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양 이-4
  • 삼장♡오공
    조회 수: 983, 2008-02-06 03:45:12(2003-05-02)
  • 고 양 이 (4)



    By 삼장♡오공


    녀석이 들려준 라디오 헤드의 가사는 생각만큼이나 슬프고, 호소하는 마음이 깊었다.

    녀석은 이것을 부르면서 무엇을 호소할까?

    "애인 있어?"

    "있지"

    "전학 왔는데, 그럼 어떻게 해? 헤어졌어?"

    "그녀는 항상 내 곁을 지켜줘"

    "에에~"

    "내가 사랑하는 것은 현재까지는 락뿐이거든."

    풋... 유치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기타를 고쳐쥐고

    진지한 듯 노래를 부르는 녀석은.........

    무척이나 섹시했다.

    "나도 기타 가르쳐 줘"

    "아서. 기타 치는것도 처음엔 힘든 일이야. 손가락에 깊고 굳은 살이 배기기 전까지는

    얼마나 아픈지 알아?"

    "뭐야? 사람 애취급 하고있어"

    "....... 그래도, 힘든건 사실인데 뭐. 그리고 넌 공부해야지"

    "공부같은거 안해도....뭐..."

    우리 아빠가 다 알아서 대학 보내줄걸. 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녀석의 진지한

    얼굴때문에 차마 말 할 수가 없었다.

    "대신 내가 쳐줄게."

    "에?"

    "뭐 전학와서 처음 사귀게 된 친구인데, 그정도는 해줘야지. 니가 듣고 싶을때는 질리도

    록 쳐 줄게."

    "풋...."

    난 대답 대신 교실 책상에 벌렁 드러누워 명령하듯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잠들때까지 조용조용 노래부르고 있어!"

    "눼이~마님!"

    "꺄하하하! 니 머슴이냐? 크흐흐"

    처음이었다.

    학교에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은.

    무료하지가 않았다.

    이것이..... 친구라는 것이었다라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











    "저....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제서야 생각 난 듯 이야기를 도중에 그치며 내게 말을 하는 녀석.

    "나?"

    "네..."

    "오정. 사 오정"

    "그러는 니가 사귄 그 녀석의 이름은 뭐였는데?"

    "삼.....장..."

    기분나쁘게, 내 동생이름이랑 똑같군.

    "오정씨는 닮았어요. 삼장 눈이랑"

    "눈?"

    "네... 무언가 뚫어지게 바라볼 때가 되면 눈을 가늘게 뜨는것 말이에요. 나중에 안 일이지

    만 시하녀석 지독한 근시가 있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몸에 힘을 풀고 내게 머리를 기대온다.

    또다시 이어지는 녀석의 과거는 무척이나 평범하고 단순해서, 우스울 정도로 부럽기만

    했다.











    "어어?? 뭐...뭐야 이거?"

    난 깜짝놀라 공고문을 바라보고는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이거.... 삼장.....인가? 서..설마......."

    교무실 정면 벽에 위치한 공고게시판에는 대문짝 만하게 삼장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처음에는 사고를 친거라던가, 기타치는게 걸려서 혼좀 나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거였는데......

    "저..저...전교......1등??????????"

    믿을 수 없었다.

    매일같이 나한테 기타 들려주고, 방과후면 써클활동 한다고 연습실 빌린곳에 데려다 주어

    서 자기 밴드 연습하는걸 보여주던 녀석이.

    가끔씩 놀러가고 싶다고 학교 땡땡이 치고 내 바이크를 비려 바다까지 휭~ 하니 무면허로

    달리던 녀석이.

    수업시간에는 퍼질러 잠만 자는 녀석이!!!!!!!!!!!

    전 교 1 등 을 해?

    난 어이가 없어 담임을 찾아사 사실을 확인 하러 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담임이 이미 삼장을 불러 격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학와서 진도 따라가느라 힘들었을 텐데도 이렇게 해주다니. 우리반의 자랑이다."

    ".....아뇨...."

    "다음 모의고사 때도 기대 해도 되겠지?"

    "....노력 하겠습니다."

    "그래. 피곤할텐데. 그만 가서 쉬어라"

    "네"

    꾸벅 절을 하며 나오는 녀석.

    암만 봐도 녀석이 전교 1등을 한게 사실인것 같았다. 그러니 저렇게 담임의 얼굴이 헤벌쭉

    웃고있지. 우리학교는 담임 능력 제라서 자신의 반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었다. 더구나 수석이 자기 반에서 나온다면 보너스 따따블로 지급되는건.... 당연지사.

    정신없이 도망치듯 굴러나오는 녀석의 허리춤을 잡아 채고 질질 끌고갔다.

