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피린[aspirin]- 5







  • " 쳇....... "
    " 왜 그래? 강류?? "
    " 아무것도 아냐. 얼굴 들이밀지 마. "

    강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굴을 들이미는 오공의 머리를 뒤로 밀어 버린 다음
    세상만사 다 귀찮은 늙은이 마냥 책상위에 엎드렸다.

    항상 강류덕분에 침묵속에 빠져있던 반 아이들은 새로 전학 온 오공이 강류의 옆자리에 앉아 재잘거리는 것을 보고는
    당황해했고, 그걸 묵묵히 받아주고 있는 강류를 보고는 거의 경악의 수준에 다다르고 있었다.

    반 아이들이 당황하건 말건, 지금 강류의 관심사는 그것이 아니었다.
    강류의 머릿속은 오늘 아침, 그러니깐 홍해아의 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점점 생각을 해 볼수록 복잡해져 가는 생각들의 실타래에
    강류는 수려한 이마를 찌푸렸다.

    사교성도 없고, 귀찮은 것도 싫어하는 강류로선 친구를 만들 기회가 거의 없었고, 그렇다보니
    스스로 다가와서 친하게 구는 홍해아가 귀찮긴 했지만 그닥 싫은 건 아니었고 자신도 마음속으로는 친구라고 인정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덕분에 표현은 안하지만 홍해아란 존재를-정확히 말하자면 친구를-꽤나 아끼고 있던 강류로서는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오공에 대해서 강한 적대감을 들어내는 홍해아에 대해서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 어이. 오공... "
    " 아, 왜?? 강류..?? 힘이 없어보여. "
    " 너, 오늘 아침에 본 그 녀석....홍해아 말야. 기억하냐? "
    " 홍해아라면...아!! 기억나. 그런데 왜?? "
    " .............둘이..혹시 아는 사이냐? "
    " 아니, 전혀.
    근데...아침에 나한테 화낸 거 맞지?? "
    " 글세...... "

    강류는 피식 웃으며 오공의 머리를 토닥였다.-반 아이들이 경악한 채로 굳어진 건 당연했다-

    손 사이로 부드럽게 파고드는 갈색 머리카락의 촉감은 지끈거리는 두통을 조금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오공의 머리를 한참이나 쓰다듬던 강류는 자신을 날카롭게 째려보는 것 같은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복도쪽으로 난 창문으로 홍해아가 강류를, 정확히 말하자면 오공의 머리에 얹혀진 강류의 손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째려보고 있었다. 의문에 가득찬 강류의 보랏빛 시선이 홍해아와 마주치자 홍해아는 황급히 고개를 사라졌다.

    " 뭐야...저 자식...나랑은 눈도 마주치기 싫다는 거냐?? "
    " 강류?? "
    " .........잘래. "


    노골적으로 자신을 무시하는 홍해아의 태도에 기분이 나빠질대로 나빠진 강류는
    자신을 걱정스러운 듯이 부르는 오공을 무시하고는 마이 주머니를 더듬었다. 곧, 마이 주머니에서 약병을 끄집어낸 강류는
    물도 없이 아스피린 두 알을 꺼내 입속에 털어넣었다.
    입 안에 불쾌한 쓴 맛이 돌았지만, 지금 이 두통을 가라앉히려는 일념밖에 없는 강류에게는 그런 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 ............ "

    맑은 날씨의 오후.

    오공은 전학 문제로 바쁘다며 교무실에 가는 바람에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강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점심시간과 오후 수업 내내 고민한 결과, 홍해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기로 결정내린 것.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타협하여 결정을 내리는 홍해아를 잘 알고 있는 강류로서는 홍해아가 오공을 싫어하는 데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나중에 오공에 대해서 홍해아에게 잘 말해 주려는 생각이었다.
    처음 만난 오공이었지만, 꽤나 맘에 들었기에 강류로서는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생각에 잠겨 집으로 향하던 강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왠지, 낮설지 않은. 그러면서도 웃음기가 섞여있는 것 같은 울림있는 목소리는 이내 친근한 듯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 강류....맞지? "
    " .........바퀴벌레?? "

    그닥 좋지 않은 별명임에도 강류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지,
    씩- 웃어보이는 붉은 머리의 이 남자는. 분명 강류의 기억속에 최악으로 자리잡고 있던 그 남자였다.

