짓을 다 했지만, 침대 위의 소년은 도저히 깨어날 생각을 안 했다.

    " 세츠! 아일린 일어났니~ "
    " 아뇨, 엄마! 아일린 안 일어나요! "
    " 어머, 오늘은 어쩐 일일까? 평소엔 세츠보다 일찍 일어나던 애가... "

    저멀리서 계단을 올라오는 여인의 가벼운 발자국 소리와 함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츠'라 불린 청년은 여인의 말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허둥댔다.

    " 그, 그거야 난 할 일이 많아서 늦게 자니까~! "
    " 그건 핑계가 못 돼, 세츠~ "
    " 아앗! 아니라니까요~! "
    " 됬어, 됬어~ 얼른 아일린이나 깨워야지~ "
    " 나 일어 났어! "

    이윽고 여인이 방 안으로 들어왔고, 여전히 세츠는 얼굴이 살짝 발그레- 해져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여인이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년이 끌어안은 이불을 걷어내려고 잡는 순간, 소년은 벌떡- 일어났고,
    두 사람은 자느라 엉망이 된 소년의 모습을 보고는 풉- 하고 웃어버렸다.

    " 아앗! 웃지마~! "
    " 푸큭큭! 안 웃을래야 안 웃을 수가 없다니까~ "
    " 어휴, 얼른 가서 씻어야겠다~ 우리 아일린~ "
    " 아이참! 난 어린애가 아니라니까~! "
    " 이리보고 저리봐도 넌 어린애야~ "

    여인의 장난끼 섞인 말에, 아일린이라 불린 어린 아이는 손으로 머리를 급하게 매만졌다.
    그렇지만 세츠가 다시금 아일린의 머리를 흐트러트렸고, 아일린은 세츠를 노려보고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 세츠~ 동생을 놀리면 안되지~ "
    " 괜찮아요, 괜찮아~ "

    세츠가 웃으면서 방을 나서자 여인도 웃으면서 세츠를 따라 나섰다.
    1층으로 내려온 두 사람은 어느새 식탁에 앉아 있고, 아일린은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으며 식탁으로 다가왔다.

    " 오늘은 왜 그렇게 오래 잔거야? "
    " 음... 꿈을 꾼 것 같은데... "
    " 무슨 꿈?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나온거야? "
    " 아, 아니야!! "
    " 그럼? "
    " 말 안 해... "

    아일린이 입을 삐죽이 내밀면서 삐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세츠는 다시 한번 더 아일린의 머리를 흐트려 놓았고, 아일린은 깜짝 놀래며 세츠의 손등을 찰싹, 때려주었다.

    " 아야야, 이 녀석 손 매워~ "
    " 그건 분명히 세츠 잘못이야, 얼른 사과해. "

    여인의 말에 이번에는 세츠가 아일린처럼 입을 삐죽으며 어설프게 사과했다.
    그렇지만 아일린은 이런 사과에도 화가 풀렸는지 웃으면서 여인에게 응석 부렸다.

    " 아일린, 오늘은 뭐하고 놀거니? "
    " 음, 시장에 나가보려구! 지난번에 형하고 약속했으니까! "
    " 엉? 내가 언제? "
    " 기억 안 나? "

    아일린이 눈물까지 그렁거리며 세츠를 바라보자, 세츠는 당황해서는 허둥거렸다.
    결정적으로 여인이 세츠를 지긋이 바라보자, 세츠는 백기를 흔들며 포기를 했다.

    " 그럼 얼른 먹고 가자~ "
    " 천천히 먹으렴~ "

    쿵짝이 잘 맞는 아일린과 여인이었다.
    행복한 웃음 소리가 넘처나는 식탁이었다.



    " 아일린! 준비 다 됬어? "
    " 응! "
    " 그럼 얼른 나와~! "

    세츠는 벌써 신발을 신고 문가에 서 있고, 아일린은 우당탕 소리를 내며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여인은 뛰어내려 온 아일린에게 모자를 꾹- 눌러 씌워 주었다.

    " 에? "
    " 잘 놀다 와, 우리 이쁜 아들~ "
    " 네~! "
    " 다녀오겠습니다! "

    아일린과 세츠가 손을 흔들며 시장 쪽으로 사라지자, 여인은 풀고 있던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다음에 청소를 시작하였다.





    " 와아! 사람 많다! "
    " 그러게? 오늘 뭐 하는 날인가? "

    아일린은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여기 저기 돌아다니기에 여념이 없었고, 세츠는 그런 아일린을 찾아 다니느라 고생이었다.

    " 형! 이거 이거~! "
    " 네가 어린 애냐~?! 바람개비보고 좋아하게?! "
    " 그치만~ "
    " 그래, 그래. 사 줄게, 사준다구~ "

    아일린의 애교에 세츠는 못 이기는 척, 바람개비 하나를 사서는 아일린에게 건내 주었다.
    바람개비를 건내받은 아일린은 뭐가 그리 기쁜지, 너무나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 즐거워? "
    " 응! 엄청! "
    " 그거 다행이네. "

    세츠는 아일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평소보다 사람이 많은 시장, 그리고 곁에서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아일린은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거라,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믿고 싶었다.
    어젯밤 꿈이,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틈틈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어젯밤 꿈이 정말로 꿈이길 바랬다.

