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피린[aspirin]- 6







  • " 오호, 집 좋은데?? "
    " .......시끄러워. "


    집에 들어오자마자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는 오정녀석은
    금세 부엌으로 들어가서 뭔가를 뒤적거린다. 정말로...밥 할 생각이었나??[안 믿었다]

    " 에? 어떻게 된 게...냉장고에 있는 게 달랑 3분카레냐??
    넌 밥도 안 먹는 거냐? "
    " 밥은 먹어........ "
    " 역시, 여기저기 들러서 장 봐오길 잘 했다니깐.
    오정님의 선견지명이란......기다려, 금방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해 줄 테니깐!!! "
    " 맘대로 해......... "

    편한 티셔츠와 청바지로 갈아입고 나오니,
    금세 부엌은 분주한 오정녀석의 모습과 녀석이 만들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의 냄새가 가득 차 있다.
    어쩐지 앞치마까지 입고 분주하게 썰고, 다지고, 끓이는 녀석의 모습이- 뭐랄까, 굉장히 잘 어울려서 거부감이 들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였다.
    일단은, 녀석이 해 준다는 요리를 기다리기 위해 소파에 걸터앉아 멍하니 텔레비젼을 보고 있으려니,
    오정녀석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귓가를 울렸다.

    " 완성! 어서와서 맛 보라구!! "
    " ...왠지 내키질 않는데.... "
    " 성의를...무시하기야??? "
    " 닥쳐. "

    하는 수 없이 터덜터덜 식탁앞에 앉으니, 오정녀석은 빙그레 웃으며 냄비 뚜껑을 열었다.
    하얀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며 녀석이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 .........김치찌개? "
    " 맛있겠지?? "
    " 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게 김치찌개냐?? "
    " 응!!! "

    뭐냐, 저 확고한 믿음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치찌개를 사이로 웃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으려니
    왠지 숟가락을 들어야 하겠다는 압박감이 사로잡는 듯 했다. 하는 수 없이 숟가락을 들어 한 숟가락 입에 가져갔다.
    설마, 먹고 죽기야 하겠나.

    " 어...어때?? "
    " 마...맛있어..... "
    " 헤헷, 다행이다....// "

    최악일거란 예상을 깨고 의외로 알싸한, 김치찌개의 얼큰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맛있다는 말에 금새 얼굴이 환해지는 오정녀석을 보니, 왠지 칭찬을 받고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에 그만 피식- 하고 웃어 버렸다.

    " 움하하핫!!!! 역시- 이 몸은 뭘 해도.. "
    " 쇼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
    남자녀석이 차린 것 치고는 꽤나 맛있는 밥을 먹으며, 오정녀석의 실없는 농담을 되받아치며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따뜻한 밥을 먹는 게 오랜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바퀴벌레 녀석, 사실은 사실은 정말 조~~~~금은 좋은 녀석일지도.

    .
    .
    .
    .
    .

    " 배불러서 기분나빠. "
    " 뭐냐, 그건;; "

    오늘따라 너무 많이 먹었는지 속이 더부룩한 게 기분이 나빠 얼굴을 찡그리자
    오정은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설거지할 그릇들을 한 쪽으로 몰아넣는다.

    " 설거지할 필요없어. 내일 가정부가 오니깐. "
    " 헤에, 집 나온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되는 거야?? "
    " ........글세. "

    이제는 익숙해진 웃음섞인 말투에 대충 답변을 해주며-이게 최선이라는 것을 터득했다-한 구석에
    팽개쳐진 마이주머니를 더듬어 아스피린 약병을 꺼내들었다.
    언제 두통이 다시 일어날지 몰라서 미리 먹어두려는 생각에서였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흰 알약 하나를 꺼내 입안에 털어넣자 오정녀석의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 뭐야? 그 약은?? "
    " 아스피린....진통제 겸으로... "
    " 흐응...그거 자주 먹다간 중독 같은 거 걸릴지도.. "
    " 그래...?? "

    멍하니,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아스피린 통을 흔들었다.
    딸그락 소리와 함께 반 쯤 들어찬 알약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뭐, 무언가에 중독된다라....

    " 중독이라.... "
    " 에? 그런 거 좋아하는 거야?? "
    " 왜 그런 눈길로 보는 거냐, 나 변태 아니라구.. "
    " 에, 하지만 나...아스피린에 중독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처음... "
    " 누가...아스피린이랬냐..다만, "
    " 다만?? "
    " 으음, 글세...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

    그래, 분명 말로 설명하긴 어렵다.
    지금의 나는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고나 할까. 중독이라면,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는 뜻.
    나도,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무료함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지도.

