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피린[aspirin]- 2
  • 레드클리프
    조회 수: 1060, 2008-02-06 03:45:11(2003-04-29)





  •   아스피린[aspinrin]
                                  by. cliffe






    달콤한 휴일 다음날의 아침은 죽을 맛이다.
    게다가 짜증이 절로나는 욱신거리는 두통까지 동반한다면-


    강류는 교복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매며 무언가 올라타고 있는 것 마냥 무거운 머리 양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었다.
    어제 집으로 돌아와서 약을 먹고 침대에서 오늘 아침까지 퍼질러 잔 덕분인지 어제와 같은 심한 두통은 아니었지만, 강류에게는
    미약한 지금의 두통도 꽤나 고통스런 것이었다.


    교복 마이를 걸치고, 아무것도 들지 않은 빈 가방을 덜렁 매어들고 오피스텔을 빠져 나가려던 강류의 발길을 붙잡은 건
    어제 사 가지고 들어온, 침대 발치에서 굴러다니는 흰 아스피린 약통.
    확실히 아스피린 덕분인지 두통은 많이 좋아졌지만 언제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강류는 교복 마이 주머니에
    약통을 집어넣었고, 금새 마이 앞 주머니는 약통의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불룩 튀어 나왔다.


    오피스텔 정문을 나오자 아침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머리카락을 살랑 흔들이며 강류를 반겼다.
    묵직한 게 올려져 있었던 것 같은 머리가 조금은 차가운 공기로 인해 가벼워지는 것 같자 강류는 입꼬리를 조금- 들어 올리며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놀렸다.




    -----------------------------



    [서유 사립고등학교]는 유명한 사립명문이었다.
    오죽하면 내노라하는 각계각층 인사들의 수재 아들들도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라는 소문까지 돌까.


    <명문대 40%수석입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수재들이 다니고 있는 서유고는 그 만큼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했고,
    그것은 사립명문이라는 서유고의 명성을 더욱 더 드 높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사립명문이라는 수식어 뒤에 항상 따라오는 꼬릿말이 <최악의 우발폭력지대>였으니.
    요는, 수재들이 모여 있는 동시에 최악의 문제아들도 모여있는 곳이 이 사립명문이었던 것이다.
    문제아들의 대부분은 부모가 돈이 많아, 사고 친 뒷수습으로 이곳으로 보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서유고는
    공부만 파는 수재들과 문제아들 사이에 묘한 대립균형을 이루며 그럭저럭 평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굳이 강류의 존재를 저 두 부류로 나눠 정리하자면,
    공부를 죽어라 파는 범생형도 아닌, 그렇다고 죽어라 쌈질만 하는 문제아 쪽도 아닌, 중간 부류에 속했다.
    워낙에 귀찮은 걸 싫어하는 타입이라 싸움같이 무언가에 결속되어 있는 것도 싫어했고, 또 수업시간에 청춘을 불태우며-;;-
    열심히 공부할 만한 그런 타입은 더욱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학교를 향해 걷고 있었을까.

    " 어이, 강류!! "
    " ........홍해아.. "
    " 좋은 아침이지? "
    " ..........글세. "


    홍해아, 내 머릿속에 이 녀석은 꽤나 끈질긴 녀석으로 기억 한 구석을 자리잡고 있는, 드문 녀석이다.

    사실 학교안의 일진이라는 클럽 비스므리한 것의-클럽같은 건전한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짱이라는 녀석은 나한테 결코 뒤지지 않는
    주먹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모범생에 지금 처럼 헤죽거리는 웃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그야말로 모범생과 싸움꾼의 두 개의
    가면이란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는, 나로써는 흉내도 못낼, 그런 가식적인 인간이다.

    몇 달 전부터 하도 졸졸졸- 붙어다는 홍해아 녀석을 떼어내는 것도 이젠 진절머리가 나서
    이제는 들러붙던 말던 내 버려 두었더니, 이제는 아주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려서 지금은 친구라는 애매모호한 경계에 위치해 있다.