    " 이제 슬슬 집에 갈까? "
    " 응, 그러자~ "

    한참을 신나게 시장 구경을 하던 아일린 눈에 들어온 한 사람.
    커다란 검은색 천을 마치 점술가의 긴 겉옷처럼 손과 발은 물론, 눈 있는 위치까지 가리고 있었다.
    천 그림자로 인해 얼굴의 절반 이상이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 왜 그래, 아일린? "
    " 아니, 아무 것도 아냐~ "

    아일린은 애써 무시하기로 하고, 세츠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지만 얼마 안 가, 이상한 사람은 다시금 아일린의 눈에 들어왔다.

    " ...... "
    " 왜 그래? "
    " 아, 아냐. "
    " 마지막 인생은 즐거운가요, 아일린? "
    " 누구세요? "

    이 말이 결정적이었다.
    이상한 사람의 이 한마디가 드문드문 떠오르던 어젯밤 꿈이 전부 떠올랐다.

    " ...... "
    " 아일린, 아는 사람? "

    아일린은 주춤거리면서 세츠 뒤로 숨었다.
    이러한 상황이니 세츠도 이상한 사람과 아일린이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님을 눈치챘다.

    " 아일린은 당신한테 볼 일 없는 것 같으니까, 우린 이만 실례하지. "
    " 후후, 그러시면 안되죠. 세츠도 관련 있는 일이니까. "

    이상한 사람은 머리에 뒤집어 쓴 천을 벗었고, 그와 동시에 길고 새카만 머리칼이 흘러 내렸다.
    아일린과 세츠는 어디서 본 기억이 어렴풋하게 났는지 서로를 마주 보며 어디서 봤는지 고민했다.

    " 마지막 시간의 방, 아시죠? "
    " 아! 그 이상한 아가씨! "
    " '일루젼'이거든?! 그리고 누가 이상한 아가씨야! "

    일루젼은 자신을 이상한 아가씨로 기억하는 세츠에게 버럭, 화를 냈다.
    천하의 세츠도 그만 움찔해 버리고 말았다.
    일루젼은 그 기새를 몰아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지금 생활은 어떤지, 계속하고 싶은지 등등등...

    " 그런데... 그런 건 왜 물어요...? "
    " 응? "
    " 혹시... 이게 꿈이에요...? 그래서 그런거에요...? "
    " 아냐, 아냐. "

    일루젼은 웃으면서 아일린의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 이건 진짜야~  진짜로 네 삶이야. "
    " 정말요? 진짜죠? "
    " 물론이지, 그러니까 즐겨. 알겠지? "
    " 네~! "
    " 얼른 돌아가 봐! 어머니 기다리시겠다! "
    " 그럼 갈게요! "
    " 그래, 잘 가~ "

    아일린의 재촉으로 세츠도 아일린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
    일루젼은 그 둘을 바라보면서 잠시 손을 뻗었다가 주먹을 꽉- 쥐었다 펴자, 일루젼의 손에서 후두둑- 하고 검은 별 여러 개가 떨어졌다.

    " 수고했어, 일루젼. "
    " 아아, 어서와~ 다크~ "
    " 그래, 이건 내꺼 맞지? "
    " 응. "

    고양이 다크는 바닥에 떨어진 검은 별들을 낼름, 집어 먹었다.
    그리고는 혓바닥으로 앞발을 정리했다.

    " 그럼 돌아가자~ 다음 손님 받아야지~ "
    " 아, 그래~ "

    일루젼은 다시 천을 뒤집어 쓴 다음 이상한 틈새 사이로 사라졌다.

    ─‥─‥─‥─‥─‥─‥─‥─‥─‥─‥─‥─‥─


    아아, 많이 늦었네요a
    어쨌든 아일린편 끝!!

    그럼 다음은 누구더라~?

댓글 4

  • 이루[痍淚]군

    2007.04.06 16:27

    흐아진짜내가읽는데도너무평화롭고행복해<
    진짜로잘됬어!!!!
    다음손님은누굴까(두근)
  • [레벨:5]id: EN

    2007.04.06 20:44

    아일린 다행이네!
    이제 편하게 사는건가 ?
  • [레벨:3]id: oO天留魂Oo

    2007.04.16 16:25

    엄머!! 아일린 해피엔딩이네(생글)....
    ....난 복수한다고 써놨는데....
    왠지 나만 나쁜어린이(?!)가 된 것 같아(중얼)......
  • [레벨:2]Stella

    2007.04.17 19:06

    잘됬다!!! 해피엔딩!! [난 새드도 좋은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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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6 [레벨:6]id: 원조대왕마마 468 200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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