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
  • [레벨:24]id: Kyo™
    조회 수: 2557, 2008-02-07 22:32:18(2005-11-27)
  • "으..."

    짤그랑-. 짤그랑-.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돈 소리. 기분 좋은 소리, 하지만 이제는 질려버린 짜증나는 소리 중 하나. 뭐가 그리 많은지 오늘은 계속 계속 들려온다. 시끄러워 옆방으로 가 항의도 해보려고 하지만 포기하고 그냥 잠자리에 눕는다.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오늘은 15번. 평소보다 10번이나 많게 들린 돈 소리. 짜증이고, 스트레스이고 이제는 모든 것을 잊었다. 모든 것이 귀찮고, 하기 싫을 뿐이다.

    "오늘도 안 들리네."

    며칠째 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마음이 편할 줄 몰랐다. 너무나 기분 좋은 밤이다. 잠자리에 일찍 누웠다. 이제 돈 소리에 신경질 내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하루종일 방에 박혀 자거나, 뒹굴거나, 놀기만 하면 된다. 내일도 들리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음... 피곤해..."

    아침에 일어나니 몸은 경련이 일어난 듯 움직이기 힘들다. 그리고 오늘은 아침부터 돈 소리가 들려온다. 짤그랑-. 짤그랑-. 시끄럽지만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데 무얼 하겠는가. 그냥 누워 음악 소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저멀리서 12시를 알리는 아름다운 종소리가 들려온다. 음악을 연주하는 종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지만, 소리는 굉장히 아름답다. 돈 소리가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해본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바뀔리 없다고 다시 생각하니 그냥 잤으면 좋겠다고 몸이 말한다.

    "아... 이 놈의 경련은 그칠 기미가 안 보이네..."

    오늘도 경련이 심하다. 그래도 돈 소리는 날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오늘은 원래 소리의 반 밖에 안 되는 소리가 들린다.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경련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럼 어떤가 그냥 침대에 누워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은가. 내 발이 위치하고 있는 곳의 침대시트가 조금 축축하다. 경련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 모양이다. 나도 참 한심할 따름이다.

    "이젠... 될대로 되라..."

    경련도 거의 풀렸지만 힘이 없다. 아무래도 그 동안 그냥 누워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돈소리는 이제 거의 안 들린다. 집중하고 들어야 간신히 들을 수 있다. 오늘도 침대에 누워 시간을 때운다. 내 거친 숨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

    이제는 정신마저 혼미하다. 나참... 경련이 좀 오래 됬다고 이렇게 정신까지 혼미해 질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살아는 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요 며칠 전부터 침대 밑으로 늘어트린 손 끝에 끈끈한 무언가가 달라붙어 있다는 것이다. 액체 같기도 하고, 고체 같기도 한 무언가이다. 하지만 그걸 돌아볼 여유도, 힘도 없다. 그냥 손가락을 조금 움직여 그걸 움직이게 할 뿐이였다. 손 끝이 약간 따끔했지만 이내 괜찮아 졌다. 끈끈한 무언가도 이제는 세번째 손가락을 가지고 놀고 있다. 흔들 흔들-. 기분이 좋아진다.

    ................................................

    ..........................................

    ....................................

    ..............................

    ........................

    ..................

    ............

    ......

    "에그, 그 청년도 불쌍하지."
    "그러게 말이에요."
    "......"

    바닥은 온통 피범벅... 그 사람의 몸에는 피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내가 봐도 참으로 한심한 분신이다... 그렇게 자극을 줬는데도 상상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다니... 바보가 아니면 무엇인가... 침대 시트도 바닥에 고여 있던 피를 빨아들여 빨갛게 변했다... 그 녀석만 하얗게 변했다... 그 방 안은 빨갛게 변했다... 바보 같은 녀석... 어떻게 피 떨어지는 소리를 돈 떨어지는 소리로 들은 것일까... 난 발길을 돌려 그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번에는 또 어디에 분신을 하나 남겨둘까...

    ──────────

    최근에 올린 소설이 없어서a
    그냥 예전에 저장 해 두었던 겁니다a
    그리고 쓸데 없는 이상한 소설이라는 겁니다a

댓글 3

  • [레벨:8]id: 키위

    2005.12.01 23:08

    에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돈소리=피소리 였다는 건가[바보 자식]
    암튼 오랜만에 할 짓없어서(?)와봤더니 재밌는 게 있네 잘봤어어!!(크크큭-)
  • 야쿠모PSP

    2005.12.04 12:50

    하~ 역시 쿄우님의 소설은 재밌군요?!
  • [레벨:4]Julia

    2006.01.31 11:34

    아.. 돈소리라고 해서 처음에 흐음..돈 잘 버는 녀석인가?;
    구걸같은 느낌;<<이였는데 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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