    " 너, 그저께 술 많이 마시더니 괜찮아?? "
    " 술......?? "
    " 그저께 나랑 같이 술 마시다 말고 집으로 그냥 가 버렸잖아.
    걱정 많이 했다구, 나. "

    아아,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그저께 술을 이 녀석이랑 같이 마셨었지.
    갑자기- 욱씬하는 두통에 미간을 확-하고 찌푸리자 웃음띈 얼굴의 홍해아 녀석은 얼굴을 굳히며 황급히 내 팔을 잡아들었다.

    " ....뭐야. "
    " 너, 어디 아픈거냐? "
    " 눈치 하나는 빠른 녀석, 머리가 아파. "
    " ..........병원은?? "
    " ..................... "

    대답대신 약병이 들어있는, 불룩한 마이 주머니를 툭툭- 쳐 보이니 녀석은 그제서야 수긍이 간 듯
    다시 미소를 지으며 아프도록 잡고 있는 팔을 스르륵- 풀어주었다.
    녀석의 비죽거리는 듯한 미소가 누군가를 닮은 것 같아 나는 녀석을 있는 힘껏 째려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어디서 저걸 봤더라.

    " 강류? "
    " ........맞다, "

    기억이 나자, 또 다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분명. 저 비죽거리는 듯한 미소는 어제 봤던 바퀴벌레 녀석이 짓던 재수없는 미소와 똑같...아니, 흡사했다.
    바퀴벌레 녀석을 떠올리자 급속도로 머리는 지끈거려져 왔고, 나는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웃고 있는 홍해아 녀석의
    면상을 있는 힘껏 밀어 버렸다.

    " 우왓~!! 무슨 짓이야!! "
    " 너, 웃지마. "
    " 에.....?? "
    " 앞으로 한번만 내 앞에서 그렇게 웃었다간....죽여 버릴 꺼야. "
    " 뭐..??? "
    " ......명심해. "


    황당하다는 듯 '서유고의 프린스'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게시리 바닥에 엎어져 있던 녀석은 이내 내가 등을 돌리고
    걸어나가자 황급히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지만, 다시 시작된 두통은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지 않았다.
    .......바퀴벌레 녀석, 또 다시 만나면..죽여 버릴 테다.



    -------------------------------

    서유고의 점심시간.

    아이들로 들어차 시끌벅적했던 복도는 이내 한 사람의 등장으로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부서지듯 반짝반짝 빛나는 금발 머리카락 아래에 가려진 보랏빛 눈동자에 압도되어서였을까.
    평소에는 귀찮다는 것을 이유로 복도는커녕 교실에만 틀혀박혀 있던-덕분에 언제나 그의 교실은 침묵 그 자체였다-강류가
    나오자 아이들은 술렁거렸지만, 강류는 그딴 것에는 관심도 두지 않는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발길이 멈춘 곳은 교장실 앞.

    고급스러워 보이는 문양의 문을 거리낌없이 걷어찬 강류는 교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엄숙해야 할 교장실 안은 교장의 취향을 의심하게 만드는,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그 광경에 강류는 눈가를 찌푸리며
    퉁명스런 허스키 보이스를 내뱉었다.

    " ....무슨일로 호출을?? "
    " 아아, 강류 왔니? "

    교장석에서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강류를 맞이하는 건 풍채좋은 인자한 교장이 아닌,
    가슴이 푹 패인 힙드레스를 맵시있게 차려입은 여자였다.
    곱슬거리며 물결치는 검은 머리칼을 맵시있게 쓸어넘긴 여자는 강류에게 앉으라는 듯 교장실 가운데의 소파를 권했고,
    자신도 반대편에 앉아 요염하게 다리를 꼬았다.