    " 안되겠어!! "
    " 에?? "
    " 우리, 밖으로 나가자! "
    " 나가서 뭐하게?? "
    " 어쨌든!!! 너 지금 꽤 아슬아슬한 상태인 것 같으니깐. "
    " 아슬아슬........? "
    " 시, 시끄러워! 빨리 나와!! "

    얼굴이 빨개져서 궁시렁 거리며 먼저 현관으로 나가 버리는 녀석 덕분에
    대충 겉옷을 걸쳐 입고는 밖으로 나왔다. 뭐, 이때까지 파악한 녀석의 성격으로 봐선 저것도 나름대로 위로라고 하는 건가??

    현관밖으로 나오자 꽤나 쌀쌀했다.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는데, 어디선가 낮익은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강류!! "
    " .........오공? "
    " 우와아- 오랜만!! "
    " 겨우 3시간....우왁-!! "

    갑자기 달려들어 안겨드는 오공 때문에 잠시 주춤.
    가슴팍에 꽉- 안겨드는 오공녀석을 떼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오공 녀석의 뒤에 있었던 듯한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머리에 무테 안경 아래의 초록빛 눈동자가 꽤나 지적으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미남이라면,미남일수도.
    눈이 마주치자, 생긋-하고 웃어 버리는 바람에 내 얼굴은 아마 꽤나 볼 만한 표정이었을거다. 말로 굳이 표현하자면 어이없달까...

    " 오공, 좀 떨어져.... "
    " 아, 아차아차. 미안..어디가는 거야?? "
    " 밖에....... "
    " 에? 이 사람은 누구?? "
    " 난 이사람이 아냐, 오정이라는 이름이 있다구. "
    " 헤에- 바퀴벌레....같애. 그 더듬이. "
    " 누가 바퀴벌레냐?!!꼬맹아!! "
    " 뭐야?? "

    역시, 나만 바퀴벌레란 생각을 한 게 아니었군.[이봐;]

    오공과 오정은 발끈했는지 금세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왠지 이 녀석들과 있으면 일이 시끄럽게 진행된다니깐.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이니, 아까 보았던 남자가 역시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건넸다.
    오정이나 홍해아처럼 항상 웃음을 만면에 띄고 있는 녀석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 사람의 웃음은 왠지
    이미지나, 그런 면들에서 잘 어울렸기 때문에 인상에 확- 남아 버렸다.

    " 안녕하세요. 오공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
    " 아...오공이라면.... "
    " 팔계라고 불러주세요. 오공의 사촌형...이랄까요. "
    " 아아.....강류..라고 불러줬으면. "
    " 아아, 그나저나 저 쪽...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데요.
    오정이라는 사람이나...오공이나....... "

    팔계가 가르키는 쪽에는 아직도 오정과 오공이 말다툼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하아-한숨밖에 나오질 않는 녀석들이라니깐. 아스피린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데 후회하고 있는데, 팔계의 기분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 으음, 대충 저녁 때울려고 나가려던 참인데... 같이 가실래요? "
    " 뭐, 거절할 이유는 없군. "
    " 저 쪽은 어떡하죠?? "
    " 그냥 두고 가.......... "

    팔계란 사람. 마음이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와 팔계와 같이 올라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오정과 오공이 황급히 달려든다.

    " 아앗!! 팔계!! "
    " 어??! 두고 가는 거야??!! "
    " ........바보 녀석들. "
    " 아아, 동감이예요. "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티격태격 싸우는 오정과 오공, 그리고 옆에서 왠지 한 몫 거드는 것 같은 팔계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모를 미소가 입가에 걸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시끌벅적한 이 분위기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달까.
    가슴속에, 깊숙한 곳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들어 찬 듯한 느낌이 든다.



