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시간의 방 / 1-5
  • [레벨:24]id: Kyo™
    조회 수: 468, 2008-02-06 05:53:43(2007-03-19)
  • 밤은 그다지 짧지 않았다







    아일린이 정신을 차리자 보인 것은 길고 하얀 목, 그리고 푸른 나비와 매끈하고 하얀 피부였다.
    아일린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누군가 몸을 누르고 있는 듯, 일어날 수가 없었다.

    " 일어났어, 아일린? "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일린은 흠칫, 했다.
    다정한 목소리...
    카즈안이었다...

    " 아... 아아...! "
    " 왜? 속은 느낌이야, 아일린? "

    카즈안의 물음에 아일린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물이 쏟아졌다.

    " 이즈한테 들었지, 라즈안 이야기 말이야. "
    " 흐윽... "
    " 남동생이 아니였어, 라즈안은 여자애야. "

    그 말이, 어째서 더 두려웠을까...
    아일린은 급기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리 죽여 울었다.
    카즈안은 그런 아일린의 머리를, 저번과 다름없이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 이야기, 해줄까? "

    카즈안은 자신의 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아무런 꺼리낌없이 아일린에게 들려주었다.
    잔혹한 이야기였다.
    라즈안은 카즈안의 장난감으로서 살다가 끝내 자살을 하고 말았다.
    머리가 좋았던 카즈안은 자신의 친동생인 라즈안을 죽은 것처럼 위장, 자신만의 장난감으로 일생을 살게 하였다.
    철두철미한 준비로, 라즈안의 죽음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부모님은 갑작스런 라즈안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온몸으로 거부하기 시작했고, 결국 라즈안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렸다.
    이러니 라즈안은 카즈안에게서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카즈안의 장난감이 되었다.
    그러다 약 5년 전, 라즈안은 자살을 했고, 그 누구도 그녀가 라즈안일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 뭐, 그렇게 된거지. "
    " 흐윽... 흑... "
    " 뭐야, 아직도 울어? "

    카즈안이 아일린의 눈물을 닦아 주고자 손을 뻗어 아일린의 얼굴을 어루만지자,
    그 순간, 아일린의 울음소리가 수그러들더니 몸에 변화가 나타났다.
    그에 카즈안이 깜짝 놀라 아일린 곁에서 떨어졌다.

    " 아아, 이 녀석 또 울었군... "
    " ...뭐지, 넌? "
    " 보시다 싶이, 아일린이면서 아일린이 아닌 사람이지. "

    세츠는 피식, 하고는 기분나쁘게 웃음 짓고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는 팔로 카즈안의 허리를 휘감아 끌어당겼다.
    카즈안이 미쳐 중심을 잡지 못해 세츠 쪽으로 풀석- 하고 쓰러졌고, 세츠는 그런 카즈안을 향해 키득거리며 웃었다.

    " 큭큭, 웃겨죽겠네-. "
    " 아, 생각났다. "
    " 응? 뭐가? "
    " 전 주인이 너에 대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더군. "

    엎어졌던 카즈안이 몸을 일으키고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세츠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세츠가 긴장한 얼굴로 카즈안을 바라봤다.
    그렇지만 카즈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순히 옆에 놓여 있던 와이셔츠 하나를 세츠에게 던져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해독제 먹고 깨어난 그 꼬마 아가씨가 그러더라. "
    " 뭐라고? "
    " 넌 하나이면서 둘이라고, 오늘 보니까 그 말을 이해하겠어. "

    카즈안은 씨익, 웃으면서 세츠를 바라봤다.

    " 그럼 나도 하나 물어도 되겠지? "
    " 뭐가 궁금한데? "
    " 아일린한테 뭘 바라는 거지? 단순히 동생을 원하는 건 아닌데 말이야. "
    " 아아, 궁금해 하지 말라구. "
    " 어째서 "
    " 수위 높아져~ "

    카즈안은 활짝, 웃어보였고, 세츠는 그런 카즈안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얼굴을 찡그렸다.