    " 아아, 기억하고 있다니. 다행. "
    " 여긴 또 왠일이냐. 보기싫어. 저리 가. "
    " 매몰차긴. 널 찾느라고 이 근처 학교를 전부 뒤졌다고.
    다행이 금발머리에 보랏빛 눈을 가진 굉장이 예쁜 미인-이 대목에서 강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 이 근처에선
    드물지 않아서 금방 찾아냈지만 말야- "
    " 시끄러, 닥쳐. 저리가. 재수없어. "
    " 에에. 뜻밖에 열렬한 환영?? "
    " .....................[빠직] "

    강류는 머리를 싸쥐고는 눈앞에서 싱글싱글 웃고 있는 붉은머리의 바퀴벌레를 노려보았다.
    어깨께에서 찰랑거리는 붉은 머리카락이나 꽤나 맵시있게 차려입은 검은 가죽옷은 남자가 꽤나 미남이란 걸 알려주고 있었지만.
    강류에겐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도대체가, 오늘은 왜 이러는지. 당장이라도 약병을 꺼내 아스피린을 몽땅 입속으로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가가스로 억눌렀다.

    " 바퀴벌레...여긴 무슨 일이냐고 물었어. "
    " 에에, 나한테는 오정이라는 좋은 이름이 있다구.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겠어?? "
    " 그래, 좋아. 오.정...여긴 무슨 용건이야? "
    " 아, 배고프다. 너네 집 여기서 가깝지? 밥 좀 주라. "
    " .........................[빠지직] "
    " 부엌만 빌려주면, 내 밥은 내가 알아서 차려먹지- "
    " 집도 없냐? "

    " ............사실은 나......노숙자야. "

    " ................거..거짓말.[45%믿고 있다] "
    " 응, 거짓말이야. 예리한걸?? 역시, 이런걸로는 속지 않는 건가? "
    " 미...믿을리가 없잖아?!!!/////[조금 믿은 녀석-] "


    흥분인지, 얼굴이 화르륵 붉어진 강류는 오정의 손에 들려진 비닐봉투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있다간, 끝이 안 날 것 같은 말다툼이었다.

    " 좋아. 밥만 먹고 꺼져. "
    " OK, 친절도 하셔라- "


    천천히 걸어가는 강류옆에 보폭을 맞추며 예의 그 미소를 띄는 오정의 얼굴에
    살인충동을 강하게 느끼며 강류는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아침부터 일이 꼬일대로 꼬여가는 느낌이었다.

    " 아, 그렇게 걱정할거 없어.
    이래뵈도 나, 요리하나는 잘한다구. "

    " 걱정 안 했어!!! "

    " 아, 흥분하는 거야♡? 아, 이런 아직 대낮인데... "
    " .............죽여 버린다. "
    " 에, 삐졌어?? "
    " 내가 계집애냐??!!! "


    =====================================


    오정군. 능글공이군요-ㅁ-;
    =ㅂ=홍해아군은 아직도 삐짐모드[맛 들렸다;]
    팔계군은 다음편에 나올 듯........ 강류군 어쩔려고 오정-ㅂ-을 집으로 끌어들이는 겁니까;[니가 썼잖아;]

    ..............................재밌게 읽어주세요★[커플링 모집합니다-ㅂ-;]




댓글 4

  • [레벨:24]id: KYO™

    2003.04.30 17:41

    오정은 위험 인물일 것 같은데...=ㅅ=;;;
    어쨌든...홍해아 그렇게 오래 있으면 우정에 금간다...
  • [레벨:9]id: 손고쿠

    2003.04.30 17:51

    오정은 종말루 위험 하당...
  • [레벨:1]귀봉이

    2003.05.01 22:16

    허허....;;;;역시 글 잘 쓰십니다.!!
  • [레벨:3]愛〃Ruzi

    2004.01.13 12:21

    오.... 오정 ;ㅁ; 그럼 안되ㅇ..[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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