    " 무슨일인데.. 용건만 말해. "
    " 어머, 사랑스러운 조카를 이모가 부른 게 그렇게 잘못이니?? "
    " ......닥쳐. "
    " 나름대로 볼일이 있었어.
    너.....또 사고친 거 있지?? 그렇지? "
    " ..........글세. "
    " 휴우- 본가로부터 진단서가 날아왔었어.
    언니가 겨우 뒷돈을 써서 달래놨긴 하지만..전치 6주가 뭐니? "

    강류는 그제서야 호출당한 이유를 깨달았다.
    며칠 전, 그러니깐 그저께. 홍해아에게 불려나온 강류는 밥을 사는 조건하에 다른 학교 패싸움에 원정을 나갔고,
    그 자리에서 그 학교 짱을 형편없이 박살내었었다. 물론 그 대가로 술에 잔뜩 취해 들어왔지만.

    " ............ "
    " 기억이 난 모양이군.
    뭐, 한두 번도 아니니깐 이해해 줄 순 있지만, 계속 이렇게 사고만 치다간
    너...본가로 다시 불려나올 수도 있다구. 명심해- "
    " 시끄러워...그딴 충고 필요없으니깐. "
    " ㅋㅋ..이모가 충고해 주는데도- "

    노골적으로 웃어대는 여교장의 시선을 피한 강류는
    탁자위에 두툼한 흰 서류철을 발견하고는 의아한 눈빛으로 여교장에게 물었다.

    " 저건 뭐야?? "
    " 아아...저거..뭣 좀 처리할 일이 있어서."
    " 평소에는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기기만 하면서-"
    " 전학생 문젠데....이번 건은 좀 흥미로워서 말야. "
    " 전학생....?? "

    사립명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으로 편입하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은 많았기에
    이 학교에서 전학은 흔한 일이었다. 그런 흔한 일을 교장이 직접, 그것도 저 게으른 여자가.

    " 엄청난 문제아라도 되나?
    관세음 네가, 그렇게까지 신경쓰는걸 보면. "
    " 아아, 문제아라니-
    귀여워서 주체를 못 할정도의 녀석인걸♡ 아마, 강류너도 마음에 쏙 들거다. "
    " 필요없어.....용건 끝났으면 난 나간다-_- "

    " 아아. "


    강류가 교장실을 나서자 관세음은 의미모를 미소를 지으며 탁자위의 서류철을 집어올렸다.
    인적사항이라던가, 무언가가 빽빽히 적혀있는 서류철을 넘겨보던 관세음은 맨 위의 사진을 보고는 한껏 미소를 머금었다.


    " 오공이라.......분명, 재미있을거야. "


                                 아직도, 내 머릿속의 두통은 가시질 않았다.


    -====================



    [talk란]- 읽어주세요!!!


    소설을 날렸다가 다시 쓰는 거기 때문에 힘이 쫘-악 빠져 버렸답니다;[에효]
    관세음과 홍해아의 등장입니다. 관세음은 여자라는 것 빼고는 원작과 비슷한 인물이지만,
    홍해아의 위치를 좀 바꿔봤습니다. 예전에는 삼장과 홍해아, 오공의 삼각구도로 나갔었기 때문에 좀 바꿔보려구요.
    다음편에서는 오공이 등장합니다★ 팔계군은 그 다음에[웃음]
    커플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아직 맘 못 정한 클리프를 위해 여러분이 좋아하는 커플링을 건의해 주세요![쿨럭]
    시점은 전지적 작가시점과 강류군의 일인칭 시점을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클리프 맘;-다소 헷갈리시더라도 이해;;

댓글 3

  • [레벨:9]id: 손고쿠

    2003.04.29 18:47

    짱이 예요!!
  • [레벨:24]id: KYO™

    2003.04.29 19:01

    멋집니다! +_+
    나도 이런글써보고 싶어요~ >ㅁ<
  • [레벨:1]귀봉이

    2003.05.01 22:13

    좋아요 좋아!!>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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