    " 그럼, 해주길 바래? "
    " 어디 한번 해볼래? "
    " 아아, 난 로리콤이야~ 너같이 다 큰 애는 싫다구~ "
    " 눈치 빨라서? "
    " 그럴지도? "

    두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이 활짝 피어 있었지만, 주변 공기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 아일린은 아마 한동안 안 나올 것 같다고, 어쩔 셈이야? "
    " 잘때, 덥쳐버릴까? 큭. "
    " 아아, 로리콤이라며? 잘 때도 이 상태 그대로일테니까 덥치는 건 힘들껄? "

    결국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어물쩡하게 사건은 종결되었고, 세츠는 아일린이 나올 때까지 그냥 방에서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지금 현재 세츠의 존재를 아는 건 카즈안 뿐이라 아일린이 될때까지는 카즈안이 세츠를 돌보기로 했다.



    " 아일린, 식사... "
    " 냐옹... "

    그리고 며칠 뒤, 일이 터진 것.

    " 고, 고양이!? "
    " 고양이 처음 봐? "
    " 말도 한다! "

    아일린의 방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색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다.
    그것도 말을 떠벌떠벌 잘 하는 고양이가 말이다.
    카즈안이 고양이가 말하는 것에 대해서 충격받아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렇지만 회색 고양이는 이런 반응이 처음이 아니라는 얼굴로 도도하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 정신차려, 카즈안! "
    " 으응? 아... 그러니까... 고양이가 말을... "
    " 난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세츠라고! 세츠!! "
    " 세, 세츠!? "

    고양이 아니, 세츠가 한심한 눈빛으로 카즈안을 올려다 봤고, 카즈안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 네 맘대로 해. 난 에워캣이라서 15일부터는 늘상 이런다구. "
    " 자, 잠깐... 에워캣? "
    " 그래, 에워캣. "

    세츠가 다시 침대로 훌쩍, 뛰어올라 도도하게 앉아 말을 꺼냈다.
    카즈안도 금새 정신차리고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 ......그게 뭐야? "

    한참 말이 없던 카즈안이 뱉어낸 질문은 세츠를 당황케 하였다.

    "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
    " 당연하지!! 고양이라니... 고양이... "

    카즈안의 안색이 약간 파랗게 질려서는 세츠에게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 고양이한테 죄졌냐, 왜 그래? 아무튼, 에워캣은 쉽게 말해서 고양이와 인간의 중간점이야. "
    " 중간점? "
    " 우리 에워캣들은 매달 15일부터 일주일간 고양이로서 살아. "
    " 너 말고도 에워캣이 있단 말이야? "
    " 이봐, 당연한 걸 물을래? 나만해도 의형제가 몇인데... "

    세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카즈안을 거의 노려보다 싶이 했다.
    그래봤자 카즈안은 세츠와 시선도 안 마주치고 있었지만.

    " 이 모습은... "
    " 어차피 고양이가 되면 말하는 거 말고는 아무런 능력도 없어. 아, 다른 고양이들이 쫒아 오는 건 있겠지만. "
    " 그럼 사람들 한테 보여도 된다는 거네~ "
    " 뭐, 뭐!? "

    카즈안은 세츠를 덥썩, 들어 안더니 즐거운 얼굴로 후다다닥, 저택 구석에 있는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 어머니! "
    " 카즈안이구나, 어서오렴-. "

    불도 켜 있지 않은 어두운 방 안, 그 안에 있던 사람은 너무 안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
    그리고, 카즈안은 그 여자를 어머니라 불렀다...

    " 어머니,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고양이에요. "
    " 어머나... 고양이가 어디서 왔을까... "
    " 일주일만 맡아주기로 한 고양이에요, 어머니께서 봐주시겠어요? "
    " 물론, 내가 이 집에서 할 일이라고는 이정도 뿐이잖니. "

    그 길로 세츠는 카즈안의 어머니께 맡겨졌다.
    카즈안은 일주일 후에 데리러 온다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후, 내일이면 세츠도 원래의 인간 모습으로 돌아온다.

