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피린[aspirin]- 1
  • 레드클리프
    조회 수: 1696, 2008-02-06 03:45:11(2003-04-29)


  • 아스피린[aspirin]
                                by. cliffe







    어제 술이 과했던 탓이었을까.

    강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지끈거려 오는 머리의 두통에 눈가를 찌푸렸다.
    가뜩이나 저혈압 탓인지 아침에는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았던 터라 업습한 두통은 달갑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맨 몸인 상체에 셔츠를 걸치고 무심코 시계를 올려다 보니 어느 새 시계바늘은 1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 젠장.. "


    운 좋게도 오늘은 개교기념일이어서 지각을 걱정할 염려는 없었지만, 잠으로 시간을 허비했다는 건
    자신답지 못한 일이었다. 역시 술을 마시는 게 아니었다고 입속으로 되풀이 해 보며 강류는 금색으로 반짝거리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러나 숙취가 문제가 아닌 듯, 머리의 두통은 점점 더 자신을 괴롭혔다.
    구급상자를 뒤적거렸지만, 나오는 건 비상시를 대비한 소독약과 붕대, 반창고..그리고 자신이 애연하는 말보로 소프트 뿐.

    -구급상자에서 왜 담배가 나오는 걸까-습관처럼 담배를 보자마자 물어 든 강류는 발작이라도 일어난 듯 머리가 깨질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자 욕설을 내뱉으며 겉옷을 집어들고 집을 나섰다.
    약국에서 아스피린이라도 먹으면 이 망할 두통이 조금은 가셔 버리겠지란 생각에.



    ------------------




    " 꺄아- 저기 저 사람 봐봐~!! "
    " 오...스타일 죽이는데..///// "

    다 들릴 정도로 큰 두 소녀의 목소리에 홱-하고 매섭게 째려보자 당황한지 달아나 버린다.
    또 다시 지끈- 강류는 부시시한 금발 머리를 모자로 깊게 눌러쓰며 제길-하고 입 안에 맴도는 욕설을 내뱉었다.

    사실, 강류는 쉽게 눈에 띄는 타입이었다.

    가늘고 반짝반짝 빛나는 금발 머리도 그렇거니와 쫙 잘 빠진 스타일을 보고 나면 길 가다 한 번쯤은 돌아보는 정도였고,
    깊게 눌러 쓴 모자 덕분에 가려져 있는 얼굴을 본 사람들은 모든 그에게 호감쯤이 아니라 연정[戀情]을 품을 정도였다.

    여자같은 고운 흰 피부에 오똑한 콧날, 항상 닫혀있는 얄팍한 붉은 입술에- 가장 눈길을 끄는, 앞머리에 가려져 있는
    약간 쳐진 듯한 보랏빛 눈동자는 매서운 분위기를 풍겨내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선지 사람들은 언제나 그의 뒤에서 꺅꺅-거리며 감탄하기만 했는데 오히려 자신에게는 스트레스를 무더기를 안겨주고 있었다.
    짜증이 난다고나 할까.

    게다가 오늘같이 재수가 없는 날엔-

    자신의 집이 가까이 있는 오피스텔 골목 근처에 다다르자 강류는 성큼성큼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짓눌렀다.
    지끈지끈지끈- 망치로 머리를 두드리듯 어질어질 해져 오는 심한 두통에 문득 손아귀에 꾸깃꾸깃 잡여있는 흰 약봉투를 내려다 보았다.
    당장이라도 이 안에 들어있는 아스피린을 꺼내 우적우적 씹어 먹고 싶은 충동이 업습했지만, 그 쓰디쓸 맛을 생각하면
    절로 눈가가 찌푸려졌다. 결국- 조금만 더 참아 보기로 하고 강류는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 어이, 이 봐!! "
    " ....................젠장.. "

    골목 앞쪽에서 껄렁껄렁한 포즈로 자신을 부르고 있는 세명의 남자들은 분명 양.아.치.
    오늘 자신에게 무언가가 씌인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강류는 멈춰졌던 발길을 다시 돌렸다.
    그러나 어디 양아치들이란 것들이, 무시를 당하면 오히려 발끈- 하는 법. 강류는 곧 이어 양아치들에 의해 몸이 돌려졌다.

    " 이 게 ...어디서... "
    " ........놔.......... "
    " 하, 생긴건 꼭 기집애 같이 생겨 가지고선..성깔은 있네? "
    " .....좋은 말 할 때 놔라... "
    " 아..진짜, 이게 보자보자 하니깐!~ "
    " .......c8 "

    양아치 1의 주먹이 강류에게로 날아가려는 순간, 채 다 내밀지도 못한 채 양아치 1의 복부에는 강류의 발이 날아들었다.
    컥-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구석으로 날아가는 양아치 1을 본 양아지 2,3은 욕설을 내뱉더니 자신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여간 안되는 것들이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라고 생각하며 강류는 약봉지를 떨어 뜨리지 않게 땅바닥 한 쪽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양아치 2의 주먹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강류는 주먹을 들어 잠시 비어있는 복부에 가격했다.
    무게감이 실린 주먹을 정통으로 맞은 양아치 2-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구토감이 몰려오는 듯 바닥에 누워 낑낑대고 있는
    양아치 1의 옆으로 가 먹은 것을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너무 많이 몸을 움직인 탓일까. 발작이라도 일으키듯 지끈지끈한 머리에- 잠시 차가운 벽에 기대 선 강류는 몇 분 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낮선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다 보았다.