    ---------------


    " 흐음....뭐 먹을까?.. "
    " 강류랑 난 밥 먹고 나왔는데. "
    " 에에? 강류!! 이런 바퀴벌레 같은 녀석과 밥을 같이 먹었단 말야?! "
    " 내가 어디가 어때서??!! "
    " .......그럼 간단하게 호프집으로 가는 거 어때요? "
    " 좋군. "
    " 에에?? 나 술 마시는 거 싫어!! "
    " 오공, 거기 가면 훈제 치킨도........... "
    " 가자!!! "

    녀석들과 뭉쳐다니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떠들썩해져 버린다.
    사람들의 시선이 우릴 향하는 게 느껴진다. 뭐, 그도 그럴 것이 이 세사람. 꽤나 사람들 눈길을 끄는 구석이 있으니깐[너도 그래]
    오정과 오공의 말싸움이 굉장히 즐겁게 느껴진다. 이렇게 즐거운 밤거리도 난생 처음.
    웃겨서 조금 크게 하핫-하고 웃어 버리자 모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 에, 뭐야... 그 눈초리. "
    " 우와- 강류, 그렇게 크게 웃은 거 처음 봐. "
    " 흐음......보기 좋잖아요? "
    " 역시.....생각한 대로 미인.....으윽.[한 대 맞았다] "

    그렇게....내가 안 웃었던가.
    속으로 골똘히 생각하다 앞을 보니 세 사람. 어느 새 저 만치- 가고 있다.
    아뿔싸. 젠장- 속으로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옮기려는 순간 왼쪽 팔이 잡아당겨진다고 느껴짐과 동시에
    몸은 강한 힘에 의하여 뒤로 돌려졌다.

    의아함에 고개를 쳐드니,
    짙게 어둠이 깔린 자줏빛 눈동자가 날 응시한다.

    " ............... "
    " 호...홍해아?? "






    ==========================


    =ㅂ=드디어 메인이 다 모였습니다.
    팔계군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 아, 홍해아 군과 마주쳐 버렸군요. 아아, 심각모드[웃음]

    커플링 아직 모집합니다-ㅂ-; 아직까진 30이랑 58우세.
    아아, 다양한 커플을 써보잔 의도에서 한 건데. 역시 그 두 커플인가요?? [웃음]

    - 니건일과 홍해아를 연결시켜달란 의견도.......[쿠우럭]...노력은 해 보겠습니다만....[하겠다는 거냐?!!]
    동생이랑 '위즐'[아이스크림]을 진짜 배터지게 먹었습니다-ㅂ-
    배불러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터득했다는.....알고 싶으신 분은 연락........[퍼버벅-ㅂ-]

    배경음악을 넣을 예정이었지만, 태그가 이상해서;;[삐질]
    우니동 BGM 중에서 용의 소년...너무 좋아요[운다]


댓글 7

  • [레벨:24]id: KYO™

    2003.04.30 17:44

    이봐 홍해아...또 왜 그러는거야?? 그만 진정하라구...
  • [레벨:9]id: 손고쿠

    2003.04.30 17:55

    홍해아가 위험하다고 생각 되군요
  • [레벨:1]날아라붕어빵

    2003.04.30 18:33

    >>ㅑ*#_$&@_이봐여[!]넘흐 소설 재미있게 쓰는거 아니예여T^T)o
  • 하늘빛구슬

    2003.04.30 21:30

    드디어 다모인 유기인들...

    근데...홍해아가...삼장을 좋아하는<?>걸까...?

    얼른써주세요~윈츄~
  • [레벨:1]귀봉이

    2003.05.01 22:17

    홍해아라...ㅡ_ㅡ..;;;
    음음;;;;;위험한 넘!!!
  • 홍류야♬[젠장시험]

    2003.05.03 18:29

    삼장조아하는거 맞아요a[리프언냐 알럅븅 /`3')/ 타앙- ...털썩 ]
  • [레벨:3]愛〃Ruzi

    2004.01.13 12:25

    -_-;;; 처음에 오정이 오공 사촌이라고 생각했는데 틀려서 실망 -_-............;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notice [레벨:16]우니 14493 2011-02-24
notice 운영자 20086 2004-04-29
notice 우니 21069 2003-08-16
notice 버닝 19803 2003-07-16
3696 [레벨:2]유키에 3260 2003-04-24
3695 [레벨:1]울산이~☆ 2170 2003-04-24
3694 [레벨:1]울산이~☆ 1859 2003-04-24
3693 [레벨:1]울산이~☆ 2061 2003-04-24
3692 할 거 없는 사람 1995 2003-04-24
3691 하늘빛구슬 2331 2003-04-24
3690 하늘빛구슬 2723 2003-04-24
3689 『타락천사』 2235 2003-04-24
3688 『우동상』 1968 2003-04-24
3687 할 거 없는 사람 2168 2003-04-24

SITE LO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