    " 어머니, 저 왔어요. "
    " 어서오렴, 오늘이 마지막이지? "
    " 네, 벌써 일주일이 지나버렸네요. "

    카즈안은 고양이 세츠를 건내받고 잠시 어머니와 대화한 후,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아일린 방으로 뛰어와 세츠를 침대 위에 앉히고 자신도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 어머니, 어떠셔? "
    " 뭐가? "
    " 그러니까, 하시는 말씀이라던지... "
    " 꽤나 후회하며 사시더군. "
    " 뭘? "
    " 자신이 살아 있음에 대해서. 내가 한 일은 듣는 일 뿐이었지만. "
    " 아, 그래? "

    카즈안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물어봤고, 세츠는 적당한 선에서 대강대강 대답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2시.
    고양이 귀와 꼬리, 그리고 회색빛 털이 차츰 사그러들더니 몸집도 커졌다.
    그리고 잠깐 새에 회색 고양이는 사람으로 돌아와 있었다.

    " 아, 그새 고양이가 되어 있... "
    " 반가워, 아일린군. "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막 돌아온 아일린을 번쩍 안아든 사람은 역시나 카즈안.
    카즈안은 아일린을 침대에 살며시 눕혔고, 자신은 그 위로 올라가 아일린을 내려보았다.
    아일린은 이미 두 눈을 감은 체로 거의 발악을 하면서 카즈안을 밀쳐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일린보다 6살이나 더 많은 카즈안이 밀릴리가 없었다.

    " 시, 싫어! 하지마! "

    카즈안은 자꾸만 버팅기는 아일린의 귀에 무어라고 짧게 속삭여주자, 아일린은 반항하기를 그만 두었다.
    아니, 포기한 듯 했다.
    아일린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렸고, 카즈안은 승자의 웃음을 지었다.
    그 어두운 밤은, 너무나 길어 쉬이 흘러가지 않았다.

    ─‥─‥─‥─‥─‥─‥─‥─‥─‥─‥─‥─‥─


    아이쿠야, 너무 늦었네요 ㅇㅁㅇ)
    근데 이번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이야기가 새버려서
    두편으로 또 나뉘어졌다는;;
    하하하;;
    죄송하구요;;;
    다음편은 현실 결론 쓰고, 이제 정말로 검은 소녀가 나옵니다!!
    아악! 보고 싶었다! (털썩)

댓글 4

  • 이루[痍淚]군

    2007.03.19 22:30

    우어어어어어재겨ㅐ제갸ㅐㅈ됴갸ㅐㅈ보걈노라ㅓㅗㄴ마ㅣ고쟈ㅛ괘쟈ㅛ개ㅑ죠개ㅑㄷ죠개ㅑㄷ죠갸ㅐ됴ㅑㅐ굗쟈굗쟈ㅐㅛ개ㅑㄷㅈ;ㅛ개'ㄷ죡'ㅐㅈ뵥'ㅐㅈ됵'ㅐㅛㅈㄷ개'ㅛㅈㅂ'ㅐ교


    (진정중)
    나쁜카즈안
    푼수카즈안
    바보카즈안

    ㄱ대ㅔ겨대ㅔ겨뎍세츠개랙히왜들어가는데!!!
  • 이엔

    2007.03.19 23:06

    헐.
    카즈안 개그지같은놈-_-!!!!
    저런녀석 개밥줘도 시원찮을놈. .<이봐
    카즈안이 뭐라 그랬길래 갑자기 아일린이 가만히 있는거야?
    세츠가 나와서 한방 갈겨주던가 해야지 . . .<이봐!!
  • [레벨:3]id: oO天留魂Oo

    2007.03.19 23:28

    카즈안은......대체 뭐야?!(버럭)
    바보카즈안이 뭐라고 했길래 아일린이
    반항을 포기해ㅇㅁㅇ?!.....
    ......거기다 세츠는 왜 안나오는거야ㅠ0ㅠ
    검은소녀ㅇㅅㅇ??.......누구시더라(중얼)<<;;
  • [레벨:2]Stella

    2007.03.21 18:39

    어어어억
    로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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