    " 저 녀석이냐? 니가 말한 게? "
    " 네, 선배! 저 자식이 얘들을 저렇게.. "

    양아치 3...안 보인다 했더니 패거리를 끌고 왔다니- 방심했다고 생각하며 강류는 잠시 머리에 전해졌던 벽의 시원한 느낌이
    오래 지속되기를 빌며 몸을 일으켰다. 벌벌 떨고 있는 양아치 3 앞에 비스듬한 포즈로 비죽비죽 기분 나쁘게도 웃고 있는 녀석은
    어깨까지 오는 결좋은 붉은 빛 머리카락에 특이하게도 더듬이 마냥 두 개의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솟아나와 있었다.
    -바퀴벌레 같다고 강류는 마음속으로 곱씹었다-

    왠지 기분나쁘게 웃는 폼이 쉽사리 보내줄 것 같지 않았기에 강류는 머리를 꾸욱- 누르며
    안타까운 시선으로 한구석에 놓여진 약봉지를 바라보았다.

    " 흐응...무슨 녀석인가 했더니..꽤 반반한 걸? "
    " 시끄러워............c8...안 덤빌 거면 나 간다. "
    " 아아, 그렇게는 안 되지-ㅁ-저 놈들 저렇게 만들고 가면 어쩌라고- "

    바퀴벌레-맘대로 명명;-녀석은 비죽 웃으며 손가락으로 엄살을 피고 있는 양아치 1,2를 가르켰다.
    역시- 맘에 안드는 녀석이야.

    웃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보자니 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확 치밀어 오르는 것 같다-좋은 의미에서가 아니다-_-;-
    현재 내 맘 같아서는 웃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떡이 될 때까지 쳐 주고 싶지만, 머리는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지끈거리며
    엄청난 두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저런 놈들 쯤이야 10명이라도 패 줄순 있지만 두통에 지쳐 버린 내 몸은 뻐근하게 울어대며 집에가서 약 먹고 발 뻗고 자자고
    호소하고 있었다. 한숨을 길 게 내쉬며 강류는 약봉지를 잡아 든 후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는 비죽 웃고 있는 바퀴벌레 녀석의
    앞으로 다가갔다.
    뭐가 그리도 신나는 지 호오-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방긋- 웃어보이는 녀석에게 강류는 입을 열었다.

    " 이봐, 바퀴벌레.. "
    " 에...?? "

    바퀴벌레란 말에 어리둥절해 하는 녀석의 틈을 노리지 않고 나는 발을 들어 녀석의 복부를 가격했다.
    퍽-하는 파열음과 함께 녀석의 무릎은 타의로 인해 쓰러졌고, 녀석은 붉은 눈동자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아마 내 얼굴은 녀석을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띄고 있었을 것이다. 평소에 웃지 않던 터라 굳어진 얼굴 근육이 아파오는 듯 했으니.

    " ....다음에 만나면 죽여 버린다.. "
    " 그거 기대되는 걸.....ㅋㅋㅋ... "

    맞고서도 아프지도 않은지 웃어대는 녀석을 더 이상 지켜볼 가치가 없다는 게 판명되자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 나왔다.
    더 이상 있어서 좋을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웃음기 띤 바퀴벌레 녀석의 목소리가 날 붙잡았다.

    " 어이, 체리보이. 이름이 뭐냐? "
    " ...................... "

    어이없게도 날 체리보이라 지칭하는-너도 바퀴벌레라고 불렀잖아;-바퀴벌레 녀석의 표정을 보기 위해 돌아서자
    녀석은 볼썽사납게 뒤로 엎어진 채 날 향해 예의 그 보기싫은 비죽거리는 웃음을 얼굴에 띄고 있었다.

    " .......엿 먹어.-_-ㅗ "
    " .........-ㅁ- "

    길 게 뻗은 가운데 손가락을 녀석에게 보여주고는 다시 집으로 가기위해 돌아서자
    바퀴벌레의 미친 듯이 웃어대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거슬린다. 아마도 맞았을 때 머리 한 구석의 핀트가 어긋난 모양이었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약봉지를 움켜쥐자 아스피린의 감촉이 느껴졌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아스피린 한 알과 잠들 수 있는 침대 뿐이었다.




    ===========================


    우니동에는 처음 들리는 거라 가슴이 조마조마-ㅂ-;;;[퍽]
    하도 여러군데 돌아다니는 글이라 많이들 보셨겠지만, 시험이 끝나기 전에는 다른 걸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
    부득이 이거라도 올려봅니다앗;;;

    요으즘 삼장보다는 13세의 강류때가 맘에 들고 있는 클리프 인지라 이름을 강류라고 맘대로 명명했습니다요-_-
    나름대로 삼장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


    역시 이것도 30분만에 머리에서 나온 충동작이라;[대부분의 글은 거의 충동작;;]아직 커플링을 정해 놓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은 역시 30, 58입니다만. 오늘은 오정밖에 등장하지 않았군요.
    =_=30아닌 커플링을 쓰는 것은 그닥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만[읽는 것만은 좋아하는 녀석;]
    이 참에 써볼까 하는 생각도.......[쿨럭]


댓글 4

  • [레벨:9]id: 손고쿠

    2003.04.29 18:47

    정말 재미 있어요*^^*
  • [레벨:24]id: KYO™

    2003.04.29 18:56

    멋지다! +ㅁ+
  • [레벨:1]귀봉이

    2003.05.01 22:12

    오오...
    레드클리프님!!
    여기서도 글 올리네요?!?!
  • [레벨:1]메르

    2003.05.08 18:24

    흐음+ㅁ+ 멋진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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