    "어어어? 뭐야? 오공이냐?"

    "너!"

    "엉?"

    "원래 그렇게 공부 잘했냐?"

    "뭐?"

    "너...... 수석 했더라"

    "어.... 우연이지 뭐"

    "우연이라도! 그런 우연은 없는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하는 녀석.

    그 모습이 무척이나 당당하고 얄미워 보여서 순식간에 녀석의 팔뚝을 덥썩 깨물어

    버렸다.

    "아야야야야!!!! 뭐하는 짓이야!!!!!!"

    "벌이다. 나를 제쳐두고 수석을 한 벌"

    "널 제쳐? 넌 몇등을 했는데?"

    "2등"

    "뭐?"

    녀석의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

    "꼴지에서 -_-;"

    얼굴이 새빨개져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는 나를 놀려대며 웃는 녀석.

    너무나 분하고 챙피해서 그날로 난 보지않던 참고서를 잔뜩 챙겨들고 녀석의 연습실까지

    가서 공부를 했다. 물론, 일주일을 버티지도 못했지만.

    가만히 녀석을 바라만 보면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녀석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공부도 잘했고, 운동또한 남들 하는만큼 다 해서 누구하고나 잘 어울렸으며,

    혼자만의 특기인 기타도 칠 줄 아는 녀석이었다.

    그런녀석을 두고 팔방미인이라 한다지?

    나처럼 할줄 아는건 싸움밖에 없는 녀석들은 뭐라고 불릴까? 팔불출? 쿡....

    그렇게 멀리서 녀석이 농구를 하는것을 바라보고 있는 내 곁에 누군가 와르르 몰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나마....내가 자신의 친구라고 착각하는 족속들.

    "뭐야?"

    "오공아, 요즘 클럽에도 안오고 뭐하는거야?"

    "그냥 재미 없어서."

    "듣기로는 얼빵한 샌님자식이랑 둘이서만 돌아다닌다던데"

    "그런데? 내가 누구랑 돌아다니는지 일일이 너희들에게 보고해야 하는 처지던가?"

    "아...안... 그건 아니지만....그. 저.."

    "뭐?"

    "태훈이가 너가 요즘 안보인다고 막 난리야. 그녀석 원래 너한테 죽고 못살았잖아."

    "지겹군. 사내 꽁무니 좋다고 따라다니는 녀석이 늬들은 역겹지도 않냐? 뭐가 좋다

    고 아직도 그녀석이랑 붙어다녀?"

    "그게 아니라..... 태훈이가 요즘 너 없다고 사고치고 다니는게 전보다 더 과격해서 위험

    하단 말야"

    정말 지겨웠다. 그나마 무료한 인생 청산하고 친구라는 놈을 하나 사귀어서 평범하게 학교

    다니는데 길들여져 가고 있었던 내게는......

    "알았어. 오늘 클럽 간다고 말해."

    "응~ 기다릴게"

    녀석들이 얼굴을 펴며 급히 돌아간다.

    멀리서 슛을 쏘고는 들어가지 않아 안타까워 하는 삼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언제쯤이면 저렇게 여유롭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아마......

    아버지가 죽는다면 가능할 일이겠지....



    "미안"

    "뭐가?"

    "오늘은 너 혼자 가. 들를데 있어서 연습실 못가겠다."

    "급한거야?"

    "그런건 아니지만, 날 찾는 녀석이 좀 있어서"

    "흐응........"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날 뚫어져라 바라보는 녀석.

    이렇게 되면 어쩐지 난 녀석의 눈을 끝까지 바라 볼 수가 없었다.

    "그다지 좋은일이 아닌가 보군. 눈을 피하는걸 보니 말야."

    "니 찢어진 새우눈 뭐가 좋다고 맞추고 있겠냐 그럼"

    "뭐얏?"

    녀석이 죄어오는 헤드락에 숨이 턱하니 막힌다.

    녀석의 가슴에서 나는 스킨로션의 향 또한 나의 숨을 멎게 만든다.

    녀석의 두근 거리는 심장 소리가 나의 심장을 멎게 만든다.

    말하자면 그것은........

    간접적인 포옹과 같았다.

댓글 3

  • [레벨:9]id: 손고쿠

    2003.05.02 16:10

    사오정 보너스 추가 군요*^^*
  • 하늘빛구슬

    2003.05.02 18:16

    ....고양이~<?>

    고양이버전<?>

    '삼장♡오공'님도 너무잘쓰신단 말야.

    아아~>_< <절규하는 구슬;;>
  • 생라면

    2003.05.08 04:03

    크응.... 양도 길고.. [ 계속되는 감탄 ]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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